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국게가 비슷한 문제로 불탄 것 같아서 끄적여봅니다. 새로운 힙합 입문자들에게 오래된 음악들을 무작정 들으라고 우기는 것보다 나이 먹은 앨범 중 현대적인 요소를 잘 유지하는 앨범들을 추천하는 게 덜 소모적이지 않을까 하고 써봅니다.
스타일이 싫은 건 어쩔 수 없지만, 간혹 사용된 신스나 드럼 소스 같은 것들이 오래되어서 못 듣겠다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소위 말하는 나이를 잘 먹은, 잘 숙성된 와인 같은ㅋㅋㅋㅋ 앨범들을 몇 장 적고 갑니다. 10년 이상 된 앨범들만 적고 갑니다.
*트렌디한 앨범들이 아닙니다. 그걸 바라신다면 굳이 보지 마세요*
OutKast - Aquemini (1998)
서던 랩이 배출한 최고의 팝 크로스오버라고 생각합니다. 유일하게 나이를 먹은게 3번 트랙 Rosa Parks라 생각했는데 Old Town Road 컨트리 광풍 때매 오히려 엄청 모던하게 들리는ㅋㅋㅋㅋㅋ 라이브 세션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걸로 알고 있고, 그 덕인지 사운드가 굉장히 현대적입니다. 그리고 Andre 3000과 Big Boi는 속사포를 구사하지만, Twista나 Eminem 같이 "숨을 누가 오래참나"라기보다는 굉장히 변칙적인 리듬을 사용해서 세련된 벌스들을 보여줍니다. 곡 구조도 실험적이면서도 굉장히 캐치합니다.
Dr. Dre - 2001 (1999)
되게 사운드가 클린합니다. 다른 거 다 몰라도 비트들만큼은 정말 지금 YG나 DaBaby 같은 래퍼들이 타더라도 좋게 들릴 듯합니다.
The Roots - Things Fall Apart (1999)
어느 정도의 네임 벨류가 있는 힙합 아티스트들 중에서는 유일한 밴드 세션일겁니다. 덕에 루츠 앨범들이 전반적으로 나이를 잘 먹었죠. 그 중에서도 역설적으로 전자 악기를 덜 사용한 90년대 디스코그라피는 지금 언더 씬의 재즈랩과 비교해도 너무 세련되었죠. 리드 엠씨 Black Thought과 당시에 Soulquarian이라는 크루로 활동한 Common, J Dilla, Mos Def, Erykah Badu등등이 참여해 Neo-soul의 향이 짙어 듣기에도 편합니다.
Mos Def - Black On Both Sides (1999)
수정해서 추가하는 앨범입니다. 위에 루츠 앨범과 마찬가지 이유로 훌륭합니다. 좀 더 타격감이 있고, Mos Def가 힙합이라는 장르를 탈피한 시도도 많이 있어서 약간의 전위성이 추가된 앨범을 원하면 강력 추천합니다. 싱잉도 독특하게 잘 처리된 굉장히 90년대 답지 않은 면이 많으면서도 그 당시 분위기를 잘 담아냈습니다. 정말로 믹싱이 깔끔하게 잘 되어있는건 덤이고요. 힙합 역사상 가장 훌륭하다 평가받는 벌스들도 다수 포진되었습니다.
Ghostface Killah - Supreme Clientele (2000)
제이지 골수 팬이지만, The Blueprint는 팝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낡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에 반해, Supreme Clientele은 훨씬 raw한 소울 샘플링을 구사하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클린합니다. RZA가 이 때의 감성을 유지했다면 하는 상상을 줄곧 합니다. 고페킬 특유의 하입된 엇박 플로우도 여기서 완성이 되어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굳이 크게 훅 같은거에 연연하지 않아도 특유의 플로우와 완성도 높은 비트들 때매 뇌리에 각인됩니다.
JAY-Z- The Black Album (2003)
위에서 The Blueprint를 깐(?) 걸로 화내신 분들은 진정하세요ㅎㅎ 제 인생 앨범이기도 한 Black Album인데, 이 앨범에 참여한 초호화 프로듀서 진의 인생 비트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제이지의 랩 또한 과하지 않게 너무 잘 스며들어가 있고, 전반적으로 굉장히 고급스러운 사운드를 사용합니다. 당시에 나온 다른 앨범들과는 게임이 안 될 정도로 깔끔한 믹싱을 보여줍니다. 제이지의 최고의 라인들과 플로우도 여기에 다수 수록되어 있습니다. Timeless라는 수식어가 힙합 역사 통틀어 가장 잘 어울리는 앨범입니다.
Madvillain - Madvillainy (2004)
우선, 이 앨범은 의도적으로 Lo-fi 요소를 사용합니다. 위에 나온 앨범들과는 다르게 조금 더티하죠. 하지만, 드럼 사용이나 샘플들을 전위적으로 배치한 방식이 낡았다는 느낌보다는 고의적으로 vintage함을 가미했다는 느낌을 줍니다. Anderson .Paak과 Nxworries의 합작 Yes Lawd!의 방식이 여기서 나왔다고 생각해도 큰 무리가 아닙니다. MF DOOM의 정박인듯한 엇박 플로우도 굉장히 차분한 톤을 유지해서 듣기 편합니다. 최고의 리리시스트인 MF DOOM인만큼, 엄청난 가사들도 하나의 좋은 감상포인트입니다.
Clipse - Hell Hath No Fury (2006)
Pharrell Williams는 시간이 지나면서 별 변화없이 트랜디함을 유지한 프로듀서입니다. 어쿠스틱한 요소를 팝적으로 잘 해석한 비트들이 나이를 안 먹는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 Pharrell Williams가 The Neptunes라는 그룹으로 Clipse의 첫 두장을 전곡 프로듀싱하는데, 그 중에 2집입니다. 지금 들어도 전반적인 그루브나 세련된 Pusha T의 래핑은 잘 어우러집니다. 지금 돌아보면 Odd Future의 하드한 랩 트랙들을 모아놓은 것 같기도 합니다. 훅도 과하지 않고, 최근에 다시 떠오르는 Coke Rap 흐름의 시작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도 재밌게 듣습니다. 훅들도 굉장히 캐치해서 중독성이 상당합니다.
간만에 안듣던 앨범들 들어봐야겠네요ㅎㅎ
고페킬 앨범은 제대로 안들어봣는데 추천 감사합니다
시작부터 이어폰 좌우로 왔다갔다 하면서 음악나오는 효과가 장난아니었음
메..모..
JAY Z 팬분답게 The Black Album도 있네요. JAY Z 광팬이신것 같아요 ㅋㅋ
카먼 be도 나이 정말 잘 들었고, 곡들 자체가 정말 좋습니다
만약 30세 젊은 드레가 있는 평행세계에 Lil Andre가 2021이라는 앨범 드랍했으면 지금쯤 모든 리스너한테 빨리고있을거라고 장담함
특히 블랙앨범은 들을때마다 부드러운 사운드 질감에 감탄하는 앨범입니다
거를게 없네요 추천 누르고 갑니다ㅋ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