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공허한 외침 - EP2!

EP2! - by JPEGMAFIA (2021)

장르 : 클라우드랩, 팝랩

EP2!는 All My Heroes Are Conrballs와 OFFLINE! 그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실험작이라고 볼 수 있다. 데본 헨드릭스 시절 고스트 팝 테이프에서의 몽환적인 사운드를 어느정도 계승하되, 제이펙마피아 에라의 독특한 익스페리멘탈 사운드의 색채를 대폭 첨가시킨 AMHAC은 기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멜로디컬한, 한마디로 말해서 난잡하면서도 독특한 테마를 구성하였다. 그 이후 정규작 OFFLINE!은 싱잉과 랩을 적절히 믹스한, 이전작들의 고점을 한데 묶어 한층 더 깊이있고 정돈된 사운드를 구성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EP2!는 이 두 앨범의 정체성이 한데 투여된, 옅지만 각각의 색채를 뚜렷하게 보이는 작품이다. EP!가 제이펙마피아 하면 떠오르는 공격적인 성향의 익스페리멘탈 힙합, 강렬한 하드코어 힙합의 모습을 비추었다면, EP2!는 이와는 대비되는 몽환적인 클라우드 랩 사운드, 멜로디컬한 팝랩의 모습을 비추는 데에 더 초점을 두었다. 이를 반영하여, EP2! 내에서는 그가 이전작들 Veteran, AMHAC에서 보여주었던 기괴한 샘플링 기법과 강렬한 색채의 익스페리멘탈 사운드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EP2!는 제이펙마피아의 실험적인 면모와 시도가 현저히 줄어든, 쉽게 말해 대중적인 색채를 띠는 작품이라 할 수 있고, 실험적인 시도들이 배제된 AMHAC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EP2!는 AMHAC의 멜로디컬함을 담아낸 트랙들인 Thot Tactics와 Grimy Waifu의 몽롱한 클라우드 랩-얼터너티브 알앤비 사운드를 기본으로 설정하되, 기괴하게 뒤틀린 샘플링 사운드가 제거된, 비교적 단일되면서 깔끔한 사운드를 선보인다. 이는 특히 FIX URSELF!와 THIS ONES FOR US!와 같은 트랙들에서 잘 나타나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때의 느낌이 후에 발매된 정규작 OFFLINE!의 기본적인 틀을 형성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EP2!만의 특징은 단순히 사운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깊게 남은 부분은, 오토튠을 활용한 제이펙마피아의 보컬이다. 사실 제이펙마피아의 싱잉은, 그의 커리어에서 그렇게 희귀한 모습은 아니다. 공식적인 음악 커리어를 시작한 데본 헨드릭스 에라의 주요한 장르 자체도 얼터너티브 알앤비인 데다가, 제이펙마피아 에라의 작품들에서도 그의 싱잉 트랙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EP2!에서의 제이펙마피아의 싱잉은 단순 보컬이 아닌, 오토튠을 활용한 독특한 사운드라는 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EP2!에서의 보컬은, 감정을 담은 격정적인 보컬이라기 보다는, 공허함을 담은 차가운 보컬이라고 할 수 있다. 데본 헨드릭스 시절의 몽환적인 보컬, AMHAC의 격정적인 모습은 찾아볼수 없고, EP2!에 남은것은 차가운 기계음에 둘러싸인 공허한 그의 목소리일 뿐이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보컬과는 다르게, 그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감정적이다. 거대 기업의 자본투자 없이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온 그의 프라이드,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일침과 증오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를, 제이펙마피아는 다소 공격적인 표현으로 전달한다. 이러한 격정적인 메시지는 오토튠 보컬과 한데 어우러지며, 청자로 하여금 이상하리만치 멜로디컬한 불협화음에 깊게 빠져들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창법은 후에 발매된 정규작 OFFLINE!의 트랙, THE GHOST OF RANKING DREAD!에서 계승되는 모습을 보인다. EP2!에서의 보컬과는 사뭇다른, 감정적인 보컬임에도 불구하고, EP2!의 색채를 분명히 나타내며 이전작의 계승작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제이펙마피아라는 아티스트가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감성, 그리고 그만이 내포할 수 있는 특징적인 사운드와 보컬이 잘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지녔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싶을 뿐이다.

Decent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