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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X) 한국의 비틀즈는 1명이니 영국보다 위대한 셈인가? ; 조용필 <4집>

ILoveNY2023.10.11 17:18조회 수 1486추천수 2댓글 3

(1) 

 

제목 어그로 죄송합니다. (...) 하지만....한 명이라도 조용필을 더 들을 수 있다면!!!! 욕 좀 먹겠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외게에 외국 음악도 아니고, 힙합도 아닌 음악 리뷰를 올리네요.)

 

(2)

 

조용필은 '가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어서 대단한 가수라고 불리는 것은 다 알지만, 왜 대단한지 처음 들어서는 알기 어렵다.

'이거 그냥...트로트 가수 아니야?'라고 생각할만큼, 조용필의 창법이 굉장히 독특하기 때문이다. (발성은 일반적인 트로트 창법은 아니고, 오히려 락/민요에 가깝긴 하지만) 코소리가 강하고, 꺽기나 바이브레이션 넣는 부분에서 트로트의 영향을 부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음악이다. 조용필의 창법에 가려진 조용필의 음악은 한국에 있는 그 어떤 아티스트보다 해외의 유행에 민감했으며, 그걸 한국화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원래 있던 미국 포크/블루스/컨트리/락앤롤을 자기네 마음대로 마개조해서 플러스 알파로 만든 비틀즈에 비견할 수 있다.)

 

특히 난 그 정수가 4집이라 생각한다. 

 

(3)

 

조용필 4집은 1982년도 5월에 나왔다. 82년. 미국에서는 이미 70년대 중후반 프로그레시브/하드락이 나타났다가 사라졌고, 70년대 후반부터 펑크가 자라더니 80년대 초반에는 신디사이저을 쓰는 뉴웨이브 음악이 등장했다. 그리고 락과 흑인 음악은 토킹 헤즈와 마이클 잭슨을 기점으로 완전히 하나가 되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팝"이 탄생한다. (참고로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가 82년 11월에 나왔다.)

 

한국은? 길었던 70년대 박정희 시절, 대중 음악은 암흑기였다. 락앤롤은 청년 - 저항의 상징이었던 만큼, 국가는 필사적으로 락을 방해했다. (나무위키에 검색하면 나오는 대마초 파동도 있고, 뭐...알음알음 여러 분이 안기부에 끌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 유독 이런 이야기는 다들 쉬쉬한다.) 그러다보니 신중현이든 최헌이든 '그룹 사운드' (한국판 개러지락이라 해야할까...)로 시작한 분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는 트로트를 불러야 했다. (또 다른 경쟁자는 아직 숨이 붙어있던 신민요와 미국 스탠다드 팝의 개량종인 한국 가요였다.)

 

조용필도 그룹 사운드를 하다가, 대마초 파동으로 잡혀갔다 풀려나고, 남들처럼 트로트를 불렀다. 그리고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었는지 슈퍼스타가 되었다. 그게 고작 2년전 80년데 나온 1집 창 밖의 여자와 돌아와요 부산항의 영향이었다.

 

그 뒤로, 조용필은 한번 트로트-가요 앨범을 만들면, 다음에는 자기 취향이 듬뿍 담긴 락 앨범을 만들곤 했다. 4집은 락 앨범이다.

 

(4)

 

4집의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Side A

1. 못찾겠다 꾀꼬리

2. 생명

3. 보고싶은 여인아

4. 난 아니야

5. 산장의 여인

 

Side B

6. 꽃바람

7. 자존심

8. 비련

9. 따오기

10. 민요 메들리 (81년 해운대 라이브)

 

그리고 이 곡들은 다음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뉠 수 있다.

(a) 한국식 훵크를 실험한 1. 못찾겠다 꾀꼬리, 7. 자존심, 10. 민요 메들리

(b) 프로그레시브 락을 보여준 2. 생명, 6. 꽃바람

(c) 동요의 탈을 쓰고 사이키델릭 포크를 실험한 4. 난 아니야, 9. 따오기

(d) 분명 트로트-브루스에서 시작했을텐데, 어느순간 스탠다드팝/블루스라는 뿌리로 돌아간 3. 보고싶은 여인아, 5. 산장의 여인, 8. 비련.

 

(5)

 

https://youtu.be/D8M4bXDz4gk?si=RzLNXDtL-92WS7X7

 

오프닝 트랙인 못찾겠다 꾀꼬리는 김경호의 나가수 리메이크로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김경호 편곡을 싫어하는 편은 아닌데, 좀 아쉬운 게 분명있다. 가끔 조용필의 창법이 하드락 같은 샤우팅으로 이어지지만, 분명 노래 전체를 감싸고 있는 건 훵크 베이스. 그것도 사이키델릭 락/훵크의 그 베이스다.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이라던가, 펑카델릭에서 들을 수 있던 그 베이스!

그렇지만 베이스/드럼이 만드는 리듬은 기묘하다. 디스코인가? 훵크인가? 레게인가? 그것도 아니면 국악인가? 일단 당김음이 강하게 들리고 4/4 박인거 같긴 하니깐 훵크-레게라고 얼버무려보겠다. (나중에 꼭 인터뷰하게 되면 여쭤보고 싶다.)

 

https://youtu.be/eYvKa8OIWwg?si=4W5UaVKHozGpTXTp

 

여기서 더 나아간 것이 자존심이다. 못찾겠다 꾀꼬리처럼 사운드는 하드하지만, 밑에 깔린 리듬은 국악이다. 대놓고 국악. 덩기덕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게다가 4/4박이라 하기에는 리듬이 끊기는 구간이 이상하다. 

 

https://youtu.be/giAr3IZDrEc?si=AqfESwl7lyUNv7ge

 

마지막 트랙인 민요 메들리에서 결국 솔직해지신다. 그래 내가 하고있던 건, 국악이였어! 근데 락 편곡 위에 있으니, 이게 훵크인지 레게인지 어디 아프리카 어드메에서 나온 아프로 훵크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 사운드다.

 

(6)

 

https://youtu.be/eRCcXo5ylAA?si=PArjRab-v4GcJ3ua

 

그리고 가장 중요한 생명이다. 

얼핏 들으면, 이거 뭐 그냥 트로트 아니야? 좋게 봐주면, 발라드 아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어보자.

일단 뒷 사운드는 건반 위주다. (거기에 중간중간 파도소리가 들어갔다! 구체 음악이라니.) 그리고 조용필의 창법은 분명 트로트의 영향이 있지만, 낭송하듯 연극하듯 표현하는 것은 난 킹 크림슨의 영향이라 확신한다. 

다른 증거를 대라면, 가사를 뽑겠다. 예스러워서 트로트 같은 비유가 좀 있긴 하지만, 분명 이건 프로그레시브 락에서 주로 하던 추상적이고 웅장한 이미지를 다룬 가사다. (광주 항쟁을 다룬 것으로 알고 있다.)

중반을 넘어가면, 조용필은 울부짖기 시작하고, 신시와 스트링 신스 같은게 들어오고, 심장 소리도 들린다. 이게 프록이 아니면 무엇이 프록인가?

 

https://youtu.be/UlKrH07au6E?si=pF_juI1ofoUS0RVf

 

https://youtu.be/ldHcmvBnXJk?si=4hnUj6hXH2JEyGJ9

 

꽃바람은 사운드 측면에서 더 프록스럽다. 일단 도입부 박자가 이상하다. 프록에서 자주 쓰이는 6/8박인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요상한 박자라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기타와 신스가 사방으로 들어오는게, 위에 올린 킹 크림슨 노래와 사운드적으로 흡사하다. (다만 사랑 타령 가사와 창법으로 트로트라고 속이고 있을 뿐이다.)

 

(7)

 

https://youtu.be/zqLTbXdr2F4?si=_weiFllGICd3477w

 

https://youtu.be/_NqljY443RE?si=TXQRKML6jxiiOldK

 

이 두 곡도 정말 미스터리한 노래다. 동요로 위장하고 싶지만, 사운드만 들어보면 60년대 사이키델릭 포크가 따로없다. 퍼즈톤으로 자욱하게 깔리는 음들, 군데군데 들어가는 클래식한 악기와 신스들. 잔잔한 동요를 부르듯한 조용필의 목소리까지. 과장 보태면, 오늘날 듣는 슈게이징 - 드림팝의 선조라고 우길 수도 있다.

 

https://youtu.be/10LSq_J5ol4?si=PNz7EDlEdjU1hYU6

 

(8)

 

https://youtu.be/XiOgBqEOiLE?si=lwQlcsFc3iQIiJsa

 

가장 트로트 같은 세 곡도 자세히 들어보면 트로트라고 부르기에는 문제가 많다. (일단 세 곡 다 쿵짝이라 불리는 전형적인 트로트 리듬이 들리지 않고, 트로트에서 그 흔한 싸구려 브라스 사운드도 안 들린다.)

 

우선 첫 곡은 보고싶은 여인아.

피아노가 주도하고, 블루지한 기타가 들어가는 노래인데, 듣자마자 이건 탐 웨이츠(Tom Waits)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쯤 취한 듯, 잔뜩 음을 늘어트려서 부르는 조용필의 목소리. 탐 웨이츠의 술 취한 펍 블루스도 이렇게 거칠고 투박한 느낌이었다. (근데 영향 관계가 도무지 짐작이 안 된다. 탐 웨이츠는 유명한 가수가 아닐 뿐더러, 이런 블루스 스타일도 딱히 유행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트로트 블루스에서 나온 변종인가? 그것이래도 대단하다.)

 

https://youtu.be/TguvvaFqCZY?si=DicuGBgr-9r4ZbMN

 

산장의 여인이 굳이 따지자면, 제일 트로트 같다. 정확히 말하면, 당시 유행하던 정훈희, 조영남이 부르던 한국 가요 같다. 미국 스탠다드 팝을 한국적으로 번안한 장르로, 파아노, 현악기 등을 쓰고 리듬은 그닥 강조되지 않으면서도 트로트 창법보다는 맑고 깔끔한 미국식 창법을 쓰는 노래. 

 

https://youtu.be/McfL9fgRvck?si=8GueG9WjYXx7vnPA

 

그 유명한 비련도 자세히 들어보면 문제적이다. 기타가 중심으로 나오고, 울부짖는 듯한 조용필의 창법은 분명 70-80년대에 유행한 메탈 발라드/파워 발라드를 연상케한다. (물론 중간중간에 섞인 건 트로트 블루스가 맞긴한데....여하튼 놀라운 노래다.)

 

https://youtu.be/GOJk0HW_hJw?si=T2X6Td6c9D_-9bK-

 

(9)

 

조용필의 다른 앨범들도 만만치 않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뉴웨이브와 애시드 재즈 느낌이 잔뜩 나는 14집, 하드락/글램 메탈/그런지 등을 시도한 7집,  트로트를 마개조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는 5집 등등.

 

조용필을 듣지 않는 건, 한국 리스너로서 유죄다.

그러니 유튜브로라도 열심히 다들 듣자.

 

 

 

 

 

 

 

 

 

신고
댓글 3
  • 1 10.11 17:24

    솔직히 조용필 한국 최애가수입니다

    요즘은 잘 안듣지만 저희 아버지가 조용필 광팬이셔서

    초중딩때 차타고가면서 맨날들었던 생각이 나네요

  • 1 10.11 17:38

    잘 읽었습니다! 조용필 대단한 가수인 건 맞지만 이상하게 음반들이 제 취향에 맞지 않던데 한 번 더 돌려봐야겠군요

  • 1 10.11 17:45

    조용필님 저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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