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이상 실망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실망스러웠던 그래미어워즈에게 아직 더 실망할 구간이 남아있었더라는 ***
매년 그래미 수상후보 목록이 올라올 즈음이면 해외 뿐 아니라 외게도 야단법석이 돼죠. 정작 전혀 Politically Correct하지도 않은 괴랄한 PC주의가 지난 수년 간 미국 온 사회에 전염병처럼 만연해왔고 미국의 영향력이 닿는 수많은 국가에도 영향을 끼쳤고 이는 예술계에 가장 먼저 마수를 뻗쳤는데, 이번 그래미 수상후보 목록에서는 비단 PC 뿐 만이 아닌 다른 의미에서도 큰 실망감을 안겨주네요.
Girls Can Do Anything이다 뭐다 여성할당제다 뭐다.. 오케이 다 그렇다 치겠는데, Andre 3000의 <New Blue Sun>이 수상 물망에 올랐다는건 그 어느 리스트보다도 유난히 기이한 모습입니다.
안드레가 앨범을 내기 이전에도 많은 이들이 피리를 불었고 피리 앨범을 냈고 앰비언트 뮤직을 해왔고 앰비언트 앨범을 냈죠. 그런데 어느날, 평생 힙합음악을 해왔던 유명 래퍼가 플룻 앨범을 들고 나타나니 그래미 수상후보 목록에 올라온겁니다.
이건 그간 피리를 불어오고 앰비언트 뮤직을 해왔던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니들 백날 열심히 해봐야 아무 소용 없어. 음악은 유명세지 실력이 아니야.“라고 쐐기를 박은 것과 다름 없죠. 사실상 앰비언트 뮤직을 해온 모든 이들에게 모욕감을 선사했다 해도 이상할게 없습니다.
안드레는 자취를 감추고 은둔하는 시기에도 플룻을 불며 유랑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쉽게 그래미를 탈 수 있는건 아닙니다. 안드레 덕분에 수많은 힙합팬들이 평생 관심 없던 플룻 음악을 접해보게 된 건 너무나도 좋은 효과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쉽게 그래미를 탈 수 있는건 아닙니다. <New Blue Sun>은 제가 살면서 구입한 유일한 플룻앨범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 인생 플룻명반이 되는건 아닙니다.
음악과 본질에 집중하여 뛰어난 아티스트를 단상 위로 올리고 명반을 양지로 끌어올리는게 그래미가 나아가야 할 길인데 오직 아티스트의 명성과 위상에만 기대어 후보를 선별하는건 그래미의 빛이 바래도 너무나도 한 없이 바래게 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맞말 추
ㄹㅇ 그것 말고도 제이콜 이번 앨범이 힙합 앨범 후보인것도 좀 이상함..
그래미 아직도 관심 갖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더 신기함.
언제나 그밥에 그나물인 틀딱 시상식
그래미의 위상과 선정기준에는 갈수록 의아해지지만
아티스트 본인들이 그래미 자체를 신경쓰고 받고싶어한다는 사실은 변함이없죠..
아무리 위상이떨어져도 음악부문 최고권위의 상이고 역사에 한줄을 쓰는건 같으니까요
위켄드 AH 무시깔때부터 답이 없었음ㅋㅋ
그래미 보다 보면 아카데미는 진짜 선녀인 듯
이 앨범 안 들어봐서 잘은 모르지만
부분부분 공감이 많이 가네요
잘 읽었습니다
솔직히 그래미의 위상은 많이 꺽기고 빛 바래진 지 오래되긴 했습니다.
힙합만 따지만, 로린 힐, 아웃캐스트 이후에 본상 수상을 못했고, 그나마 최근까지 Kendrick Lamar가 유일하게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정도구요.
2016, 17년 그래미가 유독 심했는데, Kendrick Lamar의 [To Pimp a Butterfly]는 7개 부문 후보 중 주요부분에서 Taylor Swift 의 [1989]에 밀렸고, 다음해엔 A Tribe Called Quest의 마지막 앨범 [We Got It from Here... Thank You 4 Your Service]은 노미네이트 조차 안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마 2010년대 들어오면서 가장 기준도 없고, 편향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예전엔 그래미 선정위원들이 백인 꼰대들이라서 그렇다 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선정위원 점수와 선발된 일반인들의 투표가 들어가면서 나름 공정하게 한다 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죠.
본문에 얘기 나왔듯이 최근 몇년간은 PC의 영향으로 다양한 인종과 여성들에 대한 기회를 많이 주기도 했습니다. 그게 나쁜건 아닌데, 여전히 그래미의 선정 기준에 대한 모호성은 여전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은 2021년 그래미 측이 The Weeknd에 협박한 사건이 있죠. 슈퍼볼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서 그래미 공연을 정중히 거절했음에도 그래미측에서 엿먹이는 짓거리를 했다는게 알려지고, 결국 The Weeknd는 그래미를 보이콧하죠.
그래미 직속으로 있는 레코딩 아카데미에서 준비하는 걸로 아는데, 여전히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척 하는건지 알 수 없고, 내년 그래미 선정작들에 대해선 작년보다 더 심각해서 한 숨만 나올 뿐입니다.
그럼에도 그래미를 간절이 원하는 Travis Scott을 보면 애처롭게 느껴질 정도구요.
위켄드 때부터 전 그래미를 싫어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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