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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캔슬 컬쳐가 싫습니다.

온암4시간 전조회 수 685추천수 24댓글 20

What the fuck is cancel culture, dawg?
Say what I want about you niggas, I'm like Oprah, dawg

-Kendrick Lamar, 'N95' 中

 

정말요. 본인들 심기에 거슬리기만 하면 사람 하나의 존재를 삭제시키려 하고, 그 사람의 업적이나 선영향은 무시한 채 오직 그 갖잖은 도덕적 우위 심리만으로 세상을 제단하죠. 그들은 그림의 전체를 보지 못합니다. 그들은 도덕이라는 이름의 자로 인물들을 판가름하고 결점을 찾아내지만, 정작 그 기준이 그들 자신에게 똑같이 적용되었을 시 그들의 결점을 합리화시키기에 바쁩니다. 그리고 개중 어느 이들이 아쉽게도 우리의 곁을 영원히 떠나고나면 태도를 바꿔 그를 잠시 그리워하다가 이내 화살촉을 다른 이들에게 돌리기 바쁘죠. 왜곡된 도덕관을 가진 국민성을 아무리 좋은 것으로 포장해봤자, 조금만 뜯어봐도 추한 모순점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어째서 부족함을 당연치사로 취급하지 않죠? '결점' 앞에서 '인간적인'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는 이유가 뭐죠? 숭배할 영웅을 만들고 그를 십자가에 박제하는 곳에서 더 이상 영웅을 바랄 수 있을까요?

 

Never forget in the story of Jesus, the hero was killed by the state

-Run The Jewels, 'walking in the snow' 中

 

칸예는 발언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는 진솔한 작가지만 걸출한 작가는 아니죠. 또 작가로서의 역량보다도 연설가로서의 역량은 훨씬 떨어지기에 정신상태가 좋지 않을 때에는 말을 잘 못할 때가 많습니다. 사람의 창의성이란 성숙함과는 언제나 정반대 기로에 서있는 법입니다. 칸예는 어머니의 교육/통제 하에 자신의 창의성을 원하는 대로 발산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었죠. 예술에 대한 칸예의 열정은 마치 어린아이를 연상케 할 정도로 언제나 순수했습니다. 예술이란 단순히 그의 직업이 아니라 그의 삶입니다. 어떻게 본다면 그의 인간성 자체가 어린 셈이죠. 그런데 그걸 통제해주고 바로 잡아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그 시점은 마침 칸예가 <Graduation>으로 힙합 최고의 랩스타로 등극했을 때였습니다. 자아는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졌는데, 정작 그걸 잡아줄 통제력이 전무해진 겁니다. 아무도 칸예에게 조언해줄 위치가 되지 않았죠. 그러니 칸예가 그 후부터 막 나가기 시작한 겁니다.

 

하지만 어제부터 보인 칸예의 이상행동은 그저 정신병자의 발작으로밖에 치부할 수 없습니다. 그는 실제로 한 트윗에서 "자신은 마음대로 의견을 바꿀 수 있고, 원하는 대로 말할 것이다"라고 밝힌 적이 있죠. 현재 그의 발언이 정치적인 의중을 가진 중대한 표명이라기보다는, 그저 정신을 놓은 채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도발성으로 마구 던지는 망언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그가 거인이기 때문에 그의 발언 하나 하나가 상당한 파급력을 지닌다는 거죠. 그리고 그의 빛나는 과거로부터 실시간으로 연장되는 그의 위대함 탓에 그를 막을 사람도 딱히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칸예는 1집과 3집으로 갱스터 랩과 블링 에라를 거의 종결시키다시피 했고, 4집으로 래퍼들이 노래를 부르게 만들었으며, 6집으로 힙합에 전자음악과 인더스트리얼, 미니멀리즘 프로덕션을 유행시켰습니다. 그의 인생 족적 자체가 그의 사상을 증명하는 셈이에요. 칸예는 막무가내로 그가 음악과 패션에서 이룬 업적을 전방위로 확장시키려고 하는데, 그의 후광이 드리운 그림자가 너무나 완벽한 변명이 되고 있어요. 그리고 그 그림자 아래서 기생하는 가짜 추종자들은 그의 잘못된 행동마저 정당화시키며 동시에 자신들의 열등함에서 악착같이 이유를 찾아내고 있죠.

 

Why can't you gladly appreciate the influence we give?
Stop starin' at me disgusted, my substance made sure you'd lived
You want the head of the messenger and the history from him
Which eventually takes away from the good you accustom

-Kendrick Lamar, 'Prayer' 中

 

전 칸예가 좋았습니다. 단순히 그 경이로운 음악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그가 추구하는 세계관이 좋았어요. 칸예는 외부의 정체성이 자신을 규정하는 것을 싫어했죠. "래퍼라면 무조건 갱스터 힙합을 해야 하는가?", "흑인이라면 무조건 BLM을 지지해야 하는가?"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김치를 좋아해야 하나?",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반일 운동을 지지해야 하나?",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탄핵 시위에 참여해야 하나?" 한국인이라면, 흑인이라면, 미국인이라면, 남성이라면, 여성이라면, 정상인이라면... 전 우리를 규정하고 압박하는 외부적 정체성보다 사실 우리 개인 간의 차이가 우리를 더 극명하게 구분짓는다 생각해요. 우리는 인종을 피부색 혹은 국적에 따라 나누지만, 실은 우리는 우리의 경험과 개인사, 접한 문물, 유전적 요소 등 천차만별로 각자만의 독특한 인간상을 완성시켜가죠. 그래서 결국 우리는 "나보다 특별한 사람은 없다"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겁니다. 이건 꿀발린 교훈 따위가 아니에요. 전 저 문장을 정말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칸예의 사상에 공감했고, 아직까지도 자유와 다양성만큼이나 생태계 존속에 필수적인 가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현대사를 떠나 지구 전체의 역사를 봐도 항상 그래왔죠. 과학입니다.

 

하지만 칸예의 사상은 역설적이게도 칸예 본인에 의해 왜곡되었어요. 과하게 직설적이고 논란을 초래할 법한 그의 화법과 예술적 영감을 이유로 방치한 그의 정신병이 메세지를 짓이기고 기괴하게 변형시켰죠. 칸예 웨스트라는 사람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지 않다면 그의 메시지를 포착할 수 없을 정도로요. 그 시점에서 사실상 그가 어떤 말을 하던 간에 의미가 없어진 겁니다. 글을 쓰고 있는 실시간으로 칸예가 "지난 12시간 동안의 트윗은 모두 사회실험이었다"라는 글을 올렸는데, 더 막막해지네요. 그래요, 자유. 좋습니다. 하지만 자유에는 중대한 책임 또한 따릅니다. 그가 관심을 끌기 위해 생각 없이 올린 트윗에 얼마나 많은 유대인, 성소수자, 성폭행 피해자, 힙합 팬, 유가족, 그리고 그 자신의 팬마저도 상처받았을까요? 단순히 장난으로 치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의 진정한 팬이라면, 그의 괴언에 '명반행동'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유행어를 붙이지 말고 그의 정신건강을 진심으로 우려하며 그가 조금이라도 사리분별에 능한 성인이 되길 바래야 할 때입니다.

 

You niggas see what I see? You niggas really cancelled Ye, nigga, I ain't with it, nah
We was screamin', "Mental health," and now we wanna kill 'em all

-ScHoolboy Q, 'Blueslides' 中

 

https://youtu.be/rcbd-r1xC2o?si=AFvdAyi0lZcTPRhA

https://www.youtube.com/watch?v=GLGM8fxL020

그리고 어제, 미국 기준으로 오늘은 제이 딜라와 누자베스의 생일이었습니다.

힙합에서 가장 서정적인 비트들을 만들었던 위대한 턴테이블의 장인들을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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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 title: Dropout BearPushedashBest베스트
    4 3시간 전

    온암님 말마따나 어제 같은 사태는 그냥 정신이 불안정하고 주위에 억제기도 없는 칸예가 어그로 끌고 싶으니까 하는 거고, 망언 그 자체에 딱히 의미도 없는데 말입니다... 애초에 엘이가 떠나가라 과민반응하고 과열될 일인가 싶어요 저는. 물론 칸예는 너무나 거인이니까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음악 들을 거 듣고, 발언 욕할 거 욕하고, 칸예가 좀 안정을 찾기를 바라면, 그러면 되는 거 같은데 말이죠.

    그래도 칸예가 정신적으로 좀 괜찮아보이던 시기가 그리워지네요.

  • 4시간 전

    팩트추

  • 4시간 전
    @Kanyeꓪest

    개빨리 읽으시네

  • 4시간 전
    @미오

    속독에 좀 자신있음

  • 4시간 전

    ㅇㅈ합니다

  • 팩트추

  • 4시간 전

    맞말추

  • 3시간 전

    인정추

  • 3시간 전

    두 거장 생일 똑같구나

  • 3시간 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title: Dropout Bear (2004)tls
    3시간 전
  • 4 3시간 전

    온암님 말마따나 어제 같은 사태는 그냥 정신이 불안정하고 주위에 억제기도 없는 칸예가 어그로 끌고 싶으니까 하는 거고, 망언 그 자체에 딱히 의미도 없는데 말입니다... 애초에 엘이가 떠나가라 과민반응하고 과열될 일인가 싶어요 저는. 물론 칸예는 너무나 거인이니까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음악 들을 거 듣고, 발언 욕할 거 욕하고, 칸예가 좀 안정을 찾기를 바라면, 그러면 되는 거 같은데 말이죠.

    그래도 칸예가 정신적으로 좀 괜찮아보이던 시기가 그리워지네요.

  • title: Kendrick Lamar (MMTBS)AMW
    3시간 전

    When shit hit the fan, is you still a fan?

    - Kendrick Lamar, Mortal Man

  • 3시간 전

    통찰력이 뛰어난 글이네요. 이 글에서도 얼마나 칸예를 사랑했는지 느껴집니다. 그래야지만 쓸수있는 글이니까요.

  • 3시간 전
  • 1 3시간 전

    인스타 자칭 힙스터 칸예 찐팬 플레이보이 카티 앨범내라 테일러 스위프트 ㅈ까라 계정들 보면 ㅈ같음 ㅋㅋ

  • 3시간 전

    감사합니다

  • 2시간 전

    ㅊㅊ

  • 1시간 전
  •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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