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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너들이여 고개를 들어 용산을 보라, YS Block <용산> 리뷰

title: Dropout Bear (2004)Writersglock2025.01.01 17:51조회 수 622추천수 3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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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BLOCK <용산> 


      힙합만큼 지역색이 중요한 장르를 찾기도 쉽지 않다. 애초에 세부 장르의 이름이 west coast니 east coast니 dirty south니 할 정도니 말이다. 그래서 ‘내가 어디서 왔는가’는 래퍼들에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담당하는 중요한 문장이었다. 한국에 힙합이 정착한 이후로도 스스로 자신의 출신 지역을 대표하려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안산의 차붐이 그랬고, 덕소의 창모가 그랬으며 부산의 제이통과 광명의 더콰이엇, 인천의 리듬파워가 그랬다. 이들은 가사에서 자신들의 출신을 거침없이 드러냈으며, 자신들만의 색깔로 그들의 본고장을 널리 알려 나갔다. 그리고 여기 새로운 이가 ‘고장 대표 래퍼’ 대열에 패기 넘치게 명함을 던졌다. 그 이름부터 자신의 출신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는 래퍼, 바로 용산에서 온 YS BLOCK이다. 그리고 용산을 대표하는 그가 2번째 정규 <용산>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용산’이란 어떤 곳인가.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 중에서도 중앙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현 대통령의 거처가 있는 곳이며, 시내 교통의 핵심을 맡고 있기도 하고, 국내에서 가장 큰 아이맥스 영화관과 수많은 공연장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종합하자면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교통, 문화 모든 측면에서 중심을 도맡고 있는 공간이 바로 용산이다. 그런 용산을 대표한다는 것, 어찌 보면 ‘내가 바로 이 땅의 중심이다’라는 선언을 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턱도 없는 패기를 보았나. 그러나 YS BLOCK은 그런 것쯤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앨범의 제목에 <용산>이라고 박아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청자로서 이 인간의 패기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 과연 패기일지 객기일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앨범의 초반부는 자신의 주무대인 용산을 휘젓고 다니며 신나게 놀고 즐기는 YS BLOCK의 모습이 담겨있다. 바운스감 넘치는 더리사우스+멤피스풍의 비트와 단단한 톤의 래핑이 어우러져 전반부의 파티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전반부에 YS BLOCK이 보여주는 랩은 그리 기술적인 랩은 아니지만, 비트의 분위기를 확실히 이해하고 뱉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다. 이게 적절한 전략이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비트 때문이다. <용산>에서 사용된 비트들은 배경음악처럼 랩을 받쳐주는 역할만 하는 비트가 아니다. 공간감이 가득 담긴 역동적인 베이스와 카우벨, 포인트처럼 들어가는 키보드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비트 자체만으로도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런 비트 위에서 자신의 랩스킬을 뽐내는 식의 테크니컬한 랩은 오히려 비트와 랩 사이의 상호작용을 저하하고, 과도한 정보량으로 청자의 귀를 피곤하게 만든다. 따라서 YS BLOCK이 보여준 단순한 구조의 단단한 랩은 마치 비트의 일부처럼 들리고, 청자는 자연스레 음악이 주는 쾌락적인 분위기에 몸을 맡기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7번 트랙인 “큰차 큰집”에서 전환된다. 이전까지는 용산을 휩쓸고 다니며 여자들과 즐기고 노는 향락적인 분위기였다면 이 곡을 기점으로 YS BLOCK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던 야망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스스로를 진흙 속의 진주에 비유하는데, 여기서 진흙은 한국힙합과 가난을 모두 상징한다. ‘한국에 힙합이 어딨냐’면서 자신이 ‘용산껄 보여주겠다’ 다짐하고, ‘끽해도 우리가 되는 건 평민’이라며 ‘큰 돈과 큰 힘을 가져야 한다’고 외친다. 이제까지 한량마냥 실컷 놀기만 하던 그가 내뱉는 독기 서린 선언은 짜릿함과 차디찬 소름을 함께 전달한다. 그 뒤에 이어지는 "YS FREESTYLE"에서는 이제껏 자신이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임을 보여주는 듯한 강렬한 랩스킬을 선보인다. 마치 ‘이 정도로 잘하는데 내가 랩으로 돈을 못 벌겠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이 앨범에서 가장 카타르시스 넘치는 구간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도달한 마지막 곡인 “용산애”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이 있는 ‘용산에’ 오라는 말과 꿈을 이루기 위해 ‘용산에’ 간 자신, 그리고 ‘용산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중의적 표현을 통해 나타낸다. 부끄러웠던 과거 자신의 모습에 대한 진솔한 고백과 성공을 위해 마음을 다잡은 스스로에 대한 약속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소중한 곡이다. <용산>의 이러한 전개는 왠지 모를 만족감을 제공한다. 단지 신나는 곡 모음집을 들은 것이 아니라 한 아티스트의 진정성을 담은 삶을 선물 받은 것 같은 기분이어서다.   


      공간은 단순히 물질적인 개념이 아니다. 공간은 욕망을 담기도 하고 기억을 담기도 하며, 미래를 담기도 한다. 그렇기에 누군가 어떤 공간을 대표하겠다고 내세웠을 때는 그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복합적으로 고민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YS BLOCK은 욕망과 성공, 미래를 모두 품고 있는 ‘용산’이라는 특별한 공간을 배경으로 삼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풀어냈다. 한창 성장하고 있는 아티스트가 이렇게 빼어난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이 씬에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공간이 생겼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YS BLOCK의 <용산>은 이제부터 용산에서 만들어질 씬의 새로운 움직임이 기대되는 이유가 될 앨범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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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Block님 얼마전에 훈련소 수료를 마치셨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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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27년 전역이 있다고?

고생하십쇼 저는 먼저 가겠습니다 깔깔

암튼 이거 깔롱 뒤@지는 앨범이니까 다들 한 번씩 청취해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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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1.1 18:54

    이거 되게 재밌게 잘 들었었음

  • 1.1 20:15

    다른건 모르겟고 엉덩이 뮤비 감사합니다

  • 1.3 16:49

    저도 이거 JJK유튜브에서 추천받고 들었는데 좋더라고요 2000년대 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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