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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해석] Khundi Panda - [가로사옥] 3. 자벌레 (Camoflage)

title: Yeezus머리카락괴물2020.08.10 19:25조회 수 571추천수 4댓글 1

 

   3. 자벌레 (Camoflage)

 

가사를 읽으면서 감상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https://genius.com/Khundi-panda-camoflage-lyrics

 

 세번째 트랙 ‘자벌레’에서는 새로운 인물 B가 등장합니다. 첫 번째 벌스에서 듣는 이에게 B를 소개하는 듯한 가사의 비유가 인상적입니다.

 

방지턱을 무시하고 밟은 같아
덜컹거리던 말던 환청 취급했지
아마도 우리들 만남도
순수했던 시절 빌미로 같은 방향, 같은 차를 다음
차체가 무너지던 말던 각자 다른 장관을 담아 눈에 찰칵

 

 B는 쿤디판다와 ‘같은 방향, 같은 차’를 탄 인물입니다. 차에 관한 비유는 첫번째 트랙에서도 등장했는데, B는 쿤디판다와 함께 음악을 하던 인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둘은 앞으로 가야한다는 욕심 때문인지, ‘덜컹거리는 소리’를 무시하며 밟았습니다. 음악에 있어서 둘 사이의 의견차이나 갈등이 있었음을 유추해볼 수 있는데, 결국 차체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듯합니다. 눈에 ‘각자 다른 장관’을 담았다는 가사는 B와 쿤디판다가 원하는 방향이나 목표가 달랐음을 확실히 알려줍니다.

 

우리를 향해 쬐었던 서울은
너무나 다른 시선, 질투는 무서운

 

 보통 ‘쬔다’라는 표현은 ‘햇볕이 내리쬔다’처럼 쓰이는데, 서울이라는 단어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인상깊었던 라인입니다. 쿤디판다와 B가 바라보는 서울의 ‘장관’도 달랐었지만, 서울이 둘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랐다고 설명합니다. 그 시선의 의미는 뒤의 가사에서 드러납니다. 사람들은 B는 큰 무대에도 서고, ‘멋쟁이’들과 어울릴 정도로 성공한 반면, 쿤디판다는 밑바닥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첫 번째 벌스를 들으면서 ‘방지턱을 무시하고 밟은 것 같아’라는 인상깊은 도입부로 시작한 후, 미친듯이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비유로 가사를 이어가면서, 그 속에서 하고싶은 말을 전달하는 것이 쿤디판다 음악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쿤디판다는 둘의 위치를 비교하며 괴리감을 느꼈고, ‘뜸한 회신’에서 B가 배신한 건 아닐지 망상까지 합니다. B가 배신해도 될 정도로 자신이 더 이상 B에게 쓸모없는 인물이 되었음을 느낌과 동시에, 이 계산을 한 스스로가 벌레 같다고 느낍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려 문제일까
스치고 내가 스쳤던 모두를 재봤지
이제 숫자로 보여, 이제 숫자로 보여
지독한 습관은 보호색, 생각들은 꼬여

 

 이제는 처음의 가사와 제목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쿤디판다는 사람들 모두를 숫자로 보는 습관을 가지게 됩니다. 사람들을 숫자로 보고 길이를 재는 것이 자(ruler)와 비슷하면서도,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벌레처럼 느껴져서 붙인 제목이 ‘자벌레’입니다. 쿤디판다가 초라함을 느끼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자신의 길이를 재어보니, B와 비교해 보았을 때 B에게 쓸모없는 인물로 느껴질 정도로 숫자가 작아서 입니다(=’자연스레 부대끼는 괴리감’). 두 번째는 ‘사람’을 보고 ‘숫자’를 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벌레같기 때문입니다(=’어쩌면 이 계산까지 했던 내가 더 벌레 같은 꼴로’).

 

img1.daumcdn.png

보호색(Camouflage)를 이용하는 자벌레의 사진

 

 실제로 자벌레는 보호색을 가진 곤충입니다. 쿤디판다는 시간이 지나며 모두를 숫자로 보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은 자신을 지키는 ‘보호색’과 같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지독한 내 습관은 보호색, 생각들은 꼬여’라는 가사에서도 볼 수 있듯 이 습관은 쿤디판다에게 꼬인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자신을 벌레처럼 느끼게 합니다.

 

우리 사이, 훗날에 지금을 꺼내면
언제적 부담이냐 하며 한턱 내는 건배로
끝내 나의 소외감은
과거에게나 망설임 없이도 건네줘

 

 두 번째 벌스에서는 음악 활동을 '항해'에 빗대며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설명합니다. B는 쿤디판다와 달리 먼저 나아갔지만, 그것은 ‘먼저’ 간 것일 뿐 자신 또한 그곳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때가 되면, 지금 느끼고 있는 부담, 소외감 같은 감정은 사라지고 건배를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합니다. 그 생각을 가지고 한 단계씩 최선을 다해 나아갔던 쿤디판다는 어느 날 이태원의 클럽파티에서 B를 만났습니다. 그 날, B는 쿤디판다를 모른 척 하고 지나쳤고, 첫 번째 벌스에서 망상이었던 ‘배신’이 사실이었음을 그 순간 확인합니다. 이렇게 B와 쿤디판다의 관계는 끝이 납니다.


됐다, 됐어, 다 필요 없는 말
애초에 내가 잘 나갔으면 이런 소리 할 필요도 말야
결국 나를 파괴하고 보호해줄 이 계산에 기대서
정했지 내 이타심의 근본 바닥은 이기심에서

 

 마지막 벌스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쿤디판다는 사람들을 숫자로 재는 습관인 ‘보호색’이 자신을 지키기도 하지만 파괴하기도 함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보호색’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타심이 이기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합니다. 이후에는 비트가 바뀐 후 ‘오로지’, ‘날 위해서’, ‘말했듯’ 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트랙이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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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8.10 20:03

    또한 이태원파티에서 그 인물이 쿤디판다 인사를 생깠는데

    그 인물의 눈에 자신이 자벌레 (보호색을 띄어서 그냥 나뭇가지같고 없는 것 같은 존재) 로 보였다는 뜻도 있는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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