[음반용어사전 4편] '디깅'이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1편 - 레이블] 

https://hiphople.com/fboard/27266911

[2편 - 그루브]

https://hiphople.com/fboard/27287643

[3편 - 트랙]

https://hiphople.com/fboard/2729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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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편 모두 추천수 30이 넘는 성원에 힘입어

4편을 바로 준비해보았습니다! ㅎㅎㅎ

요즘 음악 관련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디깅(Digging)'이라는 표현을 자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동명사 digging의 원형은 동사 'dig' 이며,

사전적으로는 파다, 채굴하다 정도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해하다' 라는 뜻도 있죠. Can you dig it? - 이해되니?)

요즘 우리가 음악에서 뭔가 새로운 음악을 찾아가는 과정을

'디깅'이라고 하면서 대략 '(땅 파듯) 음악을 파고 들다' 정도로만

생각하실 것 같아서 좀 더 정확한 어원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Lord Finesse, Buckwild, O.C., Big L
Fat Joe, Diamond D, Showbiz, A.G.

90년대 힙합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다 아실

D.I.T.C 입니다. (Diggin' In The Crates)

Diggin' In The Crates 라는 말의 뜻은

'상자 속을 판다(뒤진다)' 는 뜻이죠.

그렇다면 이들은 왜 '상자속을 팠'을까요?

Crate는 나무나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운반용 상자입니다.

인터넷이나 디지털 음원이 나오지 않았던 과거에는

음반 판매점이나 중고 벼룩시장 등에서 바이닐 레코드를

위의 crate에 넣어서 보관하고 판매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런데 바이닐 레코드 자켓(케이스) 특성상 

아티스트명이나 앨범 제목은 왼쪽 측면에 인쇄되어있죠.

꺼내지 않고 측면을 보는 것은 구조상 거의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아티스트명이 보이도록 측면이 위로 오게 하면

바이닐 출입구가 아래쪽을 향해서 빠질 수 있으니 위험하죠.

DJ(또는 음반 컬렉터들)이 음반을 구하러 상점 등에 갔을 때

저렇게 보관된 LP들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결국 손으로 한장 한장 뒤져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렇게 상자(crate)속의 음반들을 뒤져보는 동작 자체가

'파다', '채굴하다' 라는 의미의 dig 동작과 유사했고,

인터넷이나 음원이 없던 시절에 미리 들어보지도 못하고

겉표지나 느낌이나 참여진 정보, 레이블 특성 정도만 보고

일단 구매해서 집에 와서 일일이 틀어서 들어본 후에

그 중 1~2장 보석같은 레코드를 발견하는 것이 

DJ들에게는 굉장히 큰 희열이자 의미였기 때문에

맨땅을 미친듯이 파헤쳐서 작은 광물이나 보석을 발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digging' 이라는 표현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디지털 음원으로 DJing을 하는 요즘 시대에도

여전히 피지컬 레코드를 '디깅'해서 플레잉하는 DJ들도 많고,

인터넷 검색해도 안나오는 수십년된 먼지 쌓인 레코드에서

샘플을 따서 힙합 비트 제작에 절묘하게 활용하는

(우리가 전설이라 부르는) DJ/Producer 들도 많습니다. 

Madlib, MF DOOM, J Dilla, DJ Premier, Buckwild ...

https://www.youtube.com/watch?v=uayrehVIwDo

'추천' 과 '댓글' 은 더 나은 5편을 위한 에너지가 됩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