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실험적인 사운드와 거친 질감을 품은 앨범들이 현재에도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서 수 만의 총알처럼 빗발치고 있다. 그 속에서 익스페리멘탈 힙합이라는 장르를 무기 삼아 장르 팬들을 이끌고 있는 JPEGMAFIA. 그가 익스페리멘탈 힙합 씬의 중심을 맡고있다는 것을 부정할 이는 웬만해서는 없을 것이다. 물론 동시에 그가 언더 지향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의견은 같을 것이다. 극좌 성향에 서브 컬쳐를 좋아하는 그이기에 커리어 태초부터 현재까지 언더그라운드 지향적인 커리어를 이어온 것일 테지만, 또 동시에 그는 여타 익스페리멘탈 힙합 아티스트들에 비하면 상당히 대중 지향적이다. 물론 <Veteran> 이후의 음악 말이다.
https://youtu.be/UtgMwD8HNuo?si=IgPO7tLIXw31o5OX
Devon Hendryx 당시의 극히 언더스러운 음악을 거친 후, JPEGMAFIA로서 커리어를 재시작하며 Devon Hendryx와의 작별을 고했다. <Black Ben Carson>으로 JPEGMAFIA로서의 태동기를 맞은 그는 예명만 바뀌었을 뿐, 음악 자체는 Devon Hendryx 시절의 음울한 분위기에서 Death Grips 스타일의 매우 하드코어한 익스페리멘탈, 인더스트리얼 힙합으로 장르의 탈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사실 JPEGMAFIA로서의 첫 앨범 <Black Ben Carson>의 평은 악평에 가까웠다. 시끄러운 인더스트리얼 사운드가 너무 과하고, 앨범으로서 정돈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으니 말이다. 필자의 평가도 이와 거의 부합하지만, 필자는 가능성을 보았다. "You Think You Know"와 "The 27 Club" 같은 비교적 정제된 사운드와 Devon 시절의 멜로디와 감성이 첨가된 몇몇 트랙들은 확실히 무언가가 달랐다. 그도 이를 알았던 걸까? <Black Ben Carson> 다음, 정규 2집 <Veteran>에서 그는 다른 모습으로 찾아왔다.
본작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JPEGMAFIA라는 인물을 짚고 가야 한다. 그는 볼티모어 하층민 출신으로, 생활고에 못 이겨 음악 활동을 이어감과 동시에 미 공군에서 복무했다. 그의 정규 2집 <Veteran>은 이러한 맥락에서 잉태된 앨범이다. 그는 본작에 실제 미 공군의 자랑스러운 군인 'Veteran'이자, 언더그라운드 씬에 잔뼈 굵은 노련한 'Veteran'으로서의 자신을 담았다. 일반적인 흑인 래퍼들이 걸어온 길은 아니었다만, 그래서 더 특별한 서사이기도 했다.
필자가 위에서 계속 언급했듯, 그는 장르의 외곽을 고집해왔고, 현재 진행형이다. 노이즈, 글리치, 전자 음악 사운드 등. 많은 장르들을 자기만의 사운드로 끌어들이는 JPEGMAFIA의 음악은 확실히 정형적이지는 않다. 특히 셀프 프로듀싱 방식과 <Black Ben Carson>에서 주를 이루고 <Veteran>에서도 일부 차용된 불규칙한 곡 구조, 그리고 덧붙인 것에 또 무언가를 덧붙이는 콜라주의 미학은 그를 동시대 힙합 씬에서 가장 독보적인 실험가로 만들어줬다. 물론 평가와 대중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못했지만. 그래서, 그는 본작에서 자신의 그 '아웃사이더' 기질을 어느정도 내려놓은 것 같다.
https://youtu.be/PO3mri47s7M?si=N9beGde0ZbnJurNn
"1539 N. Calvert"의 독특한 트랩 사운드로 시작되는 본작은 확실히 그의 전작들에 비해서는 대중 친화적인 면모를 보여줄 것을 암시한다. "Thug Tears", "DD Form 214" 같은 트랙들을 봐도 그렇다. 물론 여전히 정신 없는 프로덕션이 무서울 지경인 곡들이지만, 전작 <Black Ben Carson>의 단말마 샘플링 보다는 낫지 않는가. 이에 더해 앨범 전체에 더 부각된 캐치함도 괄목할만 한 부분이다. 필자는 익스페리멘탈 힙합에 있어서 캐치함과 아이덴티티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예컨대, Death Grips의 폭발적인 드럼과 전자 음악 사운드, Danny Brown의 얼버무리기 플로우 등등. 익스페리멘탈 힙합도 음악의 한 장르인 만큼, 자신의 개성을 구축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무지성으로 때려박거나 샘플링을 해괴하게 사용한다고 고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르를 어떻게 잘 활용하고, 타 장르, 자신의 스타일과 얼마나 잘 융화시켜내느냐가 좋은 익스페리멘탈 힙합과 조악한 익스페리멘탈 힙합을 가르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JPEGMAFIA의 무기는? 그의 무기는 Devon 시절에 갈고닦은 PBR&B, 아트 팝 사운드를 현재의 익스페리멘탈 힙합 사운드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 무기가 본작에서 처음 쓰여졌고, 잘 먹혀 들어갔다.
https://youtu.be/974TXFKtyls?si=KPzgTdA-_qNv9LBX
그의 새로운 모습을 잘 보여주는 트랙들이 있는가하면, 역시 <Black Ben Carson> 시절의 폭력적이고 머리가 깨질 듯한 트랙들 역시 수록되있다. "Baby I’m Bleeding"이 그 중 특출난 하나다.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붙이는 기괴한 '에-아-에-아' 샘플링과 숨 쉴 틈 없이 던지는 라인들, 그리고 그의 발전한 래핑이 마치 하나의 무기로 조합되어 작동하는 느낌을 준다. 특히 래핑이 수준 급이다. JPEGMAFIA가 랩을 못 하는 래퍼라고 익히들 알려져 있는데,<Black Ben Carson> 때의 그와 비교한다면 매우 나아진 것이다. (물론 필자는 그가 랩을 잘 한다고 생각한다.) 전작에서 필자는 그의 훅 메이킹은 물론, 앨범 전체적으로 랩이 어딘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본작은 확연히 다르다. 상술한 "Baby I’m Bleeding"만 봐도 느낄 수 있을 테다. 뛰어난 완급 조절 덕에 정신 나간 비트 위에서도 그의 래핑은 전혀 묻히지 않는다.
JPEGMAFIA의 음악에는 미국 사회의 인종 문제, 서브 컬쳐, 인터넷 문화, 좌우 진영의 분열된 담론이 압축돼 있다. 위에서 그가 극좌 성향의 인물이라고 기재해두었는데, 가사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극좌의 입장에서 공격적이고 혼란스럽고, 풍자적인 그의 가사는 커리어 시작부터 지금까지 항상 공격성과 유머를 섞은 채로 우리를 베어왔다. 자유주의 엘리트들을 까대고, 백인 음악의 종말을 고하며, 백인 개신교 중산층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그 외연이든, 속이든, 유머스러운 가사들이 중간중간, 곳곳에 껴있다. 이 유머스러움 덕에 우리는 이마를 탁 치면서도 Kendrick이나 billy woods의 가사를 볼 때의 진지함으로 변환되는 지루함을 거를 수 있는 것이다.
앨범의 후반부로 가면, 텐션은 약간 줄어들지만 그의 감정은 더 깊어진다. "Curb Stomp"나 "Panic Emoji (😱)" 같은 트랙에서는 전반적인 공격성이 다소 누그러지는 대신, 어떤 우울함과 무기력이 밀려온다. 신랄한 사회 비판 속에 찾아오는 내면의 이야기라니. 이 아이러니함도 JPEGMAFIA의 아이덴티티가 아닐까.
https://youtu.be/jkxHr9wI4xc?si=GDSSSsKFiR-kM1ey
우리는 현재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의 베테랑, JPEGMAFIA가 주도하는 판국을 살아가고 있다. <All My Heroes Are Cornball>,<OFFLINE>, <SCARING THE HOES>, <I LAY DOWN MY LIFE FOR YOU>로 이어지는 럭셔리한 디스코그래피 그 전에 그를 진정한 'Veteran'으로 만들어준 본작 <Veteran>이 있었음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4/5
https://rateyourmusic.com/~kmming_real
Director's Cut 발매 기념
추천 좀
bbc보다는 물론이고 커리어 통틀어서도 이 앨범에서 페기가 가장 랩을 잘한 거 같아요
저딴 비트 위에 어떻게 뱉어야 할지 감도 안옴
Bb I'm bleeding은 경이로운 수준이죠
페기 커하
🤔
오늘 다시 들어보니까 후반부는 확실히 졸리더라고요.
그게 페기 감성이라면.. 기꺼이 잠을 청하겠습니다.
잠 번쩍 깨네요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후반부는 좀 늘어지긴 함
Panic Emoji 처음 들었을 땐 정말 충격이었죠
딱 그 이모지같은 감정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후반부 트랙들은 호러코어 음악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너무 무섭고 어두운 분위기여서 들을 때마다 소름 돋을 정도였죠
얘는 걍 음악을 잘 합니다
페기가 참 좋은건 음악도 잘 만드는데
그 목소리가 참 내스타일
ㄹㅇㅋㅋ
ㅔㅏㅔㅏㅔㅏㅔㅏㅔㅏㅔㅏㅔㅏㅔㅏㅔㅏㅔㅏㅔㅏㅔㅏㅔㅏㅔㅏㅔㅏㅔㅏㅔㅏㅔㅏㅔㅏㅔㅏㅔㅏㅔㅏ
이 앨범이 참 신기한게 오프라인이랑 흘러가는건 비슷한데 까보면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음 페기의 미친 스펙트럼...
페기 앨범중 가장 난해하고 사람을 잘 건드리는 앨범
난 아끼 첨 들어봤는데 베테랑 이후에 나온 작품이랑 비교해서 좀 빡셌음
뉴비때 인트로 듣고 좋아하다가 베이비 암 블리딩에서 폰을 던졌던 기억이
가장 해체주의적인 힙합 앨범이 아닐까
페기 랩 ㅈㄴ잘한다고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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