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iphople.com/fboard/26051405
이 글에서 시작된 발상입니다.
스노비님 해석도 보고 아예 지니어스 켜서 영어로도 읽어 봤는데, 가사를 통째로 보니까 이거 구성이 심상치 않습니다. 찬찬히 따라가봅시다.
Siegfried
이상하게 생겼는데, 발음은 시그프리드 쯤 되고, 한국에선 지크프리트로 쓰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지크프리트가 누구냐? 북유럽 신화의 시구르드 전승을 각색하여 쓴 서사시 니벨룽의 노래와, 니벨룽의 노래를 각색하고 살을 붙인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의 주인공으로, 파프니르라는 용을 죽이고 그리고 뭐 어쩌고 저쩌고... 간단하게 '영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용감한 사람이고, 이상향입니다.
그런데 사실 지크프리트는 Siegfried로 표기하는 게 옳습니다. 그럼 이 곡의 제목은 왜 Seigfried냐, 이따가 가사와 함께 보며 생각해봅시다.
1.
The markings on your surface
Your speckled face
Flawed crystals hanging from your ears
I couldn't gauge your fear
I can't relate to my peers
오션이 사랑을 느끼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션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네가 두려워 할까, 잘 모르겠어" 혼란에서 불확신으로, 오션은 사랑에서 멀어집니다. 친구들에게서도 소외되었습니다. 오션은 동떨어진 존재입니다.
오션은 고민을 시작합니다.
I'd rather live outside
I'd rather chip my pride than lose my mind here
떳떳한 '바깥'의 삶을 살지,
Maybe I'm a fool
Maybe I should move and settle
Two kids in the swimming pool
이상적인 '가정'을 가장할지,
오션은 갈등합니다.
'바깥'의 삶은 외롭고 위험하고, '가정'은 자신을 묵살하고 꾸며내는 이상입니다.
I'm not brave
(Brave)
I'm not brave
오션은 어느 쪽도 고르지 못합니다. 용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션은 Siegfried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2.
I'm living over city
And taking in the homeless sometimes, I've
Been living in an idea
An idea from another man's mind
오션은 집이 있지만 노숙 생활도 해봅니다. 일부러 부자연스럽게, 거꾸로 살아봅니다. 오션의 자아는 지금까지 자신이 아닌 타인에 의해 정의되고 있었습니다. 그 강요를 역행해보는 것입니다. 오션은 다시 한 번 고민합니다.
Maybe I'm a fool
To settle for a place with some nice views (Nice views)
Maybe I should move, settle down
Two kids and a swimming pool
묵살과,
I'm not brave
I'd rather live outside
I'd rather live outside
I'd rather go to jail
I've tried hell
광야,
What would you recommend I do?
오션은 결정하지 못합니다.
아, 잠깐, 빼먹은 가사가 한 문장 있습니다.
(it's a loop) What would you recommend I do?
loop, 생뚱 맞게 반복이란 단어가 등장합니다. 대체 무슨 뜻이냐, 이제부턴 지니어스 해석에도 없는, 과몰입 씹덕의 전문성 결여된 사견일 뿐이니까 재미로 들으세요.
제가 1번과 2번으로 명명한 두 갈등은 사실 구조상 대비를 이룹니다.
1번의 구조는, 고민의 시작, 바깥, 가정,
2번의 구조는, 고민의 시작, 가정, 바깥,
그리고 각 고민이 시작될 때의 상황을 기억하십니까?
1번에서는 사랑과 친구의 곁, 2번에서는 노숙 생활, 각각 우리가 아는 익숙한 단어로 치환됩니다. 1번의 시작은 가정이고, 2번의 시작은 바깥입니다.
다시,
1번의 구조는, 가정, 바깥, 가정,
2번의 구조는, 바깥, 가정, 바깥,
loop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가사는 (The other side of the loop is a loop), 이 말대로 1번과 2번도 서로 반대되는 loop입니다.
이미 충분한 이해가 되셨겠지만은, 상당히 멋있으니까 그림으로도 봅시다. 조금만 참아주세요.
1번 loop와 2번 loop를 그림으로 그리면 이렇습니다. 잘 그린 거 알고 있으니 박수는 생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제 이 두 개를 붙여봅시다.
익숙한 생김새죠?
길었다. 다시 가사로 돌아가봅시다.
(it's a loop) What would you recommend I do?
(The other side of the loop is a loop)
오션은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고민합니다. 끊임 없이 순서대로 갈등을 반복합니다. 이런 갈등의 반복을 이르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윤회입니다. loop라는 말에 담겨 있는 것은, 윤회라는 말로 비유되는 것은, 갈등의 고리, 고통입니다.
This, this fe—, this feel, this feel, this feels
This feels how molly must feel
This feels how molly must feel
How molly must feel
This feels how molly must feel
How molly must feel
"MDMA가 이런 느낌일 거야" 현악 사이로 피치를 올린 그런 말이 반복되고 몽환에 빠져듭니다. 몽환은 계속됩니다.
This is not my life
It's just a fond farewell to a friend
It's just a fond farewell to a friend
This is not my life
It's just a fond farewell to a friend
It's not what I'm like
It's just a fond farewell
(Brave)
이 가사는 엘리엇 스미스의 노래 a fond farewell을 인용한 가사입니다. 원곡에서 저 작별은 약에 쩔어 살던 엘리엇 스미스 본인의 과거 청산입니다. "이건 내 삶이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야", 엘리엇 스미스의 가사를 인용한 오션의 작별은, 가정과 바깥, 둘 전부를 부정하는, 영원한 갈등에서 탈출하는, 윤회에 갇혀있던 자신을 향한 작별인사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열반이라 합니다. 오션은 열반을 시도합니다. 오션은 초인, 영웅, Siegfried와 근접합니다.
그러나 결국엔 실패합니다. 그 건에 관하여서,
Speaking of nirvana, it was there
오션은 분명히 열반을 목격했다 합니다.
Rare as the feathers on my dash from a phoenix
환상과도 같지만
There with my crooked teeth and companion sleeping, yeah
자신의 혼돈마저 포용한 날에 분명 보였다 합니다.
Dreaming a thought that could dream about a thought
That could think of the dreamer that thought
That could think of dreaming and getting glimmer of God
여러 겹의 꿈의 장막 너머로 신의 빛을 받는 어느 몽상가의 모습이 어슴푸레 비쳤다 합니다.
I be dreaming of dreaming a thought
That could dream about a thought
That could think of dreaming a dream
오션은 그 몽상가를 따라하지만
Where I cannot, where I cannot
오션은 신의 빛에 닿지 못했습니다. 오션은 영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Siegfried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션은 여전히 인세에 있습니다. 오션은 스스로를 위안합니다.
Less morose and more present
Dwell on my gifts for a second, a moment
One solar flare, we're consumed
So why not spend this flammable paper on this film that's my life?
주어진 삶에 충실하고, 현재를 즐기고,
오션은 스스로를 위안합니다.
High flights, inhale the vapor, exhale once and think twice
Eat some shrooms, maybe have a good cry about you
See some colors, light hang glide off the moon
오션은 자신의 혼란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했지만,
"네 생각으로 울 수도 있고," 혼란도 슬픔도 몽환으로 잊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이내,
(In the dark)
I'll do anything for you
"어둠 속에서, 널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게"
자신의 혼란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 슬픔을,
있는 그대로 전부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오션은 혼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용감하지 못한 오션은 그 무엇도 결정하지 못합니다. 아예 벗어나려 해도, 그럴 수 없습니다. 오션은 영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션은 결국, 무엇도 선택하지 않은 채, 모든 괴로움을 끌어안기로 합니다.
Siegfried, 아니, Seigfried에 대한 제 해석입니다. 글을 쓰면서, 노래를 들으면서, 말로도 표정으로도 표현 못할 그런 참담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글이 갈수록 처지는 느낌을 받았다면, 아마 글을 쓰는 중의 제 감정 변화 탓일 겁니다. 난잡하고 재미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최애곡인데 감삼다ㅠ
저는 별 생각 없이 넘어갔는데 loop 부분 좀 많이 멋있네요...
대충 읽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오션의 가사는 좀 각잡고 보면 볼수록 깊은 것 같습니다. 이 곡은 봐도봐도 너무 고통스럽네요...
이렇게 하나의 글을 주제로 여러가지 분석글이 올라오는거
너무 좋읍니다
이야 감사합니다
멋진 분석입니다. 간만에 블론드 들으면서 열반에 오르고 싶네요
와 tomboy 아재한테 칭찬받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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