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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ye West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2010) 리뷰

title: Mach-Hommy온암2023.06.16 21:18조회 수 5722추천수 16댓글 36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jpg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 Kanye West

플레이타임 1시간 8분 39초

  1. Dark Fantasy
  2. Gorgeous (Feat. Kid Cudi & Raekwon)
  3. POWER
  4. All Of The Lights (Interlude)
  5. All Of The Lights
  6. Monster (Feat. JAY-Z, Rick Ross, Nicki Minaj & Bon Iver)
  7. So Appalled (Feat. Swizz Beatz, JAY-Z, Pusha T, CyHi The Prynce & RZA)
  8. Devil In A New Dress (Feat. Rick Ross)
  9. Runaway (Feat. Pusha T)
  10. Hell Of A Life
  11. Blame Game (Feat. John Legend)
  12. Lost In The World (Feat. Bon Iver)
  13. Who Will Survive In America
  14. See Me Now (Feat. Beyoncé, Charlie Wilson & Big Sean)

앨범 리뷰 전 한 마디

드디어 이 앨범이다. 칸예 웨스트의 5번째 작품이자 그의 커리어 하이,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켄드릭 라마의 <To Pimp A Butterfly>, 프랭크 오션의 <Blonde>와 함께 명실상부 2010년대 최고의 흑인 음악 명반이자 대중 음악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앨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앨범이다. 필자가 최초로 청취한 외국 힙합 앨범이기도 한데, 이 때문에 한동안 그 어떤 음악을 들어도 아무런 청각적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불감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만큼이나 처음 들었을 때 필자의 음악관을 통째로 뒤집어놓은, 충격에 가까웠던 작품이고, 그때보다 훨씬 많은 음악을 들은 지금까지도 내 인생에 있어서만큼은 가장 뛰어난 앨범이라는 생각을 한다.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명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리뷰이다.​


 

배경 이야기

kanye west.jpg

 

 <Graduation>으로 랩스타의 길을 밟았고, <808s & Heartbreak>로 전위적인 팝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직접 프로듀싱한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까지 합치면 이미 데뷔 초기부터 최소 4개의 명반(<The Blueprint>, <The College Dropout>, <Be>, <Late Registration>)을 배출한 유망한 힙합 음악가가 이제는 대중성까지 손에 넣으며 팝 아이콘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제 그 자리를 굳힐 단 하나의 명반이 있다면 칸예 웨스트라는 인물은 과거의 락스타들에 비견되어도 결코 어색하지 않은 존재가 될 터였다. 그러나 그 마지막 계단을 밟기 전, 칸예는 그가 늘 그러하듯 발을 헛디디고 만다.

 이제 너무나도 유명해진 칸예 웨스트와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악연은 2009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에서 시작되었다. 칸예의 흑역사이자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닐 원죄는 그 사건에서 기인한다. 여성 부문 비디오 최우수상을 놓고 비욘세의 'Single Ladies (Put a Ring on It)'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You Belong With Me'가 후보에 오른 상태에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테일러가 벅찬 심정으로 수상소감을 말하던 도중 갑작스레 칸예가 무대 위로 올라와서 마이크를 낚아챈 것이다. 여기에서 그는 세 가지 잘못을 저지른다.

 첫 번째, 테일러 스위프트가 수상 소감을 채 다 말하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무대에 난입했다는 것.

 두 번째, 무례하게도 아무 말 없이 마이크를 가져가 "비욘세의 뮤직 비디오가 역사상 최고였다"는, 테일러 본인에게 상당히 상처 가는 발언을 서슴치 않게 공개적으로 했다는 것.

 세 번째, 결국 비욘세가 VMA 대상을 수상했기에 칸예가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는 것.

 발언을 다 끝내고서 취한 의아해하는 몸짓은 덤이었다. 이 갑작스러운 방송사고로 인해 칸예는 미국 연예계 최고 요주의 인물이 되며, 동시에 가장 많은 헤이팅Hating을 받는 연예인이 되었다. 그 어떤 인물이 다른 이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는데 마이크를 강탈하고 공개적으로 논란성 발언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여러모로 칸예 정도의 사람이 아니라면 시도할 엄두조차 못낼 정도의 행위였다. 물론 칸예가 이 당시 술에 취해있어 조증 증상이 극대화된 상태였다는 정황과 형식적으로는 테일러에게 예의를 표한 것은 감안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여성의 순수한 육체미를 극대화한 비욘세의 'Single Ladies'가 훌륭한 비디오였던 것 또한 맞다. 그러나 칸예의 행동은 교양을 갖춘 현대인이라면 할 수 없는, 사실상 예의가 완전히 결여된 행동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칸예는 수천만 명 분의 욕을 먹고 연예계에서 추방에 준하는 처분을 받는다. 레이디 가가와의 합동 투어였던 <Fame Kill> 투어조차 취소한 그는 잠시 하와이로의 도피를 선택한다. 조국의 모든 이가 자신에게 등을 돌린 이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가 완전히 종결될 지경이었기에, 칸예는 그 인식을 완전히 전환시킬 만큼 훌륭한 앨범을 수십 명의 동료 아티스트와 함께 준비하게 된다. 앨범 제작비만 무려 300만 달러(한화 약 33억)가 투자된 이 앨범은 역사상 가장 많은 자본이 투입된 힙합 앨범 중 하나이다.

 아디다스와 협업하며 'AIR YEEZY BOOST' 시리즈를 내거나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와 함께 펜디FENDI의 인턴으로 들어가 패션계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던 그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앨범 작업을 진행할 때만큼은 이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하루 중 대부분을 작업실 내에서만 보내며 간간이 쪽잠만을 청하는 등 앨범 제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칸예는 작업실 내에서 지켜야 할 여러 규칙까지 지정하여 엄격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앨범 유출을 방지하려 시도했다. 또한 앨범에 참여한 여러 아티스트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불완전한 부분을 지워나가며 작업했다.(심지어 음식 배달부에게도 앨범을 청취시키며 의견을 받았다고 한다.)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는 칸예 웨스트를 주축으로 한 당대 최고의 음악 집단지성이 머리를 맞대 산출한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작업 과정에서부터 이미 명반의 모든 조건을 갖추었던 이 앨범은 화려한 프로듀서진과 피쳐링진을 만나며 그 날개를 펼칠 준비를 했다.

 칸예는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발매에 앞서 'GOOD Friday'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칸예 자신의 웹사이트에 곡들을 무료 공개하는 이 프로젝트는 주마다 돌아오는 뛰어난 트랙들(개중에는 본작과 <Watch The Throne>의 리믹스 혹은 보너스 트랙도 포함되었다.)의 향연으로 큰 호평을 얻었고, 동시에 칸예의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GOOD Friday' 프로젝트는 향후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발매로 시작될 굿 뮤직 레이블 전성기의 빌드업Build-Up 기능을 수행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53gjP-TtGE

https://youtu.be/Jg5wkZ-dJXA

 영상 미학적으로도 큰 성과가 관찰된다. 정식 앨범 커버를 비롯한 앨범 싱글 커버들(현대 회화의 거장 조지 콘도가 칸예를 위해서 직접 그린 작품이다.)은 잔뜩 뒤틀린 칸예의 감정을 소름 끼치게 표현했다. 첫 싱글로 공개된 'POWER'의 뮤직 비디오는 장대한 프레스코 벽화 풍의 비주얼로 앨범의 위대함을 예고했고, 30분이 조금 넘는 길이의 단편 영화 <Runaway>는 그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뮤직 비디오와도 맞먹는다는 극찬을 받았다. 칸예 본인의 환상과 음악 커리어, 그리고 사랑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단편 영화는 그 대담한 시도와 독특한 비주얼로 현재까지도 힙합의 가장 예술적인 발돋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는 발매되자마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석권하고 롤링 스톤Rolling Stone을 비롯한 온갖 평론지로부터 만장일치로 극찬을 받으며 21세기 최고의 명반으로 거론된다. 심지어 그 피치포크Pitchfork마저도 라디오헤드의 <Kid A> 이후로 본작에 처음 10점 만점을 선사할 정도이니, 앨범 발매 당시의 충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칸예는 자신을 향한 조롱과 혐오를 완전한 찬사로 돌려놓았다. 말 그대로 '21st Century Schizoid Man', 이 시대 최고의 탕아가 화려히 귀환한 것이다.​


 

음악 스타일

 명반이란 무엇인가? 흔히 사람들은 '완성도가 특출난 앨범', '후대에 영향력이 지대한 앨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앨범', 혹은 그 모든 조건을 한 번에 갖춘 앨범을 일러 '명반'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비틀즈The Beatles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나 <Abbey Road>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Pet Sounds>나 마빈 게이Marvin Gaye의 <What's Going On>,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Dark Side of the Moon>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Thriller>와 프린스Prince의 <Purple Rain> 모두 명반의 자격에 부합한다. 너바나Nirvana의 <Nevermind>와 라디오헤드Radiohead의 <OK Computer>, 닥터 드레Dr. Dre의 <The Chronic>과 우탱 클랜Wu-Tang Clan의 <Enter The Wu-Tang (36 Chamber)>은 분명 상이하게 다른 앨범들이지만 평론적으로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명반이다.

 이들은 모두 다른 시대에 나고 다른 세상을 경험했다. 그에 따라 사운드의 결이나 앨범의 지향, 대중음악 역사에 있어 차지하는 위치나 가지는 의의 또한 다르다. 이들이 가지는 단 하나의 공통점은 바로 한 시대를 대표할 만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청각적 경험인 음악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영광스러운 성격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높디 높은 위상들은 잠시 뒤로 제쳐두고, 얼마 전 지나가버린 2010년대를 대표하는 앨범에는 무엇이 있을까? 정말 많은 답변이 존재하겠지만, 필자 자신을 포함해 가장 많은 이들이 꼽는 음반이 바로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일 것이다.

 그 이유는 본작이 칸예 웨스트의 모든 것을 담은 앨범이기 때문이다.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가 곧 칸예 웨스트다. 단 한 치의 과장도 없이 그는 앨범에 본인이 당시까지 사용했던 모든 음악 기법을 투입시켰다. <The College Dropout>의 하이 피치 보컬 샘플링, <Late Registration>의 힙합 오케스트레이션, <Graduation>의 팝 신시사이저, <808s & Heartbreak>의 내향적인 오토튠 보정 기법을 모두 융합한 후 그 수준을 극한까지 올려버린 것이다. 샘플 또한 평소 그가 하는 정도보다 훨씬 많이 삽입하였기에 한 트랙에 최소 3개, 극단적인 경우 6~7개의 사운드 소스가 동시에 재생되는 맥시멀리즘 음악의 최종장을 보여준다.

 이 앨범이 대단한 이유가 바로 그곳에 있다.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는 단순히 B급 메탈 앨범처럼 귀 찢어지게 시끄러운 음악이 아닌, 소리를 음향 공간 곳곳에 사운드 소스를 배치하여 절대 비는 곳이 없이 고밀도의 소리가 나는 앨범이었다. 사운드에 대한 칸예의 강박적인 집착이 발매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앨범이 불후의 역작으로 추앙받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 규모와 강렬한 사운드는 웬만한 락 명반에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코러스에 과할 정도로 화음을 쌓고 스트링과 관악, 중첩 타악을 배치해 곡의 부피를 아득히 늘린 선택은 앨범의 볼륨을 불리며 1시간이 넘는 플레이타임 중 단 한 순간도 지루한 부분이 없게 만들었다. 일반적인 힙합 앨범보다 사운드의 규모가 크고 멜로디가 강조되기에 본작을 아트 팝 앨범 내지 아방가르드 팝 앨범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하나, 방법론 자체는 칸예의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힙합의 것을 매우 충실히 따르고 있다.

 또한 샘플의 출처도 이전에 비해 훨씬 다양한 장르를 아울렀다. 주로 소울과 알앤비 샘플을 탐닉하던 이전의 칸예 웨스트와 달리 붉은 정장의 칸예 웨스트는 프로그레시브 락, 인디 락, 메탈, 올드 팝, 일렉트로닉, 앰비언트까지 수용한다. 그 범위는 본작 이전까지 그의 최고작으로 평가받았던 <Late Registration>을 아득히 능가하는 정도이다. 현대음악의 혁신가로 평가받는 칸예가 그동안 앨범마다 해냈던 것과도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다양한 장르들을 융해했기에, 앨범은 그 완성도에 앞서 장르적 다양성과 음악적 전위성도 결코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탄생한 압도적인 프로그레시브의 위상, 장대한 힙합 오페라는 어느 한 곳 부족한 부분 없이 끔찍히도 아름다운 대작으로 완성됐다. 그리고 그가 10여 년 전 쌓아올린 위업은 그 아래로 이어지는 시대뿐만이 아닌 그 전의 음악 역사까지도 관통하며 그 누구도 쉽사리 엄두내지 못할 신화적 업적으로 거듭났다.

 물론 이 모든 업적을 칸예 홀로 이룩한 것은 아니다. 그는 씬에서 알고 지냈던, 그리고 자신이 동원할 수 있었던 최고의 프로듀서들만을 동원했다. 칸예의 앨범에 절대 빠질 수 없는 마이크 딘을 포함해 노아이디, 르자, 렉스 루거Lex Luger, 빙크Bink! 등 내로라하는 프로듀서들이 앨범에 비트를 제공했으며, 큐팁Q-Tip, 피트 락Pete Rock, DJ 프리미어DJ Premier, 매들립Madlib, 스태틱 셀렉타Statik Selektah 등 힙합의 거장들이 칸예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그 중 DJ 프리미어는 양질의 비트를 제공했으나 최종적으로 폐기되었으며 매들립이 주조한 5개의 비트는 단 하나도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다. 평소 최고의 비트메이커들이라 찬사받는 그들의 결과물조차도 칸예가 구현하고자 하는 고점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힙합 역사에 길이 남을 명반을 하나 이상씩 남긴 그들조차 칸예의 음악적 열정과 전위성을 포함한 거대한 예술적 비전에 감탄했을 정도이니, 그가 이 앨범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피쳐링진 동원 또한 당대 최고 수준이었다. 제이지, 리한나, 엘튼 존Elton John, 앨리샤 키스Alicia Keys, 존 레전드, 래퀀, 키드 커디, 니키 미나즈, 릭 로스, 푸샤 티, 저스틴 버논, 르자, 싸이하이 더 프린스, 스위츠 비츠, 빅 션, 찰리 윌슨, 드레이크Drake, 퍼기Fergie를 포함해 수십 명의 랩스타들과 팝스타들이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을 남기는가 하면 단지 화음 하나만을 쌓기 위해 소모적으로 사용된다. 'All Of The Lights'로 대표되는 광적인 사치가 피쳐링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칸예의 인생에 있어 최악의 암흑기를 지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컬에 대한 소비는 칸예의 특출난 음악적 혜안, 그리고 당시 그의 처지와 대조되는 재기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다. 여담으로 앨범에 제이지, 푸샤 티, 키드 커디, 니키 미나즈, 릭 로스, 존 레전드, 저스틴 버논 등 2번 이상 피쳐링한 아티스트가 유난히 많은 이유는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가 하와이라는 고립된 장소에서 녹음을 진행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끝내 한 작품에 내포해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맥시멀리즘 프로덕션을 대중들과 타협 가능한 선으로 정리했다는 것부터가 칸예 웨스트 프로듀싱 세션의 믹싱/마스터링 능력 또한 최고조에 달했다는 방증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압도적인 구성, 정돈력 있는 기술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니 웬만해서 저평가를 받는 것이 거의 불가한 것이다. 때문에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는 힙합 최고의 프로덕션을 지닌 앨범이라는 평가를 받고, 대중음악 전체 역사에서도 '사운드'라는 측면만을 고려하면 종종 최고로 손꼽히는 영예를 얻는다.

 허나 본작이 무결점한 앨범은 아니다. 한 컨셉 앨범Concept Album을 이루기 위해 장치적으로만 작동하는 부분은 몇몇 있고, 의도적으로 완벽함에 집착했기에 오하려 완벽함의 선을 넘어버린 부분이 관측되기도 한다. 힙합에서 완벽함의 기준이나 다름없는 <Illmatic>과 비교했을 때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는 분명히 넘쳐나는 앨범이다. 실추된 명예를 되찾기 위한 칸예의 욕망이 음악 내부적인 요소까지 침투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범의 장점은 사소한 단점들을 아득히 능가한다. 불완전함을 아름다움이 대체하기에 앨범은 결국 필연적으로 완벽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대목에서 다시 묻겠다.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가 <Dark Side of the Moon>, <OK Computer>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작품인가? 물론 답변이 궁금해서 물은 질문이 아니다. 어찌 되든 적어도 필자 본인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앨범 리뷰

https://youtu.be/UTH1VNHLjng

 이 위대한 앨범에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광을 얻은 이는 니키 미나즈였다. 칸예의 초기 작품들처럼 내레이션을 앞세운 힙합 역사상 최고의 인트로 'Dark Fantasy'는 마사 졸란스키(Martha Zolanski, 니키 미나즈의 얼터 에고 중 하나)의 영국식 발음으로 로알드 달이 재해석한 <신데렐라> 중 한 구절을 뒤튼다. 이 앨범이 지금까지의 그 어떤 작품과도 같지 않을 것을 예고하는 일종의 서사시인 것이다. 이후 저스틴 버논의 백그라운드 보컬과 함께 테야나 테일러의 보컬이 다중 화음을 이루며 곡을 입체적으로 고조시켜가고, 마이크 올드필드의 원곡 'In High Places' 중 "Can we get much higher(이보다 더 높이 갈 순 없을까)"라는 가사를 읊으며 한계를 초월하려는 칸예의 도전적 성향과 음악적 야망을 표현한다. 앨범 전체의 톤에 대해 예고하는 구성은 르자 스타일의 피아노 리프와 바로크 오르간 위 악마의 목소리로 그의 아름답고도 뒤틀린 환상을 논하는 칸예가 하나의 거대한 성악을 지휘하며 전개된다. "I fantasized 'bout this back in Chicago(시카고에 있을 적부터 이런 걸 꿈꾸곤 했지)"라는 라인으로 시작된 벌스는 칸예가 손에 넣었던 부와 명예, 그리고 그것들의 몰락과 재구성을 퇴폐적인 비유로 구현한다. 후반부 코러스가 굳이 다시 재생되는 이유 또한 앨범의 넘쳐나는 욕망에 대한 음악적 비유일 것이다.

 웅장한 보컬 코러스가 끝나고 바로 들려오는 강렬한 일렉기타 소리, 두 번째 트랙 'Gorgeous'다. 에녹 라이트가 커버한 터틀스의 'You Showed Me' 기타 멜로디를 일렉트릭 기타로 변주하고 하부에서 그를 보조하는 현악 연주를 추가해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아내는 비트는 명성의 상실을 은유하는 키드 커디의 다중 보컬 코러스를 만나며 청자를 전희시킨다. 튠 왜곡 보정을 통해 거칠어진 목소리로 칸예는 그가 지금껏 쓴, 그리고 앞으로 쓸 가사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 라인들을 선사한다. 가사적으로 가장 뛰어난 칸예의 곡이라는 극찬이 아깝지 않게, 그는 최고의 리릭시스트들과 비견되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대담한 펀치라인들을 던지며 인종차별이 암약한 미국의 추악하고 정치적인 면모를 낯낯이 파헤치고 고발한다. 래퀀(처음에 래퀀은 곡에 피쳐링하는 것을 거부했지만, 르자의 설득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이후 칸예의 음악가적 기질에 큰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은 탄탄한 랩 스킬로 흑인 사회에서 성공한 인물의 표본인 자신을 그려내고 자신이 그래왔던 것처럼 고군분투하는 어린 세대에게 도움을 줄 것을 다짐한다.

 

 

https://youtu.be/k8JflBNovLE

 앞 두 트랙만으로 웬만한 앨범을 아득히 상회하지만, 다음 트랙인 'POWER'는 칸예 맥시멀리즘 힙합의 전형을 제대로 보여주며 가사에 언급된 것과 같이 '히어로 테마' 같은 웅장함을 구현한다. 아프로메리카의 'Continent Number 6' 샘플로 토속적인 감상을 주며 시작한 곡은 미국이란 국가 속 칸예 웨스트라는 개인을 소개하며 잔잔한 사이렌과 육중한 베이스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내 콜드 크리츠의 'It's Your Thing' 드럼 샘플을 삽입해 완결된 프로덕션은 과연 5000시간의 제작 기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초현실적 완성도를 자랑하며 힙합이 추구할 수 있는 맥시멀리즘의 한계를 새롭게 써내린다. 킹 크림슨의 역사적인 프로그레시브 락 명곡 '21st Century Schizoid Man'을 샘플링하며 겸손하고도 오만한, 뻔뻔하고도 통찰력 있는 미국인 칸예 웨스트를 조명하는 곡은 MTV 사건과 자살 시도를 경험하고 다시 화려하게 귀환한 그의 복귀식, 혹은 힙합 예술의 제왕으로서 맞이하는 대관식으로서 매우 적절하다. 자신을 모욕한 방송 매체와 미국 정치계를 짖궂은 라임으로 즈려밟아주며 힘의 양면성에 대해 논하는 칸예는 권력 배분을 주장한다. 마이크 딘의 신시사이저가 각광받는 후반부에서는 'so exciting'과 'suicide'의 발음 유사성을 통해 자살이라는 소재로 권력 추락의 필연성을 은유하고 주제의식을 전달한다.

 

 

https://youtu.be/DTq4XEliPag

 앨범은 'All Of The Lights (Interlude)'를 통해 전 트랙이 휩쓸고 간 충격을 중화시킨다. 인터루드의 아름다운 피아노와 첼로 연주는 과열된 분위기를 진정시킴과 동시에 바로 다음 트랙까지 감정선을 다시 천천히 예열시키고 그 충격과 감동을 증배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3집의 'Flashing Lights', 4집의 'Street Lights'에 이어 'Lights'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All Of The Lights'는 맥시멀리즘 아트 팝의 대표작으로서 본 앨범에서 유일하게 샘플링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2년이 넘는 작업 기간 동안 제작한 곡이다. 빛과 조명을 소재로 연예인의 화려하고도 고통스러운 삶을 담은 곡은 샘플 하나 없이 앨범에서도 가장 풍성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곡이다. 리한나의 매혹적인 보컬로 시작한 곡은 장대한 호른 연주로 신화적 테마를 연출하며, 이내 넘쳐날 만큼 맥시멀한 드럼과 베이스를 추가함으로써 말 그대로 힙합과 팝의 오페라로 거듭난다. 키드 커디와 퍼기의 브릿지 부분으로 완급조절을 행하며 나아간 곡은 마침내 엘튼 존과 앨리샤 키스를 포함해 키드 커디, 토니 윌리엄스, 더 드림, 찰리 윌슨, 존 레전드, 엘리 잭슨, 그리고 드레이크의 웅장한 화음으로 화려한 조명 세례를 비추며 사람의 목소리가 줄 수 있는 최대치의 감동을 선사한다. 그야말로 '아트 팝'의 정의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이 명곡은 동시대에 발매됐던 팝송들과는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에서 비교선상을 달리한다. 조명의 비극을 다루고 있으나 역설적이게도 그 조명을 상징하는 소리의 향연은 지금까지 인류가 들은 그 어떤 소리보다도 아름답다.

 

https://youtu.be/pS6HRKZQLFA

 앨범의 첫 하이라이트가 지나가고, 동시에 1장이 마무리된다. 칸예는 이 앨범이 본질적으로 힙합 앨범이라는 것을 청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켜주기 위해 분위기를 한껏 어둡게 바꾸며 강력한 랩 트랙들을 선보인다.

 둔탁한 드럼이 특징인 'Monster'는 출처 미상의 피아노, 드럼 리프와 보컬 샘플을 두텁게 배치하여 단순한 랩 트랙임에도 불구하고 그 타격감을 극대화시켰다. 전 트랙의 빛을 어둠으로 전환시킨 저스틴 버논의 왜곡된 보컬과 릭 로스의 인상적인 네 마디 랩으로 시작한 곡은 세 래퍼가 각기 다르게 자신을 괴물로 인식하는 방법에 대한 전개를 가진다. 칸예는 화려한 팝스타의 삶과 대비되는 자신의 추악한 면을 괴물로 인식하고 그 잔학한 면모까지도 자신으로 받아들이며 뒤틀린 스웨거를 선보인다. 제이지는 유명한 괴물들의 이름을 깔끔히 열거하며 과물이 된 자신이 어떻게 빈민가의 대학살 속에서 현재의 성공까지 도달했는지 서술한다. 그러나 곡에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남긴 이라면, 그건 두 말 할 것 없이 니키 미나즈이다. 니키는 말 그대로 '괴물 신인'으로서의 자신감을 그녀의 벌스에 백분 담아냈다. 곡의 비트에 이보다 더 부합할 수 없게, 탄력적인 라임과 두 톤(니키 미나즈/로만 졸란스키)을 오가는 플로우는 그녀의 벌스가 그 자신 커리어 최고의 벌스로 남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두 베테랑들조차 능가하는 니키의 퍼포먼스는 곡의 백미를 장식하고, 저스틴 버논은 아웃트로의 가창으로 힘을 소진한 칸예의 모습을 그려낸다.

 맨프레드 맨스 어스 밴드의 'You Are - I Am' 샘플이 지배하는 암울한 랩 트랙 'So Appalled'는 현대적 비극 서사시를 방불케 하는 카리스마의 단체 곡이다. 어두운 교향곡이나 다름 없는 곡 위 스위츠 비츠가 중독적인 훅으로 곡을 지휘하고, 칸예와 제이지, 푸샤 티(본래 이 곡은 인터넷에 유출되어 칸예에 의해 폐기될 뻔했는데, 푸샤 티의 강력한 설득으로 앨범에 최종 수록되었다.)와 싸이하이 더 프린스가 각자의 벌스를 소화한다. 칸예는 이해의 선상을 벗어난 자신의 성공을 묘사하며 농담과 같은 구절을 뱉고, 제이지는 그 위상에 걸맞는 포스를 뽐내며 그의 천문학적인 성공을 과시한다.(벌스 중 MC 해머의 경제적 손해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어 소규모의 디스전이 발생했다.) 푸샤 티는 특유의 깔끔하고 탄력적인 래핑으로 과거 마약상이었던 자신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며 자신이 생존했다는 사실과 그 결과인 성공을 찬미하고 예술적인 비유로 표현한다. 싸이하이 더 프린스는 신인으로서 잡기 쉽지 않은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으며 인상적인 구절을 소화하고, 르자의 야성적인 목소리는 곡의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그렇게 앨범은 최고조에 달하기 전까지 모든 준비를 마친다.

 

https://youtu.be/sk3rpYkiHe8

 개인적인 영역으로 주제를 옮긴 'Devil In A New Dress'는 앨범에서 유일하게 칸예가 프로듀싱에 참여하지 않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고위 수준의 프로덕션을 보유한다. 칸예가 제작하지 않았지만 가장 '칸예답다'는 감상을 주는 이 트랙은 고전 소울 차핑을 위시한 샘플링의 가장 훌륭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The Blueprint> 시절 작업 동기였던 빙크가 스모키 로빈슨의 명곡 'Will You Love me Tomorrow?'를 샘플링하고 재조립해 만든 리프는 베이스와 신시사이저, 드럼 등이 포함된 맥시멀리즘 힙합 프로덕션과 맞물려 아름답고도 끔찍한 악몽의 감성을 발산한다. 기독교의 원죄론적 관점으로 곡에 종교적 이미지를 삽입해 자신의 대인 관계에 대해 논하는 칸예는 그 중에서도 연인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그녀'를 악마로 비유하며 그 사랑이 진실인지(알렉시스 파이퍼), 혹은 거짓인지(앰버 로즈)에 대해 논하는 그는 진솔하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마이크 딘이 연주한 곡 중반부의 일렉트릭 기타 솔로는 곡의 청각적 완성도와 감정선을 극적으로 끌어올리고, 마침내 릭 로스의 벌스가 등장한다. 힙합 역사상 최고의 프로덕션과 최고의 벌스의 융합이라 극찬해도 결코 과하지 않은 최고의 하이라이트이다. 릭 로스의 기름진 목소리는 칸예의 요구에 의해(릭 로스의 원래 벌스를 듣고 불만족한 칸예가 직접 릭 로스에게 다시 벌스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평소보다 더욱 힘을 주며 곡의 사운드를 황홀할 정도로 격상시킨다. 칸예의 주제를 이어받아 여성과의 관계를 다루면서도 칸예와의 인연과 그 자신의 막대한 성공을 논하는 그의 벌스는 마디 하나마다 타격감과 카리스마가 서려있다.

 

https://youtu.be/VhEoCOWUtcU

 그렇게 끌어올린 에너지를, 앨범은 단 한 순간에 가장 낮은 곳까지 내린다. 앨범이 드디어 진정한 하이라이트에 도달한 것이다. 칸예의 최고 명곡을 넘어 대중음악 역사상 최고의 명곡 중 하나인 'Runaway'는 그 첫 건반마저도 가히 역사적이다. 전 트랙이 끝나자마자 신사적으로 떨어지는 E6 건반의 반복은 그 순간 모든 에너지를 한 음에 집중시키며 동시에 청중을 음악에 동화시킨다. 아름다운 [E6-E5-D#6-D#5-C#6-C#5-A5-G#5-E6] 코드로 가장 간단하면서도 위대한 방식으로 개문開門을 알리고, 더 백야드 헤비스의 'Expo '83'(혹은 피트 락 & 씨엘 스무스의 'The Basement')에서 따온 드럼 리프와 육중한 베이스, 릭 제임스와 제임스 브라운 샘플 조각이 추가되며 곡은 사운드를 입체적으로 확장시켜나간다. 인스트러멘탈 구성은 맥시멀리즘 프로덕션으로 명성이 자자한 앨범에서 꽤나 간단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 곡이 '앨범 내 최고의 곡'이라는 극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힙합이 표현할 수 있는 미학의 극치 그 자체에 도달한 연주에 있다. 전작의 프로덕션과 내향적인 우울함을 극한으로 강화시킨 곡은 절절한 알앤비 멜로디로 칸예의 이기적이며 동시에 상호파멸적인 사랑을 표현한다. 이 사랑의 끝이 쓰디 쓴 맛의 비애뿐임을 알기에 애인에게 자신으로부터 도망가라 하면서도 애정을 갈구하는 칸예의 모순적 가창은 그의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여과 없이 보여주며 청자의 공감능력을 극히 강화시킨다. 곡은 프로그레시브 락과 교향악에서 영향을 받아 총 3장으로 나뉘어있다. 비트가 드랍되며 곡의 시작을 알리는 제 1장이 지나고, 제 2장에서 푸샤 티의 래핑이 등장한다. 리릭시스트로 정평이 난 푸샤 티가 무려 4번이나 가사를 수정해가며 쓴 벌스는 역시나 힙합 역사상 최고의 피쳐링 중 하나로 기록되었으며, 자조적 감상에 젖은 칸예의 보컬과 상반되게 건조한 기조로 허무한 물질주의적 관계를 묘사한다. 그리고 화룡점정은 제 3장이다. 칸예는 자신의 목소리에 보코더와 오토튠 보정을 걸고 노이즈를 섞어 마치 일렉트릭 기타처럼 왜곡시킨 후 피아노, 첼로 연주와 함께 3분 동안 곡의 주 멜로디를 반복해 노래한다. 어떤 이들에겐 소음으로 들릴 수 있는 이 연주는 들으면 들을 수록 오히려 여운이 짙게 남으며, 들을 때마다 청자로 하여금 형언할 수 없이 복합적인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제 3장의 왜곡된 보컬은 본 곡이 역대 최고의 곡 중 하나로 평가받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9분이란 길이 동안 온갖 실험적인 시도를 했음에도, 그 시도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는 점. 그것이 바로 이 곡이 발매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곡으로 찬사받는 이유이다.

 

https://youtu.be/tJKNcI6jC6A

 전 트랙의 노이즈는 'Hell Of A Life'의 강렬한 헤비 메탈 사운드로 이어진다. 더 모조 멘의 'She's My Baby'을 샘플링하고 토니 조 화이트의 'Stud-Spider' 드럼을 샘플링한 비트는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자아내며 힙합과 락의 성공적인 결합 사례로 남는다. 블랙 사바스의 명곡 'Iron Man'의 멜로디를 샘플링해 프로덕션에 결합한 곡은 랩스타 칸예를 사이키델릭 락스타로 변모시킨다. 곡은 "I think I just fell in love with a pornstar (나 방금 포르노 스타와 사랑에 빠진 것 같아)"라는 가사로 대표되는, 향락적이고 문란한 삶을 주제로 삼는다. '화장실에서 결혼하고, 댄스 플로어에서 신혼밤을 보내며, 다음 날 이혼한다.' 자신의 깊고 역겨운 성적 욕망을 서슴치 않고 고백하는 칸예의 랩은 랩 락 프로덕션에도 무리 없이 녹아들며 그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 곡의 코러스에서 칸예는 'hell of a life'를 'hell of a lie'로 발음하는데, 이것은 그가 이 곡에서 논하는 모든 것이 한낱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암시한다.

 'Blame Game'은 바로 전 향락의 잔재와 뒷정리를 논하는 단계이다. 에이펙스 트윈의 'Avril 14th' 샘플을 주 코드로 설정하고(에이펙스 트윈은 곡의 비트를 듣고서 자신이 직접 손봐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칸예가 이를 매몰차게 거절함으로써 그의 화를 돋구게 되었다.) 인더스트리얼 드럼 프로덕션을 입힌 비트는 음향 공간에 공허하게 울려퍼지며 쾌락 후의 허무함을 증대시킨다. 칸예는 그 자신과 전 애인 앰버 로즈의 상호파괴적 관계를 성찰하고 그에 대해 후회하지만 그는 무력하여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그저 제목처럼 서로를 향해 '비난 게임'을 계속할 뿐. 존 레전드의 처연한 발라드 보컬을 앞세운 후 "I love you more, I hate you more, I can't love you this much(내가 더 사랑해, 내가 더 미워해, 널 이보다 더 사랑할 수는 없어)"라는 가사를 절절히 읊는 칸예는 그의 가장 깊은 내면에서 유래한 패배주의적 기조를 담아낸다. 곡 후반부 코미디언 크리스 락의 스킷은 그 존재 여부에 호불호가 갈릴 지 언정 그의 호연에 힘입어 곡에서 표현하는 말초적이고 공허한 관계,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된 상호적 증오를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https://youtu.be/1nawiZsuFI8

 마지막 트랙인 'Lost In The World'와 아웃트로 'Who Will Survive in America'는 이 전설적인 앨범에 걸맞는 훌륭한 마무리이다. 본 이베어의 'Woods' 샘플을 활용한 오토튠 아카펠라로 시작하는 곡은 인간의 가장 공허하고 내면적인 부분을 자극한다. 이후 보컬이 화음을 형성해가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린 콜린스의 'Think (About It)'에서 샘플링한 드럼과 백그라운드의 여성 합창, 아프리카 드럼의 추가로 점진적으로 웅장미를 강조한다. 단지 소리의 벽Wall of Sound 기법과 샘플링만을 사용해 당대 최고 수준의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러운 확장 과정을 통해 명실히 보여준 칸예 최고의 명곡 중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칸예는 그의 가장 시적인 구절로 연인, 미국, 그리고 자신의 음악을 은유하여 언급한다. 아프리카 드럼과 함께 다시 한 번 'Continent Number 6' 샘플이 흐르며 염세주의적인 곡의 메시지는 아웃트로로 전달된다.

 앨범 전체의 서사를 총체하기에 질 스콧 헤론만한 인물이 없을 것이다. 미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시적으로 표현한 이 소울 음악가의 음성을 샘플링한 칸예는 그의 목소리를 빌려 자신이 본작에서 말하자고 하는 바를 정확히 드러낸다. "Who Will Survive in America?", 이 묵직한 질문이 4번 이어지고 나오는 박수 소리는 감상자로 하여금 하나의 작품을 완청完聽했다는 공간적 경험을 하게 한다. 희대의 명반에 걸맞는 완벽한 결말이다.

 

 

 아이튠즈 전용 보너스 트랙인 'See Me Now'은 칸예의 숨겨진 명곡이다. 칸예가 우울증에 시달리며 자살 시도까지 했을 때 제작했던 'Never See Me Again'의 완전한 대척점에 서있는 곡으로, 노아이디와 렉스 루거가 협업해 만든 활기찬 가스펠-팝 랩 프로덕션이 일품이다. 비욘세, 찰리 윌슨의 힘찬 소울 보컬과 칸예, 빅 션의 자신감 넘치는 플로우는 각자의 위치에서 제 기능을 수행하며 행복이란 원초적인 감정을 백분 표출한다. 앨범이 끝난 후 그 감흥이 채 가시지도 않았을 때, 마치 영화 엔딩에 올라가는 크레딧이나 뮤지컬이 끝나고서 활기찬 분위기로 관객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커튼 콜과 유사한 트랙이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매우 애정하기에 본작을 다 돌리고 나면 절대 빼놓지 않고 재생하는 곡이기도 하다. 칸예의 마지막 웃음소리를 통해 그가 해방의 환희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앨범에서의 랩

 어떤 미사여구를 사용한다 한들 한참 부족할 만큼의 고차원적인 프로덕션 수준과 괄목할 음악적 업적에 가려져 잘 부각되진 않지만,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는 힙합 앨범으로서 랩에서도 딱히 모난 부분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본작의 랩 퍼포먼스는 칸예 웨스트의 모든 앨범을 통틀어 가장 탁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칸예의 랩 실력은 비트메이커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앨범의 세기말적인 분위기에 적합하게 시니컬한 랩 톤으로 음산하고 불쾌한 라임을 이어가는 칸예의 플로우는 곡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선율 그 이상의 청각적/운율적 쾌감을 제공한다. 'Monster'나 'So Appalled' 같이 내로라하는 래퍼들이 모인 단체 랩 트랙에서도 칸예는 전혀 밀리지 않고 그만의 특색이 드러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Gorgeous'와 'Devil In A New Dress'에서는 뛰어난 리릭시즘을 바탕으로 탄력적인 벌스를 선사하며 그가 래퍼로서 가진 매력을 과시했다.

 특히 가장 간과되면서도 중요한 기능은 랩의 장치적 역할이다. 사운드만 놓고 봤을 때 프로그레시브 락 앨범에 가까울 정도로 전위적인 구성을 지닌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에서, 칸예 웨스트는 본작을 힙합 앨범으로 유지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는 현란한 랩 스킬을 내세우기보다 랩의 본질에 한층 더 깊이 접근한다. 가사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칸예는 그의 시카고 악센트를 이용해 음절의 강세와 길이를 조절하고, 랩이 흑인 음악의 가창으로서 태생적으로 지닌 그루브를 강조하며 앨범의 음악적 정체성을 공고히 유지한다.

 가창도 제외할 수 없다. <808s & Heartbreak>만큼 전격적이진 않지만, 비중이 꽤 되는 칸예의 가창은 앨범을 잠시 팝 앨범으로 착각하기 충분하게 만들었다. 특히 개인적인 영역과 대인관계에 대해 다루는 후반부에 이르러 가창의 비중이 늘어나는데, 전작처럼 오토튠으로 목소리를 덮기보다는 철저히 보조적인 기능으로 사용하며 순수한 보컬로서의 가치를 강조했다. 특히나 'Runaway'에서 그가 선보였던 퍼포먼스는 팝 싱어나 라커의 그것에 비교해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만큼 위력적이었다. 아마추어에 가까운 랩-싱잉 발성법, 그와 대조되는 보컬의 출력, 좁은 음역대에서 나오는 처절한 호소력은 곡의 감정선을 뒤흔들며 앨범에서 감정적으로 가장 폭발적인 지점을 마련했다.

 칸예는 퍼포머로서도 준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인재를 발굴하고 타 아티스트의 음악적 가능성을 백분 개방시키는 것에 한해서는 힙합 씬의 그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재능을 지녔다. 그런 그가 작정하고 최고의 피쳐링을 유도한다면 피쳐링의 수준 또한 배는 향상되는 것이 당연하다. 대표적인 예시가 'Monster'의 니키 미나즈와 'Devil In A New Dress'의 릭 로스이다. 사운드적 측면인 타격감과 운율적 측면인 플로우에서 최고조에 달한 실력을 보여준 두 래퍼는 스스로의 커리어에 방점을 찍고 이후 힙합 씬에서 더욱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벌스가 2010년대 최고의 벌스를 선정할 때 절대 빠지지 않고 상위권에 배치된다는 점에서 앨범은 2010년대 이후 랩 명반의 전당에 들어가기 충분하다. 또한 제이지와 푸샤 티가 탑 클래스의 래퍼답게 2번('Monster', 'So Appalled', 'Runaway')에 걸쳐 인상적인 구절을 남겼으며, 키드 커디, 리한나, 존 레전드 등 보컬로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웅장한 하모니 속 주축으로 작용하며 앨범이 내포한 대중음악으로서의 매력을 증대시킨다.

 앨범의 서정적 면모를 탐구해보자면,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가 컨셉 앨범으로서 고평가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곳에 존재한다. 당시까지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를 기용하며 다른 래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라이밍과 어휘력을 보완하던 칸예는 그의 정규 5집에 이르러 마침내 대필을 거부한다. 그는 지금까지 직접 만져보지 않았던 펜을 들어 공책에 직접 라임을 적어내려갔고, 최선의 플로우를 구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뒤틀린 성적 취향과 이기주의적 면모를 포함해 자신의 가장 진실된 모습을 순수하게 담아냈다. 필히 지난 커리어 동안 래퍼로 활동하며 축적한 경험의 결과물일 것이다.

 초~중반부까지 그는 미국 사회와 정치계의 문제점, 그 속에서 멸시받고 있는 자신의 모습, 혹은 그럼에도 부와 명예를 손에 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은유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중~후반부부터는 그 자신의 모습만을 더욱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스타로서 자신이 경험한 삶과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풀어나간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앨범 전체에 걸쳐 칸예가 논하는 대상이 중의적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대중일 수 있고, 국가일 수 있으며, 명예일 수 있고, 사랑일 수 있다. 이 다양한 선택지 중 그가 특정 대상을 명료하게 언급하지 않고 애매하게 묘사함으로써 얻는 서정적 효과는 증배된다.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이기에 표현은 더욱 시적으로 변한다.

 그럼에도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는 추락을 극복하고 더 높은 차원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완벽함을 갈구하는 앨범의 음악적 방향성에도 부합한다. 칸예 웨스트의 추락이 갑작스러웠던 만큼이나 그의 비상 또한 극적이어야 했다. 그 누구보다 강한 자아를 지니고 있던 그에게 명예의 실추란 현존재로서의 죽음을 선고하는 것이나 비단 다를 바 없었고, 그를 혐오하는 이들까지 설득해야 할 중대한 과제였다. 험난한 장벽을 마주한 칸예가 설득의 방법으로 사용한 것은 진부한 사과 따위가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더욱 당당하게 자신을 표출한다. 칸예 웨스트라는 사람이 얼마나 뒤틀려 있고, 또 얼마나 비판적인지, 얼마나 인간적인지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는 그 스스로에게 하달한 임무를 최고의 음악과 함께 충실하게 수행했다. 서사가 중요하게 평가받는 힙합 장르에서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가 음악적으로뿐만 아니라 내용 측면에서도 고평가받는 이유이다.

 칸예 웨스트는 이 앨범의 발매로 인해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이 시대 최고의 아티스트 반열에 오르게 되며, 자신이 1년 전 온갖 비난과 조롱을 받았던 그 MTV, 바로 그 무대에서 성공적인 컴백을 알린다. 아름다운 작품을 창조함과 동시에 어두운 내면을 지니고 있고, 사회의 표준과는 달리 끔찍하게 뒤틀린 이 남자가 다시 환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그 자신의 모든 것을 토해내어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기 때문이 아닐까. 만인이 그를 비난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다시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노릇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그것은 그가 만드는 음악이 역사상 최고의 수준이라는 이유에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 또한 마음 속 깊게 자리 잡은 뒤틀린 환상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총평: 10/10

최애곡: Devil In A New Dress

-All Of The Lights

-Runaway

이 아름다운 신화적 악몽을 보라, 나의 상상보다 웅장하고도 너의 생각보다 개인적이지 않은가?​

Is hip hop just a euphemism for a new religion

힙합은 그저 새로운 종교의 완곡한 표현인가

the soul music for the slaves that the youth is missing

젊은이가 놓치고 있는 노예를 위한 영혼의 음악이여

this is more than just my road to redemption

이것은 단지 내 속죄의 길 그 이상이야

Malcolm West had the whole nation standing at attention

말콤 웨스트는 전국의 사람들을 일으켜 집중시켰지

Kanye West, 'Gorgeous (Feat. Kid Cudi & Raekwon)' 中

 

 

 

원글: https://blog.naver.com/oras8384/222861821720

앨범이 넘쳐나니 리뷰 분량도 넘쳐나는군요... 저도 리뷰를 쓰는 동안 칸예에 간접 빙의해 강박적으로 완벽한 글을 추구했던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오랜만에 앨범을 들으면서 처음 들었을 때의 전율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고, 새삼 이 앨범이 얼마나 위대한지 곱씹는 계기도 되었네요

 

+

https://youtu.be/mdftuX2ahQU

유튜브에서 칸예 내한 공연을 보다보니 그때의 칸예는 정말 신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모습입니다... 너무 멋져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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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6
  • 1 6.16 21:38

    MBDTF는 적어도 나한테는 세계 최고의 앨범임 두번다시 나올 수 없는 더없이 완벽한 앨범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6.16 21:42
    @칸랭크예션

    저도 저에게만큼은 모든 앨범 중 최고입니다

  • 1 6.16 21:44

    역시 칸예 리뷰가 가장 재밌네요 긴줄도 모르고 다 읽었습니다 ㅋㅋㅋ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1 6.16 21:49
    @오서독스

    이제 칸예 절반 남았다...

  • 1 6.16 22:16

    진짜 이 리뷰 보는 맛에 엘이 한다 진짜 너무 감사합니다 ㅠㅠㅠ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1 6.16 22:26
    @지나가던예붕이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제가 더 감사합니다

  • 1 6.16 22:21

    캬..정성 리뷰 잘 먹겠습니다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6.16 22:26
    @고마츠나나

    맛있게 음미하십쇼 냠냠

  • 1 6.16 22:27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6.16 22:47
    @KimKardashian
  • 1 6.16 23:12

    지렸다.. 근데 오타 하나 발견했어요

    명반이란 무엇인가? 에서 페퍼상사 앨범이 Heart Heart Band로 표기되어있어요!!!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6.16 23:55
    @공ZA

    항상 꼼꼼하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무아지경으로 쓰다보면 항상 오타가 나오더라고요 ㅋㅋㅋ

  • 1 6.17 09:48

    리뷰가 아주 냥냥해요 잘 읽었습니다 :) 저에게 있어 최고의 아티스트 중 한 명의 최고의 앨범을, 아낀다는 이유로 일부러 여태 안 들었는데, 이 리뷰를 보니 냅다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6.17 10:04
    @냥냥이고래

    사실 저도 애정도와 별개로 많이 안 듣는 앨범이긴 해요 ㅋㅋㅋ 너무 명반이다보니 항상 각을 잡고 들어야 되더라고요

  • 6.17 10:07
    @온암

    아하 저는 저 앨범을 아직 한 번도 안 들어봤답니다 하하 미련냥탱이네요 별개로 좋은 글과 댓글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1 6.17 12:36

    Monster Runaway Hell Of A Life 너무 조음ㅠ0ㅠ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6.17 12:56
    @자카
  • 1 6.17 15:32

    글이 긴데도 시간가는줄 모르고 너무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6.17 15:39
    @맘스파게리

    사랑합니다 💕

  • 1 6.17 18:57

    소올직히 자주 듣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명반이 아닌가 하면 절대 아니죠... 명실상부 힙합 최고의 앨범 중 하나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1 6.17 19:19
    @예림

    자주 들을 만큼 가벼운 앨범이 아니죠 ㅎㅎ

    너무 대단하다보니 오히려 마음 준비를 하고 들어야 하는 앨범 같습니다 TPAB도 그렇고

  • 1 6.17 19:23

    긴글임에도 리뷰 재밌게 잘 읽었네요 개인적으로 칸붕이 앨범 중 제일 좋아하는 Yeezus 리뷰도 기대해봅니다!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6.17 19:31
    @Nowhere2go

    하루 빨리 수정해오겠습니다

  • 6.17 19:33
    @온암
  • 1 6.17 19:36

    멋있는 리뷰 감사합니다!!! 제게 이 앨범은 영어권 팝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북돋아 준 작품으로 의미가 큰데, 제가 들으면서 뛰어나다고 느낀 부분(칸예의 담백한 랩, 악기 활용, Runaway의 건반 등등)을 자세하게 다뤄 주셔서 저도 헛듣지는 않은 것 같다고 느꼈네요

    미처 다뤄지지 못한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Runaway의 비트가 들어오는 순간을 해당 마디의 시작으로 봤을 때 인트로 건반의 시작은 첫 박에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는데요, 청자 입장에서는 이걸 비트가 오는 직전까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충격적으로 비트를 받아들이게 리듬을 조절한 것 같아요

    (인트로 건반음을 4개로 묶을 때 처음으로 음이 한 옥타브 내려가는 순간은 한 묶음의 4번째에 있어서 보통은 그 음의 지속이 끝나는 순간에 다음 마디 또는 파트가 시작된다고 예상하지만, 건반 패턴이 한 박 밀려있기 때문에 묶음의 1번째 음인 E6가 울리고 지속되는 와중에 비트가 치고 들어오도록 연출됩니다)

    음이 처음 한 옥타브 내려간 후에 울리는 D#6는 그 전 E5와 7도 관계에 있는데, 이 둘이 들어가는 코드는 세련되어있지만 7도가 멜로디에서 단독으로 쓰이면 미묘하고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생깁니다

    조금 감상적으로 해석하면 E장조인 그 곡에선 반복되는 피아노 구간의 첫 음(E5)과 끝 음(D6#)이니까 사실상 시작점에서 끝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갔지만, 동시에 위태로운 상황을 드러낸 것 같아서 처음 들을 때 감탄했네요 (찻 감상 때 칸예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이 앨범이 제게 가장 아필하는 부분은 칸예가 사람의 목소리를 악기로 승화시킨 부분인 것 같아요 거의 대부분의 곡에서 사람의 변형된 목소리, 중첩된 코러스, 함성, 숨소리가 시도때도 없이 치고 올라오는 게 가장 마음에 와닿았어요

    그런 점에서 저렇게 길게 런어웨이를 설명했지만 Who Will Survive in America가 최애곡입니당

    가사의 의미가 미국 사회, 스타인 자신에 대해 모두 다루면서 중의적이라는 걸 처음 알았네요! 결국 누가 미국에서 살아남을 것 같냐는 질문을 막바지에 청자에게 답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가수가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장르인 랩 앨범이 답을 구한다는 점에서 참 매력적이네요

    다시 한 번 리뷰 감사합니다!!!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6.17 19:53
    @hoditeusli

    사실 음알못이라서 그런거 잘 몰르는 거시와요... 후에엥...

  • 6.17 19:58
    @온암

    헉 건반 음을 정확히 표기해 주시길래 잘 아시는 것 같아서..

    그래도 음알못이건 아니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압도적이라고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동시에 음악적 기술적으로 세밀한 부분까지 챙긴 5집이 아무튼 대단한 거죠!!

  • 1 6.17 21:53

    너무 너무 너무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진짜 재밌게 읽었어요

    발매 당시엔 많이 어렸어서 전혀 모르다가 2 3년 전에 들었는데, 전후 맥락에 대해 대충 알고 나서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음악이 너무 쩔어서 재기했다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앨범 자체가 가사적으로나, 사운드적으로나 칸예의 "비상"이라는 게 인상깊네요. 가사를 제대로 봐본 적이 없는 앨범인데 다음에 가사를 쭉 보면서 들어봐야겠습니다.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1 6.17 22:09
    @Pushedash

    사실 대중들에게 있어선 그냥 칸예가 엄청난 음악을 들고 왔으니 "아ㅋㅋㅋ 이 새끼 음악 하나는 기똥차게 하네" 정도로 받아들여졌겠지만, 적어도 칸예의 예술에 조금 더 진중한 사람들이라면 이 앨범이 무엇을 담고 있었는지 느끼며 감탄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커리어를 등에 짊어지고 벌이는 일생일대의 도박, 그 도박에서 칸예는 최고의 수를 들고 나왔으니 도저히 질 수가 없었겠죠?

  • 1 6.17 21:58

    라디오헤드와 함께 나의 음악취향을 완전히 바꿔준 아티스트

    이런 앨범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6.17 22:10
    @라헤

    새삼 아티스트가 음악을 잘 만들면 가성비 면에서도 향상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 1 6.18 00:27

    미친 앨범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6.18 00:39
    @PESSIM
  • 1 6.18 11:27

    음악 역사에 남을 앨범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6.18 11:50
    @OMNIVERSE
  • 1.4 16:49

    보고 또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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