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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개미가 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title: Kanye West (2)Kan¥ewe$t2024.05.02 02:05조회 수 3043추천수 17댓글 7

해당 글은 QM님의 [개미]에 영향을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저는 이것을 리뷰라고 부르고 싶지만 일반적으로 리뷰라고 쓰이는 글의 형태는 띄고 있지 않습니다. 음악적 지식이 뛰어나거나 QM님에 대하여 정말 많이 알고 있었으면 그런 글을 쓸 수 있었을테지만 저는 그렇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저 제가 정말 인상깊게 들었던 앨범에서 느꼈던 감정이나 서사를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보고자 하였습니다. 물론 제가 앨범을 깊게 파면서 듣기 보단 그저 반복해서 들은 후에 쓴 글이기에 일종의 오독(誤讀)이 있을 수 있고, 이야기를 위해 각색된 부분도 있을 겁니다. 글이 서툴면서 길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들에게나 읽히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혹여 읽으시게 된다면 아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 앨범을 들었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애벌레에서 번데기를 거쳐 성체가 된 개미는 평생 같은 일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이렇다 할 개성도 세상에 남을만한 흔적도 없이 그저 한 세계를 돌아가게 하는 각각의 톱니바퀴들처럼 평생을 하나의 부품처럼 살아간다. 이는 어쩌면 우리의 세계와도 닮아있다. 물론 인간은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고, 각자의 운명에 따라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떠나가게 되는 이들도 있지만 그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일 뿐 거시적으로 본다면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고 노동자 혹은 직장인이란 이름으로 그렇게 톱니바퀴처럼 살아간다. 결국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대다수의 인간과 개미는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인간인지 개미인지 모를 그는 그런 삶을 사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개미의 운명을 타고난 그는 개미가 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알을 깨고 나온 애벌레는 수많은 개미들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 같은 모습으로 같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심지어는 형이라고 부르던 먼저 성장한 개미는 그에게 너도 그런 삶을 사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너도 성장하면 알게 될 것이라며 거들먹 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절대로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세상을 향해 반항과 발악을 하기로 했다.

 

세상이 말하길 침묵은 금이다. 하지만 그는 첫 번째 반항으로 자신의 생각과 영감들을 떠벌리는 것을 선택했다. “한나라는 이름을 가질 딸에 관한 상상을 이야기로 꾸며 떠들기도 했고 숨만 쉬면 돈이 나가는 현실을 자신의 삶에 대입하여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그것은 그를 부유하게 만들었고 침묵하라고 했던 세상에 대항하여 오롯이 정반대의 방식으로 금을 만들어냈다. 침묵이 금이라던 세상의 말에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고, 그렇게 그는 호기롭게 세상이 틀렸다는 듯 입 닥쳐!”라는 말을 되돌려 주었다.

 

승리감을 맛보며 세상에 대항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그는 오히려 금에 대한 집착이 생겼다. 동시에 개미가 되지 않는 방법 중 하나가 금을 많이 갖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갖게 했다. 그리고 사실은 너희도 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거만함을 느끼게도 했다. 그런 그는 형을 찾아갔다. 그러고는 마치 총을 쏘듯 그에게 퍼부었다. 당신은 틀렸다고. 당신이 말한대로 개미가 되는 길을 걷지 않았지만 많은 금을 모았다고. 정작 형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정말 형처럼 될까봐, 세상을 이겨내지 못할까봐 듣고만 있던 말을 금을 잔뜩 모은 후에야 퍼부을 수 있게 되었다. 형의 삶은 그에게 패배로 보였고 자신은 그렇지 않을 거란 열망을 화풀이 하듯 퍼부은 그였다. 하지만 어쩐지 그의 맘에는 아직도 조급함이 남아있었고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그는 이제 또 다른 방법도 구상해야 한다는 강박이 들었다.

 

그는 시야를 자신의 주변으로 돌렸다. 개미로 살아가던 그의 부모가 보였고 그들은 늙어가고 있었다. 비록 지금은 많은 금을 가진 그지만 처음부터 부유했던 건 아니었기에 넉넉하게 자란 가정에 대한 열등감도 있었고, 안정감이 생긴 그는 이제라도 가정의 안식이 필요했다. 부모님이 늙는 걸 보기 싫었고 지금의 시간을 붙잡고 싶었다. 그렇게 그는 시간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하지만 그는 그저 떠벌리는 일로 금을 모아 봤을 뿐 시간을 붙잡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시간을 금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시계에 보석을 두르는 의미 없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시간을 지배하고 싶다는 목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그의 머릿 속엔 금이 세상을 이길 수 있는 수단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박혀있었고 목적은 잊은 채 여전히 금에 집착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사망 보험금까지 자신의 것이라고 상상하게 할 정도로. 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내면에 조급함과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한편 금은 그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욱 간악한 존재였다. 그의 정신을 잠식한 금은 자신의 몸집이 커질수록 그의 내부에 있던 믿음이란 존재를 갉아먹었고 그 대가로 압박감과 조급함을 배설했다. 그런 상황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그는 금의 배설물을 치우기 위해서라도 신이라고 불리는 존재를 믿어보기로 했지만 이는 오히려 자신도 느끼지 못할 이중적 사고를 겪게 만들었다. 세상을 이겨내 개미가 아닌 딸을 낳아 한나라는 이름을 붙이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그는 동시에 하녀를 부리고 싶어졌고, 친구의 아이 사진을 보며 기뻐하다가도 그의 신부와 아이, 아니 그의 남편으로서의 삶까지도 뺏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뇌는 금에 잠식되 그저 욕망에 눈 멀게 되었고 그동안 시간이 그를 진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잊고 있었다. 개미가 되고 싶지 않다는 목표에 가장 큰 적이 시간이라는 것은 인지하지 못한 채 애벌레였던 그는 곧 번데기가 될 것이라는 사실 조차 잊고 있었다. 세상은 금을 미끼로 그를 시간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들었고 결국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지 못한 채 번데기가 되었다.

 

번데기가 되어버린 그는 자신의 몸을 금으로 휘향찬란하게 두른 것이 개미가 되지 않는 것에 있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 그는 애벌레였던 시간 동안 자신이 오직 금만을 모았고 그것이 자신이 세상을 이겼다는 헛된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세상을 이겼다고, 자신은 개미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던 생각들이 모두 헛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그는 자괴감에 빠지게 되고 심지어는 스스로를 증오하기도 한다. 결국 그는 개미와는 전혀 멀어지지 못한 채, 자신이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미래에 직면하게 된 채로 자신의 배를 터뜨리게 된다.

 

개미가 된 그는 결국 본격적으로 개미굴에서 살게 된다. 그 속에서의 경험들은 그에게 개미로서의 삶이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 걸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아름다울 것 같았던 첫 교미도 다른 수컷 몰래 죄 짓듯이 해야 했다. 사랑을 기반으로 한다는 교미도 그저 쾌락을 채우기 위한 행위에 불과했고 서로 몸을 섞었지만 그는 여전히 그 암컷을 믿지 못했다. 개미는 개미굴에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됐고, 모아왔던 많은 금으로 자존감이 높은 척 하지만 결국 그 금들은 많은 양의 식량에 쓸 뿐 이었다. 부유하지 못했던 어린 애벌레 시절과 달리 지금은 배가 터질 듯 식량을 삼키지만 만족하지 못한 채 게워내고 또 삼키고 게워내고 또 삼킬 뿐이었다. 그는 이제 어떤 존재나 행위로도 만족할 수 없었다. 세상을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자신감있게 모아왔던 금이 지금은 세상을 대신해 자신을 파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그는 같은 개미굴 안에서 살아갈 지언정 자신의 방은 다른 개미들에 비해 넓었고 그를 치장한 금은 다른 개미들이 꽤나 부러워 할 정도로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행복하지 않다. 애벌레 시절의 만족감과 자신감은 이미 잃은 지 오래다. 그는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금이 아직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사실은 그렇게 믿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금으로도 피하지 못한 개미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 지금은 그에게 삶의 의미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듯 했다. 그 순간 자신의 아버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아버지는 시간에 처참히 패배해 이제 자신이 가진 시간의 종말을 준비하는 듯 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페로몬의 냄새를 잊게 되어 집을 찾아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을 그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아버지가 아닌 자신에게 있다는 걸 그는 깨닫게 되었다. 삶의 의미도 없고 아버지가 시간에게 패배하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았던 그 순간 그의 맘 속에서 누군가 속삭이듯 말하고 있었다.

 

그냥 해버려.”

 

개미굴에서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한 암컷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고, 그래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서로의 패배감과 고통을 공유했고, 그렇게 함께 망가져갔다. 패배감에 절여져 망가져 버린 둘에게 세상이 망했으면 좋겠다.” 라거나 이렇게 살다간 좀비가 되어 너를 물어버릴 지도 몰라.” 와 같은 말은 서로가 풀어내는 사랑의 방식이었다. 비록 술과 약을 함께 삼키더라도, 그의 다리에 천국의 계단 같은 상처들이 쌓여있어도 그들은 사랑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사랑을 세상에 증명하고 싶었다. 그 결심은 그가 아닌 암컷의 입에서 나왔다.

 

같이 죽어주면 좋겠어

 

알겠어

 

그의 아버지는 오늘따라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아들의 안부를 살피고 싶지만 어쩐지 걱정이 앞선다. 그의 어머니는 그래도 한창인 개미인데 바쁠 수 있다고, 나중에 찾아가 안부도 나누고 인사도 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좋은 방에 살고 있는 아들이 남들보단 풍족한 금으로 지내고 있기에 안심해도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불안하며 두려웠고 자신의 페로몬이 혹시라도 그에게 닿을까 싶어 조금 뿌려보았다.

 

그의 인도자이자 롤모델이 되어주었던 개미는 그가 떠벌리고 다녔던 이야기들이 기록된 것들을 보며 이것을 그의 흔적으로서 세상에 남겨야 할지 고민한다. 개미들의 세상에서 개미가 되지 않기 위해 살았던 그였지만 그래도 그의 주변엔 좋은 친구와 동료가 되어 주었던 개미들이 있었고, 그들이 그의 부모님보다 먼저 슬퍼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었다. 또한 그의 떠벌임을 즐겼던 개미들 또한 그의 부고를 듣고 다 함께 추모의 의식을 치루고 있었다. 물론 그의 사상과 삶을 비웃었던 개미들은 그에게 조소를 남기기도 했다. 이 모든 상황을 마침내 개미가 아니게 된 채로 지켜보던 그는 그저 어머님이 어린 애벌레였던 자신에게 너는 너무 예뻐서 벌써 효도는 다했다.” 라고 했던 말이 아직까지 유효하길 바랄 뿐이다.

 

그 개미의 떠벌임은 굉장히 솔직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개미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담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개미들의 세상에서 그는 반대로 천천히 전달되어 오랫동안 남을 만한 말들을 고민했다. 그의 말은 느렸지만 정확하게 전달되었고, 적나라했지만 분명 필요한 말들이었다. 개미굴이라는 섬에 갇혀 살았던 그는 섬에서 탈출하고 싶었고, 개미의 운명을 거부하고 싶었다. 그걸 이루기 위해 금을 모아 세상을 이겼다고 자부했지만 사실 그는 스스로 죽음을 택함으로써 개미의 운명을 거부했고, 결국 평생 동안 원했던 소망을 비극적으로 이뤄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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