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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인가, 또다른 자의식의 붕괴인가?

title: Heartbreak노는아이카르티17시간 전조회 수 1708추천수 13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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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DA 2 - by Kanye West (2022/정식발매-2025)

장르 : 팝랩, 익스페리멘탈 힙합













허공에서 불타오르는 칸예 웨스트의 어릴적 생가. 우리가 DONDA 2라는 작품에서 가장 처음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재가 되어 사라지는 고향 집.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랑하는 어머니이자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해준 돈다 여사와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집이 불타오르고 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집은 서서히 형체를 잃고 재가 되어 가라앉는다. 이를 지켜보는 칸예 웨스트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생각이 스쳐지나갈까? 사랑하는 어머니 돈다 여사의 성불과 동시에, 어머니의 죽음 이래 그의 마음과 정신에 수많은 흉터를 남긴 고통의 소멸? 혹은 추억과 함께 무너져내리는 그의 자의식과 정신세계?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해피 엔딩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칸예 웨스트의 자의식의 파괴와 음악적 능력의 몰락만을 담아낸 졸작에 불과하다.


전작인 DONDA의 타이틀 (그와 동시에 그의 친모 돈다 여사의 이름) 을 계승하였음에도, DONDA 2가 보이는 모습은 가스펠,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애도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DONDA에서는 신성한 가스펠 사운드와 신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내는 가사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진심어린 애도를 드러낸 그였지만, DONDA 2에서는 당최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알 수 없을정도로 횡설수설하고 얼타는 모습만을 보인다.


초반 3 트랙의 자기고백적인 가사, 감정에 대한 고뇌와 같은 주제는 이전작의 메시지를 어느정도 이어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 이후로 이어지는 트랙들은 갈피를 잡을수 없을정도로 난잡하기만 하다. 전처인 킴 카다시안과 크리스 제너에 대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SECURITY에서 갑작스럽게 킴에게 돌아와달라고 간청하는 530으로의 전환은 정말이지 조현병의 청각화라는 말만 생각날 뿐이다. 작품의 중간에 등장하는 뱅어 트랙들인 PABLO, MR MIYAGI와 같은 트랙들은 곡 단위의 퀄리티는 어느정도 준수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뜬금없는 뱅어의 연타에 작품의 분위기는 당최 파악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다.


이러한 면에서, DONDA 2는 The Life Of Pablo와 유사하면서도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두 작품은 유기성의 면에서 갈피를 잡기 힘들 정도로 난잡한 모습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다만, 두 작품이 수준급의 작품과 졸작으로 나누어지는 차이는 바로 명확한 결말, 궁극적인 메시지의 유무에 있다. TLOP가 마지막 트랙 Saint Pablo의 추가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칸예 웨스트의 성자로서의 자아 실현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해낸 데 비해, DONDA 2에는 이렇다 할 마침표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자기 하고싶을 말만 하다가 끝난 것 같은, 찝찝하면서도 의도를 알 수 없는 느낌만이 남게 될 뿐이다.


DONDA 2는 사운드 면에서도 명확한 한계점을 지닌다. 이 한계점은 DONDA 2의 사운드가 익스페리멘탈 힙합이라는 테마에 비해 진보적이지 못하고, 과거의 다른 작품들 및 이전작 DONDA의 방식을 모방하는 선에서 그쳤기 때문이다. 우선, 대부분의 비트가 비슷비슷히게 들릴 정도로 일관적인 트랩 비트의 형태를 보인다. 이번 트랙에서 듣던 비트가 다음 트랙, 그 다음 트랙에서도 들리자 청취에 대한 흥미 자체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는 Future의 총괄 프로덕션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래퍼라고 해도,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은 그가 몸담고 있는 트랩 장르의 한계점과 거의 유사한 모습을 보이기 마련인것이다. 이러한 단점은 2025년 정식발매 이후, 대체 왜 추가되었는지 의도를 이해할 수 없는 트랙들 JESSE와 SUZY의 추가로 더욱 더 심화되었다.


다음은 과거 작품들에 대한 모방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오토튠 보컬, 싱잉랩 등등 DONDA 2의 사운드는 다른 과거작들에서 쓰인 사운드를 그대로 차용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중에서 가장 눈에 밟히는 모습은 전작인 DONDA의 히트곡들을 모방했다슨 것이다. 작품의 후반부에 위치한 LORD LIFT ME UP은 DONDA에 널린 가스펠 트랙들의 심각한 열화판 수준으로 퇴화된 모습을 보이고, PABLO는 DONDA의 주요한 뱅어 트랙들 중 하나였던 Praise God의 피처링진 Travis Scott을 그대로 참여시키며 상당히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 드릴 뱅어로서 자리하고 있는 MR MIYAGI, CITY OF GOD은 DONDA의 Off The Grid와 같은 메가 히트곡을 다시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에 찍어낸 트랙이라고 생각되기까지 한다.


특히 CITY OF GOD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앨리샤 키스의 보컬 파트는 Jay-Z의 명곡, Empire State Of Mind의 테마와 사운드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진부함을 자아내고, Off The Grid에서도 드릴 랩을 맡은 파비오 포린의 벌스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플레이보이 카티의 " What ? " 애드립은 대체 왜 들어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미없는 배치를 보여주며, 트랙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심각하게 저하시킨다. 전작의 뱅어 트랙에서 모습을 비춘 파비오 포린과 플레이보이 카티의 재등장, 유사한 드릴 비트, 그리고 제이지의 곡과 상당히 겹치는 느낌을 주는 보컬 파트. 이러한 모습들로 인해 필자는 이 트랙이 Off The Grid와 Empire State Of Mind를 괴상하게 합친 모방작이자, 작품의 워스트 트랙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너무 단점들만 집요하게 파고든 것 같다. 이 작품의 사운드에도 분명히 장점은 존재하긴 한다. 전작인 DONDA에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돈 톨리버의 보컬을 적극 활용한 것, 그리고 드릴 장르를 시도한 것. 다만, 이러한 소소한 장점들로는 DONDA 2의 단점들을 상쇄할 수 없다.


가사는 의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난잡하며, 결론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불분명하다. 사운드는 놀라울정도로 진부하고, 유기성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구성이 보일 뿐이다. 자신의 어머니의 이름을 담은 작품임에도, 칸예 웨스트가 DONDA 2에서 보인 모습은 실망스럽기에 그지없다. 전작인 DONDA가 몇개의 트랙들을 제외하면 준수한 퀄리티를 보였고, 메시지 또한 뚜렷하게 나타났던 것에 대비하여, DONDA 2는 그저 칸예 웨스트의 무너져내리고 파편화된 정신세계, 그리고 더 이상 실험적이고 특색있는 것이 아닌 진부하고 퇴보된 그의 음악적 감각만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실망스러운 결과물에 불과하다. 어떠한 작품이던간에, 좋은 점은 온 힘을 다해서라도 찾아내기 마련이다. 다만, 이 작품이 이러한 노력을 쏟아가며 이해하고 재평가해야 하는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다. DONDA 2는 칸예 웨스트라는 인물의 음악적 몰락을 드러낸 작품이자 어머니의 이름을 걸고 내세운, 몹시 실망스러운 졸작 정도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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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 17시간 전

    간만에 써서 그런지 글이 다소 난잡하네요

     

    최근에 돈다2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 갑자기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 17시간 전

    + 아이콘 구매를 위한 추천 한번은 큰 힘이됩니다 🙏

  • 17시간 전

    달 읽었습니다 특히 CITY OF GOD 부분 저도 생각해오던거네요 ㅋㅋ

  • 17시간 전
    @카티야앨범내

    제 기준 들으면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트랙이었습니다

  • 17시간 전
    @노는아이카르티

    좋은 부분이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히트 팝랩곡을 너무 노린 느낌이라..

  • 1 17시간 전
    @카티야앨범내

    대중성을 너무나 노린 나머지, 칸예라는 아티스트의 실험적인 면모가 상당히 결여됐다고 느껴졌어요

  • Too Easy는 어캐 들으셨나요

  • 1 17시간 전
    @스캇을좋아하는칸예

    작품 내에서 그나마 가장 칸예스럽다고 느꼈어요

     

    오토튠 보컬은 TLOP의 Highlights, 808s에서 보여준 모습들과 유사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자전적인 가사와 실험적인 사운드때문에 좋게 들은 것 같습니다

  • title: Heartbreaktls
    17시간 전

    True love는 좋았음

    +)6월 아이콘에서도 내눈녹미보 실패했음요ㅠ

  • 17시간 전
    @tls

    앨범 내에서 듣기좋은 몇없는 곡들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MMESYF는 이미 맘접은지 오래입니다 허허

  • 16시간 전

    양질의 리뷰글 개추

    최근 일로 정 다 털려서 안 듣고 있었는데 들어봐야지

  • 16시간 전
    @PDFMAFIA

    근데 사실상 들을만한 곡 대부분이 삭제된상태라…

  • 15시간 전

    글 잘 읽었습니다.

  • 14시간 전
    @에미넴앨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4시간 전

    특히 이번 앨범의 대중성이 아쉽네요.

    칸예의 몇년만의 정규 앨범이자 전작의 이름을 달고 파트 2를 냈는데, 소식이 그렇게 퍼지거나 노래가 알려지거나 그런건 없더라구요

    6월 15일… 기대해봐야겠습니다

  • 14시간 전
    @피자모짜렐라

    사실 스템 플레이어로 비공식? 발매됐을때부터 유출로 많이 알려진 작품이라서 화제성이 덜한게 아닐까싶네요

     

    근데 유출 전 버전보다 퀄리티가 훨씬 더 하락해서 안그래도 별로라 느꼈었는데 더 크게 실망한 것 같습니다

  • 13시간 전
    @노는아이카르티

    특히 돈다 이름값했다고 검열도 해서 아쉬운 파트들이 더 많아요 ㅜ.ㅜ

  • 13시간 전
    @피자모짜렐라

    동감합니다

     

    특히 미스터미야기는 검열이 너무 빈번해서 듣는 재미가 없을정도였어요

  • 12시간 전
    @노는아이카르티

    해피 퓨쳐 파트도요 ㅜ 거기다 그런 뱅어 트랙들도 다 삭제됐으니 들을 재미도 없겠네요

  • 1 12시간 전
    @피자모짜렐라

    그나마 들을 이유조차 사라져서 제 라이브러리에서도 삭제됐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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