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형태로 음악이 나온 거 같아서 쪼금 아쉽네요
사실 음악 자체가 아주 안 좋다기보단... 아닌가 아주 안 좋은 건가
일단 저는 저번의 식구 앨범인 HAN : COOKED를 되게 좋게 들었거든요?
랩 자체는 조금 미숙했어도, <일중독> 같은 트랙에서 요시가 보여준 랩이나 전반적으로 훌륭한 훅메이킹이나
이백이나 구민재 님이 보여준 플로우 타는 방식 같은 건 잘 다듬어서 내놓으면 좋아질 것 같고
비트 깔도 싱잉을 위시한 분위기에서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어서
'이제 이 팀은 이 앨범의 컨셉을 위시해서 발전해 나가는 것에서 시작하면 되겠다!' 생각이 들었는데...
요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저번 앨범이랑 정반대의 방향성을 잡았던 것에서 우선 조금 신선?당황?했습니다.
프로듀서님인 THE NEED 님의 비트는 전반적으로 장르와 무관히 뽕끼가 아주 짙은 신 나는 분위기였던 것 같고,
이런 비트에서는 오담률이나 체리보이 같은 분들이 뱉어주면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완전 멍청트랩 깔로 갔었던 시바 님이 좀 잘 어울릴 것 같았는데...
일단 첫 번째 문제는 시바 님이 나가서인지, 비트 때문인지
식구 멤버들이 싹 다 병맛 트랩 느낌으로 뱉게 된 거 같아요...
멤버들의 원래 스타일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구민재 님 특유의 플로우나 이백 님의 보컬이 적당히 들어간 디테일이 살아 있는 랩이 다 죽어버리고...
그나마 좀 원래 스타일이 살아 있던 요시도 비트랑 너무 안 묻는 랩을 억지로 욱여 넣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더군다나 첫 번째 트랙의 훅부터... 에블바리쎄이 이힝 이힝은 창모의 멍멍멍을 좋은 라인이라고 재평가할 만큼 구렸습니다.
HAN : COOKED에서는 분명히 요시 님 훅이 진짜 좋았다고 기억하는데... 이런 비트가 익숙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이기를 바랍니다.
두 번째 문제는, 원래도 농후했던 뽕끼가 이상한? 비트랑 달라붙어서 너무 과해졌다는 점입니다.
진짜 대차게 실패한 리듬파워 느낌인데 분위기는 리듬파워보다 더 퇴보한 것 같아서 듣는 과정에서
이렇게까지 말하기 뭐하지만 좀 전국노래자랑 나간 어린이 삼인방 보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중간에 구민재 님이 나레이션을 넣으시는 부분은 그냥 바로 꺼버리고 싶었는데
하다못해 프더비 2의 스킷처럼이라도 해서 똘끼 있는 무드로 갔더라도 잘 살릴 수 있는 부분을
이렇게까지 짜치게 연출했다는 점이 참 놀라웠습니다.
정리하자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넘어가기에는 새롭지가 않고
유쾌하고 재미있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에는 듣는 저는 안 유쾌했고
랩을 죽여주게 잘하기라도 하면 모르겠는데 구민재 님과 이백 님은 오히려 크게 퇴보했다는 느낌뿐이며
요시 님도 딱히 자기 색이 강한 래퍼도 아니요, 원체 비트랑 안 묻어서 듣기 어려웠습니다.
가장 경악스러운 부분은 이게 AOMG에서 총괄한 앨범이라는 점입니다.
저 같았으면 절대로 THE NEED 님이 이들의 앨범을 맡게 두지 않았을 거예요.
이 들어주기 힘든 앨범 전체의 컨셉도 마찬가지구요.
첫 EP와 슬라피를 제법 괜찮게 들은 입장에서 다음 앨범이 나온다면 계속 관심을 가지고 듣겠지만,
이들이 좋은 크루가 된다면 이 앨범은 '얘네도 이 정도로 못했었다' 급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며
이대로 반응을 얻지 못한다면 그냥 소리소문없이 묻히는 편이 차라리 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성급하게 회사에 들어갔고
너무 성급하게 데뷔앨범을 냈음.
애들이 뭔 잘못이냐,,,이렇게 띄워주는 회사가 문제지.
아직은 더 완성시켜서 나와야하는 실력인데
뭔 생각으로 이리 일을 벌렸는지 잘 모르겠음
뭐 미숙해도 앨범 활발히 내는 건 참 좋은데
회사 이전에 낸 진짜 데뷔앨범인 HAN COOKED보다 너무 퇴보한 퀄리티가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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