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xel Bath (2020)
Jean Dawson
Jean Dawson은 본작 <Pixel Bath>에서 자신을 픽셀 단위로 분해한다. 기억은 잡음처럼 흘러들고, 감정은 불안정한 픽셀처럼 깜빡이며 사라졌다 되살아난다. <Pixel Bath>는 그가 자신의 가장 은밀한 이미지들을 손에 쥔 채, 그것들을 하나하나 문질러보며 의미를 되짚는 의식이다.
욕조라는 공간은 보통 정화의 장소지만, 여기서의 목욕은 오히려 혼탁하다. 픽셀이라는 디지털 찌꺼기로 뒤덮인 채, Jean은 그 안에 몸을 담근다. 왜곡된 가족, 이질적인 성공, 겹겹이 쌓인 정체성... 그 모든 잔해들이 욕조 안에서 춤추듯 뒤섞인다. 그 속에서 그는 물이 아닌, 픽셀로 자기 자신을 재구성한다. 깨끗해지기 위한 목욕이 아닌, 다시 편집되기 위한 목욕인 것이다.
그래서 이 앨범은 투명하지 않다. 선명하지도 않다. 오히려 그것은 뿌연 픽셀들 사이에서 웃고, 비명을 지르고, 잠시 조용히 잠긴다. 그 모든 픽셀들이 다시 모여 하나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순간, 우리는 그곳에서, 비로소 흐릿한 진실을 본다.
<Pixel Bath>는 겉으로 보기엔 한 아티스트의 음악 앨범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일기장 같기도 하고, 몽환적인 악몽 같기도 하다. Jean은 여기서 '음악'을 통해 자신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것은 직선적이지 않다. 구불구불하고, 덧칠되어 있고, 때로는 가려져 있다. 그래서 더 진실하다.
본작의 사운드는 마치 무의식의 언어처럼 흘러간다. 한순간은 거칠고 강렬하다가도, 금세 무너져 내릴 듯 나른하고 섬세해진다. 락의 질감 위에 힙합의 리듬이 얹히고, 그 위에 다시 포스트펑크 같은 텍스처가 감긴다. Jean은 그런 다양한 소리들을 하나의 정체성처럼 입고, 그 안에 감정을 숨긴 채 노래한다. 곡이 바뀔 때면, 마치 얼굴을 바꾸는 것처럼 느껴진다.
Jean Dawson의 음악에는 자주 '밤'이 등장한다. 빛이 사라진 시간, 혼자 깨어 있는 새벽, 불빛 없는 거리 등등.. Jean이 진짜로 말하고 싶은 건, 어쩌면 그런 어두운 시간 속에서만 드러나는 진짜 나, 외로운 나, 두려운 나일지도 모른다. 낮에는 감춰야만 했던 것들. 사람들이 보기엔 괴물 같고, 약해 보이고, 이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모든 것들이 모여 진짜 자아를 만든다.
앨범을 듣다 보면, 점점 어떤 감정이 느껴진다. Jean은 끊임업이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의심 속에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친구였으며, 지금은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중인 사람. 그래서 <Pixel Bath>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다. 존재의 한 겹을 벗겨내고,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필자에게 본작은 쉽지 않았다. 귀로만 듣는 앨범이 아니라, 감정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 보면, 결국 본작이 전하는 건 단 하나의 메세지다.
"나는 혼란스럽지만, 여전히 나다"
그리고 그 말은,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Album Rating : 10/10
Fav Tracks : Bruiseboy, Starface*, Power Freaks
선추후감 사합니다
문학 수필 읽는것같네 개추
그렇게 느끼셨다니 감개가 무량하네요
피크셀 베스 들어봐야하나
안 들을 거잖아요
이래서 눈치빠른 애들을 안좋아한다니깐
저도 이렇게 잘쓰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너무 잘봤습니다
애정이 있는 앨범이다보니 좀 더 심혈을 기울여서 써보긴 했습니다. 이래 봬도 작년에 제가 글 쓴 거 보면 진짜 형편없어요 ㅋㅋㅋㅋ
명문
그리고 Pixel Bath는 명반
Dummy가 찐인데
Im not gonna sleep to wait if I die~~~~~~~
항상 보던 리뷰만 보다가 (물론 그런 분들도 감사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아끼는 앨범의 리뷰를 볼 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볼 수 밖에 없는 듯요
사실 제목을 딱히 궁금해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나름의 해석도 흥미롭네요
의식의 흐름 같단 것도 공감해요
앨범 막 나레이션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극대화 시키고 결국 빵 터져버리는게
그 무엇보다도 진도슨의 진실된 의도를 전달하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아요
가끔은 바보 같기도, 책임 없는 외로움을 짊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하나의 진도슨이란 인간상으로 귀결된다는게, 꼭 본인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여러모로 혼란스런 10대 후반을 보낸 저로썬 진짜 뜻깊은 앨범..
리뷰 잘봤습니더
제가 이 앨범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이 앨범이 전하는 메세지보단, 그냥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와 질감이 마음에 들어서 많이 반복해서 들었던 기억이 나요. 근데 어느 순간 이 앨범이 담고 있는 메세지에 귀를 기울이게 됐고, 그러다 보니까 처음엔 그냥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른 채로 흘려들었던 가사들이 갑자기 팍 머릿속에 꽂히더라구요. 저도 말 못할 정도로 혼란스럽고 괴로웠던 10대를 보냈던 사람으로서, 이 앨범이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앨범을 들으며 그 안에서 내가 외면하려 했던 감정들을 마주하게 된 것 같기도 하고... 제가 뭐 음악을 듣고 깊은 울림을 받고 뭐 그런 타입은 아닌데 어떤 날은 픽셀 베스를 듣고 혼자 방에서 울기도 했었습니다. 뭔가 교훈을 주는 것도, 확실한 정답을 말해주는 앨범도 아니었지만 전 이 앨범을 듣고 정말 많은 교훈을 얻었어요. 저에게 정말 뜻깊은 앨범입니다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원래 뭐 잘 보고 안 우는 타입인데 CMT나 픽셀배스는 이상하게 그래도 될 것 같은 앨범임
가사도 정말 잘 쓰는 것 같아요 사운드처럼 표현도 다채롭고 어휘 수준이 막 월등하게 높은건 아녀도 적재적소에 단어를 끄집어 쓰는 것 같음
그런면에서 오션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진도슨의 리릭시스트 적인 면모도 잘 드러나는 명반이라 샹각해여
선추후감
읽감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뜻)
항상 느끼는거지만 글을 정말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영감 받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이 좋은 글을 이제야 봤네요.
진 도슨이 정말 자기가 잘하는 것을 아는 아티스트라 생각을 하는데 최근작도 그렇고 항상 어느 수준의 작업물을 내는 아티스트라 호감입니다.
카오스 나우랑 XCAPE, 글리머 오브 갓도 너무 좋아하는 앨범들입니다
오 들어봐야제
이래놓고 안 들으면 울 거임
울어줘요 :3
아 이거도 빨리 들어봐야하는데
오늘 들으세오
시간 나는 대로 바로 듣겠습니다
수록곡들은 이 앨범이 더 좋은데 뭔가 앨범으로 돌릴때는 chaos now 가 더 좋았던거 같음 물론 이 앨범도 좋긴 함 날 더 풀리면 오랜만에 들어야겠다
저도 카오스 나우만의 락사운드가 너무 취저라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도 전 픽셀 베스가 더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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