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제가 국힙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버벌진트라는 래퍼의 존재였고,
버벌진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휘성의 3집 앨범 intro를 통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고작 1분 정도 밖에 안되는 짧은 트랙에서 두 사람이 영어로 노래와 랩을 주고 받는게 당시 중학생이었던 저에게는 엄청 신선한 음악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3년 뒤인 2007년에 휘성의 5집 앨범이 나왔을 때 바로 이 곡, savannah woman이라는 노래를 듣고 본격적으로 버벌진트의 앨범을 찾아듣게 되면서 국힙에 입문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때 당시에 자주 들었던 앨범이 favorite EP 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힙합플레이야나 리드머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도 알게 되고 그곳을 통해 다른 언더래퍼들의 음악도 찾아듣게 되면서 그렇게 힙합에 빠져들게 되었던거 같습니다.
그러다가 가을 쯤이었을까요, 휘성이 제가 사는 지역에서 단독콘서트를 한다길래 곧장 예매해서 갔죠. 그때가 고1이었고 생애 처음으로 갔던 콘서트였어요. 동시에 내 생애 처음으로 봤던 연예인이었죠.
그리고 전혀 예상 못했지만 운좋게 그곳에서 버벌진트도 볼 수 있었습니다. savannah woman 피처링 해주려고 게스트로 왔더라구요. 당시 실제 공연을 직관하면서 느꼈던거기도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서로 음악적인 시너지가 정말 좋습니다.
둘다 SNP 흑인음악동호회 시절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라 그런지 노래할때 호흡이 척척 맞더라구요. 아예 듀오를 결성해서 활동해도 좋겠다 싶을만큼..
그후 얼마 안돼서 VJ의 정규 1집 무명이 나왔고 정말 미친듯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00년대 시절의 저에게 있어 당시 최고의 R&B 가수는 휘성이었고, 래퍼는 버벌진트였습니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혈기왕성한 20대였던 두 젊은 뮤지션이 어느덧 40대가 되었고, 최근에 VJ가 정규 9집 앨범을 발표했을 때, 호불호를 떠나서 뭔가 좀 감개무량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 때 씬의 중심에 서 있던 남자가 마지막 정규가 될 수도 있다 예고하고 앨범을 냈는데, 생각보다 힙합 커뮤니티 내에서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은 그 조용한 풍경이..
하지만 그래도 전 좋았습니다. 화제성이야 어떻든 간에 VJ는 언제나 자신이 현재의 삶을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을 앨범을 통해 가감없이 잘 풀어왔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저는 휘성도 VJ처럼 대중들 반응에 개의치 않고 꾸준히 소신껏 앨범을 내며 가수 활동을 지속해주길 바랬어요.
예전처럼 음원차트 상위권에 진입하고 각종 대중음악상을 싹쓸이 할 정도의 놀라운 성과를 보이진 못하더라도,
그냥 본인이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이나 생각들이 있다면 뭐가 됐든 음악으로 풀어내서 뮤지션으로서의 영혼이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길 바랬습니다..
작년에 엘이에서 휘성이 realslow라는 예명으로 정규1집을 준비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름 기대하고 있었어요.
전곡이 19금일 것이라는 예고에 살짝 걱정도 됐지만,
애초에 realslow라는 예명 자체가 휘성이 오래전부터 써왔던 a.k.a라 한창 흑인음악하던 시절의 근본으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습니다.
그렇게 새 앨범이 나오길 고대하던 와중에 이런 비보를 듣게 되어서 너무나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하늘에서라도 생전에 못다한 음악들이 있다면 마저 이루어내어 편히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전 2009년이 기억에 남습니다. VJ는 무명-누명 시즌 거쳐오며 폼이 최고조로 올라왔을 때였고, 휘성은 YG 나와서 방황하다가 우린 미치지 않았어, 별이 지다, 인썸니아로 다시 반등하는 기미를 보이던 때, 그러다 2009년 10월 동시기에 각자 정규를 냈는데 기대 이상의 뛰어난 앨범 두 장이 나오더라고요
굿다이영과 보콜릿이 색채가 참 비슷하다 느꼈는데 둘의 음악적 방향성이 뚜렷하게 나누어 졌음에도 동시기에 작업하니 비슷한 색채가 나오는 게 오랜 동료는 동료구나 하는 감정도 느껴졌고, 서로의 앨범에서 콜라보하면서 그 시기엔 서로 영향 적잖게 받았구나 싶기도 했고.
휘성 전작의 사바나 우먼에서도 좋은 합을 보였지만(작성자님 이전글의 그 라이브 저도 엄청 좋아했어요), 전 막 감각 다시 올라오던 휘성에게 그 감각 정점 찍어준 게 굿다이영의 무간도 훅 프로듀싱이었다고 언제나 느끼고 있습니다. 공격적인 가사를 휘성이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VJ의 뜻대로 작정하고 뱉으니 또 엄청난 곡 하나 나오더군요
보콜릿의 girls도 곡이 과도한 티페인 카피캣인 건 차치하고 휘성의 보컬과 VJ의 랩씻이 제대로 터져서 늘 즐겁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2009년 이후로 VJ는 아예 노선을 바꿔서 또 다른 긴 커리어를 이어나갔으니 둘째 치고, 휘성이 쭉쭉 본인 음악 잘 해나가 줬으면 하고 기대했는데, 결혼까지 생각했어나 가슴 시린 이야기 등 히트곡은 다시 배출해내기 시작했지만 정규작으로는 결국 보콜릿이 마지막 앨범이 된 게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곡을 한동안 안 낼 때도, 큰 사고 치며 위태로워 보일 때도 늘 알게 모르게 7집은 계속 기다렸거든요. 베이빌론 앨범에 참여하면서 다시 알앤비 싱어로서의 의욕을 되찾은 거 같아 더 기대했었는데..
결국 VJ와의 공식적인 콜라보도 저 2009년이 마지막이란 게 가슴 아프네요
09년 말씀하시니 전군도 함께했던 girls가 젤 먼저 생각나는군요
말씀하신대로 당시 오토튠 (지금의 튠 질감과는 확실히 달랐던 그시기 질감) 음악이 판을 칠때라 티페인이 바로 생각나긴 하지만 그곡에서 VJ 랩이 너무 죽여줘서..
암튼 어제의 비보는 믿기지가 않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휘성 3집 인트로랑 5집 Savannah Woman 듣고 버벌진트를 알게 되어 국힙 입문했었습니다.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휘성과 버벌진트가 같이 섰던 무대가 지금도 생각나네요.
Girls의 VJ 벌스는 역대급 퍼포먼스죠...
어제부터 참 마음이 안좋네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