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프랭크 오션이 당분간은 음악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글을 보고나서 제가 느낀대로, 그리고 제멋대로 생각해서 쓰는 똥글입니다
블론드를 가지고 한번 얘기해봅시다
여러 곡에서 피치업된 보이스를 마구 쓰질 않나, Pretty Sweet에선 빠른 템포의 정글 드럼 비트를 만들어버리고 소년 합창대의 보이스를 매칭하질 않나, The Carpenters의 Close to you를 그냥도 아니고 무려 보이스박스로 유머러스하게 커버한 스티비 원더의 푸티지를 샘플링해버리는데....
R&B라는 타이틀을 걸어놓고 일반적인 대중들의 귀에는 전혀 익지 않은(어쩌면 다소 불친절하다고도 할 수 있는) 아방가르드한 사운드와 창의적인 방법론에만 열중했지만 평단은 물론이고 수많은 대중들이 그의 진의를 알아줍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남들이 좋게 듣건 나쁘게 듣건 따지지 않고 무아지경으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사운드를 구성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에 단번에 설득당하고 깊은 인상을 받은 거죠 (물론 엘이에서 블론드를 못 느끼겠다고 하는 분들이 간혹 계시는데 아직 블론드의 아름다우면서도 4차원적인 구성에 설득당하지 못한 분들일거라 생각되고, 당연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라면 오히려 이 상황에서 더는 앨범을 만들지 않아버릴지도 모릅니다
내가 다시 마이웨이 직진해서 만든 음악이 또다시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느끼는 압박감 때문이든
사람들은 내가 뭘 내든 다음 출시까지 얼마나 걸리든간에 내 작업물을 좋아할거라면서 나태해져서든
어떤 이유로든간에 다음 앨범이 나오는 텀이 길어질 수밖에 없거나, 지금 만족하는 위치에서 손을 놓아버릴 수도 있는거죠
저는 대학교에서 영상을 공부하고 있는데, 교수님으로부터 '상업성과 창의성은 배타적인 관계에 놓여있고 그 둘이 양립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라고 배웠고 또한 그 말에 강하게 동의합니다
그런데 저는 Pretty Sweet까지는 난해의 극치라고만 생각헀었던 이 앨범을 결정적으로 Seigfried를 듣고나서 신도마냥 숭배할 정도가 됐고, 동시에 이 정도 위상으로 떠오른 프랭크 오션의 모습을 본 저로서는 그야말로 천재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프랭크 오션이 애정하는 에이펙스 트윈도 비슷한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몇십년 이어온 에이펙스는 대체...
쨌든 제가 프랭크 오션이였다면 이 정도 업적에서 만족하고 씬을 떠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제가 느끼는대로 존나 긴 똥글을 싸봤습니다
그리고 이건 소신발언이지만 블론드에 가려진 엔드리스가 더 대단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뭐야 이미 은퇴한거 아니였음?
저도 endless>blonde
아티스트로서 이미 모든 걸 다 가져버린 느낌은 있죠
엔드리스 좋음
명반blond를 끝으로 커리어를 마감하면 명예와 멋은 챙길수 있겠지만 팬으로서 똥반이든 뭐든 그간의 작업물을 발표해줬으면 좋겠네요
이대로 은퇴한다면 아쉽고 찝찝함이 남을듯
만일 뒷맛이 안좋더라도 끝을 제대로 보고싶어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