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E (2015년 1월 5주)
윅엘이(WeekLE)는 힙합엘이(HiphopLE) 내에서 유일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내 관련 정기 콘텐츠다. 2년 차를 맞은 윅엘이는 이전보다 더 싱글, 앨범, 믹스테입, 믹스셋, 뮤직비디오, 프로젝트와 같은 '결과물'에 집중할 예정이다. 에디터들은 항상 자신들이 생각하는 좋은 것들을 소개하려 하고,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기에 윅엘이 작성에 매주 임하고 있다. 그렇기에 에디터들의 취향이 당신과 맞지 않아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이런 걸 좋게 들었구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한다. 윅엘이 2015년 1월 5주차다.
두메인(Do' Main)과 벅와일즈(Buckwilds)의 다른 멤버에 비해 솔로 활동이 적은 편이었기에 이번 솔로 앨범에 그의 의지가 더욱이 크게 반영된 듯하다. 장르 팬들이 기대하는 소위 '빡센 힙합'의 전형만을 담은 건 아니지만, 한해는 적정한 러닝 타임과 여러 스타일의 프로덕션 위에서 자신의 유려한 랩을 충분히 뽐내고 있다. 팬텀(Phantom)의 한 축으로 활동하며 제약 아닌 제약을 받았던 걸 생각하면 [365] 안에서는 한해라는 한 명의 래퍼에게 자유도가 좀 더 보장된 셈이다. 물론, 어떤 특징이 대번에 연상되는 랩을 구사한다기보다는 이야기를 잘 전개해 나간다든가, 그 이야기 전개에 있어 꼭 필요한 유려한 플로우를 무기로 하기에 한해 자체가 앨범을 통해 대중에게 각인될 거라고는 장담하기는 어렵다(오히려 게스트에게 주도권을 뺏기는 듯한 트랙도 있다). 하지만 아티스트 자신이 각 곡의 컨셉을 잘 구축하고, 또 그것을 이해하고 있으며, 서사와 감정 표현에 충실하게 임하고 있기에 앨범은 준수한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터프한 톤의 트랙과 멜로우한 톤의 트랙이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다는 점도 이 앨범의 또 다른 장점이다. 그가 마지막 트랙 "가여워"에서 "이 곡은 앨범 구색 맞추기 절대로 아님"이라고 했듯이 앨범의 어느 트랙도 부자연스럽지 않으니 선입견 없이 듣는다면 분명 좋은 감상이 가능할 것이다. - Melo
컨소울 & 홀리데이 - [MOD]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컨소울(Konsoul)의 행보는 상당히 흥미롭다. 그는 트레비스 스캇(Travis Scott), 퓨처(Future)와 같은 아티스트와 흡사한 스타일을 구사해 카피캣이라는 딱지가 붙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도 맥시 싱글 [Nobody Knows]에서는 그리 독창적이지 못했었는데, 이후 발표한 EP [Man In The Mirror]에서는 더 지저분하고, 격렬하고, 과감해지면서 어느 정도는 자신만의 것이 있는 아티스트로 거듭나게 됐다. 그리고 이번에는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의 "살아남아 (Survive)", 오케이션(Okasian)의 "LALALA"를 만들었던, 트랩 스타일에 능숙한 프로듀서 홀리데이(Holyday)와의 합작품이다. 컨소울은 이번 작품 [MOD]까지, 총 세 작품을 내는 동안 그때그때의 역량에 맞춰 무리하지 않고 잘 만들어진 곡 5개씩만 선보이며 영리하게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나 이번에는 오랜만에 자신의 비트를 선보인, 더 발전해 돌아온 파트너 홀리데이가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이전에 만들었던 곡들에서는 타격감만을 앞세우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소스 가공과 배치 등을 통해 음악 전체를 감도는 특정한 분위기(음습함)를 연출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컨소울의 장악력, 홀리데이의 업그레이드된 프로듀싱, 자신들의 음악에 잘 스며들 수 있는 게스트 기용까지, 모든 게 어긋나지 않은 채로 제 역할을 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완성도 높은 트랩 앨범이었다. - Melo
엘로 (Feat. The Quiett) - "Your Love"
비비드(VV:D) 크루의 마지막 타자이자 AOMG 소속이기도 한 엘로(Elo)의 싱글이다. 그간 엘로는 이름값에 비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발표하는 결과물이 적었기에, 실력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20개월 만에 발표한 세 번째 싱글, “Your Love”는 사람들에게 엘로라는 아티스트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해보면, 이번 싱글은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감상 지점이 존재한다. 먼저 구성 요소의 조화가 눈에 띈다. 그레이(Gray)는 신디사이저를 다양하게 활용해 얼터너티브 알앤비 트랙을 만들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프로덕션은 담백하게 노래하는 엘로의 보컬 스타일과 잘 어우러진다. 훌륭한 랩 피처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더콰이엇(The Quiett)과도 조화롭다. 프로덕션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이어가 보면, 구간마다 여러 장치를 배치해 분위기의 고저를 만드는 게 인상적이다. 후반부에 샘플의 피치 변화를 통해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과 브레이크를 활용해 분위기 환기에 성공하는 모습이 있다. 곡의 주인인 엘로의 활약으로 만들어진 감상 지점도 많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곡과 어울리는 소리, 가사를 들려준 것이 긍정적이다. 앞서 언급했듯 최대한 담백하게 노래하는 모습은 프로덕션 특성상 자칫 지루한 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를 지운다. “원치 않아 우리가 가라앉길”과 같이 프로덕션 분위기와 알맞게 공상적으로 비유한 라인을 배치한 점도 훌륭하다. 이번 싱글에서 엘로는 자신의 여러 재능을 온전하게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Your Love”는 엘로가 자이언티(Zion. T), 크러쉬(Crush)에 못지 않은 알앤비 아티스트임을 증명한 작품이었다. - HRBL
수다쟁이 (Feat. Noise Mob) - “유랑가 (Nomad)”
유목민은 공간을 떠돈다. 자주 거처를 옮기기에 차림새는 보잘것없다. 하지만 폭넓은 경험 덕에 그들의 사유는 유연하고 뚜렷하다. 그들은 기존의 가치와 삶의 방식을 부정하고 끊임없이 자기를 가꾸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수다쟁이의 신곡에는 이 유목민과 유사한 조선의 유랑민이 등장한다. 이들은 조선 팔도를 유랑하며 걸식해야 하루하루 연명할 수 있지만, 논 한 마지기나 비단옷 한 벌 없어도 탁주 몇 사발과 맘껏 뛰놀 수 있는 판 하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한다. 그러나 세상은 이들의 유랑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몇 안 되는 이들의 행복마저 앗아가려 한다. 조선의 유랑민이라니. 뜬구름처럼 느껴지는 소재이지만, 사실 이 곡은 조선의 이야기를 빌려 현대 사회를 비꼰 풍자극이다. 21세기의 예술적 유목민은 언제까지 한반도를 유랑해야 할까. 물질에 물든 이들은 언제까지 갑질과 저울질로 사람을 평가하는 걸까. 유랑할 수밖에 없기에 유랑민이지만, 그들의 방랑이 행복에 가득해질 때 우리의 삶도 더욱 윤택해질 것이다. 수다쟁이의 의미 있는 수다는 계속된다. - Pepnorth
장혜진 (Feat. Deepflow) - "오래된 사진 (아름다운 날들 Part. 2)"
1968년생, 아름다운 누나 장혜진이 신곡으로 돌아왔다. 2001년에 발매된 “아름다운 날들”의 두 번째 이야기, “오래된 사진”이다. 그런데 이번 싱글은 장혜진의 오랜 팬들에게는 뜻밖의 곡이 될지도 모르겠다. 장혜진 표 발라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전자음악과 힙합의 바이브가 메웠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그녀가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색깔의 음악을 제 옷처럼 소화해냈다는 사실이다. 그 중심에는 VMC 소속의 프로듀서 TK의 프로듀싱과 딥플로우(Deepflow)의 가사가 있다. TK가 만든 비트는 따뜻하고 유려한 멜로디를 기반으로 전자음과 효과음을 구석구석 배치해 트렌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난주 던밀스(Don Mills)의 “바람난 던밀스”를 프로듀싱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여기에 딥플로우가 쓴 가사는 선명하다. 사진을 보고 추억에 잠기는 화자의 모습이 눈에 그려질 만큼 묘사의 수준과 섬세한 감정의 표현도 탁월하다. 장혜진이 이런 곡을 이렇게 소화하리라고 누가 감히 예상할 수 있었을까. 예상을 깬 프로덕션의 완벽한 승리다. - Pepnorth
에스비 & LT - [Dream Eaters]
누가 뭐라고 해도 힙합에서 가장 메인이 되는 요소는 랩이다. 보컬은 대개 후렴에 삽입되며 조미료 같은 역할을 도맡는다. 하지만 두 요소의 비중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지키는 불문율이 무너질 때 힙합은 신선해진다. 1 MC 1 보컬은 그 규칙을 무너뜨리기 가장 좋은 조합이다. 한 팀에 래퍼와 보컬이 다 있어 곡을 자유자재로 구성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랩 사이에 보컬의 후렴을 끼워 넣을 수도, 보컬의 노래에 랩을 살짝 곁들일 수도 있다. 솔로곡으로 각자의 매력을 발산할 수도 있다. 보컬 에스비(Esbee)와 래퍼 LT로 구성된 듀오 에스비 & LT(Esbee & LT)의 믹스테입 [Dream Eaters]은 짧은 플레잉 타임에도 앞서 언급한 스타일이 조목조목 다 들어가 있다. “Good Morning”은 랩과 노래가 각각 1절과 2절을 담당하고, “그대”는 보컬이 전면에 등장해 곡 자체를 이끈다.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매력은 “집 가는 길 (LT Solo)”과 “Midnight (Esbee Solo)”에서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곡을 하나로 묶는 건 LT와 에스비의 실력이다. LT는 중심이 단단히 잡힌 톤으로 리듬을 밟아가며 꽉 찬 랩을 선보이고, 에스비는 고음을 지르는 대신 차분하고 소울풀한 목소리로 감미로운 노래를 들려준다. 힙합과는 거리가 먼 아티스트인 샘 옥(Sam Ock)의 “Good Morining, Good Evening”이나 보컬 질 스캇(Jill Scott)의 “Bedda At Home”, 얼터너티브 힙합을 구사하는 프레디 조아킴(Freddie Joachim)의 “Hours” 등을 비트로 활용해 전반적으로 통일된 분위기를 조성하며 완성도를 높인 점도 인상적이다. - Pepnorth
고호 (Feat. Simahoy of Bad Joyscoutt) - "이끌린대로"
지난여름, 이다흰, 콕재즈(Coke Jazz)와 함께 만든 곡으로 데뷔했던 고호(KOHO)의 두 번째 싱글이다. 데뷔곡 “Campfire”에서 고호는 독특한 음색을 전면에 내세워 매력을 뽐냈지만, 동시에 보이스 컬러 외에는 보컬리스트로서 긍정적인 지점을 만들지 못해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끌린대로”에서 고호는 데뷔 싱글을 통해 안고 갔던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개선한 모습을 보인다. 깨끗한 음색을 강점으로 그대로 가져가면서, 훵키한 신디사이저가 돋보이는 프로덕션에 맞춰 유연하게 보컬을 진행한다. 그중에서도 코러스가 눈에 띄는데, 힘 있는 보컬과 청아한 목소리를 활용하는 두 스타일을 구간마다 알맞게 오가는 보컬 구성이 안정적이라 느끼게 한다. 이를 통해 단조로운 보컬 구성으로 미숙함을 드러냈던 지난 싱글과 비교해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이다흰과 고호가 함께한 프로덕션에선 70~80년대 훵크 음악에서 영향받은 듯한 신스 변주와 후반부 간주를 통해 자연스럽게 곡을 끝맺음했다는 게 긍정적이다. 청량감 넘치는 프로덕션 분위기도 고호의 보컬을 돋보이게 하는 데에 일조했다. 이번에 고호가 선보인 보컬은 기술적인 면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데뷔 싱글보다 발전한 편이다. 여러 면에서 다른 점이 있겠지만, “이끌린대로”의 고호에게서 30여 년 전 훵크, 디스코 음반에서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노래하던 여성 아티스트의 모습이 보였다. - HRBL
엠타이슨 - "Easy Come Easy Go"
수많은 장르중에서도 레게는 유난히 선입견이 가득하다. 레게가 방송에서 소비되는 방식이 이런 경향을 부추겼을 것이다.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레게는 해변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거나, 느긋함을 보일 뿐이다. 자신을 '댄스홀 레게 뮤지션'이라고 소개하는 엠타이슨(M.TySON) 역시 이런 전형적인 모습을 피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커리어 사이사이에 "다 해먹어"나 "Automatic"과 같은 곡을 통해 단체나 사회, 혹은 시장의 부조리함을 꼬집는 음악을 선보인 적 있다. 새롭게 발표된 싱글, "Easy Come Easy Go"는 현 대한민국의 청년 실업을 이야기하며 앞서 소개한 곡들과 맥락을 나란히 한다. 다른 점이라면 앞선 곡들이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고, 여러 리듬과 악기를 쓴 라가 머핀이었던 반면, 이번 곡은 루츠 레게의 형식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청년 실업'과 같은 심각한 주제를 다룬 곡은 듣기 어렵기 마련이지만, 이 곡은 가볍게 들을 수 있다. 이는 덥 리듬이 주는 흥겨움과 댄스홀 음악을 다룬 경력이 긴 엠타이슨의 능력이 한 곡에 겹쳐진 덕이다. - GDB/ANBD
글│ Melo, Beasel, HRBL, Pepnorth, GDB/ANBD
흥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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