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U-Vz6ScTqlU
영원과 화요일, 거부할 수 없는 꿈의 오면체(五面體)에 대하여
영원과 화요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오후의 창밖엔 티 없이 푸른 하늘, 청금석 같은 바다, 고운 모래밭이 보인다. 밀려오는 파도의 리듬에 맞춰 꿈결 같은 기타의 딜레이(delay)가 다가오면 조용히 눈 감는다. 무대 위 커튼이 말려 올라간다.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는 조용히 시간의 주름을 타고 연주를 시작한다.
여기 Tuesday Beach Club이 또 한 채의 꿈의 클럽을 지었다. 클럽은 5개의 방으로 구성된 오면체(五面體)다. 마르셀 뒤샹의 초현실주의 작품처럼, 거부할 수 없는 미감이 가득한 멜로디와 사운드는 파도처럼 방안으로 밀려오고 쓸려나간다.
방의 경계는 흡사 안토니오 가우디의 곡면들을 닮았다. 환희와 절망, 다시 기대와 체념이 곡마다 갈마든다. 5개의 곡은 그렇게 감정의 롤러코스터다. Tuesday Beach Club만의 드림 팝은 이 변덕스러운 드라마를 천연덕스레 꿰어낸다. 꿈의 광채, 코발트블루의 털실로.
첫 곡 ‘Koi’는 시나브로 흘러든 거실의 노란 햇살처럼 출발한다. 여울지는 신시사이저, 김예담의 위무와 같은 보컬로. 이내 아르페지에이터의 신호탄과 함께 잔뜩 일그러진 기타 사운드가 도발적 선언에 확성기를 가져다 댄다. ‘It is time to reveal us!’
두 번째 곡은 제목부터 ‘Dream’.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 앤섬처럼 힘차게 지축을 차며 시작하는 곡. 어두운 밤 따위는 희미해져 가고 환영을 넘어 영원의 꿈을 향해 달려가자는, 절망을 뚫어 버리는 청유의 노래다. 화성과 선율 진행에서 모두 나선계단처럼 하염없이 올라가는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후반부 ‘눈을 맞추며 가자 여기’에서 상향하는 베이스와 진·가성을 넘나드는 보컬 멜로디가 보여주는 앙상블은 황홀감마저 선사한다. 피날레는 치열하게 끓어오르는 기타 하모니의 소용돌이. ‘눈물 없이/오 영원히/너에게’
세 번째 곡 ‘영원은 아니어도’는 과열된 엔진을 식히는 슬로 템포의 트랙이다. Tuesday Beach Club은 그 이국적 명명이나 사운드 방법론과 달리, 종종 20세기 한국 발라드 가요의 정서와 멜로디를 그려낸다. 이 곡도 그렇다. 인디 팝의 몽글몽글한 질감과 가요의 정서가 부닥칠 때 우린 아찔한 경험을 몇 번 해봤다. ‘두 번 다시 영원은 없지만’
네 번째 곡 ‘Everywhere’는 다시 영원과 별빛을 재료로 무턱대고 사랑을 긍정하는 초월적 러브송.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éma)의 한 페이지를 북 찢어 앰프와 마이크에 넣기라도 한 걸까. 이 노래가 옛 프랑스 영화의 빛바랜 사운드트랙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서걱대는 김예담의 메인 보컬과 남성 코러스의 섬세한 조화만은 아닐 것이다. 솜사탕처럼 뭉개져 잡힐 듯한 구식 신시사이저의 고색창연한 음색, 유려하게 물결치는 멜로디…. ‘My heart begins to fall’
마지막 곡 ‘Wish’는 1960년대 비틀스를 좋아했던 이들의 마음 한구석을 폭 주저앉게 하기에 충분하다. 처음부터 등장하는 소심하나 분명한 존재감의 멜로트론 사운드 때문이다. 링 모듈레이터 사운드로 연주되는 간주의 기타도 사이키델릭 록의 향수를 잔 가득 넘실 채운다. 이런 생각을 할 때쯤 문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성 보컬이 스피커로 들어오는 것이다. 우성림의 보컬. 이제 이야기는 더 이상 혼자만의 독백이 아니다. 헤어진 남과 여의 방백이자, 그들도 모르는, 별들만이 아는 이별 뒤 기이하고 아름다운 하모니의 제창이다.
이 미로 같은 꿈의 노래들 속에서 부디 당신만의 길을 찾아내기를. ‘Hope you find your way’
- 임희윤 음악평론가 @heeyun_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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