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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rocity Exhibition — 잔혹 행위 전시회

GeordieGreep2025.03.31 16:50조회 수 968추천수 18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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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ny Brown - Atrocity Exhibition


 자기파괴를 예술로 착각한 디트로이트의 한 사내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웃음엔 뒤틀림이 서려 있다. Atrocity Exhibition은 쾌락을 모방한 고통이자, 환락을 뒤집은 불안의 나선이다. Danny Brown은 이 앨범에서 더 이상 인간의 형상을 취하지 않는다. 그는 뇌의 균열을 돌아다니는 전기 신호이며, 과잉된 감각의 끝에서 허우적대는 망각의 광대다. 여기에는 이야기 대신 충동이 있고, 자서전 대신 자해가 있다. 앨범은 'Downward Spiral'이라는 말 그대로의 함정으로 시작되며, 이후의 모든 트랙은 그 낙하의 각도와 비명을 제각각 다르게 묘사할 뿐이다.


 앨범의 제목인 'Atrocity Exhibition'은 원래 J.G. Ballard의 실험적 소설 — The Atrocity Exhibition(1970), 연속적인 서사를 따르지 않고, 환각적이고 불연속적인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음. 하나의 인물(Travis)이 자아를 분열시키며 현실, 전쟁, 미디어, 신체 등을 조각조각 해체하는 내용 — 에서 가져온 것이며, Joy Division이 먼저 무대로 옮겼지만 — 영국 포스트펑크 밴드 Joy Division의 1980년 발매 앨범 Closer의 오프닝 트랙 제목인 Atrocity Exhibition, Ian Curtis의 정신 상태를 반영한 자기 파괴적이고 소외된 내면 세계를 묘사 — , Danny Brown은 거기서도 한 발 더 나아가 그 '참상의 전시회' 자체가 되어버린다. 이것은 보고 즐기기 위한 쇼가 아니다. 오히려, 이 앨범은 보는 자의 망막에 고통을 투사하고, 듣는 자의 청각에 광기를 인두처럼 지져 새긴다. 이것은 관람의 대상이 아니라, 관람자를 감염시키는 일종의 신경 병증이다.


 그의 랩은 더 이상 언술이라 부를 수 없다. 그것은 끊어진 호흡, 과도한 명징함, 그리고 멀미나는 흐름의 결합이다. Really Doe에서 Kendrick, Earl, Ab-Soul이 질서정연하게 단어를 배열할 때조차, Danny Brown은 그 안에서 자신의 내장을 끌어안은 채 비명을 지른다. 그는 라임을 짓는 대신 라임을 찢어 발기고, 플로우를 따르는 대신 플로우를 조롱한다. 그에게 라임은 곧 신경쇠약의 리듬이며, 박자는 몸을 던져 맞춰야 하는 벽이다.


 Paul White의 프로덕션은 섬망의 도감이다. 어떤 비트는 고장난 인더스트리얼 드럼머신처럼 툭툭 끊기고, 어떤 트랙은 아프리카 타악과 디스토션을 이질적으로 겹쳐 던진다. 전자음은 계속해서 자해하듯 자신을 반복하고, 베이스라인은 복통처럼 출렁인다. Ain't It Funny는 불협과 팝의 경계를 조롱하며 춤추고, Dance In The Water는 이름과 달리 마치 피 속에서 발버둥치는 리듬을 쥐어짜낸다. 이 사운드들은 명확한 결론이나 안정된 클라이맥스를 가지지 않는다. 그들은 청자를 무대에 세우고, 조명을 꺼버린다.


 이 앨범에서 Danny Brown은 자신을 다루는 방식조차 파괴한다. 그는 어릴 적의 트라우마, 약물중독, 성적 혼란, 사회적 소외를 다루면서도, 그 어떤 명쾌한 자기연민이나 해명도 제공하지 않는다. Tell Me What I Don't Know는 고백처럼 시작되지만, 금세 독백으로, 그다음엔 거의 착란 상태의 속삭임으로 가라앉는다. 그는 진술자가 아니라 실어증자처럼 말하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확인할 수 없게 만든다. "White lines on the mirror, sniff 'til the pain gone"이라는 문장조차, 중독의 클리셰라기보단 뇌의 회로가 절단되는 느낌으로 울린다.


 Atrocity Exhibition, 곧 열병의 진단서이자, 감각 과잉의 의례서이며, 인간이라는 개념이 붕괴되는 순간의 기록. 우리는 이 앨범을 즐길 수 없다. 대신 그것에 의해 휩쓸리고, 피로해지고, 길을 잃는다. 이것은 음악의 형식을 빌린 해부학이다. 내장까지 드러낸 채 비틀거리는 광대의 얼굴, 그것을 비웃지도, 연민하지도 않으며, 그저 바라보게 만든다.


 이 앨범은 결코 회복의 서사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회복 불가능'에 대한 인정, 혹은 축제다. Atrocity Exhibition은 결국 파국을 연기하지 않는다. 그 끝을 서서히 음미하게 만들며, 마지막에는 우리로 하여금 깨닫게 한다. 이 모든 불협, 이 모든 과잉, 이 모든 환각은 단지 외침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신경 하나하나가 반응하는 방식이며, Danny Brown은 그 신경계 전체를 무대에 올려버린, 가장 처절한 퍼포머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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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 title: Kanye West (2)yi
    3.31 16:52

    요즘 양질의 리뷰글이 많이 올라오는구먼 굳굳

    물론 본인은 세줄 넘으면 못읽는 불치병에 걸림

  • 3.31 16:54

    감사합니다

  • 미리 써둔 리뷰들인가요?

    속도가 미쳤네요

  • 3.31 18:01
    @HaveㅣAㅣnICEㅣLife

    저번 Aethiopes 리뷰도 그렇고 전부 전에 썼던 리뷰글에 수정을 조금 거쳐서 업로드하는 중입니다

  • @GeordieGreep

    ㅇㅎ 그렇군요

    다음 리뷰도 기다리겠습니다

  • 3.31 17:27
  • 굿굿

  • 3.31 17:33
  • 3.31 18:34

    잘 읽었습니다 조금 과대평가된 면이 있다 생각해왔는데 리뷰를 읽으며 다시 한번 들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3.31 19:03

    본작이 "결코 회복의 서사가 아니"라 '회복 불가능'에 대한 인정, 혹은 축제"라는 문구가 정말 인상 깊기도 하고 앨범을 (굳이 해야 한다면) 한 문장으로 잘 요약해주는 것 같아요

    조이 디비전의 동명의 곡은 알고 있었는데 한 발 앞서 소설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시간 날 때 한 번 들춰보겠습니다

  • 4.1 15:38

    첫문단 예술이다 진짜

  • 4.1 19:20

    신조차 모독하는 사상 최대의 천재 대니브라운ㄷㄷㄷ

  • 첫문단 진짜 미친건가

  • 4.1 20:31

    ain't it funny 뮤비가 이앨범 전체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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