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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 Miller—Balloonerism

title: lovelessuma馬2025.04.13 21:33조회 수 1256추천수 14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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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6일, Tyler, The Creator의 Camp Flog Gnaw 콘서트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풍선 하나가 떠올랐다. 풍선을 띄운 주인공은 다름 아닌 맥 밀러(Mac Miller). 2020년 첫 사후 앨범이었던 <Circles> 이후, 약 5년의 공백 끝에 그의 새로운 작품 <Balloonerism>이 예고된 것이다. 약 10년 전인 2013년~2015년에 걸쳐 제작된 본작은 당시 맥 밀러의 커리어를 대표하던 작품들인 <Faces>, <Watching Movies with the Sound Off>, <GO:OD AM>을 비롯한 작품들과 상당히 유사한 색채를 띠고 있으나, 당시 그가 추구하던 음악적 방향성을 더욱 넓게 확장시켜놓은 모습이 관측된다.

<Balloonerism>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2011년 맥 밀러의 행보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당해 그는 믹스테입 <K.I.D.S.(Kickin' Incredibly Dope Shit)>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XXL 프레쉬맨 클래스에 Kendrick Lamar, Meek Mill, YG 등의 래퍼들과 함께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그 기세를 이어 데뷔 앨범 <Blue Slide Park>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Blue Slide Park>는 그가 <K.I.D.S.>에서 보여주었던 창의력이 사라진 채, 대중성에 지나치게 치중된 음악을 보여주며 맥 밀러의 향후 방향성을 재고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맥 밀러 본인의 정체성조차 제대로 담겨있지 못했던 <Blue Slide Park> 이후, 그러한 실패들을 몸소 체감한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연구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등장하게 된 작품들이 앞선 문단에서 한차례 열거했던 <Faces>, <Watching Movies with the Sound Off>, <GO:OD AM>이 되는 것이다. 대중성보다는 실험성과 예술성을 더욱 표방하는 본작들에서 그는 본인의 재능과 창의성을 자유롭게 펼쳐놓았고, 본작 <Balloonerism> 역시 그중 하나이다. 그러나 맥 밀러는 그 어느 때보다 우울과 고통을 비롯한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이를 뒷받침해 주는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과 함께 매혹적으로 앨범을 전개해 나간다.

<Balloonerism>이 제작되던 당시 맥 밀러는 정신적으로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방대했던 작업량과 달리, 창작 과정에서 느꼈던 압박감과 자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그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만들었고 — 그가 향후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역설적으로 음악 활동이 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본인과의 크나큰 갈등을 겪었다. 그렇기에 Rick Rubin의 집에서 회복을 위해 요양하며, 죽음에 대한 자신의 진솔한 생각을 꾸밈없이 담아낸 트랙 "Rick's Piano"를 비롯한 <Balloonerism>의 수많은 트랙들에서 당시 맥 밀러가 삶을 바라보던 자조적인 태도가 드러나며, 그의 음악에서 흔히 나타나는 고독, 이상, 갈등을 비롯한 주제들이 한층 더 깊게 탐구되어 있다.

초반부의 타악기 리듬 포켓, 중후반부의 약에 취한 듯한 혼란스러운 악기 구성이 눈에 띄는 본작의 프로덕션 역시 무시할 것이 못 된다. "Do You Have a Destination?"의 몽롱한 소울 리듬, 베이스 라인이 유려하게 도약하고 잠수하는 "5 Dollar Pony Rides", 맥 밀러의 방대한 음악적 스펙트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Stoned", "Excelsior", "Tomorrow Will Never Know"를 비롯한 — 각자의 고유한 개성을 품고 있는 트랙들이 하나의 서사로 이어지기에 이른다. <Faces>에서 <Circles>까지 그의 디스코그래피 전반에서 확인할 수 있는 체념적인 분위기 역시 <Balloonerism>에서 관찰되며, 마치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고 있다는 듯한 — 말로 쉽사리 형용할 수 없는 우울을 선사한다.

또한 앨범의 핵심 트랙이라고도 칭할 수 있는 "Funny Papers"에서 맥 밀러가 보여주는 냉소적이면서도 무력한 태도 — '고요 사이로 음악만이 흘러나와 / 넌 침묵을 좋아해? / 정말 그게 중요한 걸까?' — 역시 굉장히 인상적이다. 간소한 피아노 비트 위에 담담한 위안을 선사하는 맥 밀러의 래핑, 동시에 그의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이 동시에 돋보이는 본 트랙은 "Good News", "Self Care"를 비롯한 그의 클래식 넘버들과도 비견될만하다. 맥 밀러의 음악이 주는 특유의 울림이 "Funny Papers"에서도 역시 톡톡히 발현되며, 마치 맥 밀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와 같은 세상에서 숨 쉬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Balloonerism>은 "Tomorrow Will Never Know"의 뛰노는 아이들의 사운드, 그리고 텅 빈 듯한 드럼 비트와 소음으로 마무리되며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그러한 씁쓸함은 맥 밀러가 우리의 곁을 떠난 지금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감정일 테지만, <Balloonerism>을 비롯한 그의 예술들은 영원토록 우리의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Balloonerism>은 — 어쩌면 전작 <Circles>보다도 더욱 — 맥 밀러라는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방향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며, 동시에 그가 마치 지금도 살아있는 것만 같다는 감상까지 들게 하는 생명력을 보유한 — 사후 앨범에 대한 모두의 선입견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작품이다. 세상을 떠난 아티스트들을 추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치는 바로 이들이 남기고 간 예술과 유산일 것이니, 그렇기에 <Balloonerism>은 존재해야 한다. 맥 밀러의 커리어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Balloonerism>은 그 커리어를 마무리 짓는 작품으로서도 아주 제격이다.

 

On w/HOM -> https://drive.google.com/file/d/127cbbzB3wxrKmZHmMJgA31iiZcZzX5x0/view

Mac Miller's Unfinished Dreams: Balloonerism

예전에 썼던 리뷰들을 간간히 다시 올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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