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주신 CD 먼저 인증합니다 !! (개똥손이라 죄송합니다 DJSam님 ㅠㅠ)
가사집에 손수 사인도 해주셨습니다 . . . 감동 그 잡채
(올드스쿨티쳐 2집 - [고인물]
(2023년의 화제작 올드스쿨티쳐의 3집 - [동서고금]
(올드스쿨티쳐님의 Alter Ego, 낙타 - [낙타가 나타났다])
긍정적인 바이브의 뉴잭스윙 앨범이라 제일 좋아하는 작품인데, 이 앨범의 CD까지 보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줌터뷰를 하신 분들은 아실 법도 한 J Dilla - [Donuts]와 함께 모셔놓았습니다! 영광입니다!)
인터뷰 전문은 제 블로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항상 관심 가져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rhdgudtjs12/223117805799
Intro : 자기소개
공ZA (이하 공) : 안녕하세요, 힙합엘이 줌터뷰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공ZA라고 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DJSam (이하 D) : 안녕하세요, 저는 리스너이자, 컬렉터이자, 아빠이자, 학교 선생님이자, 랩도 하고 프로듀싱도 하는 힙합엘이 DJSam입니다.
공 : 제가 줌터뷰를 4달 정도 쉬다가, 이전에 [동서고금] 앨범 나오기 전에 제 블로그에 댓글 한 번 남겨주셨잖아요?
본인이 앨범 준비를 하고 있어 그 당시 바로는 줌터뷰 참여가 힘들 것 같고, 앨범이 발매되면 그 때 한 번 초대를 해주시라고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제가 그 때까지 줌터뷰를 하고 있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요.
그래서 지금이나마 복귀해서 처음으로 줌터뷰에 모실 수 있어 영광입니다.
D : 저는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제가 지금 시즌 2의 첫 번째 손님은 맞는 거죠?
최근에 줌터뷰 관련해서 글들이 올라오길래 다른 분들을 먼저 진행하시는 건가 싶었는데 이전 글들을 업로드해주셨나 보네요.
공 : 네, 그 전에 편집했던 걸 지금에서야 업로드하고 있고, 돌아온 줌터뷰의 첫 번째 손님은 DJSam님입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에 DJSam이라는 닉네임은 어떻게 짓게 되셨나요?
D : 일단 대학교 때 지은 건데요. 대학교 때 제가 홍대 쪽에 있는 클럽에서 디제잉을 했었어요.
바이로 고전적인 느낌의 디제잉을 했었는데 그 때 이름을 만들라고 해서 뭘로 할까 하다가 그 당시에 임용고사를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선생님이 될 예정이라서 '쌤'이라는 한국식 발음에서 영감을 받았고 DJ가 해야하는 두 가지 일이 스크래치하고 믹스거든요.
Scratch And Mix를 줄이면 Sam이 되어 중의적인 표현을 담아 DJSam으로 짓게 되었습니다.
공 : 선생님을 줄인 발음의 쌤과 DJ의 역할인 Scratch And Mix를 줄인 Sam.. 역시 래퍼로서도 활동하시는 분답게 펀치라인으로 닉네임을 지으셨네요.
D : 펀치라인이라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설명을 해야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이라서 설명충이 된 것 같아 조금 그랬는데.. (웃음)
첫번째 질문 :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
FIFTY FIFTY - [THE FIFTY]
공 : 닉네임에 이런 뜻깊은 유래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재밌게 풀어주셔서 좋았습니다.
오늘의 첫번째 질문으로 들어가서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를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D : 고민을 많이 하다가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를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피프티피프티라는 한국 걸그룹 노래를 돌려 들었어요.
<Cupid>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주변 반응이 <Cupid>보다 이전에 나온 Ep가 음악적으로 더 좋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노래 제목은 모른 채로 데뷔 EP [The Fifty]를 오늘 공강 시간에 얼마나 좋길래 평가가 그렇게 좋은지 궁금해서 들어보았습니다.
무한 반복으로 돌려서 어떤 곡이 제일 좋았다고 말씀 드리기는 어렵지만, 요즘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K Pop 혹은 아이돌스러운 노래가 아닌 건 맞아요.
K Pop이라기보다는 Pop에 가까운 댄스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귀에 듣기에 좋은 음악들이 많구나라고 느꼈어요.
공 : 평소에 K Pop 장르의 음악도 많이 들으시나요?
D : 유명하다고 하면 한 번씩은 체크하는데, 저는 곡에서 중간중간에 변주가 너무 많거나 브레이크, 곡의 스피드 등이 자주 바뀐다거나, 곡이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형태를 크게 선호하지는 않아요.
힙합에서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이 앨범은 곡이 한 번 시작되면 일정한 리듬으로 쭉 가는 팝의 정서를 담고 있어 잘 들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Cupid>를 통해서 이 그룹을 알게 된 건 맞지만, 아직 그 곡을 정확히 다 들어보지는 못 했어요.
검색해도 <Cupid>가 가장 먼저 뜨기는 하던데, 사람들이 더 좋다고 이야기한 데뷔 앨범을 들어봐야지, 하면서 돌려보다가 정작 <Cupid>는 못 들어보았네요.
아까 제가 제목을 잘 모른다고 말씀드렸는데, 지금 나오는 <Tell Me>가 앨범 수록곡 중에서 제일 좋았습니다.
공 : 현재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교직에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피프티피프티라는 아이돌이 인기가 있는 편인가요?
D : 있기는 있는 것 같아요. 저랑 인스타그램 팔로우가 되어 있는 학생들이 스토리에 이 노래를 올리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 그런데 최상의 절대적인 인기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스토리를 보면 NCT나 르세라핌 노래를 올리는 친구들도 있고, 다양한 아이돌의 노래를 업로드하더라구요.
공 : 그럼 고등학생들에게 있어서 탑 티어 아이돌은 언급해주신 NCT나 르세라핌 쪽일까요?
D : 근데 정확한 파악은 몇몇이 올리는 것만 봤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저를 팔로우하고 있는 어떤 학생이 힙합을 좋아하는 선생님이 Nas의 노래를 올렸으니까 요새 힙합에서는 Nas가 제일 알아주는 아티스트인가보다, 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처럼 제가 아는 아이들이 업로드한 어떤 노래이겠죠?
공 : 역시 선생님이셔서 그런지 저처럼 단편적인 생각만 하시지 않고 여러 입장에서 다각적으로 고려하시는군요.
저도 피프티피프티를 빌보드 차트에 올라왔다는 기사를 통해 처음 접했는데, 빌보드 차트에 올라오니까 확실히 파급력이 센 것 같네요.
D : 시대가 이렇게 되기 전에 우리나라에도 더 좋은 음악이 더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플랫폼이 활성화되기 전에 나온 음악들은 시대적인 아쉬움이 있는 것 같아요.
공 : 요새는 아무래도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고 변화하잖아요?
말씀해주신 틱톡이나 릴스 같은 포맷을 통해서 소개되는 노래가 확 떴다가 확 식기도 하고요.
물론 피프티피프티가 음색도 물론 좋고 말씀해주신 팝의 정서를 잘 담고 있는 음악이기도 하지만요.
D : 너무 많은 기교를 부린다기보다 편안하게 부르는 게 일단 좋았고,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곡을 쥐어짜지 않아서..
비슷한 이유로 저는 블랙핑크 스타일의 음악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거든요.
블랙핑크는 어떻게는 곡에 포인트를 남기기 위해서 강렬한 사운드를 넣었다가, 힙합으로 넘어갔다가, 팝으로도 가고..
음악을 한 곡으로서 온전하게 흡수하기가.. 제 나이 때문일 수도 있지만 쉽지 않더라구요.
두번째 질문 :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
올드스쿨티쳐 - [동서고금]
Smashing Pumpkins -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공 : 한 곡, 한 앨범에서 우직한 흐름을 보여주는 피프티피프티의 데뷔 앨범을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로 골라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어떤 곡을 뽑아주셨을까요?
D : 이것도 멋있는 곡을 소개해드리고 싶었는데, 냉정하게 얘기해서 제가 최근에 어떤 곡을 가장 많이 들었냐고 하면 제 앨범을 제일 많이 들었거든요.
처음에는 앨범이 나왔으니까 음원 사이트에서 들을 때와 제 컴퓨터에서 모니터링 하면서 들을 때랑 느낌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음원 사이트나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들어보았는데 계속 들으니까 제 노래도 질리더라구요. (웃음)
이미 발매 전부터 제 앨범을 너무 많이 들은 탓에 지루해진 상태였거든요. 제 앨범이 발매될 때마다 매번 그러는 것 같아요.
이제 더 이상은 지겨워서 못 듣겠다 싶을 정도로 발매 시점 쯤에는 제 노래를 많이 듣는데, 사람들이 '어떤 어떤 곡이 좋다더라'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고 저도 제 3자적인 입장에서 또 들어보려고 해요.
그리고 어떤 곡에 관심을 많이 보였나, 어떤 곡에 반응이 좋나 살펴보면서 사람들에게는 이런 스타일의 곡이 좋게 들리나 보다, 하면서 다시 들어보고..
반대로 이 노래는 내가 엄청 좋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관심도는 많이 떨어지네? 싶은 곡은 미안해서 한 번 또 듣고.. (웃음)
제 자식이니까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마음으로 앨범이 나오면 초반에 한 두 달은 하루에 한 두 번씩은 정주행하는 것 같습니다.
공 : 그럼 [동서고금]에서 DJSam님은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이 노래의 매력을 잘 몰랐다 싶은 트랙이 있었을까요?
D : 음.. <누구나 누구도>에 대해서 누군가 말해주지 않을까 싶었어요.
왜냐면 이게 음악하는 언더그라운드 래퍼나 뮤지션들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비트 자체도 적인 어프로치가 있는 곡이라 하드하지도 않고, 랩도 그렇고, 가사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반응이 없더라구요. (웃음)
공 : 반대로 사람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곡은 어떤 트랙이었을까요?
D : 아무래도 <붐뱁 커넥션>이라는 딥플로우와 운바머가 피처링한 곡이 인지도 면에서도 가장 높은 래퍼가 있고, 제 앨범을 계속 들어오신 분들은 아마 <B.B.C.> 시리즈를 알고 계실 거예요.
그래서 그 시리즈가 대표곡이겠거니 하면서 이 노래를 가장 먼저 접하시는 경우가 많고, 또 제가 커뮤니티에 앨범이 나왔다고 셀프 홍보글을 올릴 때도 유튜브 클립은 이 곡으로 첨부를 했고요.
또, 유통사에서도 스포티파이나 멜론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플레이리스트에다가 한 곡을 넣어주겠다고 했을 때도 이 곡을 골라서 넣었기 때문에 조회수 상으로는 <붐뱁 커넥션>이 제일 상위권이더라구요.
공 : 아무래도 딥플로우라는 힙합 씬에서 인지도가 있는 래퍼가 피처링 아티스트로 참여했다보니 상대적으로 이 곡에 많은 관심을 가질 것 같기는 하네요.
(스포) 이렇게 [동서고금] 이야기를 쭉 하다 보면 앨범 인터뷰에서 할 말이 없어질 것 같아 [동서고금] 이야기는 이 쯤 마무리 짓겠습니다.
D : 저도 원래는 제 앨범 이야기를 빼고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인터뷰에서는 또 솔직한 게 중요하잖아요?
제 앨범을 제외하고 말씀드리면 Smashing Pumpkins라는 밴드가 있거든요. 그 밴드의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라는 되게 긴 두 장 짜리 앨범이 있어요.
제 앨범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들은 노래를 꼽자면 이 앨범이예요. 저는 보통 곡 단위로 듣지 않고 앨범 단위로 청취하는 편이라, 이 작품을 차에서나 잘 때 많이 들었어요.
여기서 제일 기억에 남는, 제 감성을 담은 한 곡을 뽑으라고 한다면 <Bullet With Butterfly Wings>라는 초반부 트랙을 고르겠습니다.
제가 최근에 화 나고 스트레스 받는 일들이 있어서 우울했다가 화났다가 외로웠다가 하는 감정들이 지배적이었어요.
저는 기분이 우울할 때 즐거운 노래를 듣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울한 노래를 들어서 상쇄시키면서 감정을 푸는 스타일이거든요.
이 앨범 전체가 항상 저의 우울한 기분을 상쇄시켜주는 데 큰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공 : 우울이나 분노의 감정을 비슷한 무드의 음악을 들음으로써 승화시키시는 거군요?
D : 그렇죠. 저는 오히려 우울할 때 즐거운 노래를 들으면 화가 나더라구요. '뭘 즐거워?' 하면서.. (웃음)
우울할 때는 우울한 노래를 들어줘야 '여기도 화가 나있구나? 나도 화가 나있는데?'하면서 공감하는 것 같아요.
공 : 앨범 제목도 그렇고, 이 앨범 자체가 우울이라는 정서와 많이 맞닿아 있나 보네요.
D : 맞아요. 저는 사람이 누구나 기쁜 감정보다 우울하거나, 화가 나거나, 서운하거나, 슬픈 감정이 더욱 지배적이라고 생각해요.
즐거운 일이 많으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유난히 그 우울감이 평소보다 더 지배적일 때의 그 감정을 이 앨범이 잘 보여주고 있어요.
제가 이 앨범을 고등학교 때 처음 들었거든요. 고등학교 때도 우울한 감정을 느꼈을 때 들었고,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지금도 비슷한 감정일 때 이 앨범을 들으면 공감대가 형성이 되더라구요.
공 : 이 앨범이 95년도에 발매되었다고 하니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30년 정도 DJSam님의 우울한 감정을 책임져주고 있는 거네요.
D : 자주 듣지는 않지만 한 번 이 쪽 앨범에 발을 들이면 어느 정도는 계속 듣게 되더라구요.
공 : 또 앨범 단위로 청취를 한다고 하셨으니, 러닝 타임도 길기 때문에 한 번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두 시간 정도는 기본적으로 들으시는 거네요.
D : 네, 맞아요. 너무 좋은 앨범이고 대작입니다.
세번째 질문 : 나만 알고 있는 노래
Omniscence - <If You Got Beef>
공 : 저도 한 번 이 앨범을 돌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동서고금] 이야기와 더불어 DJSam님의 우울한 감정을 오랜 시간동안 책임져 오고 있는 Smashing Pumpkins의 음반도 소개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나만 알고 있는 노래인데요. 어떤 곡을 골라주셨나요?
D : 아무도 모르는 노래를 찾아야지, 하면서 뒤지다보니까 조금 무의미한 것 같더라구요.
사실 세상에 나 혼자만 아는 노래라는 건 본인이 작곡한 곡이 아닌 이상은 없다고 생각하고, '힙합엘이 회원님들은 대부분 모르겠지? 나는 이거 알지롱~' 하는 노래를 소개해야되는데.. (웃음)
워낙 엘이에도 힙린이부터 시작해서 힙고수들까지 다양한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억지로 숨어 있는 곡을 찾으려고 깊이는 안 들어갔구요.
1996년에 발표된 Omniscence의 <If You Got Beef>라는 곡을 골라보았습니다.
공 : 이 노래는 어떻게 접하게 되셨나요?
D : 제가 2000년대 초반에 이 곡이 수록된 CD를 샀어요.
그 때 당시에 힙합 쇼핑몰에서 '전설의 어마어마한 무슨 CD가 재발매된다, 옛날에 싱글 바이로만 나왔던 앨범이 CD로 다시 나오는데 300장 한정이라고 한다'라는 정보가 뜨면 그 시절에는 유튜브 샘플도 없고.. 일단 좋은 거라니까 믿고 CD를 구매했죠.
그리고 뜯어서 들어보면 한 곡 한 곡이 그냥 미친거죠. '와 Shit..'하면서 들었고, 그 당시에 저랑 앨범 컬렉팅 했던 분들은 이 앨범을 전부 알고 있어요.
이 앨범이 유명하거나, 우리나라에서 자주 언급되지 않는 작품이라는 건 확실하니까 일반적으로 엘이에 자주 들락날락하시는 분들은 이 앨범을 모르신다는 생각으로 앨범에서 짧지만 강렬한 트랙으로 골라보았습니다.
2분 10초짜리 노래거든요. 참고로 Omniscence는 그룹이 아니라 흑인 솔로 래퍼입니다.
붐뱁인데 무조건 어둡기만 한 게 아니라 사이사이에 훵키함이 가미되어 있고, 자꾸 제 앨범을 언급하게 되는데 이 노래를 다시 들으면서 '아, 내가 이 곡을 좋아하는 게 앨범에도 반영이 됐구나'라고 느꼈어요.
<정공법> 같은 트랙을 들을 때와 이 노래를 들을 때와의 느낌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힙합에서 훵키함이라는 요소는 웨스트사이드에서 많이 묻어나고, 붐뱁이라는 장르의 정서를 깊게 파고들다 보면 묵직하고 단순한 느낌에 가깝거든요.
그런데 저는 동부와 서부의 요소들이 잘 섞여야 더 맛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과 서를 아우르는...! (웃음)
공 : 확실히 2000년대 초반에는 CD 안에 있는 곡들을 어디서 들어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그 사람들의 코멘트를 믿고 구매하는 건데 또 안에 있는 내용물은 너무 좋으니까.. 만족할 만한 소비셨겠네요.
저도 잠시 [동서고금]으로 살짝 넘어가보자면, 가사 중에 그런 내용이 있잖아요?
'즐겨 했던 힙합 명반 카페는 이제 성인 광고만 올라온다, 그런데 그 성인 광고 글이 올라온지도 1년 전'
언급하셨던 힙합 명반 카페는 서로서로 앨범을 추천하는 등의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졌었나요?
D : 어마어마했죠. DC만큼은 아니었지만 지금 엘이에 올라오는 글 이상이면 이상이었죠.
그런데 DC처럼 짧은 글들이 빠르게 자주 올라오는 느낌은 아니였고, 앨범, 트랙, 프로듀서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가 되었어요.
한 번 누가 어떤 주제를 던지면, '너는 그렇게 들었냐, 나는 이렇게 들었다. 너는 3번이 좋았냐, 나는 7번이 좋았다. 7번은 누가 프로듀싱한 걸 알고 있었냐, 어쩐지 비트가 작살이더라.'와 같이 계속 이야기가 돌았어요.
그러면 또 어떤 사람이 '너네 그거 알아? 92년도에 프로모션 용으로 딱 10장만 찍었던 앨범 들어봤지?'라고 하면 '나는 알아~, 나는 몰라~' 그러다가 '그게 이번에 호주에서 300장이 재발매 된대', '호주에서 사려면 직구를 해야겠네, 같이 살 사람?' 이런 식으로..
그 때는 배대지 같은 배송대행 업체도 없어서 직구가 어려운 시기였거든요.
이제 판매하는 측 이메일 주소에다가 '여기 한국인데 우편으로 보내줄 수 있냐'는 문의를 보내면 '한국으로는 한 번도 보내본 적이 없는데..' 이러면서..
어찌저찌 이 CD도 그런 식으로 구매하게 된 앨범이거든요.
그 사람이 저한테 CD를 보내면서 '한국에 배송을 해달라는 요청이 너가 처음이었는데, 너한테 CD를 보낸 바로 다음 날 다른 이메일 주소로 한국 사람이 CD를 구매할 수 있냐는 문의가 왔다'라고 해서 구매하는 측의 이메일 주소를 물어보니까 힙합 명반 카페의 친한 사람이고..
그래서 그 사람은 살 줄 알았다~와 같은 재미가 있던 시절이었죠.
제가 하던 힙합 명반 카페는 힙합 꼰대들의 모임이었고, 저보다 훨씬 더 덕후인 사람들이 많았어요.
제가 힙합엘이에서 클래식 음반들을 인증을 하고는 하는데, 그 시절에 저보다 더 고수였던 분들이 와서 제 글을 보시면 그런 거 있잖아요?
고등학생이 초등학교 가 가지고 '야~ 너희 곱하기 할 줄 알어?'와 같이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그 사람들이 날 안 봤으면 좋겠다 (웃음) 같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근데 사실은 그 때 활동하시던 분들이 힙합엘이에 몇 분 와 계세요. 그래서 저한테도 가끔 '엘이에서 활동하는 거 봤다~'라고 연락이 오기도 하구요.
그 분들이 저처럼 커뮤니티를 이전처럼 활발하게 안 하시는 이유가 어린 친구들이 노는 사이에서 끼어들기가 창피해서 일수도 있지만, 제가 가사에 적었던 것처럼 예전처럼 힙합을 사고, 듣고,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사치라고 느껴지는 단계까지 간거죠.
현실이 너무 팍팍하니까.. 저는 그래도 방학도 있고, 퇴근도 빠른 편이니까 마음만 먹는다면 앨범을 하루에 두 세 장 정도는 들을 수 있는데, 그 친구들은 회사에서 야근하고.. 귀에서 이어폰 끼고 있을 짬이 없는 거죠.
업무 전화를 하느라 바쁘지 음악 들을 겨를이 없고, 또 집에 오면 그냥 뻗어서 자고요.
이런 부분들이 '나는 현실을 섬겼는데, 너는 음악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만드는 것까지 한다니 정말 대단하다, 너라도 대신 열정을 보여달라, 나는 글렀다'라는 <한잔> 트랙의 가사로 표현된 거죠.
공 : 확실히 나이를 먹어가면서 현실과 타협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둘씩 내려놔야 한다는 점이 서글프네요.
D : 어떻게 보면 제 스스로를 보면서 '아 내가 너무 철이 없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아무리 조화롭게 하려고 해도, 음반을 사는 건 돈이 들어가고, 또 구매한 음반들은 집에 있는 CD장, LP장이라는 공간을 차지하면서 더욱 쾌적하게 보낼 수 있는 가정의 공간이 좁아지고..
또 음악을 만드는 걸 놓고 보았을 때 집에서 아무리 가사, 육아를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소홀해지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구요.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다가도 시작한 프로젝트는 마무리를 지어야하니까.. (웃음)
공 : 그래도 멋진 앨범으로 증명하셨으니까 계속 정진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D : 언젠가는 또 내야죠.
네번째 질문 :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
Nas - [Illmatic]
공 : 나만 알고 있는 곡으로 훵키한 붐뱁 넘버인 <If You Got Beef>를 소개해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인데요, DJSam님은 올드스쿨티쳐로서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신 경험이 있으실까요?
D : 있죠. 일단 학교 축제를 통해서 많이 했고, 라디오 공개 방송에서도 했었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힙합 강연을 할 때 제 노래를 라이브로 부른 경험도 있구요.
그리고 이제 흔히 말하는 프로가 됐든, 언더그라운드가 됐든 사람들이 모이는 정식 공연장에서 무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절차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사전에 교장, 교감 선생님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또 학교에서는 허락이 났는데 대부분 그런 공연장이면 술도 팔잖아요?
근데 그런 부분을 누군가가 영상으로 접했을 때 '학교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저렇게 술 파는 클럽에서 노래 불러도 되는거냐?' 이런 식으로 고전적인 가치관에서 바라보시는 분들이 계시는 거죠.
또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학교에서 민원이 들어오고, 들어온 민원에 대해 대응해야 하는 절차들이 꽤나 복잡하거든요.
'이 사람이 음악 작업을 해서 앨범을 발매했을 때 학교에 큰 민원 들어오는 게 없어, 괜찮아' 이런 반응이여야 제가 나중에 앨범을 발매하는 데 큰 문제 없이 절차를 밟을 수 있거든요.
안 그래도 주변에서 같이 공연을 하자는 연락이 오기는 하는데, 괜히 공연에 몇 번 섰다가 '저 사람 선생님이라던데 토요일 새벽 1시에 술 파는 클럽에서 랩해도 돼?' 같은 이야기가 한 두 번 나올 수 있거든요.
그럼 다음에 제가 더 좋은 공연 자리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기회에 '김선생, 학교에 계속 민원이 들어와서 피곤한데 이제 음악 관련해서는 그만하면 안 돼?'라는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는거죠.
소탐대실.. 저는 앨범을 통해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지 공연을 많이 해서 사람들에게 이름을 널리 알리려는 게 아니다보니까..
저는 오히려 라이브 무대는 학교에서 학생들 앞에서.. 학생들이랑 함께 랩 하고 공연하는 걸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그런 걸로 라이브 무대를 보통 진행하고 관련해서 영상이 올라오거나 한다면 그 영상을 통해 제가 랩하는 걸 사람이 들을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공 :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 될 요소가 많네요.
D : 달지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정면승부를 했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공 : 그 유튜버 말씀하시는 거죠?
D : 그렇죠. 초등학교 교사이셨던 여자 래퍼 분.
공 : 그럼 복잡한 절차 때문에 공연장에서 무대를 하지는 않으셨지만, 말씀해주신 것처럼 학생들 앞에서 진행했던 공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으실까요?
D : 불암고 축제에서 딥플로우와 함께 무대를 섰던 거나, 제자하고 함께 공연을 했던 게 기억에 많이 남네요.
딥플로우와 함께 한 <작두> 무대에서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선 마이크 두 개가 똑같은 레벨의 볼륨으로 준비가 되어있었어요.
노래를 시작하고 나서 갑자기 딥플로우가 '저 마이크 게인 좀 바짝 올려주세요'라고 한 거예요.
저는 제 파트가 오기 전에 게인을 올려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딥플로우는 게인이 올라간 상태다 보니까 딥플로우의 목소리는 쫙쫙 잘 묻어나오는데 제 목소리는 되게 세게 불렀는데도 소리가 상대적으로 묻히더라구요.
그래서 이 날 랩은 정말 자신있게 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영상 속에는 잘 안 담긴 것 같아 그 부분이 조금 아쉽습니다.
공 : 딥플로우가 치사한 방법을 썼네요?
D : (웃음) 치사한 건 아니고 저도 랩을 시작하기 전에 게인을 바짝 올려주세요, 라고 요청했어야 됐는데 손님을 모셔왔으면 손님이 조금 더 빛나야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들어가지고.. (영상을 보면 딥플로우의 머리도 정말 반짝반짝 빛납니다.)
공 : 혹시 DJSam님은 <작두>에서 본인의 가사로 랩을 하셨나요? 아니면 원곡에 있는 파트로 랩을 하셨나요?
D : 학생들이 따라 불러야 하니까 <작두>에 있는 넉살 파트로 랩을 했죠.
애들한테 딥플로우가 학교에 온다고 하니까 <작두> 노래 외우고 난리 났었거든요.
제가 거기다가 '넉살 파트 대신에 내가 쓴 가사로 할 거니까 너희 이거 외워라' 할 순 없잖아요. (웃음)
제 파트는 딥플로우 없이 학교 힙합반 제자랑 따로 한 무대가 하나 있기는 한데 그건 나중에 기회 되시면 한 번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공 : 그럼 현재 불암고에 재직 중이신 건가요?
D : 이 당시에는 불암고 선생님이였죠. 공립이면 5년마다 학교가 바뀌니까.. 지금은 석관고에 재직 중입니다.
석관고는 석계역 근처에 있는 성북구 석관동에 위치해있구요. 동대문구와 성북구 사이에 있습니다.
공 : 불암고 축제에서 진행하신 무대가 기억에 남는다고 언급해주셨고, 그럼 DJSam님이 청자 입장으로서 이 사람의 무대는 꼭 한 번 라이브로 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아티스트는 누구일까요?
D : 나름대로 유명한 사람들을 공연장에 직접 가서 봤기도 했지만, The Weeknd랑 Bruno Mars의 공연은 못 본게 아쉬움에 남기는 해요.
그렇지만 저에게 '네 인생 마지막으로 이 사람 무대를 라이브로 보게 해줄게'라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Nas의 [Illmatic]에 있는 곡 아무거나 한 트랙을 들어보고 싶네요.
공 : 그럼 진짜 죽기 직전에 한 곡만 들을 수 있다고 한다면 [Illmatic]에서 어떤 곡을 고르실건가요?
D : 그렇다면 <The World Is Yours>를 뽑겠습니다. 왜냐면 제목에서부터 뭔가를 저에게 심어주잖아요?
공 : 진짜 명곡이죠. 우스갯소리로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들을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이 곡이 삶을 회상하면서 듣기에 딱 좋은 트랙인 것 같아요.
D : 네, 맞아요. 만약에 [Illmatic]으로 공연을 하는 투어를 Nas가 온다면 큰 스타디움이나 주경기장에서 하는 것 말고, 중형 또는 소형 공연장 있잖아요?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이 무대를 하는 500명 이하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곳에서, 앞에서 Nas가 땀 흘리면서 물 마시면서 공연하는 공간에 한 번만 있어봤으면 좋겠어요.
공 : 올드스쿨 힙합 팬에게 있어서는 정말 짜릿한 경험이겠는데요? 곧 [Illmatic] 30주년을 맞는데 내한 한 번 안 오려나요?
D : 아마 미국에서 공연하지 않을까요?
공 : 혹시 만약에 Nas가 [Illmatic] 발매 30주년을 맞아 앨범 전곡을 라이브 공연으로 한다고 공지가 나온다면 가실 의향 있으신가요?
D : 해외로요..? 흠.. 싱글이면 무조건 가죠. 유일한 희망적인 부분은 저희 와이프랑 딸들도 Nas를 좋아한다는 거예요.
와이프는 원래 소울/훵크 장르까지는 듣는데 힙합은 찾아듣는 정도까지는 아니였어요.
그런데 제가 '오늘 차에서 힙합 좀 들어도 돼?'라고 허락을 받으면 가끔 이런 노래를 틀었죠.
Nas 앨범을 [Illmatic]뿐만 아니라 다른 앨범도 틀다 보면, '그래도 이런 거는 들을 만 하네~'라고 와이프의 반응이 나오는 거죠.
예를 들어 아직까지 튼 적은 없지만 라디오를 듣다가 드레이크나 플레이보이 카티, 또는 포스트 말론의 음악이 나올 수 있잖아요?
그러면 '오늘의 빌보드 힙합 차트 1위..' 같은 멘트를 배철수 아저씨가 했다, 하면은 제 아내가 '이런 노래도 힙합으로 치는 거야?'라고 말할 것 같아요.
Nas 같은 스타일의 음악은 힙합의 멋이 느껴지는데, 방금 들은 노래 같은 경우에는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 꼭 넣어야하는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Nas 노래를 가끔 틀면 '이 노래 진짜 좋다'라고 이야기할 때고 있고, 딸들도 제가 랩하고 힙합을 좋아하는 아빠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힙합에는 기본적으로 관심이 있고, 외국 힙합 같은 경우에도 꼭 들어야하는 앨범이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하기도 해요.
그럼 제가 닥터 드레, 스눕 독, 나스, 투팍, 비기 등의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10장 정도 추려서, '이걸 너희가 다 들을 필요는 없지만 이 사람들의 인기 곡이나 명반 딱지가 붙어있는 앨범은 한 번쯤은 들어보면 좋겠다'라고 추천하죠.
단, 아이들이 듣기에는 조금 Dirty한 곡들이 있으니까.. Nas나 [Illmatic] 같은 경우는 들었을 때 이상한 신음 소리가 나온다거나 하지는 않잖아요?
비기나 스눕 독, 닥터 드레 앨범은 잘못 들어가면 또 이상한 노래가 섞여 있어서 일단 [Illmatic]을 먼저 들어보라고 권유했는데 지루하다는 반응보다는 좋다고 이야기해주더라구요.
그리고 딸들이 학교에서도 어떤 애가 갑자기 외국 힙합 이야기를 하길래 '나는 ~~~ 들어봤어'라고 말하니까 '근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웃음)
공 : (웃음) 혹시 자녀 분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D : 중3이요.
공 : 어렸을 때부터 근본을 탄탄히 쌓아가고 있네요.
가끔 힙합엘이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글들이 올라올 때가 있잖아요? '정녕 외국 힙합을 듣는 여자는 없는 걸까요?' 뭐 이런..
DJSam님 자녀분도 외국 힙합을 듣는 걸 보니 주변을 잘 찾아보면 은근히 외국 힙합을 즐기는 여성분들도 계시는 것 같아요.
D : 학교에도 외국 힙합을 즐겨듣는 친구들이 있어서 '너희 혹시 커뮤니티 뭐 하니?'라고 물어보면 저는 사실은 엘이를 하는 친구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일단은 힙합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지는 않고, 그 친구들도 커뮤니티 활동보다는 멜론이나 유튜브에서 힙합을 찾아서 듣다가 나오는 알고리즘을 따라서 청취를 하더라구요.
힙합을 좋아하면 커뮤니티 하나, 하다못해 힙갤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힙합플레이야, 힙합엘이, DC 등 커뮤니티는 웬만하면 안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그러면 힙합 관련 정보는 어디서 얻니? 라고 물어보면 그냥 유튜브로 듣다가 좋은 음악이 있으면 그 아티스트의 음악을 찾아서 들어본다던지, 멜론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에 명반이라고 추천하는 앨범이나 플레이리스트 위주로 듣는다고 하더라구요.
커뮤니티까지 들어와서 음악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을 주변에서 본 적이 거의 없어요.
왜냐면 저는 그런 걸 좋아하니까 학교에서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야, 사실은 내가 힙합엘이에서 활동하는 DJSam이야'라고 말하는 상상도 가끔 해봤는데요.
근데 학교를 뒤져봐도 잘 안 나오더라구요. (웃음)
공 : 저도 아직까지 제 주변에서 힙합엘이 활동을 하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습니다.
D : 힙합엘이에서 보통 인기 있는 글의 조회수가 보통 천 단위잖아요? 그럼 어쨌든 들어와서 눈팅을 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천 명은 된다는 소리인데..
물론 여성 회원도 있겠지만 엘이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보통 남성이라고 생각했을 때 이 세상에 2500만 명 중에 천 명이라는 건 사실, 동네에 한 명 수준인거죠.
공 : 동네에 한 명이니까 주변에 활동하는 사람이 없고 저 혼자만 힙합엘이를 하고 있는 거네요..
D : 아무래도 이사를 가야겠네요. (웃음)
공 : (웃음) 힙합엘이 회원님들 있는 지역으로요? 정말 제자 중에 힙합엘이 회원이 있다면 신기할 것 같기는 하네요.
D : 그러니까요. 혹시라도 있다면 '너 이상한 글 좀 쓰지마~'라고 농담도 하고, 선생님은 닉네임 뭔데요? 라고 물어보면 '맨날 화제글로 올라오는 선생님 있잖아~'라고 대답해주고, '혹시 선생님이 DJSam? 에이~ 거짓말' 같은 상황들을 한 번쯤은 상상을 해보는데 그럴 일이 없네요.
다섯번째 질문 : 여행과 관련된 노래
Talib Kweli, Hi-Tek - <Move Somethin'>
R. Kelly - <Fiesta (Remix)>
공 : 꼭 교직 생활에서 한 번 쯤은 이루어지길 바라겠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여행과 관련된 노래인데요.
DJSam님은 여행 가시는 거 좋아하시나요?
D : 원래는 좋아하죠. 그런데 결혼하고 애기 생기고 나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여행은 갈 일이 없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여행으로 보통 가는 편이죠.
그렇다고 해서 '나 이번 주말에 혼자 바람 좀 쐬고 올게'라고 말하면 안 되니까... 순수한 목적으로 가는 거지만 오해의 소지도 남길 수 있으니 그냥 집에서 음악 들으면서 쉴 때가 많죠.
공 : 혹시 마지막으로 갔던 가족 여행은 어디일까요?
D : 국내는 강원도 동해안 쪽, 국제로는 코로나 19 직전에 베트남을 갔다왔어요. 19년에서 20년 넘어가는 겨울에요.
공 : 그럼 혼자 가는 여행 Vs 가족끼리 가는 여행 했을 때 장단점 같은 게 있을까요?
D : 가족끼리 가는 여행은 음. . . 행복하다? (웃음)
공 : (웃음) 행복하다가 5초 뒤에 나왔는데 이거 맞는 걸까요...?
D : 아, 아닙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하다가.. (웃음)
아이들이 여행을 가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고, '이거 맛있다, 이거 예쁘다'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가는거죠.
하나하나 저의 만족을 위해서 가는 것이라기 보다는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보러간다는 목적이 크죠.
만약에 제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가는 여행이라하면은 혼자 동해안 쪽을 차로 몰면서 바다도 보고, 음악 듣고, 커피 한 잔 하고, 낯선 거리를 거닐다가 오래된 것 같은 가게에 들어가서 밥 한 끼 먹고, 그러다가 나오는 숙소 있으면 잠도 자고..
그렇게 일주일 정도 편하게 돌아다니고 싶은데 여건 상 쉽지가 않죠.
공 : 그런 한적한 여행을 상상하니 마음이 좀 편해지는 느낌이네요. 질문으로 돌아가서 여행에 관련된 노래는 어떤 곡으로 골라주셨을까요?
D : 주제를 여행으로 잡으면 힙합에서 떠오르는 노래가 딱히 없었고, 제가 미국에 2001년 쯤에 유학 겸 어학연수로 1년 정도 있었어요.
거기서 이제 차를 렌트해서 가끔 인근 주를 돌아다니는 여행을 했었는데, 미국에는 흑인 음악만 주구장창 나오는 라디오 채널이 많아요.
시카고 쪽이었거든요? 우리나라는 힙합만 트는 공중파 라디오가 없잖아요. 사실은 팝만 나오는 방송도 거의 없죠.
미군 방송이 아니고서야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채널 같은 경우에는 한 장르만 나오는 방송이 거의 없다시피한데 거기는 시카고 힙합 전문 DJ 채널이 따로 있어서 틀어놓으면 하루종일 힙합이 나오는 거예요.
라디오를 틀고 차를 몰면서 일리노이 주에서 미시건 주로 갔다가 하다보면은 오늘도 나오고 내일도 나오고 모레도 나오고 아침에도 나오고 저녁에도 나오고 말 그대로 미친듯이 나오던 노래가 있었어요.
그게 여행하면 떠오르는 노래였고, Talib Kweli와 Hi-Tek의 <Move Somethin'>이라는 곡입니다. 아마 그 당시에 그 지역에서 가장 히트한 노래였나봐요.
공 : 시카고 블랙 뮤직 전문 채널 같은 느낌이었나보네요. 이 곡의 플레이어인 Talib Kweli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D : 되게 잘하는데, 전성기에 비해서는 프로듀서 빨을 못 받는 느낌?
전성기라 하면은 Mos Def와 함께한 Black Star 시절이나 이 곡이 포함된 이 앨범까지인 것 같아요. 이게 아마 2000년에 발매된 앨범으로 알고 있는데..
시대적인 문제인지, 잘 맞는 프로듀서를 못 만나서인지, 아니면 래퍼 자체의 에이징 커브인지는 모르겠네요.
이 곡은 지금 생각해도 언더그라운드에 가까운 트랙인데, 그 때 당시에 라디오에서 미친듯이 나왔던 걸 보면 아주 언더그라운드도 아니고 어느 정도 메인스트림의 색깔도 있었던 것 같네요.
시카고에서 이 쪽 저 쪽 주를 떠돌아다니면서 라디오에서 매일 같이 들었던 노래라 여행하면은 이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올랐네요.
이 곡이랑 제일 같이 많이 나왔던 트랙이 R. Kelly가 부른 <Fiesta (Remix)>였어요.
공 : 그 켈리.. 여러 논란이 있지만 1990년~2000년대 알앤비/소울 장르를 논할 때 R. Kelly는 빼놓을래야 빼놓을 수가 없는 아티스트잖아요?
D : 뺄 수 없죠. 빼면 안 되고.. 말씀해주신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저도 손절을 했지만 그 당시에도 계속 문제는 사실 있었어요.
지금처럼 확정되어 빼박까지는 아니었지만 지속적으로 성과 관련된 스캔들이 꽤 많았는데, 어쨌든 음악적으로는 깔 게 없지 않았나.
공 : 정말 대단한 아티스트인데 그런 부분에서 잡음을 계속 불러일으킨 건 정말 아쉬운 것 같아요.
R. Kelly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특정 아티스트의 음악이 아무리 좋아도 윤리적인 문제가 있으면 그 사람의 노래는 듣지 않는다, 와 같은 신념 같은 게 있으실까요?
D : 이게 신기한 게 외힙에는 없고 국힙에는 있어요.
제가 제 가사도 함부로 안 쓰고 국힙에서도 이래서 누가 싫어요, 하기에는 조금 조심스러워요.
학교 다닐 때 학교 폭력을 했다던가, 마약이나 음주운전을 한다던가, 폭력을 저질렀단던가, 하여튼 미친 짓을 했다 싶으면 그 아티스트의 앨범을 아예 돌리질 않거든요.
근데 사실은 제가 과거에 좋아했던 R. Kelly부터 시작해서 Snoop Dogg도 여러 번 문제가 있었고, Nas는 착한 편이긴 하지만.. (웃음)
어쨌든 해외에서는 문제가 있어도 그 사람의 범죄가 제 인생에 영향을 끼칠 확률은 크게 없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면 저도 딸들이 있으니까.. 만약에 음주운전이나 마약을 하는 고등학생 래퍼가 있는데 헛짓거리를 해서 제 자식들이 영향을 받는다거나, 아니면 제가 가르치는 학생이 학교에서는 애들 괴롭히는 못 된 아이인데 랩을 잘한다고 사람들이 좋아한다? 하면 저는 그 꼴을 못 볼 것 같아요.
외국에서 마약을 소지했다, 총을 쐈다, 이상한 짓을 했다고 하면은 '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Dirty한 사람이구나'까지는 가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 노래가 좋은 걸 일부러 안 좋아하기에는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죠.
여섯번째 노래 : 취미와 관련된 노래
Madonna - <Music>
공 : 삶의 영향권에 그 사람의 문제되는 행동이 미치느냐 안 미치느냐가 DJSam님의 음악 청취를 결정 짓는 중요한 요소인 것 같네요.
미국에 계실 때 시카고 블랙 뮤직 채널에 밥먹듯이 나왔던 두 노래를 소개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취미와 관련된 노래인데요. 몇 번 언급해주셨지만 DJSam님의 취미를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D : 취미를 어떻게 국한하느냐에 따라 지엽적으로 들어갈 수도 있기는 한데, 그냥 사람들이 저를 볼 때 '저 사람은 음악이 취미인 것 같아'라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음악을 듣거나, 사거나, 만드는 행위가 제 취미이구요. 관련해서는 Madonna의 <Music>이라는 노래를 골라보았습니다.
이 곡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하고, 되게 신나고 비트가 좋아요. 이 노래가 발매된지도 오래됐네요.
공 : 드레이크와 키스 퍼포먼스도 했었던.. 그러고 나서 구역질을 하는 모습을 보였던 게 기억이 나네요.
앞서 언급하시기를 음악을 사거나, 듣거나 만드는 게 취미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세 가지 중에서 가장 DJSam님과 맞닿아 있는 건 무엇일까요?
D : 듣는 거랑 사는 거죠. 왜냐면 저는 음원으로 듣는 것보다 피지컬로 청취하는 일이 더 많으니까요.
차에서는 CD로 듣고, 집에서는 LP로 듣고, 학교에서는 음원으로도 듣기도 하지만, 어쨌던 간에 제가 어떤 음악을 청취하고자 했을 때 그 음반을 사려고 하는 편이예요.
그래서 사는 행위와 듣는 행위가 연결되어있죠. 그 두 가지가 저에겐 어떻게 보면 하나예요.
공 : 이렇게 좋아하시는 음악을 업으로 삼으실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D : 한 번 했었어요. 저희 아버지가 음악 선생님으로 일을 하시다가 퇴직하셨는데, 고등학교 때 저도 미디, 즉 컴퓨터 음악을 배웠었어요.
제가 혼자서 만든 걸 아버지께서 한 번은 틀어보라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만든 음악을 듣더니 '정말 이걸 너가 혼자서 다 만들었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때 당시에는 샘플링 기반이 아니라 건반, 베이스, 드럼을 하나씩 다 찍어가지고 만들었거든요.
하나를 들으시더니 다른 것도 있냐고 여쭤보셔서 틀어드렸더니 곡의 구성이나 화음 같은 걸 잘 알고 있다고 되게 재능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안 그래도 실용음악과에 가고 싶은데 그래도 되냐고 여쭤봤더니 하루만 더 고민해보자고 하셨어요.
다음 날에 음악은 취미로 할 때가 훨씬 재밌다, 이걸 전공이나 업으로 삼으면 음악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 음악은 취미로 하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셔서 교직을 선택하게 된 거죠.
그 말씀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뭐든지 뭘 해야 돼서 하는 게 되면, 이걸 팔아야만 밥을 먹는다라고 생각하게 되면 내가 좋아해서 만드는 음악이 아니라 팔리는 음악을 만들어야 하잖아요?
일곱번째 질문 : 과거/현재/미래를 대표하는 노래
과거) Public Enemy - <Fight The Power>
현재) Nas - <Michael & Quincy>
미래) Kanye West - <Bound 2>
공 : 아무래도 살아오신 삶을 기반으로 하는 충고이기도 하고, 말씀하시는 게 DJSam님 입장에서도 설득되는 말씀이셔서 음악을 업으로 삼지는 않고 취미생활로 이어오신 거네요.
취미와 관련된 음악으로는 핫한 뮤비의 Madonna의 <Music>을 골라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곡인데요. 세 가지 테마 전부 선정해주셨을까요?
D : 네, 전부 골랐습니다. 과거부터 이야기하자면 Public Enemy의 <Fight The Power>라는 곡이 있어요.
저는 힙합을 90년대부터 듣긴 했지만, 90년대 후반부터 힙합을 제대로 들었고 90년대 초반이나 80년대 힙합에 대해서는 잘 몰랐거든요.
근데 어느 날 어떤 음반 가게 사장님께서 '너 그렇게 힙합을 겉만 핥지 말고 진짜배기를 한 번 들어보아라, 마침 중고로 CD가 하나 들어왔는데 이걸 들으면 무조건 사가게 될거야'라고 이야기하시면서 이 노래를 트시는 거예요.
듣자마자 완전 취향 저격이었고, Public Enemy 앨범을 통해서 올드 스쿨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거죠. 처음부터 80년대 힙합부터 시작한 게 아니라요.
그리고 앨범 중에서 이 노래를 고른 이유는 흑인의 권리에 대해 지금도 많은 문제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Black Lives Matter'라든지..
인권이 보장된 지금도 이런 문제들이 터지는데, Public Enemy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그들이 뱉는 랩이 정말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요소였던 거죠.
N.W.A나 Public Enemy 같이 그 때 활동했던 힙합 그룹들은 기믹이 아닌 정말 싸워야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물론 그 당시의 것들만 Real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흑인의 과거를 대변해주는 메세지가 많아서 이 곡을 과거를 대표하는 곡으로 고르게 되었습니다.
공 : DJSam님의 음악적인 과거와 더불어 흑인들의 과거도 포함해서 이 노래를 뽑아주신 거군요.
현재를 대표하는 노래로는 어떤 곡을 골라주셨나요?
D : 현재는 Nas의 [King's Disease 3]에 수록되어 있는 <Michael & Quincy>라는 트랙을 골랐습니다.
저도 가사를 꼼꼼하게 들어보지 않았다가 이번에 다시 한 번 가사를 체크해보니까 마이클 잭슨의 앨범에 퀸시 존스가 프로듀서로 참여했기 때문에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던 것처럼, 자기도 Hit-Boy와 결합을 해서 마이클과 퀸시 같은 조합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 같더라구요.
사실 사람들에게 '나 Nas 좋아해'라고 이야기하면 '너 옛날 힙합 좋아하는구나?'라는 반응이 대다수인데, Nas가 2023년 기준에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Nas라는 이름만 들었을 때는 과거이지만 현재에도 이렇게 좋은 노래가 있고, 또 두 사람의 조합이 80년대의 두 레전드였던 마이클과 퀸시를 레퍼런스함으로써 상기시켜 주는거죠.
현재라는 말을 할 때 요즘 인기 있는 노래라기보다는 과거부터 힙합이 이어져오면서 지금 현재 힙합을 듣는 사람들에게도 먹히는 곡을 찾다가 이 트랙을 골랐습니다.
공 : 어떻게 보면 Hit-Boy에 대한 최고의 찬사라고 볼 수 있겠네요?
D : 그렇죠. Nas와 마이클 잭슨은 이해가 되는데, Hit-Boy가 그 때의 퀸시 존스와 비빌만 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죠.
그래도 평가가 좋은 앨범을 세 개나 만들었으니까요.
공 : 하기사 앨범을 세 개나 같이 만들 정도면 그 정도 극찬은 할만도 한 것 같네요.
Hit-Boy와의 합작 앨범인 [King's Disease]는 현재 3부작까지 나왔는데, 이 중 어떤 앨범이 가장 취향에 맞으셨나요?
D : 저는 2가 제일 좋았어요. 사람들은 3가 더 좋았다고 하는데, 아까 이야기했지만 저는 음악을 LP와 CD로 듣는 타입이라고 했잖아요?
1과 2는 각각 피지컬로 들어보았지만, 3는 선물량 같은 건 풀렸는데 정식 유통으로는 올해 6월 말쯤에나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앨범이 나온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피지컬이 되게 늦게 나와서 한 달 뒤에나 CD 혹은 LP로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음원으로는 찔끔찔끔 이것 들었다 저것 들었다 하니까 앨범 전체의 맛을 잘 모르겠고.. CD나 LP가 도착하면 경건하게 헤드폰을 끼고 처음부터 끝까지 촥 들으면서 프로듀서가 어떤 마음으로 이 앨범을 만들었는지 고민을 하면서 들어볼 예정입니다.
들었을 때 3가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음원으로만 체크했을 때는 [King's Disease] 시리즈 중에서는 2가 제일 좋았습니다.
공 : 물론 평가가 뒤바뀔 수도 있지만, 피지컬로 들으시는 DJSam님의 청취 방식에 의하면 2가 개인적으로는 제일 취향이신 거군요.
알겠습니다. 미래를 대표하는 곡으로는 어떤 트랙을 뽑아주셨을까요?
D : 칸예의 [Yeezus] 앨범의 아웃트로 트랙인 <Bound 2>를 골랐어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고르는 데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Yeezus] 앨범을 듣는 순간부터 '이게 힙합의 미래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지금까지 들고 있어요.
보통은 실험적인 걸 하면 왜 이렇게 이상한 걸 해놨어, 오리지널리티를 살리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 앨범에서는 이상하면서도 실험적인 걸 해놨지만 힙합이 미래에도 있다면 이런 스타일이면 좋겠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사운드적으로는 인트로 트랙인 <On Sight>을 미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앨범에서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를 한 곡 고르려고 앨범을 다시 한 번 쭉 듣다 보니까 오히려 <Bound 2>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샘플링에다가 랩을 하는 칸예를 볼 수 있더라구요.
결국은 [Yeezus]에서 칸예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고 했지만, 실험적인 앨범의 표본이라고 불리는 [Yeezus]의 마지막 트랙은 사실은 그렇게 미래적이기보다 고전적인, 옛날 칸예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었죠.
힙합이 새로운 실험을 계속 하지만 결국은 오리지널, 뿌리로 돌아가는 거죠.
자동차 튜닝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샌가는 순정으로 돌아가듯이, 칸예도 이 실험 저 실험하다가 그 실험의 마무리를 <Bound 2> 같이 한다는 건 힙합에도 돌아갈 수 밖에 없는 하나의 뿌리가 있는 게 아닌가..
미래에도 다시 순환을 통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느낌? 나팔바지의 인기가 다시 되돌아오고 있는 것처럼요.
힙합도 계속 무한대로 이상하게만 변하는 건 아니고, 변한다 변한다하다가 다시 예전의 맛도 살리는 거죠.
마지막 질문 :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
무수한 인생 앨범들 사이에서 한 작품만 고르는 게 쉽지 않아 포기하셨음.
공 : 힙합은 근본의 맛을 잃지 않는다. 미래지향적인 사운드를 대표하는 칸예 마저도 근본의 맛을 잃지 않았듯..
안 그래도 <Bound 2> 관련해서는 칸예가 직접 인터뷰를 통해 '[Yeezus]에서 노래라고 부를 만한 트랙은 <Bound 2>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죠.
이제 어느덧 마지막 질문을 드릴 때가 왔는데요. DJSam님의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을 소개해주시면 되겠습니다.
D : 이건 그냥 틀에 박힌 답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사실은 미친듯이 인터넷도 뒤지고 제 CD/LP장도 뒤지고 다 해봤는데 곡이나 앨범으로 하나를 고르는 순간 다른 앨범들한테 제가 면목이 없을 것 같아요.
이걸로 할까? 하고 앨범을 골라서 빼는 순간에 다른 앨범이 눈에 아른거리고.. 예를 들어 Ultramagnetic MCs 1집을 골라서 빼다가 옆에서 Snoop Dogg의 [Doggystyle]이 보이고.
그래서 아.. 이건 아니지; 하고 [Doggystlye]을 고르면 또 옆의 Nas의 앨범들이 보이고.. 그런 과정을 반복 끝에 CD를 15장까지 꺼내봤어요.
더 이상은 보지 말고 이 안에서만 고르자, 하면서 하나둘씩 제끼는데 도무지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 질문의 답변으로는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공 : 이 질문에 답변을 하는 건 DJSam님의 인생이나 청취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던 여러 아티스트들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하시는 거네요.
제가 지금 50분 가까이 줌터뷰를 진행하면서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 답변에 '고를 수 없다'라고 대답하신 건 DJSam님이 처음이네요..
D : 고르지 않으려고 생각을 한 건 아니예요.. 미친듯이 고르면서 추렸다가 뺐다가 넣었다가 하다가, 물론 그 사람들이 옆에서 보고서 '야, 어떻게 너 내 앨범을 빼고 다른 앨범을 고를 수 있니?'라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만 저에게는 그 정도로 다가왔어요.
엄마 아빠가 안 보고 있다고 해서 '저는 엄마 / 아빠가 더 좋아요'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너무 많은 앨범들이 있기 때문에 누가 나중에 알던 안 알던 하나로 고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네요.
15개 추리면서도 탑 15에 들지 못한 다른 앨범들에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웃음)
전세계적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나에게도 좋았던 앨범 반, 남들에게는 별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많이 들었던 앨범들도 있고요.
Outro : 인터뷰 참여 소감
공 : 어떤 앨범인지 정말 궁금하네요. 혹시 리스트업해서 주실 수 있으시면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DJSam님은 15개에 들지 못한 다른 앨범들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결국 답변하시는 걸 철회하셨다.)
DJSam님을 깊은 고뇌에 빠지게 한 마지막 질문을 끝으로 오늘의 인터뷰가 모두 마무리 되었는데요.
인터뷰 직접 참여해보시니까 어떠셨나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D : 만약에 제가 어떤 이야기를 했을 때 힙합 이야기를 잘은 모르지만 대화의 기술에 능해서 인터뷰어가 되었다는 걸 인터뷰이의 입장에서 알게 되면 사실 저도 별 얘기가 안 나왔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Talib Kweli라구요? 그게 뭔데요?'라는 반응을 하시는 분이었다면 제가 '이야기하면 뭐하냐.. 다음 거로 넘어가시죠'라고 이야기했을 텐데 옛날 거든 요즘 거든, 장르를 넘나들어도 기본적인 소양이 있으신 걸 제가 느끼니까 말하기가 즐겁고 편했어요.
그리고 아까도 언급드렸지만 개인적으로 최근에 기분이 안 좋은 일이 몇 가지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은 흥미진진하고 안 좋았던 생각들은 싹 잊혀져서 인터뷰를 하는 1시간 동안은 힐링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공 : 오늘 인터뷰를 통해 연륜이 있는 답변, 유쾌하신 유머를 활용하시면서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시는 모습에 저도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힙합엘이 줌터뷰 모음집 링크] https://hiphople.com/fboard/24321292
역시 선생님이란 직업이 래퍼 활동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점은 많이 아쉽네요... 본문에 나온 달지 님의 상황도 언젠가 들어본 기억이 나는데 역시 많은 고충들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저도 들으면서 공무원이 얼마나 빡센 직업인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 .
생각치도 못 한 곳에서 제약이 너무나도 많더라구요.
끊임없이 꿈을 추구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신 분... 자녀 힙합 조기교육 저도 꼭 해보고 싶네요 ㅋㅋㅋ
저도 우리반 애들한테 힙합 트랙 좀 속삭여줘야겠습니다
ㅇ..유치원 선생님 아니신가요
힙합 조기교육. . .
그저 DJSam님을 리스펙할수 밖에 없다
Big Respect . . .
제가 말이 참 많았군요..ㅋㅋㅋ
그것이 꿀잼 포인트 . . . 하지만 저희들만 아는 고오급 유머는 살며시 삭제해보았습니다 ㅎㅎ
just the two of us...
온가족이 나스를 듣는다니 증말 부럽군요....
그건 정말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 . .
하 .. 너무 재미있다 ... 정신없이 읽었읍니다..
DJsam님의 연륜 유머와 음악적 지식은 정말 감탄 그 자체임니다. . .
직업은 선생님 부캐는 래퍼 & 프로듀서 딥플로우랑 합동 공연까지 나무 멋있으신 분이네요.
제가 올해 고3인데 DJSam님이 제 선생님이셨으면 시간 날때마다 쫄래쫄래 따라가서 새로 발매된 앨범 어땠냐고 여쭤봤을 듯 ㅋㅋㅋㅋ
하지만 동네에 힙합엘이 하는 사람은 많아야 한 명 !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업이랑 취미 병행하시는분들 존경합니다...
Big Respect to DJSam...
와 역시 DJSAM 님이시네요 멋진 인터뷰 넘 즐겁게 잘 봤습니닷 !! 알찬 내용들이네요 정말 ㅎㅎ 저도 온가족이 나스를 강제 청취하네요 ㅋㅋㅋㅋㅋㅋ
힙합 학교에 강제 입학하는 가족들 ㅋㅋㅋ
와 진짜 멋있네요 딥플로우랑 합동공연도 하시고 힙합 좋아하시는 선생님..꿈만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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