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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성숙함과 밝은 우울, 그 이상의 것들. Earl Sweatshirt - Some Rap Songs 감상평

Areyoudown2021.07.28 23:15조회 수 823추천수 15댓글 13

dede.jpg

 

Earl Sweatshirt - Some Rap Songs

 

24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울려퍼지는 실험적인 사운드. 밝은 듯, 어두운듯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랩.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이어지는 구성. 이 앨범을 형용하기는 간단하면서도 복잡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명반이지만, 이 앨범이 명반인 이유를 들리는 사운드와 구성, 그리고 랩을 제외한 다른 요소를

찾아 평가하기는 어렵다. 분위기를 정확히 형용할 수 없고, 다 듣고난 여운을 글로써 써내리기 힘들기 때문일까.

분명 전체적으로 어둡고 차가운 분위기지만, 이 앨범의 깊은 곳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존재한다.

마치 시커먼 밤하늘에 떠있는 보름달이 세상을 밝혀주듯이 말이다.

나는 Some Rap Songs을 들으면서 신기하고 기묘한 느낌을 느끼기도 했다.

매우 공허한 날 어둑한 밤거리를 걸으며, 자주 걸어다니던 길거리를 서성이는 느낌을 아는가?

아무도 없는 거리, 밤하늘 떠있는 별이 따뜻하게 느껴지고, 차가운 밤바람이 몸을 간지럽히는 느낌말이다.

분명 귀로 듣는 앨범이지만, 나의 상상과 감각들을 자극하여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다 듣고 몰려오는 알 수 없는 감정들도 일품이다. 형용하기 힘든 감정들과 느낌들이 존재하는 Some Rap Songs.

이는 우리의 기억속에 단지 명반이라는 단어로 머물러 있지 않고, 신비로운 감정과 느낌으로

음속 깊이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겨질 이유일 것이다. 

 

Let’s Begin.

 

우리는 새하얀 팔레트같이 비어있는 마음을 여러 감정들로 색을 채우곤 한다.

강렬한 빨간색으로 사랑을 채우기도, 어두운 검은색으로 우울을 칠하기도, 초록색으로 자연을 칠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마음을 채울때마다 화가로 변신한다.

하지만 Earl이라는 화가는 이미 여러 색으로 얼룩져있는 자신의 마음을 다시 하얗게 칠하려고 한다.

얼룩을 지워나가는 과정을 담은 앨범, 바로 Earl Sweatshirt의 Some Rap Songs다.

 

Some Rap Songs가 다른 익스페리멘탈 힙합 앨범과 달리 더욱 호평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에 얽혀있는 이야기들과, 더욱 새로워진 사운드가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어릴적 버리고 간 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 앨범은, 그 동안 쌓여 있었던 분노를 표출하기 보다는

용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Earl이 항상 보여주던 우울한 색이 짙은 가사는 여전했지만,

그 전과는 다르게 밝으면서도 우울한 색이였다.

마치 멀리서 우리의 코를 간지럽히는 희미한 꽃내음처럼 말이다.

꽃내음에는 향긋함도, 씁씁함도, 달콤함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모든 감정이 섞였지만 조화롭게 다가오는 앨범의 분위기는 사운드와 더불어 중요한 매력 요소라고 생각한다.

라임을 맞춘 단어와 펀치라인등 눈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들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I said peace to my dirty water drinkers

Psh, nobody tryna get it clean

Why ain't nobody tell me I was sinkin'?

Ain't nobody tell me I could leave

-Shattered Dreams

https://www.youtube.com/watch?v=twT1zz5GMfU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자. 위에 적어둔 가사를 보면 되게 짙은 색의 우울함이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의 고통을 공감해주는 이는 한 명도 없었고, 위태로운 감정을 경고해주는 이도 없었다.

그는 그저 헤어나올 수 없는 우울의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릴 뿐이였고, 애매모호한 세상에 살아가고 있을 뿐이였다.

추상적인 단어들에 휩싸여 많은 생각들이 얽혀있던 꿈이자 현실은 지금까지 그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단지 어떠한 이유때문에 우울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자신만의 늪에 빠져있는 것 일까. 

정답은 오로지 그만이 알겠지만, 우리는 공감하며 들을 수 있다.

 

Say goodbye to my openness, total eclipse

Of my shine that I've grown to miss when holding shit in

Open my lids, my eyes said my soul is amiss (Soul is amiss)

The signs say we close to the end (Close to the end) 

- Eclipse 中

Earl Sweatshirt - Eclipse (Official Audio)

 

Earl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중간 중간 자신의 친구들을 샤라웃하기도,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Eclipse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어둡게 살아가는 그가 취한 채로 고통을 느끼고, 친구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던 일상을 살아갔었지만,

이제는 성숙해지는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우울하고 나쁜 인생을 살아가던 그가 이제는 개기일식이 지나면(이해하기 위해서 하룻밤이라고 칭하자),

개과천선 할 수 있을까. 듣다보면 알겠지만, 그의 정신적인 성숙도 이 앨범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가 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앨범의 주된 주제는 아니지만, 자그만한 디테일들이 이 앨범을 더욱 꾸며주고 있다.

 

Papa called me chief

…(중략)

Blood on my father, I forgot another dream

-Red Waters

https://www.youtube.com/watch?v=GpM4doRFfkc

 

두 번째 트랙에서부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나는  처음에는 'Papa'에서 나중에는 'Father'로 호칭을 바꾸는 것을 주목해 보았다.

우리말로 하자면, ‘아빠’에서 ‘아버지’로 바꿔 부르는 것이다. 두 단어가 주는 느낌이 다르지 않은가?

그는  아버지의 대한 추억과 그의 죽음을 표현했는데, 그의 어린 시절 기억 속 아버지의 모습은 다정했고, 친숙하게

느껴졌겠지만,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의 죽음은 친구같은 아버지의 죽음이 아니라 그 동안 원망하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원망하던 아버지의 죽음은 자신의 마음 깊은 곳 쌓여있는 응어리를 풀어주긴 커녕 더 큰 고뇌에 빠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그 동안 쌓여있던 분노는 사그라들었고, 알 수 없는 마음을 반복해서 표출하는 그의 랩이 인상적이다. 아버지가 언급되는 부분은 중반부에도 종종 있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해 부정하거나, 긍정하는 모습 또한 보이지 않기에,

이제는 조금 아버지에 대한 존재를 긍정의 방향으로 인정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아버지에 대한 그의 감정은 마지막 두 트랙에서 고조된다. 정치가였던 아버지의 연설과 대학 의장이였던 어머니의

연설을 모아 대화 형식으로 주고 받는 Playing Possum은 아버지에 대한 화해의 손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나, 가족 모두가 다시 시작해보자는 의지와 고마움이 담긴 트랙이였다. 

그렇지만 이 곡의 제목인 ‘Playing Possum’은 원치 않았던 일이 발생했을때 사용한다고 한다.

제목과 걸맞게 이 곡을 들어보기도 전에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화해의 악수는 혼자 할 수 밖에 없었다.

연설이 끝나고... 짧고 굵었던 그의 이야기가 끝이 난다. 아버지의 친구였던 뮤지션 Huge Masekela의 곡을 샘플링하며 짧은 마지막을 장식하며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 마지막트랙, Riot!이 이 앨범에 담긴 모든 감정을 함축하여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1분 남짓한 길이로 짧지만, 가장 여운이 깊다. 벌스 하나도, 말소리 하나도 없지만, 그 어떤 곡보다 진심이 느껴진다.

화려하지 않지만,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강한 여운을 남긴채 이 앨범을 끝이난다.

 

https://www.youtube.com/watch?v=fh7a5hfh7-Y

https://www.youtube.com/watch?v=Ps7J8caAVWk

 

그루브를 타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눈물을 흘렸던 앨범이 끝이 났다. 물론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감상 요소와

느낌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요소들을 조금 들여다 보았다. 음악에 대해서는 지식이 매우 얕기에, 사운드적인 부분은 되도록이면 평하지 않았다. (^^) 이상으로, 나의 인생 (!) 앨범 중 하나가 된 Some Rap Songs를 감상해보았다. (추천!) (박수!)

 

Best Track: Riot!

Worst Track : None 

그동안..

https://hiphople.com/fboard/19665558

https://hiphople.com/kboard/19067022

https://hiphople.com/fboard/20486986

https://hiphople.com/kboard/20776729

신고
댓글 13
  • 1 7.28 23:28

    잘읽었습니다, 의도치 않으셨겠지만 제 인생 앨범이라 굉장히 재밌게 읽었네요 ㅋㅋㅋ

    말씀하신대로 Riot!은, 그 자체로도 좋은 트랙이지만, 앨범 위에 있을 때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우울'이라는 분위기에 상반되게 밝은 인스트루멘탈을 들려주어서 마치 쓴웃음을 짓는 듯하게 우울감을 더 증폭시키는 것 같아요

    꽤 비슷한 맥락에서, 트랙들이 대체적으로 얼의 랩을 배제했을 때는 장난기 많아보이는 인스트루멘탈으로만 보이지만, 그와 반대되는 감정의 가사를 담은, 다운된 얼의 목소리가 들어갔을 때 물과 기름이 섞이는 듯한 오묘한 감정을 일으키는 것 같기도 하네요

  • 7.28 23:29
    @ShEwAnNaMeEtCaRtI

    그런 감정이 제일 매력적이네요 ㅋㅋ 쓴웃음.. 저도 듣고 허탈하게 멍하니 응시하기만 했던 기억이 있네요 ㅋㅋ

  • 1 7.29 01:37

    고차원적인 우울감?을 느끼게 하는 앨범이죠

    추추

  • 1 7.29 07:24

    emo스타일의 감정선이 중2병스럽지 않았던 앨범

  • 1 7.29 08:29

    스웩!

    잘 읽었어요!

  • 1 7.29 08:31

    리뷰글 참 잘 쓰시네요 ㅋㅋ

    배우고 갑니다

  • 1 7.29 09:12

    제가 느꼈던 감정을 훨씬 자세하게 설명한 글이었어요

    너무 잘읽었습니다!

  • 1 7.29 10:52
  • 1 7.29 10:53

    한번더 들어봐야겠네요

  • 1 7.29 12:30
  • 1 7.29 16:16

    우울하면서 또 슬프지는 않고 분노와 용서가 한데 뒤섞인 애매한 감정을 굉장히 잘 표현한 앨범인 것 같아요 글 잘 읽었습니다!

  • 1 7.29 18:37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1 7.30 01:10

    이거 들어보려고 했는데 나중에 읽어봐야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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