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앨범] K. Michelle - Rebellious Soul

title: [회원구입불가]soulitude2013.09.20 10:10추천수 3댓글 3

rebellious-soul-kmichelle-cover_hiphople.jpeg

K. Michelle - Rebellious Soul

01. My Life (Feat. Meek Mill)
02. The Right One (Interlude)
03. Damn
04. I Don't Like Me
05. Can't Raise a Man
06. V.S.O.P.
07. Pay My Bills
08. Sometimes
09. Coochie Symphony (Interlude)
10. Ride Out
11. Hate On Her
12. When I Get a Man
13. Rebuild This Heart (Interlude)
14. A Mother's Prayer

 

흑인음악과 대중음악의 기틀이 되는 블루스와 소울이라는 장르 명칭의 어원에는 많은 설이 있지만, 이 두 장르의 토대에는 미국 흑인들의 애환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만큼은 별 이견이 없는 사실이다. 블루스에서 '블루'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애수의 분위기와 '소울'이 함의하는 흑인들의 설움은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야 했던 미국 흑인들의 삶을 반영한다. 흑인들의 삶은 노예에서 자유인으로, 불평등에서 평등으로 많은 발전을 거듭하며 나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흑인들은 여러 혜택에서 격리된 범법 지대에서 생활하고 있다.
 
매일같이 눈앞에서 살생이 이뤄지고 생존을 위해 옷을 벗어야 하는 흑인 여성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케이 미쉘(K. Michelle)의 "My Life"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해내며 과거 흑인음악이 가지고 있던 본질을 꿰뚫는 소울 음악의 현대식 해석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곡에서 그녀는 이별을 앞두고 있고("Damn"), 자신보다 아름다운 여자와 함께하면서 자신에겐 쾌감뿐인 섹스만을 요구하는 남자를 사랑하며 자존감을 상실한("I Don't Like Me") 여성의 슬픔을 노래하고, "Can't Raise Up A Man"에서는 잘못된 남자는 기본적으로 변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 K. Michelle - V.S.O.P.
 
그야말로 블루스와 소울의 우울한 면을 대놓고 드러내는 전반부의 침체된 분위기는 앨범의 리드 싱글 "V.S.O.P."에 들어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샤라이츠(The Chi-Lites)의 "That's How Long"의 멜로디를 가져오고 데브라 로스(Debra Laws)의 "Very Special"의 구절을 빌려와 완성한 이 곡은 단순히 소울풀한 감성을 머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알앤비 어법을 통한 소울의 환생을 보여준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밝게 느껴지는 이 곡의 주인공 역시 남자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현실을 직시하기 기피하는 여성의 비참한 모습이다. 그나마 분위기의 반전은 대단히 선정적인 묘사와 포부(?)를 노래하는 "Pay My Bills"에서 이뤄지지만, 곧 다른 여자에게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는 "Sometimes"가 테마를 복귀시켜 놓는다. (뜬금 없이 성악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간주곡 "Coochie Symphony (Interlude)"을 지나) 이어지는 "Ride Out"과 "Hate On Her" 역시 앞선 곡들이 들려주는 비참한 스토리텔링의 연장이다. 그럼에도 이런 구성이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케이 미쉘의 놀랍도록 완벽한 소울풀 보컬이 갖는 호소력에서 깊이 있는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고, 이를 지탱하는 탄탄한 프로덕션의 덕분이다.
 
앨범은 좋은 사랑을 찾겠다는 기대("When I Get a Man")와 자식들의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실은 "A Mother's Prayer"로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몇 개의 트랙들을 제외한다면 이 앨범은 '실패한 사랑'을 테마로 한 컨셉 앨범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사랑을 향한 염세적이고 비참한 여성의 모습을 일관적으로 그려낸다. '반항적인 소울'을 의미하는 앨범의 제목을 꽤 잘 붙였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kmichellev_loveandhiphop_hiphople.jpg

케이 미쉘의 과거 싱글들을 떠올려본다면 데뷔 앨범은 이미 진작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2009년과 2010년에 가끔 공개되었던 싱글들의 시큰둥한 성적은 그녀의 데뷔의 장애물이었다. 더군다나, 그녀와 흡사한 음악을 지향하는 마샤 앰브로셔스(Marsha Ambrosius)와 (심지어 이름마저 유사한) 크리셋 미셀(Chrisette Michele)이 평단의 평가와 상업적 측면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시점에서 그녀의 성적은 더욱 초라해 보였다. 그렇게 레이블과의 계약도 해지하고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했던 그녀는 작년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재조명되었고, 결국 워너 뮤직(Warner Music)과 계약을 하게 된다. 그리고 [Rebellious Soul]은 이 둘의 만남의 결과다. 20대에 등장했지만 30대가 돼서 공식적인 데뷔를 하게 된 그녀가 들려주는 음악은 그녀가 과거에 몇 개의 싱글들과 객원으로 참여했던 곡보다 성숙하다. 어쩌면 이번 앨범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즉, 20대 때의 격렬했던 사랑을 향한 비관적인 생각은, 이제는 안정적인 만남을 꿈꾸는 30대의 시각에서 빚어진 상대적인 이질감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비참하고 애절한 이야기를 마냥 좌절스럽게만 노래하지 않고 분노, 희망, 반항, 기대 등의 다양한 감정을 엮어 다방면으로 이끌어간 것이 이번 앨범의 주된 매력이다.

이번 앨범은 아주 잘 만들어진 알앤비/힙합 소울 음반이지만 소포모어 징크스에 걸리기 좋은 요소를 안고 있다. 일단 이미 음악적으로 최상의 구도에 오른 상태에서 수년간 갈고닦고 모아온 실력과 음악을 집대성한 결과가 이번 음반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이 짧을 차기작이 이번 앨범보다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줄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이미 완성형 뮤지션이 된 지 꽤 긴 시간이 지난 그이기에 다음 작품에서 큰 성장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도 하기 힘들다. 그러나 아직 계획되지도 않은 다음 음반을 두고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번 작품 [Rebellious Soul]의 수록곡들을 하나하나 살펴본 결과, 케이 미쉘은 오랜 기다림 끝에 얻어낸 데뷔의 성공을 그렇게 쉽게 날려버릴 뮤지션은 아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글│greenplaty
편집│soulitude

신고
댓글 3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