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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 1주년을 맞아, "1년을 허둥지둥 정리하며"

title: Dropout Bear온암2023.12.12 10:17조회 수 1695추천수 23댓글 2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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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9월까지

 성인으로서 맞이한 첫 해는 최악이었다. 돌아보면 나에게 2023년이란 이리도 잉여인력의 표상 같을 수 없는 해였다. 생산적이라 평할 수 있는 활동은 일체 하지 않은 채, 애정해 마지 않는 나의 인터넷 지인들에겐 가벼운 유흥 정도로 지나칠 수 있는 잡글들을 무계획하게 집필하곤 했다. 내가 은닉한 수없는 시간들을 부모님께서 목격하신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난 내 인생을 무의미한 예술로 채워가며 한껏 파열시켜가고 있었다. 내게 안락한 미래가 예정되어 있다고 친다면, 그 미래가 이번의 365일에 감사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조금이라도 더 경제 활동에 전념해야 할 때 감상 활동에 매 하루를 바치다니. 장본인으로서 이런 말을 하면 정말 우스울 테지만, 난 내가 어릴 적부터 극히 혐오하던 인셀 종자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는 것만 같아 내심 두려웠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했다. 난 대외 활동을 최소화하고 사이버 연결망을 통해 타인들에게 내 본질과는 사뭇 먼 다양한 페르소나를 내세웠으며, 겨우 정상인 행세를 하거나 억지로 유쾌한 척을 일삼았다. 그 누구도 나의 진모를 확인한 적 없고, 그 모습은 오직 내 제일의 측근인 나 자신밖에 모른다. 거울로 스스로를 응시하는 내 심정이 어땠을 것 같나? 그럼에도 그 모든 인생 걱정을 잊어본 채 내가 올해 가장 잘한 점 하나를 꼽자면, 새로운 음악 앨범들을 듣는 데 나름 꺼리낌이 없었다는 것이다. 난 나를 뇌내에서 지우고 순전히 다른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음악은 국가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다.", 진솔히 말하자면, 틀린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계기는 힙합엘이이기도, RateYourMusic이기도, 음악 관련 유튜브이기도, 타 블로그의 앨범 리뷰이기도, 혹은 음악 그 자체이기도 했다. 그들이 구현해준 장대한 음악 세계의 극히 일부만으로 난 압도당했고, 더불어 매료당했다. 동시에 난 내가 후발주자임을 누구보다 생생히 체감하고 있었다.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장르 클래식들은 195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서둘러 들어보려 애썼고, 유명 가수의 신보가 발표되면 그—혹은 그녀—의 전작들부터 차근차근 청취했다. 내 필력 때문인지, 혹은 단발적임에도 꽤 깊은 내 감상 때문인지 세간엔 내 음악적 식견이 꽤 높은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사실 나만큼이나 '메인스트림'이라는 보증 딱지를 좋아하는 작자도 없을 것이다. 솔직히 음악을 좀 들어봤다 자칭하는 이들 중 저 위의 앨범들을 단 하나라도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제 와서 밝히는 것이지만, 수많은 고수들 사이에서 내심 밀리기 싫어 일부러 처음 들은 앨범이나 아예 듣지 않은 앨범들까지도 아는 척을 정말 많이 하곤 했다. 나는 또 다른 나와의 사이에서 발생한 괴리와 편차를 따라잡아야만 했다.

 계기는 다소 비이성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론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위 리스트엔 이미 예전에 들은 앨범들과 처음 들은 앨범들이 마구 혼재되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올해 처음 들은 앨범만 100개는 우습게 넘어가리라 믿는다. 그것조차 천 단위가 기본으로 찍히는 헤비 리스너들에 비하면 우스운 숫자이지만. 결국 난 편차를 따라잡지 못했고, 그 막대한 타인들의 기록들로부터 나의 나태와 보수성을 변호하기 위해 일종의 경계를 설치한 것 같다. "유명한 것부터 듣자." 내가 메인스트림을 '보증 딱지'라 표현한 이유가 있듯이, 정말 유명한 작품들은 그 유명세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지니고 있다. 작품성이 우수하거나 영향력이 막대하거나, 한 작품을 들어도 유사한 장르의 음반 3개를 들은 것에 버금가는 효과를 얻게 것이다. 듣는 장르의 폭을 광활히 설정한다면 효과는 더욱 커진다. 덕분에 나는 그리젤다 사단의 스타일에 푹 빠지게 되었고, 락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되었으며, 힙합 외의 라이징 아티스트들까지도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돌아보니, 내 오만함으로 닦인 길은 어느새 더 넓은 세계로 향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난 슬슬 다른 이들도 유사한 과정을 겪었을 것이라 내심 넘겨짚어보는 중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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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듣앨'

 난 한시적인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유한성을 지닌 존재의 어리석음으로 말미암아 언제나 영원을 추구하게 되는 특성을 가지게 된다. 남들보다 좀 더 사색을 즐기는 이들이 여느 때나 겪는 진시황 패러독스에 갇힌 것마냥, 난 종종 영생을 꿈꾸곤 했다. 100년이란 시간은 한 인간이 삶을 개척하고 안정적으로 끝내기엔 나름 충분할 지도 모르지만, 세상 만물의 속성과 진리에 조금이라도 더 근접한 이치를 발견하고 싶은 소수의 이들에게는 한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생산되는 컨텐츠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단순히 컨텐츠 생산자의 숫자가 증가하기 때문이 아닌, 컨텐츠 내에서 또 다른 2차 컨텐츠가 파생되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법이다. 꽃은 끝내 지기에 아름답고들 하지만, 나에게는 영원이 실제로 가능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그것을 좇고 싶은 갈망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영원은 가치 그 자체인가, 혹은 또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인가? 철학적인 척하는 가소로운 질문의 짝으로 어울리지 않는 진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도 역시 나에겐 무한대의 시간이 필요하다.

 슬레이트, 다시 한 번. 난 한시적인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겐 영 좋지 못한 세상의 시선을 감내하고도 Taylor Swift보다는 Kanye West가 좋다고 당당히 선언할 자신감이 충만하다. 인기는 한시적이지만 기록물의 가치는 영원하다. 뻔히 예상되는 롤링 스톤과 그래미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만큼은 Nelly보다 MF DOOM이 몇십 배는 훌륭한 래퍼이다. 예술의 향취를 비교적 깊이 음미한다 자부하는 이로서 작품의 예술성이란 개념은 그 극악한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속성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예술이란 주관을 통해 인식됨에도 불구하고 예술 작품의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기 위해 임의의 개념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직관과 배경 지식은 음반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를 형성하고, 그 개인적 평가는 거대한 예술성의 수없이 작은 원소로 포함되다가 다시 나 자신과 타인의 배경 지식으로서 환원된다.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작품에 대한 평가 외에 '인상'이라는 흔적이 축적되게 되고, 그 추상적인 인상으로 인해 수용자는 특정 작품을 몇 번이고 다시 방문하게 된다. 그처럼 역시 나에게도 몇 번이고 다시 듣게 되는 앨범들이 있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앨범 48장

 단순히 요즘 많이 듣는 앨범들을 정리해보려다가 한 새벽을 꼬박 세워서 위 글을 작성한 기억이 난다. 한정된 시간 내에 글을 완성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필히 한몫했겠지만, 퇴고를 향해 쉼없이 달려가는 순간이 행복하지 않았다면 분명 끝낼 순 없었을 터였다. 내 기억과 감상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고, 그것이 훌륭히 완성되었을 때는 더욱 그렇다. 특히 'Recently Played'라고 명시된 곡들은 최근 앨범에서 유독 많이 들은 곡들인데, 한동안 이 곡들만을 모아 수록한 플레이리스트를 자기 전 즐겨 듣곤 했다. 반복으로 인한 인상의 강화에 해당한다. 인상이 명확해질수록 수용자인 나에게 가지는 앨범 단위의 영향력은 약화되며, 평론적인 관점보다 단순 유흥을 위한 말초적 반응이 내 정신을 지배하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내가 방금 강조한 영구적인 가치와는 거리가 먼 행위 양식이다. 그럼에도 난 이 경험에서 새로운 취향을 터득했다. 덕분에, 나는 플레이리스트를 애용하는 이들의 마음 또한 일부 이해하게 된 것만 같다. 그 어떤 지식인, 그 어떤 철학자라 한들 항시 만사에 무게감을 갖출 수는 없는 법이다.

 만약 내가 저 리스트를 조금만 늦게 제작했더라도 아마 후반부 한 줄 정도를 제쳐두고 다른 앨범들이 몇 개 대신 들어갔으리라 확신한다. Nas의 Illmatic, Portishead의 Dummy와 Björk의 Post, DJ Shadow의 Endtroducing....., Lupe Fiasco의 Food & Liquor, Drake와 Future의 What A Time To Be Alive, Mach-Hommy의 Pray For Haiti와 billy woods의 Aethiopes 같은 것들 말이다. 특히 What A Time To Be AlivePray For Haiti는 순위권에 들 만큼이나 정말 많이도 들었는데, 각각 메트로 부민을 위시한 트랩과 그리젤다를 위시한 드럼리스 힙합 디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물론 내 귀와는 맞지 않는 곡과 음반들도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실보다도 새로이 듣는 경험을 통해 얻은 득이 훨씬 지대했다. 경험이 축적된다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짜릿한 일이다.

 나는 나의 감상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변화하지 않는 것들의 순환' 정도로 정의하고 싶다. 객체로서는 언제나 같지만 들을 때마다 색다른 감상을 남기는 음악은, 혹은 예술은 그 한계를 쉽사리 노출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예술이 가진 의의가 예술 자체에서 유래되는 것이 아닌, 무한에 가까운 사고 가능성을 지닌 감상자 우리들을 매개로 창출되기 때문이다. 분명 같은 일을 열 번 하는 것보다는 다른 열 개의 일을 한번씩 하는 것이 더 폭넓은 교훈을 주겠지만, 전자의 경우는 후자의 그것이 결코 줄 수 없는 제 3의 교훈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음악을 진정 사랑한다면 지금까지의 허송세월을 만회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음반 폭식 정도는 해야하지 않냐 묻는 나의 짓궂은 양심에게 본능은 언제나 똑같이 일관한다. "아 글쎄, 때로는 안주하는 것도 좋다니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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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en Era

 힙합의 황금기, 흠모해 마지 않는 내 안식처여! 비단 힙합을 초월해 다양한 장르와 시공간에 발을 들였다 나름 자부하나, 90년대의 힙합만큼이나 나에게 이토록 광대하고도 확실히 보장된 기쁨을 주는 음악은 전무하다고 확언할 수 있다. 보통 내 나잇대의 리스너들은 옛날 힙합보다는 트랩을 위시한 최신 메인스트림 힙합을 좋아하기 마련이고, 힙합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 해도 골든 에라 자체에 큰 애착을 갖는 이는 많지 않다. 스스로를 일컬어 '이래귤러'라 칭해도 될까? 뭐, 어찌 되었건 난 그 시절을 너무나도 애정한다. Illmatic, Ready to Die, Enter The Wu-Tang (36 Chambers), 골든 에라의 최정점들부터 Only Built 4 Cuban Linx..., 4, 5, 6, Reasonable Doubt 등 세련된 마피오소 힙합은 패전보를 올린 적이 없다. 그에 대비되는 The Low End ThoeryThings Fall Apart, Like Water For Chocolate이 가진 공통점을 발굴하는 재미는 또 어떤가? 때로는 Me Against The World의 그루브와 서정성만큼 내 몸을 들썩하게 만들기 최적화된 음악이 없다 싶으면서도, The InfamousHell On Earth의 무정(無情)함이 또 그리워진다. 커버를 보자마자 미소가 절로 나오는 Supreme Clientele을 빼먹어선 쓰나. Pharoahe Monch가 주연을 맡은 두 앨범도 역시 마찬가지로 도저히 제할 수 없다. 동부 힙합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긴 하나, 이때의 서부 힙합과 남부 힙합 역시 분명 눈부신 성과를 이룩했다. 단순히 앨범명을 훑기만 해도 그들에 대한 나의 감상은 다시 생동히 요동치며 한껏 미화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은, 미화된 만큼이나 위 앨범들이 실제로 좋다는 것이다.

 비트와 랩을 포함한 총괄적 프로덕션에서 1990년대는 힙합이 일차적으로 완성된 시기이다. Q-Tip과 A Tribe Called Quest는 De La Soul의 영향력과 N.W.A의 흥행이 주는 부담감을 끝내 넘어서며 The Low End Theory로 초기 동부 힙합 사운드를 완성시켰다. Public Enemy와 Beastie Boys가 건설한 샘플 기반의 맥시멀리즘 힙합 사운드가 붕괴되고 미니멀리즘 기반의 힙합 사운드 초석이 쌓아올려진 것이다. Dr. Dre는 완전히 정반대의 방식으로 신시사이저와 베이스의 활용에 집중해 The Chronic의 독자적인 지펑크 사운드를 구현해냈고, RZA는 80년대 힙합의 잔해를 6~70년대 흑인 음악 샘플 한 겹만으로 다시 허물어내리며 샘플 프레이즈 중심의 비트 제작 방식을 제시했다. DJ Premier 같이 화려한 샘플 커팅과 스크래치, 독보적인 드럼 사운드를 주무기로 삼는 디제이도 있었던 반면, Havoc처럼 아주 간단한 샘플로부터 원곡에서 찾을 수 없었던 톤을 새롭게 창출해내는 유능한 프로듀서도 있었다. Organized Noize의 도움을 받은 OutKast의 창의력은 경이로웠고, Lauryn Hill의 독창성은 당시 전 장르를 둘러봐도 독보적이었다는 표현만으로밖에 정의되지 않는다. 그러나 Endtroducing.....의 DJ Shadow만큼이나 단 한 음반으로 혁명적인 업적을 이룩한 이는 전무했다. 그의 스타일은 오히려 트립 합에 가까웠지만, 분명 힙합의 영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Company Flow, MF DOOM, Deltron 3030와 같은 언더그라운드의 괴짜들도 끼어있는 모습이 얼마나 아기자기한가?

 반면 MC들의 역사는 마치 삼국지와 초한지 등의 전쟁 소설을 읽는 것과 동일한 감흥을 안긴다. 걸출한 무공들과 장수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 펼치는 낭만적 전투의 장 말이다. Rakim과 Big Daddy Kane, Kool G Rap은 여전히 최고였다. Q-Tip과 Phife Dawg은 동부에서 앞서 나갔고, Snoop Dogg과 Kurupt는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줬다. Guru와 Common 등은 Chuck D와 KRS-One의 지성을 독자적으로 이어받았다. 그런 도중 Enter The Wu-Tang (36 Chambers)의 아홉 무공들은 탁월한 랩 스킬을 바탕으로 개성파 리릭시즘과 선구적인 라이밍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Nas와 The Notorious B.I.G.와 같은 최고의 래퍼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그들의 존재 탓에 2Pac의 사회적 메시지가 가진 의의가 희석될 일은 없으며, Black Thought의 완벽주의나 Bone Thugs의 스타일이 망각될 일 또한 없다. Jay-Z는 능수능란했고, Black Star는 시적이었다. André 3000과 Eminem, MF DOOM은 경악할 천재성으로 힙합이 향후 10년 간 더 이뤄나갈 라이밍의 진화를 단 몇 년 만에 종결시켜버렸다. 이와 같은 천재들이 유독 90년대에 넘쳐났는데, 작금 늙은이들이 꼬장질을 부리지 않을 도량이 없지 않은가? 물론 과도기와 난세의 특성상 조금의 재능도 쉽게 만개하는 것이 능사라지만, 그렇다 한들 90년대의 MC들은 힙합의 역사를 통틀어 그 수준부터 숫자까지 유독 비정상적이었다. 그 비정상적인 수치가 힙합에서 정상으로 여겨지는 기준치를 형성했으니 오히려 현대의 랩이 성에 쉽사리 차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3주나 걸린 골든 에라 정주행 후기

 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힙합엘이에 '골든 에라 정주행' 후기를 남긴 바 있다. 고작 몇 시간 만에 퇴고했을 만큼 극히 즉흥적이고 순전히 감각에 온전히 맡긴 글이었다. 그리고 본문은 내 모든 작성글 중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글이 되었다. 시의적절했다고 해야 하나, 나름 작문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겪고 있던 도중 본문에 대한 열띈 호응은 나에게 어떠한 이치를 전달하는 듯만 했다. 요컨데, 자연스러움이야말로 훌륭한 글의 덕목이라는 것이다. 마치 박자와 라임을 수학적으로 계산하기보다도 그저 그에 대한 탁월한 감각으로 음악적 계산을 대체하며 골든 에라의 래퍼들이 펼치는 능수능란한 래핑처럼 말이다. 그 어떤 화려한 미사여구보다도 진솔하고 유연한 감상 자체가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것이 내겐 큰 감명을 주었다. 스스로도 그동안의 리뷰글과 타 평론가들의 글을 대조하며 내 글이 과하게 형식적이고 경직되었다는 감상을 받고 있었는데, 산문(散文)이 곧 해답처럼 느껴졌다. Jay의 프리스타일 녹음에는 필히 L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고, 그는 또 Biggie와 Wayne에게 영향을 주었다. 난 앞선 이들의 방식을 터득했고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중이다. 나에게는 오늘 이 시간이 바로 골든 에라(Golden Era)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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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양면성을 정의하는

 

 이런 말을 하면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난 탑스터를 싫어한다. 정확히는 탑스터를 만들다보니 탑스터를 꺼리게 된 것에 가깝다. 정해진 양식에 맞춰 나의 취향을 도식화해야하는 부담감, 그리고 그 취향 가운데에서도 호오 정도의 모호함이 그것을 하나의 형태로 정리하기 난해하게 만든다. 그런 역경에 부닥칠 때마다 인내심이 없는 나의 성격은 탑스터에 대한 흥미를 쉽게 잃는다. 날마다 듣는 음반의 숫자는 증가하고, 음악의 종류가 축적될 때마다 나의 취향은 오히려 불규칙적인 것으로 포착될 만큼이나 일사불란하게 변모한다. 날마다 탑스터를 새롭게 만든다면 모를까, 남들처럼 100개 이상의 앨범을 담은 탑스터로 나란 존재를 쉽사리 정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제는 내 취향을 담기보다도 최근에 들은 앨범들을 정리하는 용도로 더 절찬히 이용하고 있는 기능이다.

 그런 맥락에서 내가 최근에 제작한 위 2개의 탑스터는 꽤나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었다. 나를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면, 나누면 되는 것 아닌가? 특히 앨범을 청취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듣는 지에 따라 앨범을 분류한 것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결정이었다. 내게는 '인생작'이라 손꼽힐 정도로 무척이나 지대한 의의를 가진 앨범들이기에 쉽사리 리스트를 교체할 일도 존재치 않는다.​​

Side A

압도적인 인상, 혹은 감정적인 여운을 남긴 앨범들​

Kanye West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나에게만큼은 언제나 최고로 남을 웅대한 신화적 사운드의 만신전. 비대한 자아와 자기혐오가 폭발적으로 충돌하며 가장 인상적인 역설의 자국을 남긴다.

Lana Del Rey - Norman Fucking Rockwell!

한 번 본 적 없는 이를 사랑하게 만들고 겪어보지 못한 시대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음악의 힘, 그 위엔 그것을 부드러이 다루는 그녀의 목소리가 군림한다.

Kendrick Lamar - To Pimp A Butterfly

비단 힙합의 최고봉이 아닌 인류 역사 전체를 통틀어 영구 보존되어야만 하는 기록물. 자기혐오와 자기성찰로부터 끝없이 확장되는 이성적 보편성의 위력.​

Radiohead - OK Computer

한 천 년을 종결하는 세기말의 천재들에게서만 창조될 수 있는 현대 대중음악 음향의 한계. 한껏 비관적인 숨결이 내 폐와 심장에 서려온다.

Frank Ocean - Blonde

때로는 고요해야 하고, 때로는 비워내야 하는 법이다. 풍부한 공간감의 추억을 지나가는 Frank Ocean의 처연한 목소리는 내면을 부드럽게 강타한다.

Kanye West - Yeezus

그 어떤 음파보다도 앞서 고막에 침투하는 참칭자의 천 줄기 비명은 거시적으로 결국 한 줄기이다. 거짓된 신을 섬긴 대가는 내 귀를 평범함으로부터 고립시켰다.

Tyler, The Creator - IGOR

10대 괴짜 래퍼가 사랑의 프랑켄슈타인이 되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신만의 색을 찾을 때, 혹은 얼터니티브가 더 이상 힙스터들만의 음악이 아닐 때.

Frank Ocean - channel ORANGE

특출난 문학가와 천부적인 감정 전달자는 곧 동일인이다. 그의 추억은 너무나 입체적이기에 곧 공감각이고, 비단 그뿐이 아닌 모두에게 주황색으로 보인다.

Sufjan Stevens - Carrie & Lowell

감히 말하건데, 이보다 아름다운 앨범은 존재할 수 없다. 가장 간단한 방식으로 가장 깊은 비애를 구현한 음악가의 서정성은 지극히 서글픈 빛을 띈다.

Beyoncé - Lemonade

명료하고 체계적인 여성 회복 서사. 가식적인 연예계의 불쏘시개 정도로 전락할 수 있던 불상사를 Beyoncé는 현명하고 아름답게 예술로 승화했다. 

Nirvana - Nevermind

락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렬한 혁명이자 처절한 절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모든 순간이 완벽히 아이코닉하다.

RM - Indigo

자신만의 남색을 찾아가는 자전적 여정. 누가 뭐라 하던 간에 나에게만큼은 오랜 우상의 음반에 공감하는 순간이 가장 환희찼다.

Kanye West - Late Registration

혹자는 본작을 The College Dropout과 비교하곤 하지만, 나에게만큼은 이 힙합 오케스트레이션의 감동과 미학은 그 어떤 것과도 대체 불가하다.​

Tame Impala - Currents

Let It Happen이라는 대곡을 제쳐도, 전체적으로 완벽함에 대한 갈망이 엿보이는 이 사이키델릭 락 역작은 미지 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개(開)한다.​

The Roots - Undun

20년의 완숙함을 보존한 거장들만이 구현할 수 있는 생동한 감동의 경지. 한 남자의 삶을 역순으로, 그리고 역동적으로 따라가는 연주는 강건하기 그지없다.​

The Weeknd - After Hours

80년대 레트로와 환상적인 장르 사운드를 엮어내 애절한 서사로 이은 시대의 대작. 황량한 도시빛에 울려퍼지는 선율은 짙은 여운만을 남긴다.​​

Side B

강렬한 청각적 충격, 혹은 기술적 영감을 준 앨범들​

The Notorious B.I.G. - Ready to Die

단언컨데 역사상 최강의 랩 레코드. 본작의 The Notorious B.I.G.가 선보인 래핑을 능가할 인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는 곧 새로운 경지의 하드코어와 서정성을 개척했다.

JAY-Z - Reasonable Doubt

마피오소 힙합의 정점. 기성 힙합과 전혀 다른 경지의 고급스러움으로 무장한 이 게토 신사는 능수능란한 호흡을 바탕으로 삶의 지혜를 무정히 담아낸다.​

Wu-Tang Clan - Enter The Wu-Tang (36 Chambers)

가장 낮은 곳에서 올라온 랩 무공들의 야성적인 칼질은 기성 힙합을 도륙하며 그 이래로 힙합 자체를 변혁했다. 작법부터 라이밍까지, 메인스트림에서 언더그라운드까지, 모두.​

Madvillain - Madvillainy

20년이 지나도 여전하게 우리를 응시하는 악당의 시선이 여전한 마력을 지닌 이유는, 그들의 극악한 흉모가 시대쯤은 가뿐히 초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JAY-Z - The Blueprint

소울 음악의 향수와 고음역대의 매력을 창출하며 과거를 찬란하게 되새긴 두 프로듀서는 JAY-Z에게 비로소 왕좌로 향하는 블루카펫을 조성했다.

Pusha T - DAYTONA

가장 간단한 것이 가장 위력적이란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는 두 아티스트는 단출한 음악적 캔버스 위 마약상의 현대미술화를 그려낸다.​

Run The Jewels - Run The Jewels 2

하드코어한 돌직구 한 방, 정치적인 총알 한 방. 한숨의 쉬는 시간도 허하지 않는 El-P와 Killer Mike의 파괴적인 호흡이 광풍처럼 휘몰아친다.

Danger Mouse & Black Thought - Cheat Codes

현대 클래식이 능히 갖춰야 할 기품은 오직 장르에 능통한 두 거장의 손에서만 나올 수 있다. 단 한 번도 황홀하거나 초자연적이지 않은 순간이 존재치 않는다.

Freddie Gibbs & Madlib - Piñata

새로운 Madvillainy가 아닌, 유일무이한 Piñata. 이 경이로운 듀오가 만든 역작은 고작 황금기에 대한 모범적인 재해석 정도에만 머무를 생각이 추오에도 없는 듯하다.

Nas - Illmatic

나를 포함해 그 누구도 이 위대한 작품이 최고의 힙합 음반임을 부정할 도량이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무결히 완벽하기에 오히려 심심해질 지경이다.

JPEGMAFIA - LP! (Offline)

JPEGMAFIA는 새로운 시대의 Kanye West가 되었고, LP!는 선지자의 자리를 대체했다. 새로운 시대의 이름은 이렇게 '익스페리멘탈'로 정의된다.

Daft Punk - Discovery

전자음악 샘플링 기법의 정점. 과거 댄스 음악에 대한 훌륭한 재해석 정도라고도 치부되기엔 그 수십 년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창의적으로 주조된 결과물이다.

JPEGMAFIA & Danny Brown - SCARING THE HOES

무작위한 샘플 채택 감각과 일렉트로닉 사운드 콜라주로 기워진 최고조의 광분. 비단 창녀들뿐이 아닌 만인을 소스라치게 만들 세기의 익스페리멘탈 힙합 음반.

Run The Jewels - RTJ4

이제 하나의 상징이 된 견고한 핸드 심볼은 올드스쿨에 대한 존경과 사회 개혁에 대한 갈망을 담아 그 어느 때보다 거침 없고 위력적으로 행위한다.

Westside Gunn - Pray for Paris

자극적인 사운드를 선호해 힙합을 사랑하게 된 나에게 Gunn의 드럼리스 힙합은 샘플의 우아함과 리릭시즘의 야만성 사이 배덕감이 얼마나 전율적인지 알려주었다.

Danny Brown - Atrocity Exhibition

몇 년이 지난다 한들 이 암흑적인 음반이 익스페리멘탈 힙합의 왕좌에서 내려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약물 중독의 광기를 이보다 더 파멸적으로 묘사할 순 없다.

 본래 Lana Del Rey의 Born To Die, Pink Floyd의 Wish You Were Here, JAY-Z의 4:44, Common의 Be, A$AP Rocky의 LONG.LIVE.A$AP, Denzel Curry의 TA13OO, BROCKHAMPTON의 SATURATION II 등의 앨범들도 후보에 있었는데, 최종본에서는 제외됐다. 일단 스스로 정한 한계 내에서 내 취향을 정리해야 하는 일이니 위 음반들에 버금갈 만큼 내게 인상적이었던 이들이 명시되지 못한 것이 안타깝기만 하지만, 그럼에도 후회는 크지 않다. 저들만으로 내 양면성은 충분히 정의되고 내 만족감이 그 어느 때보다 지대하다.

 분명 누군가는 이것을 보고 'Too Mainstream'하다며 거부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거의 모두 한 장르와 시대를 대표하는 앨범들이니 뻔하다면 너무나도 뻔한 선택들이었으니까. 하지만 "메인스트림이다", "너무 뻔하다"는 불평 전 본작들이 분명 그러한 지위를 가지게 된 연유가 존재하지 않을까? 난 지금껏 탑스터를 제작하며 이것만큼이나 나를 잘 정의한 결과물은 없다고 생각한다. 난 내 메인스트림 취향에 당당하며, 특정 지점에서 나의 첫걸음과 함께 했던 이들을 '힙스터'라는 가증스러운 칭호를 위해 일부러 제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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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s

 나의 음악 입문 시기라고 할 수 있는 때는 의외로 꽤나 늦은 편이다. 처음 음악을 앨범 단위로 듣기 시작한 것이 2018년 방탄소년단의 LOVE YOURSELF 結 'Answer' 때부터이고, 이후 2021년이 되기 전까지 내가 청취한 앨범의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계기는 Kanye West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였다. 흔히 '힙합 최고의 명반'이라 찬사받는 작품의 진모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고, 그렇게 가사 해석과 함께 들은 그의 아름답고 어두우며 뒤틀린 환상은 나에게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남겼다. 단순 음향만으로 다수의 영화를 능가하는 신화적 서사를 목도한 나는 그 날 이후로 음반 단위의 음감이 가진 지대한 매력을 깨달았다. 그렇게 나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Yeezus, Ready to Die, The College Dropout, Late Registration, Illmatic, Me Against The World, The Blueprint... 클래식들로 시작해 힙합을 서서히 섭렵하기 시작했고 이내 타 장르에도 조금씩 관심을 들인 결과, 작금의 나에게 도달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2020년대 중 힙합에게 음악적으로 가장 풍년이었던 해는 작년이었던 것 같다. 인생을 통틀어 작년 가장 많은 음반을 찾아들어서 그랬던 것인지, 혹은 진정 2022년에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기에 그랬던 것인지. 허나 Cheat CodesThe Forever Story를 번갈아보고 Mr. Morale & The Big SteppersMelt My Eyez See Your Eyez의 성찰적인 기조를 떠올려보면, AethiopesDRILL MUSIC IN ZION, NO THANK YOU의 막대한 지성을 돌이켜본다면, 그리고 God Don't Make MistakesTana Talk 4의 상이한 성장을 대조해보자면 오히려 골든 에라 이래로 2016–2018년 정도를 제외한다면 2022년만큼이나 평균적으로 힙합 장르의 수준이 높았던 때도 꽤 드문 것만 같다. 무엇보다 나로선 learn 2 swim의 redveil이란 새로운 신인까지도 알아갈 수 있었으니, 개인적으로도 작년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 많은 이들이 SCARING THE HOES에서 Kingdom Heart Keys의 피쳐링이 누군지 의아해할 때, 나는 그가 그만한 벌스를 선보였던 것에 자랑스러울 수 있었다.

 반면 2020년은 2002년, 2009년만큼이나 힙합에겐 꽤 가뭄이었던 것만 같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가 음악 산업에도 필히 영향을 끼친 만큼이나 힙합 또한 주춤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TJ4, Alfredo, Pray for Paris 등 명반들과 수반들이 발표된 것에는 언제나 감사를 표한다. 2023년이 다 지나가고 있는 현 시점, 2021년과 2023년은 나름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 같다. 차이점이라면 2021년은 LP! (Offline)By the Time I Get to Phoenix로 대표되는 익스페리멘탈 힙합이 강성이었고, 2023년은 앱스트랙 힙합이 강성이었다는 것? 특히 올해는 Maps, We Buy Diabetic Test Strips, Integrated Tech Solutions, Burning Desire, Quaranta 등 주요 아티스트들의 정규작이 연쇄적으로 발표되며 앱스트랙 힙합이 맞이하는 또 다른 전성기라 평해도 과언이 아닐 수준이었다. 물론 21년에는 Little Simz의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가 있었고, 23년에는 JPEGMAFIA와 Danny Brown의 SCARING THE HOES가 있었던 만큼 저들을 단순 특정 장르의 부흥기 정도로 정의할 순 없는 노릇이다. 사실, 오히려 이 편이 좋을 것이다.

 이제 힙합은 락의 전철을 밟고 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상업적 전성기도 석양을 맞이하고 있고, 메인스트림의 아티스트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곤 대중들의 입맛까지 만족시킬 색다른 시도를 하지 않거나 아예 그럴 능력을 지니지 못한다. 그럼에도 장르 자체는 여전하게, 아니,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폭발적으로 화하고 있다. 매체의 발달로 메인스트림에 집중된 관심도가 비교적 분산되고 주류 힙합의 질적 하락으로 대체안을 갈구하던 이들의 관심이 인디 씬으로 몰리고 있는 탓이다. 난 아직도 SCARING THE HOES 같은 앨범이 빌보드 앨범 차트에 올라간 것이 믿기지 않는다. 상업적 고점은 낮아지겠지만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의 편차는 점진적 이상의 속도로 좁혀질 것이고, 취향은 계속해서 다각화될 것이다. 힙합이 시대를 대표하는 때는 지나가고 있을 지라도, 장르 팬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로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Metro Boomin은 미친 듯이 연작하고 있으며, J. Cole은 미친 듯이 피쳐링 벌스들을 양산하고 있다. 약 20년 정도의 세대 차가 나는 Nas와 Westside Gunn은 황금기의 붐뱁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4년 동안 근접한 수준의 작업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Denzel Curry와 J.I.D는 무서운 속도로 재조명받고 있다. The Alchemist에겐 가끔 휴가를 가는 것도 창작 활동에 도움을 준다는 조언을 건내고 싶다. JPEGMAFIA와 billy woods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힙합의 실험성을 대표하며, Little Simz와 Noname 같은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여성 래퍼의 계보를 잇고 있다. 2010년의 젊은 수재들 중 대다수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탓일까, 힙합의 세대 교체는 다소 요원하게 되었지만 그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추모하기라도 하듯 남은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힙합이 더 이상 '#1'의 이름표를 달지 않는다 할 지라도, 결코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난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뭐에 된통 홀렸는지,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 노트북도 아니고 휴대폰 하나로 시작한 글이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이만큼이나 써버렸네요. 장문병은 제 오랜 지병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연말결산이랍시고 제 음악 생활뿐 아닌 제 인생까지 투영하다보니 더 구구절절 길어졌을 수도? 사실 원래는 힙합 50주년을 기념해 힙합씬 전체를 돌아보고 장르 별 제 호오와 취향을 밝히며 힙합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적는 중이었는데, 장장 세 달이 지나도 글에 뚜렷한 진전이 보이지 않아 무기한 연장 처리를 가장한 유기했습니다. 애초에 저도 모르게 정말 어마어마한 분량으로 집필하던 터라, 아마 완성됐다면 책 한 권 분량 정도는 나왔을 겁니다. 아무리 높게 쳐줘도 아마추어에 불과한 초짜 글쟁이에겐 좀 과분한 과제였던 것 같아요. 이번 글은 애초에 폰으로 쓰기 시작한 만큼 좀 가벼운 마음으로 적어내리다보니, 길이나 무게감 면에서도 만족할 만한 글이 나온 것 같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마틴 스코세지의 이 유명한 문구를 요즘 들어 꽤 깊게 체감하고 있어요. 이제부터는 글을 쓸 때 무작정 잘 써야겠다는 강박을 조금은 내려놔야겠다 싶네요. 어차피 곧 입대하기 때문에 많이 쓸 일도 없을 테지만 깔깔깔

 

 

블로그 원문잡글돌이 - 1년을 허둥지둥 정리하며

여기까지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하며 읽어주셨다면, 또 다시 새벽을 꼬박 새 본문에 투입한 제 열정이 헛된 것은 아니겠네요

정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어느새 이 글을 정확히 엘이 가입 1주년인 12월 12일에 완성하게 되었는데, 뭔가 되게 시의적절하네요 ㅋㅎㅎ

 

엘붕이들아 신입 받아라~

이때로부터 취향은 크게 변한 것도 없는 것 같지만,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음반들을 경험했다는 게 다른 점이네요

그리고 그 경험을 힙합엘이 유저 분들과 재미나게 공유할 수 있었던 것까지요

엘이 외게가 없었다면, 이토록 많은 글을 써내릴 수 있는 열정이 어디 있었을 것이고, KHL에 납ㅊ..캐스팅되어 매거진에 글을 수록하게 되는 영광이 또 어디 있었겠습니까?

여러분들이 곧 제 하루하루를 만드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어떤 365일을 보내셨든 올해 다들 고생 많으셨어요

앞으로도 모쪼록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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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8
  • title: Frank Ocean (2024)NikesFMBest베스트
    3 12.13 02:07

    글을 읽고 쓰는 일에 재미를 붙인 뒤로 읽어왔던 모든 글 중에서 가장 공감적인 태도로 읽게 된 것 같습니다ㅋㅋ 잘 쓴 글, 재밌는 글, 알 수 없는 글까지 정말 많이도 읽었고 또 잊을 수 없는 글들이 참 많은데, 이정도로 제 과거를 뚜렷하면서도 길게 회상하게 만든 글은 처음이네요. 글 솜씨와 음악에 대한 애정도, 또 그만한 지식은 비교하기 부끄러울 만큼 제 수준이 아득히 떨어지긴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저와 닮은 모습을 꽤 찾을 수 있던 것 같아요. 저는 음악 감상을 21년즈음, 이걸 글과 연결시켜볼 생각을 진지하게 한 건 22년 초였던 것 같습니다. 그 전에도 낯뜨거운 글을 몇 쓰기는 했지만 기억도 안나는 걸 보니 이 일에 의미를 부여할 만한 시기는 작년 1월부터 지금까지인 듯하군요. 운 좋게 그 당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또 생각하던 걸 실천할 의지도 충분했던 것 같아요. '음악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한 사전 준비'같은 건 전혀 정해진 게 없지만, 저는 제 스스로 모든 장르의 걸작들과 그 장르들의 얼개, 굵직한 역사들을 훑어보는 걸 이 일을 위한 규범으로 정의하고서 작년 1월 한달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그 결과물은 지금 읽기에는 좀 쑥쓰러운 면이 있지만 제 블로그 첫 글로 남겨져 있고요. 그 외에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서 나의 글 옆에 놓아보는 일, 나의 감상과 글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보는 것도 지나온 제 모습이 떠올라 감회가 남다릅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어딘가 불편하면서도 씁쓸한 감정이 드네요. 저는 그런 일종의 분기점이 될만한 대부분의 과정들에서 어떤 환상과 허황된 욕심을 좇느라 그릇된 사고방식에 사로잡혔었거든요. 정말 먼 길을 돌아오고 있는 제 모습을 회고해 보면 과거 제가 그렸던 이상적인 길을 걷고 있는 온암님의 모습은 디스코같은 향수보다는 언급하신 트립 합의 향수에 더 가까운 것 같네요ㅋㅋ 제가 글을 좀 써보려고 귀여운 첫 발걸음을 내딛을 때 옆에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해주던 분들이 거의 다 떠나고 나니, 아마 이대로면 2023년 어느 날 리뷰 하나를 퇴고하다가 갑자기 키보드를 놓고 그만둬버리지 않을까 하는 모습을 상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운 좋게 힙합엘이 매거진이나 공자님의 줌터뷰와 같은 보기만 해도 뿌듯한 움직임들, 또 글과 음악에 진심인 온암님의 모습을 확인한 덕에 현실이 되버리진 않았군요. 올 한해 쓰신 거의 모든 리뷰글을 읽으며 속으로 응원했는데(45님의 글도 정말 많이 읽고 응원한 것 같네요), 이 모습을 오래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커뮤니티에 발을 끊어버릴 가능성도 있으니 저를 향한 바램이기도 하고요ㅋㅋ 저는 바쁜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한 해를 위한 새로운 목표를 실행하려 합니다. 2023년 고생 많으셨고 남은 한 해 마무리 잘하시길!

  • 1 12.12 11:09

    비록 짧지만 누구보다도 밀도 있었던 나의 리스너라이프에 대한 소회 그리고 용기 있게 곁들인 고해성사와 자아비판까지. 아주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요즘은 군부대에서도 폰 사용이 원활한거보니

    입대 후에도 게시판에서 자주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ㅋㅋ

  • title: Dropout Bear온암글쓴이
    2 12.12 17:53
    @killakim

    이 악물고 눈팅만 해야지~

  • 1 12.12 23:43
    @온암

    ooo 병장님 이새끼 힙합엘이? 같은거 봅니다 ㅋㅋ

  • 1 12.12 11:23

    아직 다 읽진 않았지만 글 정말 잘 쓰시네요. 어휘도 다양한데 쓱쓱 잘 읽히네요 ㄷ

  • title: Dropout Bear온암글쓴이
    1 12.12 17:53
    @끄응끄응끄응

    역시 글은 새벽 버프가 들어가야

  • 1 12.12 12:38

    공감되네요 아주

  • 1 12.12 12:57

    문장력 뭡니까 ㄷㄷ 잘 읽었어요

  • title: Dropout Bear온암글쓴이
    12.12 17:54
    @거리가리

    더... 더 잘 써야해

    더 강력한 어휘력이 필요해!!!

  • 1 12.12 13:08

    건강하셔야 됩니다 대협

  • title: Dropout Bear온암글쓴이
    12.12 17:54
    @무친개

    죽진 않겠습니다 ㅋㅋ

  • 1 12.12 13:13

    탑스터 부분 공감되네요

    전 탑스터를 싫어하는건 아닌데...못 만들겠고 이젠 그냥 포기하고 앨범 기록용으로만 쓰네요 ㅋㅋ

  • title: Dropout Bear온암글쓴이
    1 12.12 17:55
    @FrankSea

    사실 요즘은 앨범 기록용으로도 안 쓰고 걍 무아지경으로 듣고 있어요 전 ㅋㅋㅋ

  • 1 12.12 14:18

    오랜만에 미루지 않고 끝까지 읽었네요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공감이 많이 가네요

    자기혐오와 자기성찰로부터 끝없이 확장되는 이성적 보편성의 위력이 나타나는걸 보니

    이 글이야말로 엘이 게시글계의 TPAB가 아닐까?

     

    수상할 정도로 글을 잘쓰고

    수상할 정도로 나와 취향이 비슷한 이 남자...

    핥아보고 싶다... 츄릅

  • 1 12.12 16:39
    @DannyB

    허허참… ㅋㅋㅋㅋㅋ

  • title: Dropout Bear온암글쓴이
    1 12.12 17:55
    @DannyB

    뭐야 핥지마요

  • 12.12 17:57
    @온암
  • 1 12.12 14:34

    (탑스터에서 들을 앨범 골라먹기와 기록하기를 잘 즐기고 계시면 다행입니당)

    전시회 초입의 작가 개요를 읽는 기분이에요!

    탑스터가 열거되면 정말 무슨 작품같아 보이긴 하지만 탑스터를 건 벽을 손수 시공하신 것 같아서 잘 읽었어요

  • title: Dropout Bear온암글쓴이
    1 12.12 17:57
    @hoditeusli

    극찬 감사합니다 ㅎㅎ

  • 12.12 18:37
    @온암

    아유 극찬이라뇨 쑥스럽게

    내년엔 더 넓은 야외전시를 기대하겠슴니다!

  • 1 12.12 17:42

    잘 읽었습니다

  • 1 12.12 19:08

    엘이에서 온암님 만큼 글 잘 쓰시는 분도 못본거 같네요..ㄷㄷ

  • title: Dropout Bear온암글쓴이
    12.12 19:32
    @루필

    ㅋㅋㅋ 감사합니다 그래도 한 네분 정도 계세요

  • 1 12.12 19:32

    되게 긴 글인데 저도 모르게 홀린듯이 쭉 읽어버렸네요

  • 1 12.12 23:31

    이사람 국어 등급이 궁금하다…!

  • title: Dropout Bear온암글쓴이
    1 12.12 23:38
    @포스트말롱

    수능과 내신 최고 등급 합쳐서 6입니다

  • 1 12.12 23:43

    사랑합니다

  • 3 12.13 02:07

    글을 읽고 쓰는 일에 재미를 붙인 뒤로 읽어왔던 모든 글 중에서 가장 공감적인 태도로 읽게 된 것 같습니다ㅋㅋ 잘 쓴 글, 재밌는 글, 알 수 없는 글까지 정말 많이도 읽었고 또 잊을 수 없는 글들이 참 많은데, 이정도로 제 과거를 뚜렷하면서도 길게 회상하게 만든 글은 처음이네요. 글 솜씨와 음악에 대한 애정도, 또 그만한 지식은 비교하기 부끄러울 만큼 제 수준이 아득히 떨어지긴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저와 닮은 모습을 꽤 찾을 수 있던 것 같아요. 저는 음악 감상을 21년즈음, 이걸 글과 연결시켜볼 생각을 진지하게 한 건 22년 초였던 것 같습니다. 그 전에도 낯뜨거운 글을 몇 쓰기는 했지만 기억도 안나는 걸 보니 이 일에 의미를 부여할 만한 시기는 작년 1월부터 지금까지인 듯하군요. 운 좋게 그 당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또 생각하던 걸 실천할 의지도 충분했던 것 같아요. '음악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한 사전 준비'같은 건 전혀 정해진 게 없지만, 저는 제 스스로 모든 장르의 걸작들과 그 장르들의 얼개, 굵직한 역사들을 훑어보는 걸 이 일을 위한 규범으로 정의하고서 작년 1월 한달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그 결과물은 지금 읽기에는 좀 쑥쓰러운 면이 있지만 제 블로그 첫 글로 남겨져 있고요. 그 외에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서 나의 글 옆에 놓아보는 일, 나의 감상과 글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보는 것도 지나온 제 모습이 떠올라 감회가 남다릅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어딘가 불편하면서도 씁쓸한 감정이 드네요. 저는 그런 일종의 분기점이 될만한 대부분의 과정들에서 어떤 환상과 허황된 욕심을 좇느라 그릇된 사고방식에 사로잡혔었거든요. 정말 먼 길을 돌아오고 있는 제 모습을 회고해 보면 과거 제가 그렸던 이상적인 길을 걷고 있는 온암님의 모습은 디스코같은 향수보다는 언급하신 트립 합의 향수에 더 가까운 것 같네요ㅋㅋ 제가 글을 좀 써보려고 귀여운 첫 발걸음을 내딛을 때 옆에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해주던 분들이 거의 다 떠나고 나니, 아마 이대로면 2023년 어느 날 리뷰 하나를 퇴고하다가 갑자기 키보드를 놓고 그만둬버리지 않을까 하는 모습을 상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운 좋게 힙합엘이 매거진이나 공자님의 줌터뷰와 같은 보기만 해도 뿌듯한 움직임들, 또 글과 음악에 진심인 온암님의 모습을 확인한 덕에 현실이 되버리진 않았군요. 올 한해 쓰신 거의 모든 리뷰글을 읽으며 속으로 응원했는데(45님의 글도 정말 많이 읽고 응원한 것 같네요), 이 모습을 오래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커뮤니티에 발을 끊어버릴 가능성도 있으니 저를 향한 바램이기도 하고요ㅋㅋ 저는 바쁜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한 해를 위한 새로운 목표를 실행하려 합니다. 2023년 고생 많으셨고 남은 한 해 마무리 잘하시길!

  • title: Dropout Bear온암글쓴이
    12.13 09:38
    @NikesFM

    가장 먼저 좋은 말씀 이렇게 길게 적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사실 올해 제게 '글'의 측면으로 가장 많은 영감을 주신 분 중 한명이 NikesFM님이세요

    본인 지식과 감상을 충만하고 정연하게 담으셔서 평소에도 읽으며 많은 귀감을 얻고 있는데, 그런 글을 꽤나 주기적으로 쓰시는 것까지 제가 스스로에게 느끼는 모습과는 반대, 즉 롤모델처럼 느껴졌거든요

    특히 이번 글의 경우에는 일전 쓰신 개인 에세이로부터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글을 어떻게 써야 이처럼 삶과 음악을 유연히 녹여낼 수 있을까...속으로 정말 많이 대조했습니다

    그런 분께서 이런 공감과 응원을 보내시니 글에 대한 반응에 한참 목마른 저로선 매우 힘이 되네요

     

    일단 그래도 들은 음악의 절대적인 수만큼은 리뷰 쓰시는 분들만이 아니라 그냥 평균 수치에도 아득히 못 미쳐서 좀 노력 좀 해야겠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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