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 Iver’s 4th Studio Album, 『i , i 』
이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 이 글의 내용은 전부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며, Genius.com과 Reddit/Bon Iver에서 청취자들이 공유한 정보를 바탕으로 쓴 글이다. 그러니, 실제 Justin Vernon이 의미하고자 했던 바와는 다를 수 있다.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기전, 앨범에 대한 필자의 소개이다.>
매마른 토지 위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 보이고, 씁쓸한 고독함이 들리는 Bon Iver의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I,I』는 역시나 우리의 마음을 울렸다. 뮤직 비디오와 가사속 알 수 없는 그림들과 상형문자들은 우리를 고뇌로 몰아 넣지만, 알 수 없는 매력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매혹되고, 우리들에게 예술의 경지를 경험시켜준다. 이해가 안되는 고대 언어와 임의로 섞은 존재하지 않는 단어, 그리고 난해하기 짝이 없는 모든 내용이 발산하는 힘을 그야말로 경의롭다. 무언가에 대한 통찰과 고뇌, 비판과 후회, 불안과 공황. 예술을 극대화 하는 그만의 매력일까? 풀릴 기미가 안보이는 문제에 대한 통찰과 신념에 대한 고뇌. 정의롭지 않은 것들에 대한 비판과 자신의 후회. 그리고 곳곳 숨어있는 불안과 공황의 음색이 이 앨범 곳곳 스며들어 있다. 향긋하고 은은한 꽃 향기 마냥 날 듯, 안 날 듯 우리의 마음속을 간지럽히고 있는 감정들은 인간미가 넘쳐흐르고, 우리에게 의문을 남겨주고 떠난다.
이 앨범은 1집 『For Emma, Forever Ago 』 에서 표현했던 겨울, 2집 『 Bon Iver 』에서 표현했던 봄, 그리고 3집 『22, A Million 』에서 표현한 여름에 이어 마지막 계절인 가을을 표현한다. Bon Iver의 리더격인 Justin Vernon은 한 인터뷰에서 가을에 뭐든 것이 끝날 것이라고 하였고, 마침내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긴 여정의 마지막인 만큼 자신의 변한 생각들과 세상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에 대한 고찰과 파괴되어가는 ‘자연’에 대한 생각들이다. 자세한 내용은 잠시 뒤 트랙들을 이야기 할 때 알아보도록 하고, 이 앨범이 나타내는 사운드를 조금 들여다 보자. 밝으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는 역시 숲 속을 떠올리게 할때고 있고, 하늘 사이로 수영하는 기분도 들게 해준다. 쓸쓸하고 따뜻한 목소리는 우리의 상처에 대한 공감처럼 들리기도, 우리에 대한 충고로 들리기도 한다. 후회와 절망에 빠진 사운드도 있는 반 면, 희망차고 하늘을 연상케 하는 사운드도 있다. 개인적으로 여우비가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화창한 햇빛 사이로 들어오는 담담한 우울과 후회는 정말이지 비처럼 내린다. 사운드적으로도 완벽한 앨범이라고 생각이 든다.
<트랙별 필자의 생각과 느낌>
먼저, 앨범의 제목부터 살펴보자, I , I,즉, I comma I, 자신과 자신을 말하는 중이다. 또한, I , I는 I&I, InI, Ihi, Yahnh,Ihi로도 여겨지는데, 이는 Jah, 즉 신을 뜻한다. 두 개의 ‘I’는 자기 자신과 신을 뜻하는 것이다. 신의 유일무의함을 여기는 듯한 제목은 가스펠 앨범 같이 뻔한 신을 위한 앨범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앨범을 기대하게 만든다. 보통 신을 자기 자신이라고 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그 비밀을 파헤쳐보기 위해 음악을 감상해보자.
- Yi - “짧고 굵은 임팩트를 남긴 난해한 시작”
사실, 30초 남짓되는 짧은 인트로는 별 감흥이 없었지만,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즉시 생각이 바뀌었다. 어둡고 불에 타는 듯한 사진들이 빠르고 혼잡하게 튀어나오고 들어갔다. 앨범에 담긴 내용의 요약일까? 암시일까? 많은 의문감을 가진채 끝난 첫 트랙이다.
- iMi - “명예와 함께 시들어져가는 인기, 자신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감.”
매마른 황폐한 땅 위에서 홀로 외롭게 춤을 추는 무용가는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모랫바람을 휘날리며 춤을 추고 있다. 반복되는 바닥으로 들어가는 듯한 춤사위와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춤사위는 자신의 상태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절망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천국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모습은 감정 변화와 주변 생활속 변화를 뜻하는 듯 했다. 실제로 그는 이 앨범을 만들기 바로 직전 그리스에 “Soul Searching Trip”을 갔었는데, 최악의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공황을 겪었고 모든 상태가 안좋아졌다고 밝혔다. 화자의 불안한 마음과 안정을 찾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공황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적어도 내가 느낀바로는 혼미하고, 땅 속으로 꺼지는 듯한 기분이였다. 그리고 공황이 어찌어찌 끝날때 쯔음 가라 앉는 마음과 더 이상 얼어붙지 않고 녹고 있는 심장을 지켜보는 모습은 나를 천국으로 데려가는 듯 했다. 마치 이처럼 공황에 대한 경험을 음악 속에서 나타내지 않았을까? 또한, 음악속 외로운 목소리는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안함을 표현하고 있다. ‘Cause I am, I am, I am last here again’에서는 특히나 불안하고 만신창이가 된 화자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의 생각들을 의심하고 벼랑끝으로 몰아넣은 듯한 화자의 내면이 나타나는 곡이였다. 모두의 공감과 함께 말이다.
- We - “나 이제는 길을 잃고 싶지 않아.”
처음으로 생기있는 숲속에서 부족의 형태를 한 무용가들이 춤을 추는 트랙이다. 화자는 오래전부터 항상 길을 잃어왔었다. 항상 외롭고 힘든 비탈길만을 걸어왔던 화자는 자신의 방황을 지켜보던 그들에게 말하고 있다. 신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빌면서 말이다. 살얼음 같은 추위를 견디던 화자는 신에게 자신을 구원해달라고 말하고 있고, 이는 비디오속 의식을 치루는 장면과 연결이 된다. 방황하는 모두를 구원해주길 바라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하소연일까.
실제로, Wisconsin주에서 작업을 하던 그는 작업의 방향키를 잊었고, 방황하는 자신의 모습을 빗대어 이 곡을 탄생시켰다고 밝혔다. 또한 Donald Trump를 싫어하는 Justin은 “I'm saying homie that it's not what you been sold” 에서 Trump가 미국인들이 원하던 “it’s not what you been sold”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영어 표현을 완벽히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미국인들이 Trump에게 바라던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구절이 완벽히 트럼프를 겨냥했을지는 Justin만이 알겠지만,이 앨범의 12번째 트랙에서 Trump를 겨냥하는 제목을 쓴 것을 보아 더욱 확신이 찬다. 심지어는, 힙합뿐만이 아닌 음악계를 변화시킨 천재 Kanye West와도 음악적으로 교류를 많이 해왔지만, 그는 Trump의 열혈한 지지자였고, 결국 정치적 싸움으로 인하여 서로 교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가 있기에, 얼마나 Justin이 Trump를 싫어하는지 알 수 있던 사건이기도 한다.
Justin Vernon의 거의 모든 곡들이 그렇듯이, 곡들이 모두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다시 한 번 느꼈던 부분이다. 방황하는 소년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면서도 자신의 생각과 사회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풀어나가는 그의 모습은 대담하다. 그의 인생과 성향을 모른다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일지라,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는 그저 공감과 치유의 곡으로 여겨진다. 그것이 바로 Justin의 매력이 아닐까.
- Holyfields - “세상은 각박해졌고, 자연은 불타고 있어. 비명소리를 뒤로한채 귀로 막고 그들은..”
먼저, Evander Holyfields는 복서이다. 악역으로 불려지던 Mike Tyson과의 라이벌이라고도 불리며 정의로운 이미지를 가지던 링위의 악동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인간으로써 최악이였던 사람이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Mike Tyson와 대결 중 귀를 물어뜯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바로 여기서 Justin은 영감을 얻었나 싶다.
우리 사회는 경쟁과 경쟁의 연속이고, 오로지 한 명만이 승리하는 잔인한 승부속 변질되가는 경쟁은 사회를 잔혹하게 만들고 있는 어른들을 비판하고 있다. 끝없이 악동이 되가는 사람들은 Holyfields처럼 귀를 물어뜯기지는 않았지만, 어떤 그 상처를 품고 있으면서도 눈 뜬 장님처럼 잘못된 행동을 계속 하고 있다. 특히 Justin이 주목하는 행동은 환경을 파괴하는 행동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끊임없이 파괴하고,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채 살아가는 모습은 비디오속에서 매마른 사막에서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지켜볼 수 있다. 이 트랙 속에는 귀를 물어뜯긴 Holyfields처럼 화자는 두 귀를 막고 음악을 할 것이라는 풍자의 표현이 담겨있다. 사람들이 여전히 악화되는 환경을 무시한 채 무분별한 개발을 지속 할 것이라는 블랙 유머처럼 말이다.
- Hey, Ma - “아이러니 하게도 환경이랑 뒤바꾼 돈, 그리고 나의 어린 시절”
나쁜 화질과 함께 어린 아이의 가정을 보여주는 비디오는 화자의 유년기를 떠오르게 한다. 불우했던 자신의 유년기 속에서 무엇가를 외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Talk your money up”, 돈 얘기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과 석탄광산에서부터 시작되는 모든 것은 역설적인 표현을 떠오르게 한다. 환경을 파괴하는 것도 석탄이지만, 부를 가져다 주는 것도 석탄이다. 석탄으로 부터 모든 생활이 시작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환경을 대가로 뜨거운 돈뭉치를 받는 것이다. 이 앨범의 커버 말고 싱글의 커버를 보자면, “You Need To Be There To Plant a Garden”이라고 적혀있다. 이는 더욱이 확실히 해준다. 석탄광산에서는 부를 추구하기 대신에 자연이 회복될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자는 말이다. 대마를 말면서 이 현상을 지켜보고 있는 화자의 마음이 착잡했던 것일까?
그의 실제 유년기를 담은 이 곡은 그의 생각과 경험, 어머니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그만의 매력이 담긴 이 곡은 가족에 대한 생각, 환경에 대한 생각, 그리고 세상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들어준다. 딱 한 생각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의문감이 들게 하는 그의 매력을 잘 뿜어냈다고 생각이 든다.
- U (Man Like) - “Song to Every Bad Man, As a Man”
산업화와 도시화로 심해진 빈부격차는 거리로 사람들을 내몰았고, 국가는 이들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못주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는 화자이다. 이상한 모습을 한 악마 속 ‘Peace’문구는 이질적으로 보인다. 정치인과 부자라는 악마들이 가난하고 분노한 이들에게 평화를 주장한 것일까?
중간 중간 나오는 케르베로스는 화자의 의도를 더욱 분명하게 해준다. 신화속 케르베로스는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막는 문지기 역활을 하는 전설속 동물이다. 하지만 화자는 케르베로스에게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라고 말하고 있다. 마치 가난한 집 출신이라고 동네 사람들에게도 무시를 당하고 열악한 환경속 호텔 메이드를 직업으로 삼으며 살아가던 Pirate Jenny처럼 말이다.
Pirate Jenny는 소설속에서, 열악한 환경을 벗어나고자, 자신을 무시했던 그들에게 복수하고자 떠났다. 그녀처럼 떠나라고 하는 모습은 평범한 사람이였던 노숙자들이 가난이라는 지옥에 빠졌을때 케르베로스에게 막혀서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일까? 가사에서 언급되는 악마인 ‘Domer’는 실제로 과거 미국에서 “Domer”라는 마약성 약물이 합법에서 불법이 되자 많은 중독자들이 자신의 모든 재산을 약을 위해 넘기기 시작함과 동시에, 결국 가난과 중독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이 많았던 사건을 회상하게 한다. 그들을 구하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은 정치인들과 부자들을 비판하는 셈이다.
결국 인간으로써의 존엄성을 지켜주지 않은 이들에 대한 비판과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화자의 마음이 잘 들어난다.
- Naeem - “죽음과 새로운 탄생. 그리고 세대간의 마음을 어루어 만져주기.”
먼저, 뒷자석에서 죽어있는 아들을 떠있는 돌덩이 아래에 살포시 놓는 아버지의 모습이 회상되었다. 자줏빛 새벽 하늘을 배경으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돌아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지나간 후, 해가 밝을때 지나가던 한 아이의 어머니가 죽어있는 젊은이와 떠있는 돌덩이를 마주치고 길 한복판에 차를 세우고 홀린듯이 다가간다.
“I can hear you cry”가 반복되는 순간, 그녀는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삼키고, 작은 구멍속을 들여다 보았다. 생명수처럼 신비로운 자그만한 폭포가 힘차게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폭포에 손을 가져다가 대고, 아기한테도 적셔주었다. 마치 누군가의 죽음은 새로운 누군가의 탄생이라고 여겨지는 듯한 장면이다. 이 모든 것은 그만의 생각이고, 이 트랙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2집의 ‘Best/Rest’ 이후 처음으로 가사가 적혀 있지 않은 뮤직비디오이기 때문이다. 뮤직 비디오의 감독은 인터뷰에서 세대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모두를 상처로 부터 치유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가 있기에 희망적인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밝은 듯하면서 서글픈 목소리는 공감과 치유의 힘 모두 가지고 있는 듯하다.
- Jelmore - “모두 죽을거야. 이대로라면. 천사가 있어도 말이지.”
먼저, 제목을 살펴보면 Jelmore는 히브라인어로, 9월을 뜻하며, 성스로운 년도를 뜻한다. U (Man Like)의 황무지를 연상시키는 모자이크 된 해는 황폐해지기 전 생명력 있는 장소를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딘가 인위적인 움직임은 신나는 춤사위가 아닌 고통 받는 춤사위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허망하게 황무지 위해서 어딘가를 응시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보이는 사이 화자는 천사는 그리 멀지 않은곳에 있다고 말한다. “Ponama”에 같이 가자고 말하기도 한다. Ponama는 그리스의 다작의 신이기도 하면서, LA에 있는 한 도시이다. 이 도시는 풍부한 생명력을 의미하는데, 화자는 절망스럽게도 이 곳 마저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방독면을 벗고 서서히 모두 죽어 갈 것이라고 말한채 끝이나는 이 트랙이다. 화자는 심각한 환경오염이 최악의 인류 멸망이라는 시나리오까지 초래할 것이며, 지금부터라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행동하길 바라고 있는 듯 하다.
더욱이 Jelmore가 발매될 적은 유럽과 서아시아에서 역대 최고 기온이 측정되었고, 알래스카도 높은 기온이 처음으로 측정되었던 해이다. 그리고 꼭 환경오염 뿐만이 아니라 불공정한 세상에 계속해서 순응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변화를 추구하자는 제안도 함축되어 있다. “I’ve the feeling that I better go”, 항상 개혁을 꿈꾸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항상 변명거리를 만들어내면서 실천하지 않는 우리에게 따끔한 충고이기도 하다.
- Faith - “나는 신대신 자연과 가족을 더욱 사랑할래.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에 물음표도 던지면서 말이지.”
톡톡 튀는 사운드, 다시 등장하는 해와 같은 장소, iMi에서 등장했던 무용가는 짝을 찾아 활기차게 춤을 추고 있고, 역시나 황폐한 땅이지만, 잎사귀도 없고 붉은 나무만이 반기고 있기에 묘한 느낌을 준다. 이 곡을 이해하려면 3집과 샘플링한 곡까지 이해를 해야하는데,
『 33 “GOD” 』 혹은 『Sides』에서 등 이미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조금씩 암시를 해오던 그의 생각이 그 어느때보다 깊이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이 든다. 샘플링한 곡은 Paolo Nutini - Iron Sky로, 모든 힘은 종교, 즉 신으로서 부터 온다고 말하는 곡이다. 즉, Justin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보이지 않는 존재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사람들의 힘은 비정적하다는 말이다.
허나, 자연쪽으로 생각해보자면, 신이 있을때는 자연이 푸른색을 띄었지만, 신이 없어지는 황폐한 황무지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화자는 이에 개의치 않고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자연과 가족에게 모든 사랑을 나누기로 결심한다. 자연과 가족은 화자의 신념이기도 한다.
또한 가사속 나오는 “Just some kind of pages”는 인간이란 신이 아니라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와 영감으로 연결되는 한 권의 책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Arthur Schopenhauer의 말을 인용하기도 한 그는, 대표적인 무신론자이자 철학자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신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신을 그 누구보다 의지했을 그는, 더 이상 하늘에 모든것을 바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천국을 표현한 듯한 사운드와 비디오는 시간이 갈 수록 황폐한 땅으로 바뀐다. 신의 존재에 대한 차이일까. 아니면 자신의 마음의 변화일까. 아니면 그토록 명시해온 자연의 황폐화일까. 몽환적이면서도 여러 생각이 공존하게 해준다.
- Marion - “반쪽짜리 사랑은 마치 공허한 바닷속 고요한 외침처럼 쓸쓸하네.”
이 곡에서는 모든 것이 반쪽이다. 단어도 절반으로 쪼개져 있고, 사랑도 절반만이 남아있다. 죽은 나뭇가지 사이에서 춤추지 않고 허망하게 어딘가를 응시하는 사람을 기점으로, 어디론가 사라졌던 반쪽이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처음부터 돌아오지 않고, 사라졌던 절반만이 나타났다가, 이후에야 절반과 절반은 서로 만나게 된다.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먼저, Marion은 프랑스어로 Marie를 뜻하기도 하고, 히브라인어로 “Miriam”, 그리고 “Hebrew Maryām”을 뜻하기도 한다.여기서 살펴볼 수 있는 시점은 두 가지다. 먼저, 마음이 떠난 Marie라는 여성을 그리워하며 이 곡을 썼을 수도 있고, 혹은 씁쓸한 바다, 반란, 지위자등을 의미하는 모세의 자매인 Miriam을 인용하였을 수도 있다. Miriam은 그녀의 민족을 예배로 이끌었던 최초의 예배 인도자이자,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여자 선지자였다. 이에 Miriam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희망의 존재였다. Justin에게서 풍기는 오기는 그가 세상을 왜 반쪽짜리라고 비판하는지 잘 나온다. Marion이 어딘가를 허망하게 응시함으로써
황폐해진 이 땅을 다시 생명력이 있게 돌려놓고 싶었던 것일까? 그는 더 이상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그럼 선지자인 Marion도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잃어버린 절반을 찾기 위해서 기도만을 드리는 어리석은 일을 그만하자는 그의 뜻일까. 여전히 사랑의 절반은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이 곡은 끝난다.
- Salem - “이제 씁쓸한 현실을 인정해야지. 혼자 고뇌하고, 다짐해야지.”
마녀의 장난일까? 아니면 마녀의 울부짖음일까. Salem은 Massachusett주의 한 지역이다. 이 작은 동네에서는 실제로 과거에 많은 여성들이 마녀사냥을 당해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 했다고 한다. 실제로 마녀가 씨앗을 심고, 시간이 흐르고서야 씨앗의 운명을 확인하는 도입부는 밝아보이는 마녀의 얼굴에 비해 어딘가 외로워보인다. 끊임없이 바뀌는 배경 속에서 모래사장의 모습이 잠시 비치고, 그 속에서 웃는 얼굴로 뒹구는 사람들은 마녀사냥을 당하여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매정하게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모래사장은 황폐해진 땅을 뜻하기에, 불행을 그대로 지켜보고, 심지어는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마음과 대비되는 마녀들을 나타내기도 한다. 해골(마녀의 해골로 추정)과 태양이 서로 만나면서 끝나는 이 곡은, 운명을 받아들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자신의 희망과 소망을 가져간 상황을 수용하고, 그저 그에 대해 혼자 생각하고 다짐하는 화자의 모습은 해탈한 듯 보인다.
- Sh’Diah - “나의 신념은 죽었어. 신은 없다고.”
먼저, 전에 얘기했던 Donald Trump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해보자. 많은 매체에서 “The Worst President Ever” 등의 문구를 자주 쓰곤 하는데, 여기서 나온 “The Shittest Day”를 조금 바꾸어 “Sh’Diah”로 제목을 선정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Shit”를 공적으로 쓸 수 없으므로 “SHXX”라고 쓰듯이, Sh발음과 Day를 Diah라고 말한 것이다. (실제로
스페인어에서는 Day가 Dia이다.) 이 곡에서도 그는 Trump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쓸쓸하고 고독한 분위기의 이 곡은, “Sh’Diah”가 “She-Die”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녀를 잃고 절망에 빠져 있는 듯한 모습은 마음을 깨질 듯이 아프게 한다. 그는 전에도 말했던 ‘신’ 자신의 전부이자, 자신의 신념이 되곤 했지만, 이제 더 이상 Holy Water, Fountain이 없다고 한 것을 보아 자신의 신념이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가사에서는 그녀의 열이 들끓고 있다고 하는데, 고통받다가 죽은 사람을 연상시킨다. 즉, She는 신념이였고, 그녀는 더 이상 옆에 있지 않는다. 쓸쓸하게 앉아있는 무용가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 RABi - “ 긴 여정이 끝났어, 죽음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네.”
지금까지 등장했던 영문을 알 수 없는 문구들과 그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천상의 모습도 그려진다. 모든 것을 요약하고자 하는 이 곡은, 마지막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 곡을 들으면서 유심히 들여다 보아야할 몇 마디를 따와보았다.
“We are Terrified
So we run and hide
For a verified little peace”
이 Verse를 보아 자신이 생각했던 신의 마지막 모습은 자신들을 지켜주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는 화자의 모습을 나타낸다. 하지만 더 이상 신을 안믿기에, 화자는 신에게로 다가가지 않는다. 자신만의 장소로 달려가는 그의 모습은 새롭다.
“Not a Pantomine
More like anodyne”
Pantomine은 희극공연이고, anodyne은 진정제 같은 약물이다. 즉 지금까지 Justin Vernon에게 있어서 음악은 고통속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던 진정제와도 같은 것이였음을 암시한다. 음악이 즐겁지만은 않고, 그저 고통이라는 우산을 피하기 위해 썼던 우산처럼 음악은 딱히 즐거운 일이 아니였을 듯하다.
또한 ‘Prophet Rabi’는 ‘Profit Rob’라고도 여겨져,종교가 우리들에게서 믿음을 대가로 갈취하고, 자신은 “FAITH”등 지금까지 말해왔던 것처럼 더이상 착취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듯하다.
뒤죽박죽, 정신없는 화면은 이제 곧 정리될 그의 생각을 뜻하는 것일까? 그저 단순한 동화가 아니였던 그의 이야기는 이제 막을 내릴 것이고, 그의 생각들을 정리해줄 믿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불행은 이제 시작일지, 끝일지. 그가 지금까지 친구를 잃어서 만들었던 앨범이든, 방황하고 공황을 겪으면서 만들었던 앨범이든, 그 모든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막을 내렸다. 하지만, 화자는 다 괜찮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고통받지 않을거라고 다짐했기에, 홀로 일어서는 방법을 배운 화자는 이제 고통을 놓아줘도 좋을 것같다.
<총정리>
Bon Iver의 4번째 스튜디오 앨범, I,I의 감상이 끝났다. 이 앨범은 따뜻한 사운드와 감싸주는 목소리로 우리들의 상처를 보듬어준다. 심오하고, 사회 비판적인 가사는 나에게 많은 여운을 남겼다. 노동자와 자본가에 대한 비판과 정치적 문제, 자연적 문제까지 지금까지 이슈화 되고 있는 사회의 문제들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나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을 저버린 그의 모습은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탈피한 그의 새로운 마음가짐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 시대에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불안을 공감하기도, 자신의 불안을 강조하기도, 그리고 사회를 비판하기도 하는 이 앨범은 마지막 피날레를 아름답게 장식했다고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의 여정속에서 변화를 제일 크게 느낄 수 있었던 3집에 비하여 앨범이 주는 신선한 영향력은 줄어들었다고 생각이 드는 반면, 앞으로 변화될 그의 음악 스타일이 궁금해지기도 하는 앨범이였다. 그의 음악은 더욱 부드러워질까, 아니면 더욱 난해해질까? 4집은 3집에 비해 조금 더 부드러우면서도 난해했었다. 그 조화를 적절하게 섞은 Justin Vernon만의 사운드는 1집, 2집에 비하여 확연한 차이가 난다. 이제 Bon Iver 4부작이 막을 내린 시점, 앞으로 그는 어떤 음악을 선보일까?
나는 상처받은 이들에게, 상처받은 사회에게 이 앨범을 바치고 싶다. 이 앨범을 삭막한 도시속, 자연의 풀잎내를 느끼게 해줄 사막속 오아시스 같은 앨범이라고 칭하고 싶다! 앞으로 그의 행보를 기대하며..
옛날 중딩때 썼던 글 올려봐요! 잘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본 이베어 너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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