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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Straight Outta Compton' 상영회

Beasel2015.09.10 18:43추천수 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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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ight Outta Compton> 상영회

2013년, 아이스 큐브(Ice Cube)는 인터뷰를 통해 N.W.A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에 대한 암시를 던졌다. 당시에는 이 복선이 정규 10집 [Everythang's Corrupt]를 준비 중이던 그의 마케팅적인 발언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아이스 큐브는 계속해서 영화의 캐스팅과 줄거리 등에 대한 이야기를 건넸고, 닥터 드레(Dr. Dre) 역시 각종 인터뷰를 통해 본 영화 작업이 자신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다며, 전체적인 진척사항을 전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대중들의 기대감은 끌어 올랐다. 80년대 말부터 90년 초 웨스트 코스트 힙합씬을 이끌었던 슈퍼 그룹의 스토리를 영상화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그 이목을 끌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올 초, 영화의 예고편과 메인 포스터가 공개되고, 닥터 드레가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이자 자신의 새로운 스튜디오 앨범인 [Compton: A Soundtrack by Dr. Dre]을 연달아 발표하며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그룹(The World's Most Dangerous Group) N.W.A의 전기 영화, <Straight Outta Compton>은 그렇게 서막을 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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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을 기점으로 영화는 미국 전역에서 상영을 시작했고, N.W.A의 명성에 걸맞게 놀라운 흥행과 각종 평단의 호평을 기록했다. <Straight Outta Compton>은 개봉 이후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함은 물론, 그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개봉 당일부터 현재까지 벌어들인 총 수익만 해도 1억2,312만 달러(한화 약 1,466억 원) 정도라고 하니, 그 기세는 가히 기록적이다. 게다가 본 작은 2005년 개봉한 <Walk the Line>를 제치고, 역대 음악 관련 전기 영화 중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둔 필름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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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현지에서도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힙합 영화를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자체가 팬들에게는 큰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제1회 서울 힙합영화제의 프롤로그 상영작으로 선정된 <Straight Outta Compton>은 김봉현 음악 비평가, 클로이, KU 시네마테크, 힙합엘이 등이 뭉친 “서힙제팀”을 중심으로 국내에 첫선을 보이게 됐고, 일리네어 레코즈(Illionaire Records)의 도끼(Dok2)와 더콰이엇(The Quiett)의 감수를 거쳐 한국 상영이 정식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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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상영회는 건국대학교에 위치한 KU 시네마테크에서 9월 5일 3시와 7시, 2회에 거쳐 이루어졌다. 본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듯 예매는 일찍이 마감되었고, 많은 관람객이 당일 자리를 찾았다. 영화 시작 전에 앞서 대기 공간에서부터 N.W.A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가 대거 비치되어 있었다. 우선 웨스트 코스트 LP 컬렉션이 눈길을 끌었다. N.W.A의 [Straight Outta Compton], [100 Miles and Runnin'], [N.W.A's Greatest Hits] 등의 LP는 물론, 닥터 드레의 [The Chronic], 아이스 큐브의 [AmeriKKKa's Most Wanted], [Death Certificate] 등이 벽면에 가지런히 진열돼있었다. 영화에 등장하게 될 그룹의 앨범과 각 멤버들의 솔로작을 간단하게나마 미리 접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대형 포스터를 활용한 포토존과 영화의 예고편을 방영하는 TV 영상도 접할 수 있었다. “서힙제팀”은 당일 관람객들에게 서울 힙합영화제의 로고를 본떠 만든 스티커까지 무료로 배포하는 등, 많은 준비와 열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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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30분에 달하는 영화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딱딱한 다큐멘터리나 독립 영화의 형식에서 벗어나,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상업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에 평소 영화를 가볍게 접하는 이들이라도 부담 없이 필름을 감상할 수 있었다. 화려한 인트로 영상을 기점으로 영화는 시작되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단연 출연진과 실존 인물 간의 싱크로율이다. 아이스 큐브 역을 맡은 오셔 잭슨 주니어(O'Shea Jackson, Jr.)가 실제 아이스 큐브의 아들이란 사실은 개봉 전부터 이미 화제가 된 사실이다. 소름 돋을 정도로 닮은 부자는 마치 실제 아이스 큐브의 젊은 시절을 그대로 복사한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당시의 사건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질문하고, 조언을 들으며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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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많은 배우가 N.W.A 멤버들과 높은 외형적 정확도를 보였다. 이지-이(Eazy-E) 특유의 선글라스와 곱슬머리를 고스란히 재현한 제이슨 미첼(Jason Mitchell), 닥터 드레의 젊은 시절을 멋스럽게 표현한 코리 호킨스(Corey Hawkins) 등이 돋보였다. 또 다른 멤버인 MC 렌(MC Ren), DJ 옐라(DJ Yella) 뿐 아니라 중간중간 카메오로 지미 아이오빈(Jimmy Iovine), 투팍(2Pac), 스눕 독(Snoop Dogg), 슈그 나이트(Suge Knight), 더 디오씨(The D.O.C.) 등 당시 커리어를 함께한 많은 이들이 영상에 등장한다. 다소 얼토당토않은 일치율의 인물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제작진이 캐스팅에 많은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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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당시의 시대상을 굉장히 잘 녹여냈다는 점에서 높은 사실성을 구현한다. 단순히 각 인물의 관계나 음악의 탄생뿐 아니라, 80년대의 흑인 탄압과 공권력을 횡포 등을 곳곳에 담아내며, N.W.A 음악의 탄생 배경과 그 발전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로드니 킹(Rodney Glen King) 구타 사건과 L.A. 폭동, 흑인들을 무자비하게 검문하는 백인 경찰들의 행위 등이 표현된 영상은 당시의 현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인종적 문제뿐 아니라 소품에서도 영화는 높은 디테일을 자랑한다. 90년대 래퍼들이 즐겨 입었던 휠라(FILA)의 제품이 종종 등장하고, 현재는 오클랜드 레이더스(Oakland Raiders)지만 당시만 해도 연고지를 LA에 뒀던 로스엔젤레스 레이더스(Los Angeles Raiders)의 모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물론, 이지-이가 극 초반에 쓰고 나온 시카고 화이트삭스(Chicago Whitesox)의 모자는 당시 아직 출시되지 않았던 로고였다는 등, 약간의 옥에 티도 존재한다.






<Straight Outta Compton>를 권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그 음향에 있다. 웅장한 사운드 기기로 접하는 당시의 명곡은 묘한 쾌감과 통쾌한 타격감을 선사한다. “Boyz-n-the-Hood”, "Fuck tha Police", "Straight Outta Compton", "Nuthin' but a "G" Thang", "California Love" 등의 클래식 트랙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영화는 큰 감흥을 자아낸다. N.W.A의 대표적인 앨범의 탄생 과정과 그 변천사, 각 멤버들의 역할을 직접 관람함과 동시에, 음악이 흘러나오니 눈과 귀가 동시에 충족될 수밖에 없었다. 갱스터 힙합 특유의 화끈한 가사와 여과 없는 표현, 거침없는 공격성은 본 필름을 더욱 강렬하고 탄력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당일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도 명곡이 흘러나올 때마다 탄성을 질렀고, 목을 자연스럽게 끄덕이는 이도 더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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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종료된 이후, 김봉현 비평가와 도끼, 더콰이엇의 토크 코너가 이어졌다. 해당 일이 <나 혼자 산다>가 방송된 바로 다음 날이었기에,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도끼를 실제로 보는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다. 상영회 전날까지 LA에 있었던 도끼는 당일 아침에 귀국해 본 상영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두 아티스트의 인기에 걸맞게 많은 이들이 영화가 끝났음에도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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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근황으로 시작된 토크는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 인상 깊었던 장면, 간단한 질의·응답 등으로 이뤄졌다. 더콰이엇은 감수 작업에서의 소감을 밝혔고, 도끼는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닥터 드레와 그의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과거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는 식의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김봉현 비평가 역시 영화 자체에 대한 소개와 동시에 N.W.A가 가진 상징성 등에 대해서 명쾌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등, 토크는 별 무리 없이 진행됐다. 이어 간단한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두 아티스트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과 함께, 블러드(Bloods)와 크립(Crips)에 대한 내용, 닥터 드레와 이지-이간의 갈등, 당시 루스레스 레코즈(Ruthless Records)에 속했던 본 석스 앤 하모니(Bone Thugs-n-Harmony)에 대한 내용 등, 꽤 깊이 있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어 영화 포스터와 관람권 증정, 간단한 마무리 멘트가 이어지며 본 행사는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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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ight Outta Compton>은 <Nas: Time Is Illmatic>보다는 <Notorious>에 가까운 필름이다. 어느 정도 상업성도 수반되어 있음과 동시에, 각 인물에 대한 미화적인 측면도 곳곳에 두드러지는 게 사실이다. 본 영화의 제작 과정에 아이스 큐브와 닥터 드레가 참여했으니 그 정도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영화는 분명 준수한 완성도를 뽐낸다. 음악과 영상은 높은 균형을 자랑하고, 세밀하게 신경 쓴 줄거리는 높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N.W.A의 음악을 평소 즐겨듣는 이들은 물론, 90년대 갱스터 힙합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이들이라도 큰 어려움 없이 본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프롤로그 상영회를 놓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은 더욱 다양한 선택의 폭이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 10월 말에 진행될 <제1회 서울힙합영화제>에는 <Straight Outta Compton>은 물론, 다양한 개성과 멋을 담은 힙합 영화를 다수 상영 할 예정이다. 힙합을 주제로 한 영화 자체가 흔치 않거니와 국내에서 이런 취지의 영화제가 개최된다는 자체가 큰 기회이니,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면 좋을 것 같다.



관련링크 |
힙합엘이 스페셜 페이지: [링크]
서울힙합영화제 페이스북: [링크]
kick&snap 홈페이지: [링크]



글 | Beasel

사진 | EtchForte for kick&snap(kicknsn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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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9.13 00:05
    어제 영화관에서 진짜 재미있게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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