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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칸예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17시간 전조회 수 524추천수 3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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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ltures 2>를 어찌어찌 다시금 듣게 되었다. 이미 믹싱 문제로 여러 차례 수정된 바 있는 <Vultures 1>의 사례를 감안하면 현재의 <Vultures 2> 역시도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은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없다고 보아야 나머지 것들이 좋아 보일 수 있지 않나. 이미 꺼진 기대감과 여러 군데서 들려오는 작품에 대한 평가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첫 감상으로는 예상대로의 결말이었다. 결국 본래는 <Vultures 2>에 대한 하나의 감상문을 남겨보려 했으나, 그것보다도 지금의 칸예에 대해서 짤막한 글이나 써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Vultures 2>라는 작품 자체로 어떤 감상을 남기기보다도 현재의 칸예의 행방에 대한 개인적 사견을 꺼내는 편이 재밌지 않나.

사실 칸예의 인생 곡선은 그의 디스코그래피 곡선과도 닮은 구석이 있다. 그야 이전 리뷰에서도 구태여 언급했지만, 칸예의 작품은 그의 삶을 그대로 들추어 제시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나머지 수용자들 역시도 입맛에 따라 칸예의 삶을 손쉽게 해석하게 된다. 만약 그런 식으로 칸예의 작품을 논한다면, 칸예라는 사람과 삶이 보이고, 대중 역시 그의 작품에 쉽게 녹아들 수 있는 지점이 생기는 것이다. 혹 다른 사람들이 그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내 입장은 그러했다. 아무튼 내가 생각하는 칸예 작품의 예술성은 그런 식으로 작용하는 것에 유리해 보인다. 내게 칸예라는 사람은 이전에도 투명하고 솔직하기 그지없는 아티스트다. 그것이 좋고 나쁘고는 따로 논할 일이지만, 적어도 1집부터 9집까지의 모든 가사로 들어 올린 화살표는 칸예가 쏘아 올린 것들이지 않나. 그것이 세상 밖으로 분출되든, 내면을 향하든, 어쨌거나 칸예 그 자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내가 그의 작품에서 가장 열광했던 하나의 쾌감을 찾자면 솔직함으로 버무린 예술성이라는 추상적인 무언가다. 공백은 조금씩 존재하나 꾸준히 작품으로 증명한 그의 행보에서 가장 크게 기대를 건 부분 역시도 추상적인 무언가다. 그것이 칸예가 지닌 가장 큰 무기가 아닌가라는 막연한 생각. 예술적으로 충만한 자부심과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나머지 여러 부산물들. 이것들이 극치를 달렸던 시점이 5집과 6집 사이 즈음이지 싶다. 누군가에게는 1집부터 3집까지의 칸예가 호기로움과 힙합에 대한 의지가 넘치던 시절을 그렇게 여길 수도 있겠다.

다시 20년대로 돌아와보자. <Donda> 이후, <Vultures 1, 2>의 칸예를 본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서서히 붕괴되는 이상 현상을 보는 것 같아 심히 괴로운 기분이었다. 이 붕괴 징조 기점을 어디서부터 잡느냐는 따로 논할 부분이기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애초에 6집부터 뉴 칸예라고 불리는 이후의 상황을 어찌 바라볼지는 리스너 개개인과 칸예 스스로에게 달린 일이니까. 그 시점이 <TLOP>나 <Yeezus>이던, 아니면 아예 20년대 <Donda>라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쏘아 올린 도화선이든 간에 말이다. 게다가 그 사이에서 항상 만족과 불만족을 오가는 리스너들이 항상 존재해왔다. 어찌 되었건 칸예라는 아티스트는 좌우간 논란과 열광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아이콘이다. 그 사유가 칸예에게 합당한 거리를 제공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그의 음악을 들어온 리스너들에게는 양가적 감정을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현 힙합 씬에서 이만한 구경거리를 제공하는 아티스트가 있냐 하면은 마땅한 대체 인물 역시도 떠오르지 않는다. 몇 명의 크나큰 성취를 거둔 래퍼도 칸예가 가진 독특함을 나눠가지진 못했으니. 그렇기에 무언가에 목마른 힙합 리스너들이 칸예를 목매듯 찾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가 숱한 논란을 끌고 왔어도 음악이란 무기는 어느덧 칸예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무언의 납득 계기를 자극할 뿐이다.

한데, 벌쳐스의 실마리는 도무지 잡기가 힘들다. 만약 작품의 처참한 퀄리티에 대한 변명거리를 읊는다면 그나마 합당한 이유가 나오지 않을까. 타이 달라 싸인과의 합작이라는 이유가 칸예를 지워버렸을까? 아니면 작곡에 대한 의구심, 칸예를 둘러싼 배경, 작품 자체에 대한 의혹 등? 아니, 다 제하더라도 기장 큰 의문은 칸예가 바라보는 예술 작품은 무엇인가? 그도 그럴게 곰돌이 탈을 벗어던진 청년이 내놓은 디스코그래피들에는 나름의 표현 의지가 있었다. 나름의. 그러니까 지금의 칸예는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가 의아하다. 문제는 이 의아함의 출처가 그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음악 자체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메시지에 대한 의문보다도 음악 자체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오히려 현대의 리스너들이 칸예의 동향을 따라가기 급급해 보이는 상황이 아닌가. 음악에 대한 여러 추측은 그가 의도했든 안 했든 그를 따르는 파파라치나 루머, 발언 등으로 압축되고, 우리는 단서를 짜 맞추듯이 음악에 펴 바를 뿐이다. 리스너들이 칸예를 좇고 칸예는 음악으로 리스너들을 휘두를 줄 아는 아티스트였으니. 결국 <Vultures 2> 역시 칸예의 투명한 생활만큼이나 투명한 작품이라 생각한다면, 작품의 동향 역시 얼추 드러나겠다. 타이 달라 싸인과 합작이라 치지만 칸에만이 등장하는 두 작품의 앨범 커버, 현저히 적어진 칸예의 작곡 참여도, 노골적이기 그지없는 가사나 메시지들 등의 모든 것들이 칸예라고 한다면 못 들어줄 것도 없겠으나 내 귓가에는 공허한 메시지만 메아리친다.

내 눈에는 지금의 칸예가 예술성 자부심과 충만한 무언가로 가득 찬 음악을 하고 싶은 것보다도 그의 기분에 따른 메시지를 그냥 여기저기에 뿌리고 싶은 한 아저씨 정도로 보이는 것 역시 우연이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서 스스로 하고 싶은 음악이 부재해 보인다. 작품의 품질이나 성취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짐짓 들어 무섭다. 익숙한 트랩으로 펴 바른 트랙들이 그 예시고, 힘없고 쇠약한 믹싱들이 그 예시다. 이제 와서는 과연 흔들리는 불안한 감정의 파도에 따라 좌우되는 프로젝트에 몸을 맡길 리스너가 많을지도 잘 모르겠다. 결국 현재의 칸예이자 그에 따라 드러나는 <Vultures 2>는 어떤 의미에서 충격적이다. 그가 이토록 음악에 진심이라는 말보다도, 자신을 따라줄 상황에 대한 진심이 아닌가. 이제껏 그의 성격과 행동으로 일으킨 수많은 논란거리에도 용서된 공은 치열한 음악성에 있었으나, 그조차도 사라진 기분이다. 미완의 작품을 바라본 시점에서야 드러나는 것은 칸예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말 같은 옛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님에도, 그보다도 적절한 문구가 없어 보여 아쉽다. 혹은 수단이 그를 잡아먹은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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