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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D - God Does Like Ugly 리뷰

title: Mach-Hommy온암2025.09.10 11:54조회 수 527추천수 6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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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D - God Does Like Ugly(2025)

https://youtu.be/-V4jiPcNUjg

*풀버전은 w/HOM Vol. 26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hausofmatters.com/magazine/w-hom/#26

시대와 장르를 막론하고, 유망한 젊은 음악가들이 그 나이대만의 열의와 야망을 투영해 역사에 남을 걸작을 배출하는 시기가 있다. 모두에게 발생하는 일은 아닐지라도, 희귀한 일만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러한 걸작의 발생 여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파생된 위대함의 그림자에 되려 자신이 가려지는 일일 것이다. 작금의 블랙 뮤직 아티스트들 또한 예외는 아니다. Kendrick Lamar나 Frank Ocean 등의 인물들이 드물게 스스로의 위대함을 갱신하는 데 성공했으나, 그것조차 잠시의 찬사 후엔 가중된 부담으로 따라붙을 뿐이었다. 그들의 예술적 우수성을 설명하기 위해선 언제나 <To Pimp A Butterfly>와 <Blonde>의 이름이 거론되곤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음악적 평가에 비해 대중적 성과가 비교적 부족한 아티스트들에게 더욱 가혹해진다. 디트로이트의 Danny Brown에겐 <Atrocity Exhibition>, 휴스턴의 Big K.R.I.T.에겐 <4eva Is A Mighty Long Time>, 그리고 애틀랜타의 제이아이디(JID, 혹은 지드)에게 <The Forever Story>가 이에 해당한다.

물론 지드는 데뷔 때부터 화려한 랩 스킬로 언제나 촉망받는 래퍼이긴 했으나, <The Forever Story>를 기점으로 그에 대한 주목도와 기대감이 달라진 것 역시 사실이다. 그만큼이나 그의 정규 3집 앨범은 새로운 랩 클래식이나 진배없었다. 정석적인 지역 랩스타 성공 플롯을 기반으로 트랩과 재즈 랩, 네오 소울을 오가며 역동적인 랩 플로우와 진솔한 스토리텔링을 수놓은 — 그야말로 힙합 명반이 되기 위한 공식만을 기준치 한참 이상으로 충족한 역작, 컴튼이 아닌 애틀랜타에서 탄생한 이 시대의 <good kid, m.A.A.d city>였다.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지드에게서 이런 수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그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충격은 당연히도 배가되었고, 진원지에서 발생한 파동은 팬들이 그에게 품은 기대감을 한껏 과잉 시켰다. 이제 제이아이디는 더 이상 EARTHGANG과 함께 다니는 Dreamville 래퍼 정도가 아니었다. J. Cole이 "2007"에서 말했듯, 그는 그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오랫동안 출중한 랩 실력을 가진 유망주에 목말랐던 사람들은 그 가능성을 간절하게 믿었다. 그리고 그런 이상, 그 가능성을 지드 본인 또한 받아들여야만 했다.

만약 지드가 지난날의 지성파 흑인 아티스트들처럼 영적 탐구에 집중했다면, 우리는 그가 2015년의 Kendrick Lamar와 같은 전철을 밟는 모습을 목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적인 방랑자가 되기보다 고향의 영웅으로 거듭나기를 택했다. 작금의 힙합 트렌드가 그러하듯이, 그는 다시 지역적인 사운드를 탐닉하는 데 집중했고 애틀랜타 트랩 내의 협력자들과 어울렸다. 하지만 <The Forever Story>에서 <God Does Like Ugly>로 향하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드 본인조차 자신의 정규 4집과 Metro Boomin 합작의 동시 작업 중 어느 앨범에 더 관심을 둬야 할지 도통 감을 잡지 못했고, 겨우 <God Does Like Ugly>를 차기작으로 정하자마자 또 다른 문제가 찾아왔다. 선공개 싱글 "WRK"와 <GDLU (Preluxe)>의 엇갈린 평가는 성공적인 월드 투어와 틱톡 챌린지의 영향으로 역주행한 "Surround Sound"의 후광과 대조적이었다. 그의 가능성보다는 도리어 그의 지난 과거가 성역화되고 더 소비되는 기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그 때문일까, <God Does Like Ugly>는 증명하고자 하는 욕구로 충만한 작품처럼 들린다. ‘차기 최고의 래퍼 왕좌를 차지할 장본인’이라는 기대감에 강박적으로 부응하려는 듯, 제이아이디는 배틀 래퍼적인 태세로 인류가 경험한 가장 복잡하고 역동적인 랩을 구사하려 노력한다. 오프닝인 "YouUgly"는 앨범 내 지드의 태도를 대변한다. 나레이터로 초청된 Westside Gunn의 존재감에 걸맞게, 지드는 마치 프로레슬링 선수처럼 위협적인 신스 베이스와 함께 등장해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고차원적 플로우를 구사하며 자신을 중심으로 설정한 채 현 힙합 씬을 조망한다. 공격적인 경쟁자로서 그의 자세는 약간 건방지고 냉소적이기까지 하지만, 압도적인 랩 스킬이 충분한 설득력을 부여하며 엔터테인먼트와 드라마 양면에 청자를 집중케 한다. 이와 같이 지드 본연의 강점이 여과 없이 폭발하는 전개는 블랙 가스펠과 힙합의 융화를 선배 래퍼들 못지않게 적절히 소화하는 "Glory"부터 Jay Versace의 비트 위 Vince Staples와 함께 탄력성을 증배하는 "VCRs"까지 순탄하게 이어진다.

사실 <The Forever Story>라는 걸작의 후속작이라는 사실을 구태여 의식하지 않더라도, <God Does Like Ugly>는 여러모로 많은 면에서 예상을 빗나간다. 본격적으로 예상이 빗나가는 시점은 "Sk8"부터이다. 마이애미 베이스에 Ciara 보이스 샘플을 합성해 2010년대 후반 팝 랩의 향취를 풍기는 자아내는 이 트랙은 갑작스러운 톤 변화와는 별개로 비트 자체는 준수한 데다, EARTHGANG과 Ciara 모두가 높은 완성도의 활약을 보였기에 생각 이상으로 거슬리지 않는다. 문제는 멜로디컬한 힙합을 향한 일탈이 "Sk8"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What We On", "Wholeheartedly", "No Boo" 중 그 어느 곡에서도 "Kody Blu 31"의 감동을 목도할 수 없다. 물론 모든 곡에서 약 100번 녹음하며 완벽을 기한 지드의 정성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걸 차치하고도 지루하기만 한 역재생 드럼, Ty Dolla와 6LACK의 어색한 하모니, Jessie Reyez와 억지로 호흡을 맞추려는 지드의 스페인 랩을 들어주기란 더욱 어려운 법이다. 갑작스레 감성적으로 변모하는 이 기점은 앨범의 톤앤매너에도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목적의식 자체를 저해하고 있다.

사실 매우 명확한 저점 탓에 잘 부각되지 않지만, 제이아이디의 랩조차 예상에서 어긋날 때가 잦다. <The Never Story>부터 <The Forever Story>까지 그의 플로우가 각광받았던 이유는, 그가 가끔 지껄이듯(gibberish) 랩을 하더라도 그것이 매우 편안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제이아이디가 래퍼로서 가장 뛰어난 점은 상당히 빠른 템포로 많은 음절을 소화해 내면서도 유동적으로 호흡 당 단어의 수량을 조절하고 예상치 못한 대목에서 문장을 절단하며 복합적인 그루브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무심한 듯한 그의 톤은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그에겐 그다지 어렵지 않은 업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기에, 묘기에 가까운 랩 스킬을 과시하면서도 명료한 스토리텔링을 수행하는 그에 대한 경외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God Does Like Ugly>의 래핑은 가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변주가 잦다. 대표적으로 "WRK"의 악센트를 소극적인 것으로 들리게 할 정도로 폭주하는 "Community"의 래핑은 효과적인 방법일지언정 다소 통제에서 벗어난 것처럼 들린다. 특히 바로 이후에 등장해 그들에 대한 하입이 컴백 후광과 홍보 전략 때문이 아님을 증명하는 Clipse의 담백하고도 고풍스러운 워드플레이에 비하면 더욱이도 그러하다. 이 때문에 평소의 랩 스타일을 가감 없이 소화한 "Gz"의 래핑이 클리셰적이기보다는 도리어 반갑게 느껴진다. 그는 시종일관 그가 랩을 정말 잘한다는 사실을 입각시키기 위해 강한 악센트를 사용하고, 발음을 굽히고, 랩에 더 많은 굴곡을 만든다. 너무 많은 조명을 가할 수록 진짜 하이라이트는 희석되는 법이다.

더 참혹한 사실은, <God Does Like Ugly>의 장점과 단점 모두 이미 <The Forever Story>가 모범적으로 소화했다는 사실이다. "Raydar"의 3분만으로 청자들은 지드가 현재 최고의 래퍼 중 한 명임을 인지할 수 있었고, "Dance Now"와 "Surround Sound"가 "WRK"나 "Sk8"보다 훨씬 우월한 히트 싱글이란 것은 기록으로 증명되고 있다. <God Does Like Ugly>의 그 어떤 곡도 "Crack Sandwich"만큼이나 극적으로 강렬하지 않았고, "Kody Blu 31"과 "Sistanem"은 올바르게 감상에 젖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Stars"의 첫 벌스는 "What We On"의 피치다운 보이스 자체에 의문을 가지게 만들며, "For Keeps"와 "Sun" 중 그 어떤 곡도 "2007"만큼이나 제이아이디 개인의 서사에서 엔딩으로서 위력적이지 않다. 전작의 강점들 중 다수가 본작에서 재활용되었음을 감안한다면, 그는 분명 본인 음악의 음악적 호평 이유를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정작 그가 그것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몰랐다는 사실이다. 결국 <God Does Like Ugly>가 가진 대부분의 비판점은 <The Forever Story>가 너무나도 우수한 작품인 데에 기인한다. 지드가 가진 모든 강점이 적정선에서 융화되었던 전작과 달리 본작은 너무나도 정서적으로 산만하고, 욕구가 지나치며, 추진력이 약하다.

그럼에도 제이아이디의 재능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하다. 빠르게 라이밍하는 래퍼는 많고, 변칙적으로 라이밍하는 래퍼도 많다. 하지만 그 두 재능을 동시에 소유한 래퍼는 많지 않다. 더군다나 지드만큼이나 탄력적이지 않다. 이미 힙합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끔 최고의 플로우 중 하나로 평가되는 그는 구태여 더 증명할 필요가 없다. 계속해서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고 시도하는 것은 예술적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이미 지드 본인의 능력 자체가 그의 가장 큰 무기다. 지루한 알앤비 만고 끝에 "And We Vibing - Interlude"를 횡단하면 우리는 다시 그 능력을 맞이할 수 있다. "Of Mcafee"는 Baby Kia의 요란한 애드립과 함께 <DiCaprio 2>의 플로우를 재현하며, 영화적인 프로덕션의 "K-Word"는 업보에 대한 만상을 폭발시키며 또 하나의 드라마틱한 순간을 선사한다. 무엇보다도 3악장으로 분할되며 입체적인 서술로 실존적 위기와 영적 여정에 대해 논하는 "Of Blue"는 분명 제이아이디의 커리어를 통틀어서도 최고의 곡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For Keeps"에 도달해서 다시 확신을 가질 수 있다. Black Ivory 샘플링, 가족 이야기와 음악가로서의 지난 여정. 곡의 모든 요소가 정해진 감동만을 보장하지만, 지드는 어김없이 한 발짝 더 나아간다. 그 자신이 끊임없이 성찰하는 만큼이나 음악적으로도 더 성숙한 선택을 내리길 기대할 뿐이다. "Daddy got best bars in the world?" 나 역시 당신의 사랑스러운 아들과 의견이 같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oras8384/223999972328

 

사실 뭐... The Forever Story가 5년만 지나도 힙합 클래식의 위상을 지닐 수 있을 만큼 워낙 우수한 작품이었기에.

당연히 전작보다는 못하겠거니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생각보다도 저점이 상당히 낮아서 당황스러운 앨범이었습니다.

요즘은 Community를 많이 듣고 있는데, 뮤직 비디오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말리스가 등장할 때 마치 최종보스처럼 가운데에 배치하고 양옆에 푸샤티, 지드를 세운 다음 히치콕 현기증 기법으로 카메라를 쫙 빼주는 게 취향에 맞더라고요.

차라리 클립스 곡이었으면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제아디 언제 결혼해서 애까지 낳았대요?? 제이콜이나 제아디나 남 모르는 새에 애아빠가 되네...

 

+ 리드머는 The Forever Story를 2022년 결산에 넣지도 않고 이 앨범에 4.5점을 줬는데, 글을 읽어도 여전히 이해가 안되는 선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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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1 9.10 12:12

    저는 싱잉 맛있었어요 4.5 줄만한 듯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9.10 20:31
    @다스시디어스

    다른 건 몰라도, What We On만큼은 정말 참을 수 없었습니다.

  • 2 9.10 13:15

    저는 wholeheartedly 랑 no boo 가 제일 좋았는데 흡큭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9.10 20:32
    @nomnomcat

    Wholeheartedly는 그렇다고 쳐도, No Boo의 경우 제가 제시 레예즈 특유의 보컬을 안 좋아하다보니... 곡 완성도의 문제보다도, 앨범의 흐름에서 이질적이었다는 점이 더욱 감점 요인이 되었던 것 같네요.

  • 1 9.10 13:31

    지드야 잘 하는 거 하자.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1 9.10 20:33
    @공ZA

    아이러니하게도 전 GDLU의 패착이 잘하는 걸 더 억지로 잘해보려고 해서 생겼다고 보긴 합니다...

  • 9.10 20:42
    @온암

    자연스럽게 잘 하자..

  • 1 9.10 17:01

    4점 정도 꽤 좋더라구요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9.10 20:33
    @릴랩스베이비

    저는 최대 3.5 정도 줄 것 같네요.

  • 1 9.10 17:48

    리드머 외힙 리뷰는 진짜 공감 안되는게 많음

    지나치게 후한 점수나 리뷰글 그 자체나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9.10 20:34
    @외힙른이

    차라리 리드머 리뷰는 옛날이 그나마 더 나았던 것 같기도 해요. 그때는 블랙뮤직 리스너들의 수준이 지금처럼 상향평준화된 때도 아니었고, 나름 전문가로서의 품격이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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