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에 대한 인식이 대중과 음악가 사이에서 다를 수 있을 거라는 건 충분히 이해 가는 부분이라 봅니다.
사실 저를 포함해 대다수 일반인들이 얼빠에 대해 부정한다면 그 같은 부정에 앞서 자신의 행적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이에 대한 반응 역시, 어느 정도 개인차가 있겠지만 시스템상 대중 노선의 음악가와 언더 음악가 사이에서도 다를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하고요(이에 대한 반론 존중합니다).
오왼의 경우 대중의 사랑보다는 개인의 음악적 성취를 더 중히 여길 포지션이란 점에서, 음악에 들인 공이나 자부심이 크면 클수록 오롯이 음악으로 승부하고 싶은 마음 역시 클 거라 짐작됩니다.
하지만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본 것은 처음 본 것과 같지 않으리라'는 말이 있죠.
원문은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널리 알려진 것은 유홍준 교수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인용되면서 였는데요,
여튼 전 팬문화도 이 같은 관점에서 존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빠든 뭐든 좋아하게 된 계기가 외향적인 것에 반해서 였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음악 내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가진다고 보는 거죠.
그리고요, 역으로 작품을 아끼다 보니 용모 마저 취향이 되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전 원래 그냥 일반적으로 잘생겼단 말을 듣는 이성을 좋아했는데요.
얼굴을 모른 채 듣기 시작한 모 메탈 밴드 기타리스트의 기타 톤과 스케일을 너무도 좋아한 나머지 나중에 본 그의 얼굴이 제 취향과는 많이 떨어진 것이었음에도 생김새 까지 취향이 되고 말았거든요(친구들에게 얼굴 보여줬다가 취향 괴상해졌단 말 많이 들었습니다).
그냥 그 뮤지션에 대해 뭐든 긍정하고 싶고 좋아하게 되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팬심이 생기기도 한다는 거죠.
뭐, 이건 뻘소리였습니다만, 쨌든 얼빠는 진정한 음악팬은 될 수 없단 식의 섣부른 단정은 지나치게 단선적인 생각인 것은 아닌가 아쉬움이 남네요.
게다가 오왼의 이번 행동 역시 뮤지션으로서의 자부심 운운하며 쉴드 치기 어렵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빠에 대해서는, 제 주위에도 대중 가수의 얼굴에 반해 팬이 되었다가 그 가수의 음악에 피처링한 언더 뮤지션의 음악을 찾아 듣고 점차 감상의 폭을 넓힌 친구들이 더러 있어서 충분히 긍정적이라 보는 쪽입니다. 게다가 상업적으로 볼 때도 소비 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요.
발단이 된 DM에 대해서도 성가셨거나 정도를 넘어 정히 환멸스러웠다면 무시하거나 충고하는 걸로 끝났으면 됐을 텐데 뭔가 찬물을 끼얹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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