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끝에 결국 세상에 나오고 말았습니다. 저스디스의 LIT
무려 9년 전, 놀랍고 섬세한 프로덕션이 돋보인 그의 1집 2mh41k 이후,
저스디스는 꽤나 기이한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상업성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상업적으로 활동하기도 하고,
그런 그를 보며 뱀이라고 하는 여러 리스너들에게 저스디스는 벌스들을 써내려 가며,
본인이 가진 생각들을 여러 피쳐링, 곡 들에서 풀어내곤 했어요.
그런 적대적인 과정들 속에서 나온 LIT은,
9년만에 나온 앨범답게 탄탄한 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앨범은 저스디스가 말한 미로처럼 왔다갔다 하다 결국 돌아가는 수미상관의 구조를 띠고 있는데,
인트로 트랙(LIT)에서, 이 앨범에 대한 소개를 이미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 그 따위 거 돈으로 사겠다는 겨울동화의 원빈처럼,
저스디스 또한 앞서 말했듯 그런 적대적인 과정들 속,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차버린 본인과 사랑이라는 감정 사이에서 혼란을 겪었고,
그 길을 잃은 (Lost in translation) 과정을 그저 display, 전시하고 싶어하죠.
그래서 사실상 인트로부터 이 앨범에 대한 해석은 끝난 셈입니다.
사랑의 의미를 찾으러 가는 과정에서 담긴 혼란을 담은 앨범이에요.
그렇게 앨범은 2번 트랙부터 시작됩니다.
카페인과 약에 점차 기대가는 자신을 보며 그는 자신의 미로를 만들었고 (내가 뭐라고),
그 파란 미로 속에서 사랑이라는 오렌지 타워를 찾아가보려 하지만, 저스디스에게는 표면적인 사랑과 가짜 사랑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놔)
결국 길을 잃은 (LOST) 저스디스는 혐오감으로 똘똘 뭉치게 되고, (Don't Cross,Curse) 잠시 어렸을 때를 돌아보며 사랑의 의미를 찾으려 합니다. (유년,VIVID) 하지만 어렸을 때를 생각해봐도 (Dusty Mauve Intermission) 부정적인 트라우마 같은 기억들 밖에 남지 않았고 (돌고 돌고 돌고) 결국 또 돌고 돌아 그 의미를 찾지 못합니다.
그 이후 부정적인 생각들은 더더욱 깊어져 (THISpatch,THISISJUSTHIS Pt.III) 사랑에 대해서도 점점 부정적으로 변해가고 (친구,내 얘기,XXX), 결국 사랑을 잃어버리는 지경에까지 (Lost Love)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저스디스는 유승준이라는 인물까지 활용하면서, 캔슬 컬쳐에 대해 제시하며 사랑을 잃어버리기까지의 개인적인 과정들을 사회비판적인 시선으로 넓히며 장장 1시간 11분의 앨범을 마무리 짓습니다.
(HOME HOME)
개인적인 생각으로 LIT 에는 분명 아쉬운 지점이 여럿 있었습니다. 스포큰 워드를 차용한 'HOME HOME' 에서는 그 문제점만 나열하고 제시하는 방식이 솔직히 설득력 있게 다가오진 않았고, 'Lost Love' 또한 드릴 프로덕션이 앨범이 요구하는 집중도에 비해 너무 가벼웠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릿 베이비의 벌스는.. 좀 듣기 힘들었구요 ㅠ
게다가 'Wrap it up'에서 포티몽키의 훅은 그냥 '남자니까 2' 버전에 가깝고, Can't Quit THIS shit 은 앨범에서 빼버려도 될 거 같았던 갑자기 튀어나온 엉뚱한 트랙 같았어요. 두 트랙 다 앨범의 구성 면에서도 맞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제외하면 저스디스의 생각들을 충분히 많이 엿볼 수 있는 앨범이고, 또 저번 앨범에서도 그랬듯이 얼마나 이 많은 트랙들을 배치하는 순서와 앨범의 구성적인 면에서 노력을 가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던 앨범이었어요.
그래서 이 앨범에서 제일 하이라이트라 하면은 당연히 전 'VIVID' 라고 생각이 듭니다. 저스디스의 이런 비판적인 태도도 결국 어렸을 때 부터 그가 즐겨 들었던 힙합과 그런 음악, 또 문화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오는 것이기에, 이 트랙에서 저스디스라는 아티스트 자기 자신을 되게 잘 풀어냈던 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유년','VIVID','돌고 돌고 돌고' 는 또 친근하고 익숙한 단어 선택과 투박한 말투들을 통해, 저스디스의 유년기가 어땠는지 몰입도 잘되고 배경도 잘 그려져서 좋았습니다.
거기에 더할 나위 없이 깔끔했던 인트로 'LIT', 여러 부분에서 푸샤티가 많이 생각났던 세 개의 곡 'Don't Cross', 'THISpatch', 'THISISJUSTHIS Pt.III' , 또 'Curse' 의 트랜지션 또한 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순이, 딘, 범키, 라디, 듀티 이런 보컬 피쳐링들도 정말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다가왔구요.
LIT은 저스디스의 개인적인 생각들을 다룬 컨셔스 힙합 앨범입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는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다른 의견들을 제시 할 수도 있겠죠. 전 거기까지가 LIT 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의견들을 사람들이 많이 공유하고, 해석도 해보고, 그게 우리가 앨범을 듣는 매력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스디스가 보여줬던 가사 속 수많은 오마주나 그의 인터뷰를 보다보면 얼마나 이 힙합 문화를 사랑하는지 느껴지기에 그 다음 앨범이나 그 다음 곡들이 기대될 수 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은 앨범 이었어요.
별점 : ★★★⛤ (3.5/5)
저스디스 - LIT / 2025 / CONSCIOUS HIP HOP, HARDCORE HIP HOP, JAZZ RAP, ALTERNATIVE HIP HOP
좋았던 트랙 : LIT , 내가 뭐라고, Don't Cross, Curse, 유년, VIVID, 돌고 돌고 돌고, THISpatch, THISISJUSTHIS Pt. III, 친구
제일 안 좋았던 트랙 : Lost Love




공감하는데 개인적으로 내 얘기도 좋았어요
리드머보다 글 퀄리티가 훨씬 낫네요ㅋㅋ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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