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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The Internet Live In Seoul

title: [회원구입불가]HRBL2016.02.19 02:03추천수 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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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The Internet Live In Seoul


크루 내, 외부로 퍼진 구성원 간의 잡음을 제외하면 2015년 오드 퓨처(Odd Future)는 괜찮은 한 해를 보냈다. 많은 이의 시선이 크루의 존폐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이와는 관계없이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를 비롯한 다수의 뮤지션이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내놓으며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일부 앨범은 연말에 베스트 앨범을 꼽을 때 심심치 않게 언급될 정도로 평단의 고른 지지를 얻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시드 다 키드(Syd Tha Kyd)를 중심으로 구성된 밴드, 디 인터넷(The Internet)의 3집 [Ego Death]는 지난해 오드 퓨처에서 가장 빛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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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8일, 홍대에 있는 레진코믹스 브이홀(Lezhincomics V-Hall)에서는 디 인터넷의 첫 번째 한국 공연이 열렸다. 콘서트는 2015년 9월 턱시도(Tuxedo) 내한 공연을 성황리에 진행한 에이전시 20/20서울(20/20Seoul)이 주최했다. 라인업에는신세하 앤 더 타운(Xin Seha and The Town), 진보(Jinbo)와 같은 걸출한 국내 뮤지션 또한 이름을 올렸다. 본격적으로 디 인터넷의 무대를 즐기기 전, 음악적으로 접점이 있는 국내 뮤지션과의 무대가 있다는 것을 공연이 기대된 이유 중 하나였다. 결과적으로 당일에 둘 모두를 즐길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신세하의 개인 사정으로 신세하 앤 더 타운은 당일 공연에 나서지 못했다).


처음 공연 소식을 접할 때부터 레진코믹스 브이홀의 규모가 디 인터넷이 공연하기에 적합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공연장에 입장하면서 이러한 생각은 더욱 굳어갔다. 현매, 예매 모두 매진된 콘서트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무대를 기준으로 앞쪽에는 스탠딩 관람 관객이, 뒤편에는 좌석이 배치되어 있었다. 첫 번째 타임은 DJ 콴돌(Quandol)의 무대였다. 신세하 앤 더 타운의 드러머이기도 한 그는 밴드로서 무대를 펼치지 못한 아쉬움을 디제잉으로 달래는 듯했다. 디제잉은 음성이 주가 되는 포맷의 공연에서 관객을 이끌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DJ 콴돌은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 빠른 템포의 음악을 선곡하기보다는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집중하는 면모도 돋보였다. 상황에 따라 DJ의 역할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오프닝 게스트로서 DJ 콴돌의 플레이는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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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서였던 진보의 무대는 더욱 매력적이었다. 밴드 셋이었기 때문에 디 인터넷과의 직접적인 비교도 가능했는데, 결과적으로 진보는 주객전도라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좋은 공연을 선보였다. 그는 자신이 보컬 피처링으로 참여한 피제이(Peejay)의 “미끄러지듯이”를 시작으로 “Fantasy”, “Damn”, “너 없는”, “떠나기 전날에” 등을 노래했다. 진보는 밴드 편곡을 한 버전의 트랙을 공연했는데, 공연장의 파란 조명이 내는 은은한 분위기에 잘 묻어났다. 좋은 공연의 기준으로는 단순히 좋은 보컬과 좋은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관객을 이끌고, 공연장의 분위기를 진두지휘하는 것 역시 있는데, 그점에서 진보는 이날 굉장한 탤런트를 증명했다. 이는 위트 넘치는 멘트, 무대에서의 애드리브로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는 데서 잘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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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연을 펼친 두 명의 로컬 아티스트를 뒤로 하고, 드디어 주인공의 차례가 되었다. 하지만 진보가 퇴장한 지 30분이 넘어도 디 인터넷의 무대는 시작되지 않았다. 밴드 공연이기에 세팅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도 긴 딜레이는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관객의 기다림이 지루함에 다가갈 때쯤일까, 드디어 시드 다 키드의 노래가 시작됐다. 주인공을 맞이하는 관객의 호응은 대단했다. 긴 시간의 기다림 끝에 그들을 만났기 때문에 더욱 강한 울림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초반 디 인터넷의 라이브는 그들의 평균보다 아래였다. 굳이 앞 순서였던 진보의 공연을 언급하지 않아도 시드 다 키드의 보컬 컨디션은 좋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사운드 밸런스 조정도 완벽하지 않아, 공연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됐다. 다행히 공연이 점점 진행되면서, 초반에 두드러졌던 문제는 하나씩 해결됐다. 진행되면 될수록 디 인터넷은 사운드적으로 안정적인 밸런스를 유지해냈다. 공연의 중반부인 “Something’s Missing”, “Just Sayin/I Tried”를 거쳐 갈 때는 시드 다 키드의 보컬도 평소 모습을 찾아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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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인터넷이 내,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완벽한 라이브 공연을 하지 못했지만, 관객의 반응만큼은 뜨거웠다. 첫 곡 “Gabby”에서 시드 다 키드는 거의 노래를 소화하지 않았음에도 관객석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보컬의 컨디션과는 별개로 연주자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점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키보드를 맡은 킨타로(Kintaro), 베이시스트인 패트릭 페이지(Patrick Paige II)의 역량이 돋보였는데, 그들은 자유로운 모습으로 연주를 훌륭하게 해내며 시청각적 즐거움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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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인터넷의 내한 콘서트는 [Ego Death] 수록곡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Girl”, “Gabby”, “Under Control”, “Something’s Missing” 등 비교적 국내 리스너에게 친숙한 곡을 공연했고, 시드 다 키드(Syd Tha Kyd)의 솔로 트랙인 “Gone” 또한 국내 팬에게 선보였다. 다만, 모든 걸 차치하고 그녀의 라이브는 확실히 아쉬웠다. 본래 시드 다 키드의 보컬이 기술적으로 뛰어난 편이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예상하지 않은, 로컬 아티스트의 훌륭한 무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글 | HR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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