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지의 아버지 Playboi Carti의 3년간의 공백과 오피엄 (Opium) 사단의 연달은 흥행 부재로 레이지의 입지는 크게 흔들렸다. 여러 레이지 래퍼들의 실패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를 뽑자면 당연 지나친 자기복제식의 음악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똑같은 플로우, 좋게 말하면 독특하지만 형편없는 랩 실력, 귀에 많은 부담이 가는 날카로운 신디사이저등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가장 심한 점은 매번 비슷한 사운드 구성을 뽑을 수 있었다. 급속도로 죽어가는 레이지씬에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최우선으로 손봐야 할 것은 당연 진부한 사운드 구성이다. 켄 칼슨 (Ken Carson) 은 앨범 <A Great Chaos>를 통해 진부한 사운드 구성을 조금이나마 타파하고자 했으며 그러한 노력은 이 앨범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플레이보이 카티의 수많은 아류 중 Destroy Lonely, Homixid Gang등이 있지만 이중 독보적인 존재는 켄 칼슨이다. 이들 모두 Playboi Carti의 음악 스타일을 토대로 발전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켄 칼슨은 위 언급된 이들보다 좀 더 자신의 음악을 개성 있게 이끌어 갔다. Playboi Carti의 아방가르드함과 무채색과 디스토션 된 사운드 역시 켄 칼슨의 음악에 기초적인 뼈대가 됐지만, 그 위에 살은 옛날 락밴드 정신으로부터 영감을 받는 카티와 달리 켄 칼슨은 공포영화와 고어물 특히 2000년대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거 같다. "Jennifer's Body"나 "Green Room" 은 공포영화물 대놓고 오마주를 하며 리릭시즘을 얻을 수 없는 레이지 앨범에서 소소한 재미를 더했다.
Destroy Lonely와 Homixid Gang이 일관된 플로우와 보컬로 지루함을 사는 것과 다르게, 플로우와 보컬을 곡마다 다르게 디스토션을 주어 차이점을 두었고, 피치의 높낮이를 각자 다르게 믹싱함으로써 지루함을 덜어주었다. 이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애틀랜타 힙합 즉 정통 트랩의 향을 오피엄식 레이지에 혼합했다는 점이다. "Hardcore"에선 전형적인 트랩 진행 방식을 가지며 Future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고, "Singapore"에선 수직으로 떨어지는듯한 드럼 패턴을 삽입하여 Chief Keef의 <Finally Rich>가 생각나는 사운드를 구현하였다.
이외에도 강렬한 비트와 같이 뭉개지는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데 랩과 보컬이 비트에 의해 뭉개지고 사운드가 주목받는 곡 구조를 가져옴으로써 레이지의 장점인 사운드를 강조시켜주는 것과 약점인 랩과 플로우를 약화시키는 것도 있다. 또 반복적인 고음의 시퀀스를 짧은 러닝타임에 가져옴으로써 한 번 더 사운드를 강조해 주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이퍼 팝, 매탈, 애틀랜타 트랩 등 실험적인 사운드 아래 클리셰적인 사운드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며 실제로 "Jennifer's Body", "Nightcore 1&2", "i need u", "Singapore", "Hardcore"등은 나에게 있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원래 1시간 동안 비슷한 비트들도 계속 진행해서 피곤하고 지치는 감이 없진 않았지만, 세습적인 사운드를 깨고 나와 곡구조를 더 단순화하고자 하였으며, 그 단순화 아래 여러 실험적 장르들을 포괄하고자 한 게 보였다. 실제로 위에 언급된 실험적인 몇몇 곡들은 앨범을 즐기는 데 있어서 지루한 타이밍에 터닝포인트가 된 곡이 적지 않았다.
지금까지 줄줄이 호평만 써놨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앨범은 아니었다. 결국 Playboi Carti를 카피하는 오피엄식 사운드를 크게 벗어나진 못했으며 Playboi Carti의 수많은 아류 중 한 명이라는 이미지를 쉽사리 탈피하진 못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번 앨범을 통해 켄 칼슨이라는 아티스트가 레이지의 한줄기의 빛인 걸 보여줬으며, 과부하 된 레이지 장르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이 앨범을 켄 칼슨이 마치 복싱 선수 Gervonta Davis와 같다고 생각하게 했으며 반대로 Playboi Carti는 Floyd Mayweather와 같다고 생각하게 했다. Floyd Mayweather가 Gervonta Davis의 스승이자 프로모터라 Gervonta Davis의 기본기와 기술들이 Floyd Mayweather로부터 오는 것처럼 켄 칼슨 또한 Playboi Carti의 스타일이 켄 칼슨의 바탕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기술의 쓰임과 경기 운영적인 성향에서 서로 다른 것처럼, 켄 칼슨이 음악적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과 세부적인 사항들은 실제로 까보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줬다.
마치 Gervonta Davis의 강한 펀치력에서 나오는 여러 K.O 경기처럼 켄 칼슨은 레이지 씬 안에서 수준급 프로듀싱 능력이 있고, 29승 무패를 달리고 있는 Gervonta Davis처럼 켄 칼슨 또한 오피움사단 안에서 그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Playboi Carti 이후 그 왕관을 이어받을 후계자가 없는 것처럼 복싱계 또한 Floyd Mayweather를 이을 자재가 없다고 보고 있다. 에이스들의 부재로 인한 복싱계와 레이지의 부진은 Gervonta Davis와 같은 켄 칼슨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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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이던 특유의 허버허버 거리는 랩과 지저분한 목소리 톤을 의도적으로 뭉개버려서 그런지스러움으로 승화시킨 점이 좋았어요
전작인 X의 경우는 듣다가 중도포기 하고 싶을 정도로 그 두 단점이 너무 눈에 띄었죠
카티가 앨범내에서 도와준게 하나도 없는거에 비해선 그래도 꽤 성공적으로 가고 있는 레이블 같아여
롤링라우드에서 진짜 다 따라부르던데 젊은층은 ㄹㅇ 다듣는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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