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중반 록명반 10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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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delay - Beck (1996)
90년대 나왔던 록 앨범들 중 가장 개성있고 완성도 있는 앨범이 아닐까 싶다. 벡이 곡을 만들고 모든 악기를 자신이 연주하여 녹음했다는 이 앨범은 벡 혼자서 작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대의 청년이 이런 앨범을 홀로 뽑아냈다는 것이 벡이라는 인간이 예술성에 있어서 얼마나 뛰어난 지 알 수 있다. 하나의 장르로 국한시키기에는 음악적 스펙트럼이 너무나 넓다. 하드코어 성향의 펑크 사운드, 다양한 샘플링, 하모니카, 힙합 등 많은 장르의 음악이 한 데 모여있다. 특히나 'High 5 (Rock The Catskills)'이라는 트랙에서는 클래식 음악마저 샘플링을 하며 변칙적으로 변하는 사운드 속에서 하나의 완성도 있는 곡을 만들어냈다. 이 당시 유행하던 뉴메탈이 힙합, 메탈, 디스코 등 모든 장르의 음악을 무지성으로 죄다 때려넣어 이를 극한으로 몰아붙였다면, 벡은 이 다양한 장르들 서로 모양에 맞게, 조화를 이루게 했다는 점에서 90년대 후반 록 씬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2. In the Aeroplane Over the Sea - Neutral Milk Hotel (1998)
인디 록 씬의 영원한 걸작이자 피치포크가 선택한 명반, 'In the Aeroplane Over the Sea'이다. 이 앨범이 재평가가 되어 2003년 즈음에 피치포크에서 만점을 부여한 일화는 꽤나 유명하다. 이 앨범은 안네의 일기를 모티브로 하였는데, 실제 가사를 보면 안네의 일기에 대한 비유적인 표현이 많고, 그 비극을 잘 전달해준다. 포크를 기반으로 한 이 앨범은 로파이 사운드를 접목시켜 홀로코스트, 세계 2차 대전 속에서 소녀가 겪는 감정에 대한 전달을 더욱 효과적으로 한다. 다양한 악기 사용을 통해 민속적인 느낌을 내기도 한다. 제프 맨검의 독특한 보컬은 우리의 상상력에 공간성을 부여하여 소녀가 처해있는 상황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유럽 우표 사진을 기반으로 한 앨범 표지는 왠지 모르게 섬뜩하지만 무언가 깊은 이야기가 내재되어 있음을 암시해주기도 한다.
3. Ágætis Byrjun - Sigur Rós (1999)
생명의 태동, 그 숭고함과 고결함을 음악으로 표현하면 이런 음악이 아닐까 싶다. 영국도, 미국도 아닌, 아이슬란드에서 탄생한 시규어 로스는 포스트 록 역사에 남을 걸작을 만들어냈다. 가사는 대부분 아이슬란드어로 쓰여 가사 번역을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힘들다. 앨범명은 '좋은 시작'이라는 뜻이고, 특히나 6번 트랙의 제목이 '힘차게 박동하는 심장'이라는 점에서 생명의 탄생에 대한 그 신성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드림 팝을 접목시킨 그들의 독특한 사운드는 가보지도 않은 아이슬란드 상공의 불규칙적인 오로라를 떠오르게 한다. 2번 트랙의 러닝 타임은 무려 10분인데,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규어 로스의 빌드업은 포스트 록의 진수를 보여준다. 정말 숭고한 앨범.
4. Significant Other - Limp Bizkit (1999)
90년대 후반, 세기말을 강타했던 뉴메탈 씬의 중심에 서 있었던 림프 비즈킷, 그들의 정규 2집, 'Significant Other'이다. 1999년,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나 록 역사에 큰 획을 그었던 Woodstock 1999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림프 비즈킷은 현재 플레이보이 카티, 트래비스 스캇의 관중을 극도로 흥분시키는 공연의 선조 역할을 했다. 우드스탁 1999에서 정말 문제를 많이 일으켰지만, 후에 우드스탁 1999에 대해 글을 작성할 계획이라 이 부분은 생략하겠다. 앨범 커버에서는 록보다는 힙합적인 성향을 느낄 수 있는데, 실제로 Korn의 영향이 컸던 메탈스러운 1집보다는 힙합이라는 요소를 많이 집어넣었다. 심지어 'N 2 Gether Now'라는 트랙에서는 프레드 더스트와 우탱 클랜의 메소드 맨이 순수 붐뱁을 조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프로듀서는 무려 DJ 프리미어이었다. 이 앨범에서는 왜 웨스 볼란드가 이 무렵 모두가 알아주는 기타리스트이었는지 알려준다. 'Nookie'에서는 특수 제작한 4현짜리 기타로 독특한 기타 리프를 선보이고, 특유의 무겁고 찰진 기타 톤은 림프 비즈킷의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여담으로 90년대 말, 림프 비즈킷은 정말 엄청난 인기를 구사했기에, 영화 '데드풀'에서 'I'm about to do to you, what Limp Bizkit did to music in the late 90s.'라는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5. Around the Fur - Deftones (1997)
1세대 뉴메탈 밴드 중 하나의 데프톤즈와 그들의 정규 2집, 'Around the Fur'이다. 데프톤즈의 가장 큰 매력은 감정이 묻어나오는 뉴메탈이라는 점이다. 이는 2집에서 이어져 3집, 'White Pony'에서도 잘 나타난다. 데프톤즈 특유의 퇴폐미와 기타리스트 스테판 카펜터의 깔끔하고 여운이 많이 남는 기타 리프와의 어우러짐은 이 앨범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Be Quiet and Drive (Far Away)’와 같은 트랙에서 느껴지는 데프톤즈 특유의 감성은 이들의 뉴메탈 씬에서 독자적인 스타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마지막 곡 ‘MX’는 무려 37분짜리 곡인데, 초반 5분, 후반 5분 노래가 나오고 그 사이 약 27분 정도의 공백이 있다는 점은 이 앨범의 꽤나 흥미로운 점이기도 한다. 1번 트랙인 ‘My Own Summer (Shove It)’의 기타 리프에서는 스테판 카펜터의 진가를 볼 수 있다. 치노 모레노의 늘어지는 보컬, 깔끔한 그로울링과 스크리밍 또한 이 앨범을 듣는 데 있어서 집중할 만한 부분이다.
6. Devil Without a Cause - Kid Rock (1998)
세기말을 강타했던 앨범들 중 하나. 미국 싱어송라이터 키드 록은 ‘Devil WIthout a Cause’로 또다른 뉴메탈 넘버들을 선보인다. 키드 록도 림프 비즈킷에 이어 우드스탁 99의 주인공 중 하나였다. 하얀 가운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은 마치 현대 빈부격차를 간접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고 찬사를 받기도 한다. 키드 록은 뉴메탈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컨트리, 힙합, 가스펠 음악 등 그 스펙트럼이 엄청나게 넓다. 정작 이 앨범만 해도, 초반 4~5곡은 뉴메탈 넘버인 반면, 중반부터는 ‘Welcome 2 the Party (Ode 2 the Old School)’와 같은 힙합 요소가 가득한 트랙, ‘Wasting Time’과 같은 경쾌한 트랙들이 존재한다. ‘Only God Knows Why’에서는 오토튠을 이용한 가스펠 음악도 선보인다. 이는 이 앨범이 뉴메탈을 넘어서 다양한 장르를 한 데 모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벡이 ‘Odelay’에서 선보인 음악은 한 트랙 내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섞었다면, 키드 록의 ‘Devil Without a Cause’는 하나의 앨범을 다양한 장르의 트랙들로 조화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7. The Fragile - Nine Inch Nails (1999)
90년대 가장 영향력이 컸던 싱어송라이터이었던, 트렌트 레즈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밴드 Nine Inch Nails의 ‘The Fragile’이다. 인더스트리얼 록의 대부라고도 불리는 나인 인치 네일스의 가장 길고,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잡은 앨범을 발매한다. Nin 특유의 지저분한 기타 톤과 트렌트 레즈너의 귀를 찢을 듯한 분노가 섞인 보컬, 이는 왠지 모르게 큰 울림을 준다. 이 앨범을 만들 당시, 트렌트 레즈너의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고 한다. 항상 술과 마약에 손을 댔고, 응급실까지 실려가기도 했다. 당시 레즈너의 악화된 상황이 잘 반영된 것인가, 이 앨범을 듣다 보면 어딘가 불편한 거 같기도 하다. 그 불편함이 Nin 특유의 지저분한 사운드에 잘 스며들었다고 생각한다. 분위기는 상당히 무겁고, 정신 불안을 보여주는 듯하다. 불안정한 사운드 속 빌드업을 통해 모든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모아 후렴구에서 터뜨리는 음악들은 굉장히 긴 여운을 남긴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도 있는 앨범이니, 정말 기대하고 들어도 되는 앨범이다. 나인 인치 네일스는 라이브 공연으로도 유명한데, 관중들의 눈을 엄청나게 쪼아되는 조명들과 현장에서의 완벽한 사운드 구축은 그들이 왜 록 밴드들 중에서 라이브 공연으로 탑을 찍었는지 알려준다.
8. Antichrist Superstar - Marilyn Manson (1997)
앞서 인더스트리얼 록의 대부, 트렌트 레즈너가 발굴해낸 밴드, Marilyn Manson이다. 이 앨범 또한, 트렌트 레즈너의 손길을 많이 거친 앨범이라, Nin의 음악과 유사한 점이 꽤나 있다. 하지만 Nin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마릴린 맨슨 특유의 공포스럽고 기괴스러운 보컬로 과거 앨리스 쿠퍼, 블랙 사바스 등 선배 밴드들이 구축해놓았던 쇼크 록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또한, 청각적 쾌감을 주는 기타 리프들 또한, 메탈 팬들로 하여금 이 앨범을 듣게 만든다. 이 앨범을 만들 당시, 트렌트 레즈너의 완벽주의자 성향 때문에 마릴린 맨슨 밴드 맴버들이 많이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어쨋든 이 앨범은 마릴린 맨슨의 정체성을 확립시켜 주고, 90년대 말 록 씬의 큰 획을 그은 앨범이 되었다. 앨범 표지에서부터 볼 수 있듯이, 상당히 기괴스러운 음악들은 왠지 모르게 가슴을 후벼 판다. 이들은 결국 인더스트리얼 록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9. Ænima - Tool (1996)
90년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스타일, 프로그래시브 메탈을 주로 이룬 툴의 정규 2집이다. 애덤 존스는 90년대 가장 과소평가된 기타리스트가 아닐까 싶다. 그의 기타 리프는 에너지를 터뜨리는 데 최적화된 기타 리프이다. 프로그래시브 메탈답게 곡 하나하나의 길이가 굉장히 긴 편이어서, 그에 따른 빌드업도 상당히 길다. ‘Pushit’은 9분짜리 곡이고, 심지어 ‘Third Eye’는 무려 14분짜리 대곡이다.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많이 없는 편이라, 그 대우가 별로 좋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툴은 빌보드 200 1위도 여러번 해본, 생각보다 상업적으로 많이 성공한 밴드이다. 즉, 프로그래시브 메탈을 대중들 입맛에 맞게, 현대적으로 잘 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10. Different Class - Pulp (1995)
브릿팝을 안 뽑기에는 브릿팝의 인기가 상당했기에, Pulp의 ‘Different Class’를 뽑았다. 1995년은 브릿팝의 전성기였다. 오아시스와 블러가 한창 언론에 의한 경쟁을 하고 있었고, 스웨이드, 라디오헤드 등 많은 브릿팝 밴드가 활발히 활동할 때였다. 오아시스와 블러의 경쟁으로 인해 서로 물고 뜯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그 혼돈 속에서 빛을 본 것은 다름이 아니라 펄프가 아닐까 싶다. 일반적인 브릿팝 밴드들 (라디오헤드는 제외) 중에서 가장 사운드를 다채롭게 잘 구축해놓았고, 음악성도 뛰어나다. 특히나 현악기의 사용은 음악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준다. 1995년 글래스톤베리에서 펼친 펄프의 공연이 굉장히 유명한데, 자비스 코커의 무대 장악력을 볼 수 있다. 이 사람도 정상은 아닌 듯하다. 음악에 맞지 않게, 가사가 상당히 자극적인 편인데, 이는 펄프의 또다른 매력이 아닐까 싶다.
포스트락만 보더라도 갓스피드유 2집, Spiderland, soundtracks for the blind, 톡톡 5집같은 걸출한 앨범이 많이 나왔던 90년대죠 ㅎㅎ 잘 봤습니다
림프비즈킷 진짜 좋죠
잘 읽었습니다
키드락추
정성추
두개밖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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