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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Gallant, Ology 생각

TomBoy2016.07.25 08:20조회 수 3092추천수 5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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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ogy가 발매 된 후 4월 경 인터뷰에서 갤런트는 이 앨범을 들은 혹은 앞으로

듣게 될 이들에게 인상적인 말을 전했습니다. "당신이 플레이 하는 트랙이

인트로가 되고 당신이 정지하는 트랙이 아웃트로가 될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음악 리스너들에게는 공통적인 스테레오 타입이 하나 존재하는데 그건, 앨범을

들을 때 인트로인 1번 트랙부터 출발해서 아웃트로까지 도착해야만 하나의 앨범

을 온전히 다 들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작은 강박관념이죠. 어찌보면 당연한 생각

이고 앨범의 주인공인 해당 뮤지션을 포함해 대부분의 앨범 제작자들이 의도하는

결과일겁니다. 우리가 그토록 중시하는 유기성의 역할도 대부분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하게 되죠. 하지만 갤런트와 스틴트는 역설적으로 이 당연시 여겨지는 고정관념

을 살짝 비틀고 관점을 달리해 트랙을 배열함으로써 하나의 앨범이 가진 일체감을

더욱 극대화하고 매끄러운 흐름을 유지합니다.



치밀한 시퀀스의 성공례로 갤런트의 전언처럼 이 앨범은 앨범의 어떤 트랙에서 시작

해서 어떤 트랙에서 끝맺음을 맺던지 간에 하나의 앨범으로써 온전히 제 역할을 다 한

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빈틈 없이 빼곡한 숲을 내려다 보는 것 같은

앨범의 일체감 뿐만이 아니라 이 앨범은 각개 나무들이 가지는 견고함 또한 대단합니다.



갤런트의 대표곡이자, 단촐한 리듬에 그의 샤우팅처럼 폭발적인 신스를 덧 입힌

Weight In Gold, 애드리안 영의 공간감 넘치는 드럼 연주를 바탕으로 갤런트와 즈

네 아이코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는 Skipping Stones같은 킬링 트랙들을 비롯

해 앨범 곳곳은 자신만의 킬링 트랙이 되어줄 완성도 높은 곡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과장 된 악기의 변주도 폭발적인 팔세토도 없지만 Percogesic 이 트

랙이 제일 백미라고 생각하는데 갤런트가 표현하고자 하는 잿빛 감성을 별다른 기교

없이도 제일 잘 표현한 곡이랄까요.

   


Ology는 피비알앤비 흔히 얼터너티브 알앤비라고 불리우는 유형의 음악을 담고

있는데 그 배합을 잘 살펴보자면 알앤비와 일렉트로닉을 정대정으로 결합했다고

할 수 있을만큼 앨범 전반적으로 일렉사운드가 강조되어 있습니다. 이 같은 시도

는 기이하고 이질적인 전자음을 통해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본인이 의도한대로 앨

범에 양껏 우울함을 도색하여 일관된 무드를 만들어 내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했

지만 동시에 사운드의 다양성이라는 지점에서는 한 발 물러서게 되는 단점을 강제

하며 서로 상충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폭발적이고 애절한 갤런트의 보컬

과 맞물려 피로감을 느끼는 분들이 더러 있는거 같더군요.



곡 하나 하나 각개의 매력을 힘껏 뽐내지 못한다고 할까요. 예를 들어, 갤런트가

표현하고자 했던 화려한 뉴욕이란 도시의 이면이 주는 우울하고 처량한 느낌은

실제로 앨범에 잘 반영되어 있지만 리스너들이 체감하고 싶어하는 뉴욕의 모습은

새벽의 스산함 보다는 한밤 중 야경이 주는 화려함일수 있다는거죠.



요즘 유행을 선도하고 인기있는 알앤비 뮤지션들은 전부 중독적이고 호소력이 강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는데 그런면에서 갤런트는 상위권 그룹에 속해있다 생각되진 않

아요. 다만 이 친구가 보여주는 파워풀한 팔세토는 그 자체로 갤런트의 가장 값진 재

산입니다. 목소리 자체는 특별하지 않을런지 모르지만 그가 구현해낸 신비하고 암울

한 사운드와 맞물려 탄생시키는 그 시너지는 질감이나 양감 모두 훌륭합니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것이 뮤지션 제일의 미덕인 시대니 말이죠. 아직

데뷔 앨범 밖에 없는 친구지만 참 재능있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

구요.



허나, 과하게 변주 된 신스같은 전자 악기가 주는 이질적인 느낌과 감정 과잉으로 점철

된 보컬 운용은 영화로 치면 특수 효과 + 특수 효과가 더해진 씬 같은 느낌때문에 다소

인위적으로 느껴질 수도 듣는이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갤런트

의 목소리나 감성을 봤을 때 어쿠스틱한 곡이나 잔잔하게 진행 되는 곡들 역시 잘 소화

해 낼거 같아 다음 앨범에서는 앨범 구성을 좀 다채롭게 가져가봤으면 하는 기대도 듭

니다. 반대로 산뜻하고 업템포로 된 곡들도 잘 어울릴 거 같구요.





Gallant.png



Ology는 곡의 형식적인 면에서도 타 앨범과는 뚜렷한 차이점을 가지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벌스와 가사입니다. 현대 대중 음악에서 가장 보편적인 곡 구성방식은 벌스

-싸비-벌스-싸비-브릿지(and 싸비)로 이어지는 방식이죠. 갤런트의 음악 역시 마찬

가지로 대부분 저 구성을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Ology에 담긴 곡들은 대다수 곡을

이루는 벌스가 극단적으로 짧습니다. 몇 곡을 제외하면 8 마디가 채 넘어가는 벌스가

없고 오히려 싸비와 브릿지가 더 긴 곡 들도 더러 존재합니다. 한 마디로 벌스에서 느

끼는 여유를 최대한 줄이고 후렴의 보컬을 적극 활용해서 곡 자체의 극정인 감성을 배

가했다고 할까요.



이 부분에서 역시 장점을 곧이 곧대로 느끼기도, 되려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앞서 말한 모던한 일렉 사운드와 극단적으로 짧은 벌스 모두

타 앨범과 차별화 되는 장점으로 보는 관점이구요.



요즘은 장르를 막론하고 스토리 텔링이 유행하는데 앨범의 곡 하나하나에 앨범 컨셉에

걸맞는 상황을 부여하는거죠. 그 상황 속에서 자신이 의도대로 상황을 주도해 듣는 이

들에게 주제를 전달하는데 그 방법은 노래하고 듣는 입장 모두 음악을 전달하고 받는

방식으로 꽤나 효과적인 편입니다. 매끄럽게 잘 쓴 소설과 탄력있게 흘러가는 영화의

완성도에 더 설득되는 것과 비슷한 이유로 말이죠. 하지만 갤런트라는 뮤지션은 그런

스토리 텔링이라는 방식이 주는 효율성을 거부합니다. 갤런트의 가사는 어떻게 보면

독자들의 해석을 반드시 요구하는 신체시 같은 느낌이 매우 강합니다. 구체적이고 제

한적인 상황 제시 없이 너무나 추상적이고 함축된 의미들이 많고 단어 하나하나 내포

하고 있는 함의로 가득하다고 할까요.



그런 속을 알 수 없는 함의와 곡의 앞 뒤로 이어지는 의미없는 문장의 나열에 사로 잡혀

그것을 해석하려 한다면 이 앨범을 반은 즐기고 반은 포기하고자 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생각합니다. Ology는 굳이 가사가 주는 난해함에 얽매이지 않고서도 곧이 곧대로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컨텐츠이기 때문이죠. 제가 감히 추측해 보건데 갤런트는 아마 앨범에 많은

것을 담고자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앨범이 주는 우울함과 상실감에 휘몰리면서도 또 앨범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 하면서도 이 앨범의 완성도에 감탄하고 음악이 좋게 들리는 것은

실은 음악을 만들면서 혹은 영감을 얻으면서 갤런트 본인이 느꼈을 감정들을 표출하고

그것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고 종국에는 그 감정이 저에게 완연하게

전달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림 잡아 생각해봅니다. 갤런트가 Ology를 작업하면서 느

꼈을 감정이 제가 지금 Ology를 들으면서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도 해보구요.



이를 테면 갤런트가 Ology를 통해 가장 바란 것은 '감정이입'이 가지는 글자 그대로의

모습일런지도요.





Gallant 3.jpg



재작년 처음 워싱턴의 클럽에서 공연하는 갤런트의 영상을 봤을 때는 저게 라이브인가

아니면 바보같은 목소리로 소리만 지르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던 모습이었는데 얼마 전

에 접했을 때는 그 실력과 질감 모두 180도 변해있더군요. 적잖이 놀랐습니다. 마치, 수

년 전 켄드릭의 라이브 무대에 실망을 금치 못하다가 얼마 전 영상을 보고 입술을 앙다

문채 고개를 끄덕이던게 오버랩 됐다고나 할까요. 역시 뮤지션은 스튜디오에서 좋은 음

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라이브도 잘해야 합니다. 라이브가 빈약한 반쪽 짜리 뮤지

션들은 정작 팬들을 만나는 무대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전달이 매끄럽지 못하달까요.



다음 달에 열리는 서소페에 갤런트가 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상치 못했던 소식이 있던데

맥스웰과 함께 가장 기대되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아마 국내에 계시는 많은 분들도 가장

기대하는 무대 중 하나일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갤런트의 데뷔 앨범 Ology는 사실 제가 상반기에 들었던 앨범 중에 가장 좋았던 앨범

이었습니다. 굳이 상반기가 아니더라도 신인 알앤비 뮤지션의 데뷔 앨범이라는 카테고

리로 분류하더라도 최상위 그룹에 위치할만큼 좋았던 앨범이었죠. 원래는 상반기 좋았

던 앨범을 가려보는 글을 작성하려 했었는데 귀찮기도 하고 날이 너무 더워 꼭 한번 적

어보고 싶었던 갤런트의 데뷔 앨범에 대한 감상을 적어봅니다.    



저는 일전에 Ology에 대한 소개글을 적으면서 내용을 잘 전달해 줄 제목을 고심하던

중에 더 이상 프랭크 오션에 목매달지 않아도 되는 이유라고 약간 자극적인 표현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표현은 지금 생각해보면 반만 맞는 표현같습니다. Ology를 들으면

들을수록 오션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지는 것과 동시에 언제 듣게 될지 모르는 오션의

소포모어 못지 않게 갤런트의 소포모어에 대한 기대 역시 동반상승하게 되니까요.





---


간혹가다 어떤 앨범은

발매를 지켜보는 거 자체가 영광이 되는 앨범이 있는데

제게는 갤런트의 Ology가 그런 앨범이었습니다.



처음 들을 이후로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일말의

아쉬움도 없었네요. 갤런트가 소포모어로 다시 이런 값진

순간을 선물해주길 고대하면서...  


신고
댓글 3
  • 7.25 12:04
    저는 일관된 일렉 사운드가 앨범을 더 완성도 있게 만들었다고 보는데...
  • 7.25 21:00
    갤런트는 스웩
  • 7.25 23:19
    이번 앨범으로 갤런트 처음 알게 됐고 rnb도 한층 좋아하게 됐네요 스웩드립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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