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리뷰

[앨범 리뷰] Little Simz - GREY Area(2019)

2019.03.23 14:23조회 수 397추천수 3댓글 4

little-simz-grey-area1.jpg

Little Simz - GREY Area(2019)


​Tracklist

1. Offence
2. Boss
3. Selfish f. Cleo Sol
4. Wounds f. Chronixx
5. Venom
6. 101 FM
7. Pressure f. Little Dragon
8. Therapy
9. Sherbet Sunset
10. Flowers f. Michael Kiwanuka



1. 오랜만입니다. 그렇지요? 마지막으로 음악 글을 쓴지는 얼추 이주일 정도 되었습니다. 복직 준비하느라 시간이 없었습니다. 복직을 하고 나서는 퇴근하고 바로 쓰러지듯이 잠에 들어서 또 블로그에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댓글 답장이 늦어서 미안해요. 오늘은 늦게나마 글을 씁니다. 조금 마음 편하게, 얇고 긴 호흡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앨범 이야기를 하기에 좋은 상태입니다. 산불 비상근무로 사무실에 나왔기 때문에, 순찰을 돌거나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달려나가야하겠지만요.


2. 리틀 심즈의 앨범을 처음으로 본 것은 aoty에서였습니다. 크리틱 리뷰 한건, 86점. 이었을 겁니다. 그때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넘겼습니다. 힙합 앨범을 듣지 않은지도 꽤 오래되었으니까요. 블루는 워낙에 엉긴게 많아서였고. 그래서 그냥 넘겼습니다. 뭐 적당히 좋겠지. 싶어서요. 여기저기서 이름이 점점 보였습니다. RYM에서도 올해의 앨범 리스트에 올라왔습니다. 그때야 깨달았습니다. 아, 이게 지금 타임에 하이프 받는 앨범이구나?


 하나같이 하이프비스트라니까. 라고 이야기하면서 고개를 젓다가 결국에는 들었습니다. UK힙합이라는 라벨이 눈을 잡아끌었기 때문입니다. 기억하기로 지금까지 들어왔던 영국의 힙합들은, 그리고 개중에서 사람들의 하이프를 받았던 앨범들은- 하나같이 특이한 부분이 있었으니까요. 하이프를 받는 이유가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게 맞는 말일 것 같습니다. 디지 라스칼, 더 스트리츠, 와일리, 케이트 템페스트, 미아, 제스트, 멜라닌9, 리프도그- 어느 하나 "이 흐름 안에 있다"라고 말하기가 애매한 앨범이었습니다. 그라임쪽은 좀 예외겠지만. 어쨌거나, 그런 미묘한 만족감이 있었기에, 결국에는 들었습니다.


3. 이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프로덕션입니다. 퍼커션과 베이스의 운용이 굉장히 강조된 전반부의 "Offence", "Boss", "Venom" 등의 트랙에서는 포스트펑크틱한 바이브가 눅진하게 배어나고, "Selfish", "Flower", "Sherbet Sunset"등의 트랙에서는 여러가지 색깔이 얽혀서, 채도는 낮지만 썩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리틀 심즈의 스타일, 아니, UK-그라임-계열의 엠씨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확연한 마디의 맺고 끊음, 그 여백마저도 랩의 흐름에 이용하는 스타일에 굉장히 잘 어우러졌습니다. 상기한 전반부의 트랙들에서 그 맛이 정말 확연하게 느껴졌습니다. "Boss"에서 제가 말하는 느낌을 알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꽤 전형적인 문장의 배치에도 불구하고, 사이사이에 있는 베이스들이 기존의 맺고 끊음에 맞물려서 그 흐름을 만들어내니까요. 그 부분에서 영리한 배치를 했다고 느꼈습니다. 프로덕션은 박자를 컨트롤하고, 청자들에게 들어야할 길을 제시하는 것과 동시에 엠씨의 스타일과 잘 맞아떨어져야하는, 그런 과제가 있으니까요. 이 앨범의 프로덕션은 그걸 잘 해냈습니다. 아마 리틀 심즈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쫀득한 감상이 나오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4. 스타일적인 관점, 랩이라는 관점에서도 그런 부분은 꽤 마음에 듭니다. 동생에게 "Boss"를 들려주었을때, 동생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동생의 취향은 조금 더 유동적이고, 진폭이 크고, 선이 화려한 래퍼들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키드 밀리나, 저스디스나, 그런 쪽이요. 저는 괜찮았습니다. 전형적임이 맞물리고 이어지면서 그려지는 큰 그림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리틀 심즈는 그 그라임스러운 전형성을 이용해서 스타일을 만들어냅니다. 그 스타일이 가장 예쁘게 맞물리는 부분은 "101 FM"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유하면서도 타이트한 프로덕션에, 그라임식 문장의 시작과 끝을 배치하고, 그 사이에서 간격을 뿌리는 느낌이 썩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마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으라고 하면 그 곡을 꼽지 싶습니다. 앨범의 랩 또한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색이라고 이야기하면 조금 이상하겠지만, 그-뭔가어디선가들어본것같은-트렌디함과는 살짝 배치되는, 모종의 정통성이 느껴지는 랩은 리틀 심즈의 이름을 잘 각인되게 합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에 그렇게까지 만족하지는 못했습니다. 많은 것을 납득할 수 있는 앨범입니다. 여기서 이렇게 가는구나. 여기서는 이렇게 가는 게 맞지.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나쁘지 않지. 라고 말하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01 FM", "Flowers" 같은 트랙을 제외하면 그 가사적인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기량이 분명하게 있다고 느껴지지만, 그것이 큰그림을 그리기에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뜻입니다. 아마 이쪽 계열의 가사에는 노네임이 떡하니 버티고 있기에,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강렬하게, 도전적인 어조로 이야기하는 "내가 별로인 날에는 제이-지, 최악의 날에는 셰익스피어"라는 라인과, 그 캐릭터가 후반부의 감상이 담긴 트랙들의 캐릭터와 만났을때, 부서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느낌은, 그 큰 그림의 부재는 캐릭터가 조금 분명하지 않기에 드러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금 비겁할수도 있겠지만, 좋은 래퍼는 캐릭터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래의 아티스트들을 보면 그런 느낌이 훨씬 분명해집니다. 대니 브라운은 "XXX-Old-Atrocity Exhibition"으로 추잡한 인간의 등장과, 상승과 추락을 그렸습니다. 노네임은 따스한 거리의 시선과, 자신의 감각에 대한 차갑고 냉소적인 시선을 섞어 매력적인 글을 씁니다. 샤드는 자신이 뱉는 말 자체를 정의하고, 그 단어들의 정의를 세상사에 대입함으로써 삶의 모습에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라벨을 붙이곤 합니다. 좋지 않은 래퍼는 그런 캐릭터가 없거나, 있다고 해도 다른 두어명의 캐릭터가 겹칠 정도로 제네릭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그냥 적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할말은 하고 살지 않습니까. 빅 션이나 타이가, 에이스 후드는 "돈과약과여자에쩔어산다"는 말로 그냥 정의가 된다고 봅니다. 쥬스월드나 코닥 블랙 같은 사람들은 징징이들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개중에서도 더 나아가면, 릴 잰이나 릴 베이비와 같은 이들은 아예 캐릭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살짝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들, 영 떡이나 드레이크는 훌륭한 캐릭터를 갖추고 있습니다. 영 떡은 "Barter 6"에서 밋밋한 캐릭터를 가지고 시작했다가, 그 디스코그라피가 진행될수록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지기 시작합니다. "JEFFERY"에서 시작되는 미묘한 감정의 향이, "Beautiful Thugger Girls"에서는 고개를 들고 일어나 기존의 물질적인 이야기와 감성적인 부분이 불안하게 공존합니다. 그 불안함조차 하나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레이크의 경우는 "Marvins Room", "6 God", "Hotline Bling", "God's Plan"과 같은 곡들이 끊임없이 전개되면서,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복합적인 캐릭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캐릭터의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구구절절히 하는 것은 꽤 이상한 이야기겠지만- 리틀 심즈는 캐릭터가 정확하게 잡혀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반부의 화자와 후반부의 화자가 동일 선상에 있을 수 있나. 라는 생각을 하면 조금 미묘해집니다. 이런 말을 하는게 우습지만, 이 앨범이 조금 더 길었으면 캐릭터의 형성에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총을 이야기하는 래퍼들을 우상화하는 우리는 그런 삶을 가져본적도, 살아본 적도 없기에 그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거리의 모습을 그리는 것도, 기억을 붙잡고 읊조리는 부분도 모두 뛰어나지만,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화자에 대한 통일감은 살짝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단편집을 본 느낌이지만, 앨범 전체를 훑는 강렬한 감상이나 그 이미지, 앨범의 캐릭터를 생각해보면 으음. 하고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 부분은 꽤나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들을 때, 특히나 한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가사 이야기를 할때에는 그 사람에게 충분히 동화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GREY Area"는 그 부분을 그렇게까지는 잘 해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트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트집이겠지요. 쓸데없이 그 기준을 높게 잡아서, 사람들의 하이프를 깨고자 하는 힙스터적인 몸부림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부분은 아쉽게 생각합니다.


 캐릭터적인 부분에서 만족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가사에서의 기량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갈수록 힙합은 이미지의 음악이 되고 있고, 하나하나의 색이 서사를 밀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변태처럼 부르짖던 "요,,.,근래,.,래퍼놈덜은,.,,으응?!,,.할말이.,,~없나벼~~!!!"의 세상이 완전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세상 속에서, 냉철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래퍼는, 특히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젊은 래퍼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리틀 심즈가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문장을 씹을 수 있는 가사가 나온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입니다.


6.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쓸데없는 겉멋은 뺀, 낭창낭창하게 잘빠진 앨범이라고 봅니다. 열곡밖에 되지 않는 짧은 트랙리스트에, 하나하나의 감상도 좋습니다. 미묘한 아쉬움은 있지만, 그게 앨범의 좋은 감상을 해치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요즘처럼 힙합이라는 음악이,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범람하는 시대에 눈에 확 띄는, 독특함과 좋은 기량을 동시에 가진 좋은 앨범입니다. 아마 꽤 오래 들을 것 같습니다.

신고
댓글 4
  • 3.23 16:05
    오랜만입니다!
    좋은 리뷰 잘봤습니다!
  • 와 핍성님 오셨다ㄷㄷㄷ추천부터 박고 읽겠습니다
  • 3.23 16:49
    정말 오랜만에 보는 핍님의 힙합리뷰네요 닥추
  • 3.23 18:48
    저도 정말 좋게 들었던 앨범입니다. 심즈의 다른 앨범들도 좋았지만, 인상에 꽂히는 느낌은 아니였는데 이번 앨범은 확실히 제 머릿속에 심즈라는 래퍼를 확실히 각인시켜 준것 같습니다. 리뷰에도 상당히 공감하고 당연히 이 앨범이 그 정도는 대단한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I'm Jay-Z on a bad day, Shakespeare on my worst days" 같은 라인이 건방지게만 느껴지진 않았던 그런 앨범이였어요.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아이콘] Lil Tecca, Jane Remover 등 아이콘 출시 / 6월 아이콘 ...87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05.23
[공지] 회원 징계 (2025.05.09) & 이용규칙 (수정)27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05.09
화제의 글 일반 하 안되겠다 진짜 왕가슴 뿌린다22 title: Lil Yachty오션부활기원 19시간 전
화제의 글 그림/아트웍 유명 앨범 커버들이 한국에서 발매됐다면? [pt.2]41 title: Frank Ocean - Blondelambda 23시간 전
화제의 글 리뷰 취미로 써보는 Guru의 Jazzmatazz vol 1 리이뷰2 fldjf 2025.06.16
82712 일반 Makeouthill이 무슨 뜻이져7 title: A$AP Rocky (2)일하자일 2019.03.23
82711 음악 Lil whatever래퍼중 Top3를뽑자면?24 title: Frank OceanBeautiful 2019.03.23
82710 음악 외힙 입문용 앨범추천 부탁드려요9 seosan 2019.03.23
82709 음악 Jason Derulo 한국 왔네요 ㅋㅋㅋㅋㅋ5 blakah 2019.03.23
82708 일반 나쁜 엉덩이형은 요즘에 뭐하죠?15 유치원드랍아웃 2019.03.23
82707 일반 Genius News - Nav & Lil Uzi Vert의 'Habits'가 삭제된 이유1 4everPharrell 2019.03.23
82706 음악 카니예랑 드레이크 곡 들어보는데16 title: Drake벤지슨 2019.03.23
리뷰 [앨범 리뷰] Little Simz - GREY Area(2019)4 2019.03.23
82704 음악 킹아이소는 조이너나 켄드릭처럼 뜰수 있을까요?1 kulmul 2019.03.23
82703 음악 미국에서 피지컬cd가없는 앨범은 골드나 플래티넘 기준 어떻게 매...2 산사태 2019.03.23
82702 인증/후기 12만원짜리 잡지와 씨디가 왔네요21 title: [E] Kendrick Lamar (WC Month)sliEM 2019.03.23
82701 음악 nle choppa 노래어디서들어요?1 나의닉네임은이것이야 2019.03.23
82700 음악 Take Knowledge's Choice #1117. Rakim - How I Get Down(1999)2 title: 2Pac우울하지않아 2019.03.23
82699 음악 드레이크보고 게이라고 하니까 진짜 게이같네6 kulmul 2019.03.23
82698 음악 여러분 라키 구글 프로필에 떠있는 공연 리스트는 오피셜아닌가요??3 YoungSavage 2019.03.23
82697 일반 모를 수가 없는 래퍼들 있나요32 title: Drake벤지슨 2019.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