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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부인가, 신성모독자인가? - THE LIFE OF PABLO

title: Kanye West (Vultures)GunzNButter2025.03.30 18:46조회 수 1113추천수 24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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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FE OF PABLO - by Kanye West (2016)

장르 : 익스페리멘탈 힙합, 팝랩, 트랩


※이글은 칸예 웨스트의 온갖 망언들을 옹호하는 입장을 일절 취하지 않습니다.






힙합 리스너 중에 칸예 웨스트를 모르는 이가 과연 있을까?

힙합 리스너 중에 칸예 웨스트의 음악을 듣고 감탄하지 않은 이가 과연 있을까?


누군가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자신있게 아니라고 대답할수 있다. 비록 지금은 (사실 이전부터 보였던 기행들이긴 하다.) 트위터로 입에 담기에도 힘든 온갖 망언들을 배설해내고, AI를 이용한 곡들을 만들어내는, 이해할수 없는 행동들을 보이고있는 그이지만, 이전까지는 그만이 지닌 재능과 음악성이 많은 리스너들을 매료시켰기 때문이다.


제이지의 비트 메이커에서 그를 힙합 아티스트로서 성장시킨 대학 3부작, 테일러 스위프트와의 사건이후에 발매된,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반들 중 하나로 기억되는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그리고 이와 완벽히 대비되는 테마로 미니멀리즘 사상을 음악이란 형태에 완벽하게 녹여낸 Yeezus까지. 그의 이해할수 없는 기행에도 불구하고, 리스너들은 그의 음악에 열광하고, 또 눈물까지 흘리며 칸예 웨스트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나타내게 되었다.


다들 이러한 경험이 있었겠지만, 필자에게 있어서 이러한 감정들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작품은 THE LIFE OF PABLO (이하 TLOP) 였다.


TLOP는 일명 '올드 칸예'의 색이 마지막으로 깃든 작품이자, 트랩 사운드와 팝 랩의 색채가 강하게 나타나는 일명 '뉴 칸예'의 첫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이는 작품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을 보인다.

그의 대학 3부작에서 주로 나타났던 샘플링 기법은 작품의 극초반부와 후반부 트랙들에서 모습을 보이고, 새롭게 시도한 팝랩 사운드와 트랩 사운드는 앨범의 전반적인 테마를 구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테마는 기본적으로 가스펠 사운드, 즉 찬양가를 연상케 하는 신성하면서도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구성된다. 힙합이라는 장르 내에서 외설적인 메시지를 주로담는 트랩 사운드, 그리고 깊은 메시지보다는 유흥을 위해 이용되는 팝랩 사운드와 가스펠 사운드의 결합은 꽤 흥미로운 광경을 나타낸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듯한 세가지의 테마는 한데 어우러지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을 부여한다. 가볍게만 느껴졌던 팝 랩에는 한층의 무게감이, 마약과 여자만을 이야기하던 트랩에는 신에 대한 존경과 경외가, 마냥 무겁고 신성하다고만 여겨지던 가스펠에는 경쾌한 리듬이 더해지며, 각 장르에서는 찾아볼수 없었던 다채로운 색채들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외설스러운 장르와 신을 항한 찬양을 담은 노래의 결합. 이처럼 기괴한 모습은 사운드 뿐만 아니라 작품의 가사에서도 나타난다. 첫번째 트랙 Ultralight Beam을 통해 신을 항한 경외심을 표출한 칸예 웨스트는, 갑자기 다음트랙 Father Stretch My Hands Pt.1에서는 성관계에 대한 외설적인 가사들을 뱉어내는, 갈피를 알수없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앨범의 중반부와 후반부를 통과하며 더욱 심화된 모습을 보이는데, 신에게 존경심을 보이다가, 갑작스럽게 섹스와 여자, 사랑과 명예와 같은 갈등에 직면하여 횡설수설하는 칸예의 모습은 당최 이해할수 없는 말그대로 해괴한 광경이다. 작품이 진정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를 이해할수 없을 정도로, TLOP는 진행 내내 이리저리 뒤틀리고 뒤섞인 난잡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의 이유는 작품의 제목 THE LIFE OF PABLO와 마지막 트랙, Saint Pablo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제목에서 나오는 이름 PABLO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게 이루어질수 있다. 마약왕이자 범죄자인 '파블로 에스코바르' , 천재적인 예술가로 알려진 '파블로 피카소' , 그리고 성자 '성 파블로' 까지. 이들은 모두 각각의 분야에서 좋은 뜻이던 나쁜 뜻이던간에 '최고' 라는 타이틀을 지닌 이들이다. 이러한 그들의 모습은, TLOP에서 칸예 웨스트의 정신적 고뇌를 대변하는 세 가지 자아로서 나타난다. 섹스와 돈과 같은 물질-쾌락적 욕망을 탐하는 파블로의 모습은 '파블로 에스코바르' 의 자아로서, 음악적인 재능과 예술가의 천재적인 면모를 보이는 파블로의 모습은 '파블로 피카소' 의 자아로서, 신에 대한 경외심과 깊은 신앙심을 나타내는 파블로의 모습은 '성 파블로' 의 자아로서. 이 세 가지의 자아는 TLOP 내에서 삶의 정체성을 두고 방황하는 칸예 웨스트의 모습을 나타낸다. TLOP 커버의 'WHCIH / ONE' 이란 문구 또한 칸예의 내면적 갈등을 나타낸 것.


이러한 갈등은 작품에서 가사와 사운드를 비롯한 종합적인 모습을 통해 끊임없이 나타나는 모습을 보이며, 청자에게 있어서 끝나지 않을것 같은 고뇌를 내비친다. 하지만, 이러한 고뇌는 TLOP의 정식발매 이후, 앨범을 다듬은 과정에서 추가된 마지막 트랙 'Saint Pablo' 에서 그 끝을 맺는다.


이전에 계속해서 나타나던 정체성의 혼란을 잠재운 칸예 웨스트는, 자신의 삶과 지나온 갈등의 갈림길들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인생에 진정한 길과 의미를 부여해준 신에 대한 감사와 반성을 차분하게 읊조린다. 이러한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Sampha의 신을 찾는 애절한 보컬은, 칸예 웨스트가 모든 고뇌와 갈등을 떨쳐내고 진정한 성자로서 거듭나기를 결심했다는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어떤 자리에서든 항상 최고로 남고자 하던 그의 그릇된 욕망은 깨달음의 눈물로서 씻겨나가고, 순수한 성자의 길을 걷기로 한 칸예 웨스트의 모습만 남게 된 것이다.


이러한 그의 신앙심은 이후 그의 작품들에서도 잘 나타난다. 말그대로 신의 전령으로서 신의 위대함을 알리는 성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다만, 그의 정신적 문제와 잘못된 가치관은, 성자로서의 칸예 웨스트의 모습 대부분을 어둡게 물들이고, 현재 미치광이이자 망언을 설파하는 '예' 라는 타락한 인격만을 남기게 되었다.


현재의 칸예 웨스트에게 이때의 신앙심과 순수한 경외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는 그저 아직까지도 자신이 최고이고, 어느 누구도 자신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고 고래고래 고함치는, 오만하고 이해심이라고는 1도 보이지 않는 정신병자일 뿐이다. 이러한 지금의 그에게서 성자 칸예 웨스트의 모습이 과연 다시 나타나게 될 수 있을까? 필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순수한 성자로서 남고자 했던 그의 결심이 무색하게, 칸예 웨스트는 더는 예전으로 돌아갈수 없는 불완전하고 어두운 자아인 '예' 만 남게된 상태이다. 수많은 이들이 예전 그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현재의 그가 다시 칸예 웨스트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예는 이미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고, 그것을 우리가 돌이킬수 있는 방법이란건 없다. 내가 할수있는 일은, 그저 성자로서의 길을 결심했던 TLOP에서의 그의 다짐을 계속 되뇌이는 것 빼고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만이 그를 추억할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가 얼마나 더 변하고 타락하게 되더라도, 이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진실된 이야기만큼은 계속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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