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힙합엘이가 선정한 한국 알앤비 앨범 50선 (1990 ~ 2009)
지난 3월, 6월에 걸쳐 힙합엘이(HiphopLE)는 벅스(Bugs)와 함께 한국힙합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선보였었다. 그 결과가 <[기획] 힙합엘이가 선정한 한국힙합 앨범 50선 (1990 ~ 2009)>(링크)와 <[기획] 힙합엘이가 선정한 한국힙합 앨범 25선 (2010 ~ 2014)>(링크)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똑같이 한국 알앤비 앨범에 관한 작업을 선보이려 한다. 사실 한국에서 알앤비는 장르 자체가 가요를 비롯한 다른 영역에 포섭되는 경향이 힙합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그래서 리스트를 짜면서 '이 앨범에서 알앤비의 농도는 얼마쯤이라 볼 수 있는가?'와 같은 아주 본질적인 질문을 계속해서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 끝에 50장의 앨범을 고르게 되었으며, 이중에는 딱 잘라 말해 '알앤비 앨범'이라고 명명하기는 어려워도 나름의 의미가 있어 선정된 경우도 있다. 기억하기에, 한국힙합에 관해서만, 아니면 그에 알앤비를 포함해서 리스트를 만든 웹진은 있었어도 한국 알앤비만으로 큐레이팅을 시도한 웹진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자체적으로도 의의가 있다고 판단했던 본 작업의 첫걸음, 1990년부터 2009년까지의 한국 알앤비 앨범 50선이다. 어김없이 에디터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하여 골랐으니 함께 즐겨 주시길 바란다. 순서는 발매연월일 순이며, 음원 서비스가 원활치 않은 앨범의 경우에는 후보에 제외되었다.
*커버 아트워크 데이터가 웹상에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아 몇몇 커버 아트워크의 품질이 좋지 않은 점 양해 바랍니다.
강지훈 - [Mystery Woman] (1991)
고백컨데 이 앨범이 알앤비 곡만으로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앨범에서 "Mystery Woman", "거짓을 말한건 아니야"라는 인상적인 곡들을 발견했기 때문에 이 앨범을 꼽게 되었다. 현진영이 먼저 토끼춤과 함께, 그리고 랩과 함께 "야한 여자"를 발표했으나, 강지훈의 "Mystery Woman"는 그 사운드나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이 곡은 캡틴 퓨처(Captain Future, 송재준)의 곡으로, 밴드 사운드 기반의 알앤비 음악이 프린스(Prince)의 미니애폴리스 사운드를 연상케 한다. "거짓을 말한건 아니야" 역시 비슷한 구성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곡을 쓴 캡틴 퓨처는 90년대 초반, 자신의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며 시대를 앞선 행보를 선보인 바 있다. 비록 강지훈이 알앤비에 무게 중심을 두었다고 하기에는 락발라드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가수인 데다가 오래 활동하지 못했지만, 이 곡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많은 이들이 그렇게 회자하고 있다. - bluc
양준일 - [나의 호기심을 잡은 그대 뒷모습] (1992.11)
양준일의 두 번째 앨범은 아마 한국에서 앨범 전체를 통해 알앤비 음악을 선보인, 동시에 외국인 스태프를 적극적으로 기용한 최초의 앨범이 아닐까 싶다. 미국에서 음악 커리어가 있었던 P.B.플로이드(P.B.Floyd), 제이 미첼(Jay Mitchell), 바비 리 앤더슨(Bobbie Lee Anderson) 등을 기용하여 알앤비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구현해냈다. 특히 당시 미국에서도 유행이었던 뉴 잭 스윙의 공식을 발 빠르게 가져왔다. 앨범 전체를 통해 뉴 잭 스윙 사운드를 표현하면서도 트랙마다 저마다 다른 포인트를 두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추억만의 사랑"부터 이어지는 곡들은 앞의 트랙이 가진 세련됨과 화려함, 재치에 비해 지나치게 당시 한국의 색채에 맞추다 보니 장르 팬으로서는 조금 아쉽다. 오히려 전반부를 가로지르는 뉴 잭 스윙에서 양준일의 장점이 훨씬 강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양준일은 1991년 "리베카"로 많은 사랑을 받고 이 앨범을 발표한 뒤, 2001년 V2라는 이름으로 컴백하여 "Fantasy"라는 곡을 발표하고 활동하기도 했다. V2의 앨범 [Fantasy] 역시 타이틀곡이 주는 느낌과는 별개로 좋은 수록곡이 많다. - bluc
솔리드 - [The Magic of 8Ball] (1995.03)
한국의 알앤비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솔리드(Solid)다. 비록 솔리드에게는 보이즈 투 멘(Boyz II Men)이라는 훌륭한 본보기가 있었지만, 롤모델이 있다 하여 그것을 따라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재미교포 출신이라는 환경이 있긴 했지만, 당시 한국 음악 시장의 상황을 생각하면 알앤비 음악으로 성공한다는 것은 분명히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솔리드는 독자적인 느낌의 알앤비를 만들었고,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여기에는 앨범 전체의 작곡, 편곡을 맡았던 정재윤의 활약이 크다. "이 밤의 끝을 잡고"로 성공한 뒤 "나만의 친구"로 기세를 이어갔던 솔리드에게는 큰 힘이 되었던 앨범. 재미있는 건 앨범 뒷면을 보면 알앤비 발라드, 힙합 피-펑크 등 곡 표기 끝에 각각에 해당하는 장르를 적어놓았다는 점이다. 이준의 8구 지팡이, 정장 패션 등 솔리드는 음악 외적으로도 많은 붐을 일으켰다. 당시 앨범의 믹스, 마스터를 담당했던 성지훈 기사는 현역으로서 지금도 루나(Luna)의 [Free Somebody]를 비롯해 잠비나이(Jambinai)의 [A Hermitage] 등 멋진 앨범을 꾸준히 작업하고 있다. - bluc
유영진 - [Blue Rhythm] (1995.09)
SM 엔터테인먼트(SM Entertainment)의 유영진 이사는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가수였다. 그것도 한국에서 제대로 된 알앤비 창법을 구사하며 좋은 알앤비 음악을 일찍이 선보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는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총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는데, 그중 두 번째 앨범인 [Blue Rhythm]은 본인이 직접 작사, 작곡에 가담하며 자신의 첫 앨범보다 더욱 장르 음악에 가까워진 앨범이었다. 특히, 이 앨범에서 드러나는 유영진의 보컬은 특유의 알앤비 창법과 디테일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고 느껴지는데, 이 한 장의 앨범으로부터 케이팝의 거대한 한 줄기가 생겨났다고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앨범이 아닐 수 없다. 유영진은 이후 H.O.T.의 앨범을 제작하는 등 프로듀서로서, 작곡가로서 더욱 많은 일을 하였다. 이후 최근 엑소(EXO)까지, SM 엔터테인먼트의 보컬을 쭉 들어보면 유영진의 영향력을 크게 실감할 수 있다. 다만, 그의 존재 자체가 좋은 선례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또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십몇 년만에 SM 스테이션 채널을 통해 올해 음원으로 컴백하기도 했다. - bluc
에코 - [ECO] (1996.05)
메아리를 뜻하는 'Echo'에서 3인조임을 감안해 h를 뺐다는 이야기, 그리고 'Erotic Cool Orgasm'이라는 놀라운(!) 뜻의 약자라는 그룹명에 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에코(ECO)는 1996년 셀프 타이틀 앨범으로 데뷔하였다. 이 그룹은 지금은 ESI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이고시스템의 임창수 대표(잠깐 넥스트(N.EX.T)에서 기타를 맡은 적 있다), 기타리스트 샘 리(Sam Lee), 거리의 시인들로 유명하고 미국에서 음향학을 전공한 박기영(Ricky P), 이렇게 세 사람이 뭉쳐 만들어졌다. 한국적 색채를 가급적 배제하고 팝-알앤비 넘버가 대부분인 이 앨범은 특히 "이제", "사랑? (Oh, My Baby)"와 같은 아카펠라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여기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앨범의 문을 여는 "Fump It Up"이다. 발라드 넘버도 곳곳에 포진되어 있지만, 앨범 전체가 장르 음악에 굉장히 충실하다. 에코는 이 앨범 이후 박근태 작곡가를 만나 조금씩 편안한 가요 음악으로 노선을 옮겨갔다. - bluc
이뉴 – [Enue] (1997)
지금이야 잊힌 걸그룹 중 하나 정도로 여겨지지만, 이뉴(Enue)는 그러한 걸그룹의 시대 한가운데서도 좋은 음악을 했던 팀으로 남아있다. 뉴 잭 스윙, 알앤비 음악이 가요 시장 안에서도 어느 정도 흐름을 이어가고 있던 가운데, 앨범을 시작하는 "마지막 파티", "독립선언", "너무 어렸던거야"로 이어지는 초반부는 디바(Diva)를 비롯해 당시 등장했던 그 어떤 그룹보다 멋진 음악을 선보이는 순간이다. 물론 유로댄스를 의식한 듯한 디스코 트랙 "Hey Man", 정직한 발라드 "느낌이야" 등 걸그룹다운(?) 분배도 있지만, "오늘…꼭", "1+1=1" 등 후반부의 알앤비 트랙이 단단하게 배치되어 있기도 하다. 어쩌면 앨범을 맡았던 김홍순 프로듀서는 아무래도 SWV, TLC 등 3인조 여성 그룹이 워낙 미국에서 잘 되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그러한 기세를 이어가 보고자 시도했는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는 찾기 힘든 추억 속 작품이 되었지만, 그렇게 묻어두기에는 빛나는 구석이 제법 많은 작품. - bluc
조규찬 - [The 3rd Season] (1996.05)
한국 알앤비를 이야기할 때, 어찌 그의 이름을 빼놓고 지나칠 수가 있으랴. 조규찬은 자신의 앨범은 물론,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작사, 작곡, 코러스로 참여하며 한국 대중음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싱어송라이터다. 이렇듯 다재다능한 그의 3집 [The 3rd Season]은 90년대를 풍미했던 하나음악의 느낌을 지녔던 지난 앨범들과 달리 본격적으로 알앤비의 색채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앨범이다. 힙합 소울, 뉴 잭 스윙 느낌이 가득한 트랙 "충고 한마디 할까?"와 "Anomi"부터 90년대 알앤비의 감성을 간직한 타이틀곡 "C.F"와 "Baby You’re The Lite" 등 다양한 트랙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이렇듯 앨범 전반적인 프로덕션에서 비트감이 강한 리듬을 차용함과 더불어 엇박으로 진행되어 리듬감을 최대한 살리고 있는 그의 보컬 스타일은 알앤비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여기에 풍성하게 쌓아 올린 코러스와 과하지 않은 느낌 가득한 애드립은 물론이다. 비록 앨범이 발매된 지 2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세련미를 자랑하는 대중음악의 교과서 같은 앨범이다. - Geda
양파 – [2nd] (1998.01)
다시는 한국의 알앤비 디바를 논할 때 양파를 무시하지 말아 달라. 양파는 한국에서 알앤비 기반의 음악을 하는 여가수가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음을 똑똑히 증명해 낸 가수다. 1996년 발매된 그의 데뷔 앨범은 수록곡 "애송이의 사랑"으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이는 알앤비 여가수 하면 흔히 떠오르는 박정현의 그것보다 1년 이상 앞선 것이었다. 이후 수능을 치른 뒤 발표한 두 번째 앨범은 데뷔 앨범에 비해 임팩트는 다소 부족하지만, 사운드적인 면에서 좀 더 알앤비 앨범에 가까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 대중적인 팝-알앤비 트랙 "알고 싶어요"를 비롯해 훵키한 리듬의 "Sweet 19 Funky", 알앤비를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소개했던 솔리드의 김조한과 함께 부른 "다시 우리"와 같은 트랙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의 데뷔 앨범에 참여했던 작곡가 브라이언 민(Brian Min)을 비롯해 강지훈, 조규찬, 샘 리 등이 본 작에도 참여하여 앨범의 사운드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데뷔 때만 해도 고등학생이었던 양파가 시간이 지나 감정을 절제하려는 등의 성숙한 모습을 담아낸 것이 꽤나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앨범이다. - Geda
타샤니 – [Parallel Prophecys] (1999.08)
타샤니(Tashannie)는 당시 타샤(Tasha)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윤미래와 애니(Annie)로 이루어진 여성 듀오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그들의 데뷔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이 되어버린 본 작은 당시 이상민의 회사였던 월드뮤직을 통해 발매되었는데, 트랙마다 멤버들의 파트 분배, 세션 기용까지 적절해 인상 깊은 힙합/알앤비 사운드를 담아 내고 있다. 당시 유행했던 테크노풍의 버전으로도 수록된 타이틀곡 "참을 수 없어" 등 앨범의 전반적인 프로덕션은 업타운(Uptown)의 정연준이 담당했다. 이 밖에도 앨범에는 방탄소년단의 제작자로도 잘 알려진 작곡가 방시혁의 초기 프로덕션을 들을 수 있는 "If"가 수록되어 있으며, 박근태가 만들어 낸 대중음악과 알앤비의 접점을 잘 찾은 명곡 "경고" 등의 트랙이 실려 있다. 앨범에서 특히나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애니의 랩 퍼포먼스보다는 윤미래의 보컬 퍼포먼스다. 자유롭게 음을 밀고 당기며 리듬감을 최대한 살리고, 감정 표현을 해내는 그가 점점 달인의 경지에 오르고 있음을 본 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Geda
제이 – [In Love] (2000.04)
제이(J.ae)의 1집 [Gold]와 대표곡인 "굿바이"는 빠른 템포의 댄스곡을 지향했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었다. 이는 그가 2집 [In Love]에서 느린 템포의 알앤비를 시도하는 이유가 되었다. 앨범에 참여한 프로듀서 역시 알앤비와 연관 깊은 이들이었는데, 솔리드의 "천생연분"을 만든 정재윤부터 신재홍, 조규찬, 윤상 등의 굵직한 이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그중 가장 제이와 잘 어울렸던 이는 역시 "어제처럼"을 만든 심상원이었다. 이는 제이의 얇고 가녀린 보컬 스타일이 리듬감이 두드러지는 곡보다는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곡에 더 맞았던 데서 기인한다. [In Love]와 "어제처럼"으로 꽤 괜찮은 상업적 성과를 거둔 제이는 이후 3집 [Beautuiful Ones]에서도 알앤비를 시도했고, 역시나 수작이란 평을 받았다. 장르적 완성도로만 본다면 3집이 더욱 뛰어나지만, [In Love]를 꼽은 이유는 음악적 지향점이 댄스에서 알앤비로 바뀐 순간이기 때문이다. - GDB
비쥬 – [Face The Music R&B] (2000.05)
우선 비쥬(Bijou)의 전작의 색을 본다면, 그들이 지향하던 음악은 알앤비가 아니었을 것이다. [Face The Music R&B]에서 알앤비 음악을 시도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보컬 색이 알앤비보다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가요 보컬에 가깝다. 이 앨범을 주목한 이유는 프로덕션 때문이다. "Yah!! (잊을래!!)"에서 지훵크(G-Funk)에서 비롯된 신디사이저의 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Sentiment"에서는 오케스트라 세션을 일반적인 가요의 선율이 아닌, 흑인 음악, 특히 힙합에서 자주 사용하는 식으로 구성한 점이 그렇다. 또, TR 드럼 머신으로 기계적인 그루브를 만들기도 하며, 중간중간 느린 템포의 알앤비 곡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앨범이 알앤비 앨범임을 알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다. 이렇듯 [Face The R&B]는 비쥬라는 그룹이 어떠한 장르의 색을 흡수하는 데에 매우 능하며, 이를 소화할 수 있단 점도 함께 보여준다. 다만, 슬픈 소식이라면 이 앨범이 비쥬의 음악을 소비하던 이들의 취향과 맞지 않았는지, 상업적인 실패를 맛보았다는 점. 성공했다면 한국은 좋은 알앤비 그룹을 하나 더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 GDB
소냐 – [Filling Up + Ejection] (2000.10)
최근 수많은 음악 방송이 생겨나면서, 2000년대 당시의 알앤비 가수들이 재조명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소냐(Sonya) 역시 그중 한 명이다. <불후의 명곡 2>와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 등에서 그는 나름의 성적을 올리며 약간의 주목을 받았었다. 이런 부류의 방송은 소위 '지르는 창법'이 대세가 되기 마련이기에 소냐의 음악도 그럴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막상 소냐의 음악은 그렇지 않다. 뜻밖에도 그의 목소리는 두꺼운 음압을 갖기보다는 얇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움직이는 편이다. 그의 색이 가장 잘 드러났다고 할 수 있는 2집 [Filling Up+Ejection]은 사실 완벽한 알앤비 앨범이 아니다. "동상이몽"이나 "Take It Back (Remix)"와 같은 곡은 당시 한국에 유행하던 테크노에 가깝다. 하지만 그가 앨범 안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알앤비의 색을 띤 곡들이란 점에서 선정해보았는데, 이 점이 가장 잘 드러난 곡이 "In -LA"와 "상아(像我)"다. 이 두 곡은 소냐가 고음 없이 그루비함만으로 곡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곡이다. - GDB
레드 펑키 - [Give Me Some Sugar] (2000.11)
신인의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기타에 샘 리, 건반에 조용필 사단 출신 최태완, 외에도 사랑과 평화 등 최고의 라인업으로 세션을 꾸린 이 앨범은 그 모든 것이 심상치 않다. “’김건모’? ‘서태지’? 듣다보면 그런 생각 싹 가신다. 사운드로 장난치는 거다.”라는 소개 역시 놀랍다. 그러나 이들의 자신감은 허언이 아니다. 장르 음악으로서의 알앤비를 보다 충실하게 구현하고, 또 그 해상도의 수준을 높이 끌어올린 이 앨범에서 레드 펑키(Red Funky)의 세 멤버는 작사, 작곡에 모두 참여했다. 멤버 중 한 명은 결성 당시 영국에서 음악을 하고 있었다는 점을 비롯해 영화 <아메리칸 뷰티>를 패러디하는 뮤직비디오 등 이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완성도 높은, 세련된 음악이다. 곳곳에 센스와 위트가 담겨 있지만 편곡이나 트랙의 모습에서는 세 사람이 진지하게 임했음을 느낄 수 있을뿐더러, 당시로써는 찾기 힘든 집중력과 디테일이 앨범에 강하게 잡힌다. 시대를 빠르게 앞서 나간 탓에 앨범이 나온 시기를 지나서도 동시성이 오랜 시간 유효했을 법한, 멤버들의 현재 근황이 너무나도 궁금해지는 작품. - bluc
문명진 – [상처] (2001.06)
지금은 <불후의 명곡>을 통해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문명진의 데뷔 앨범 [상처]는 당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묻혀 버렸던 비운의 작품이다. 사운드의 해상도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정연준이 메인 프로듀서로 참여한 만큼 앨범에는 당시 본토 힙합/알앤비를 충실히 재현해낸 트랙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러한 프로덕션에 음역대가 넓고 호흡이 길어 감정 표현에 능한 문명진의 보컬이 얹어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표곡으로는 락웰(Rockwell)의 히트곡 "Knife"를 리메이크 한 타이틀곡 "상처"가 있다. 문명진과 정연준의 듀엣을 들을 수 있는 "하루하루", 서인영의 앨범에도 수록되었던 "가르쳐줘요", "지난 여름 바닷가"도 그냥 지나치긴 아쉬운 트랙들이다. 문명진 특유의 호소력 넘치는 보컬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앨범. - Geda
애즈원 – [Vol. II] (2001.08)
유난히도 국내에서는 여성 2인조 알앤비 듀오가 흔치 않은 편인데, 그렇기에 이 팀의 존재가 더욱더 소중하다. 바로 그룹 솔리드의 정재윤이 발굴하고, 작곡가 신재홍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데뷔한 민과 크리스탈로 이루어진 여성 알앤비 듀오 애즈원(As One)이다. 이들의 2집에는 신재홍이 참여한 타이틀곡 "천만에요"를 비롯해 불멸의 명곡 "원하고 원망하죠"가 수록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샘 리가 참여한 "투정", 미디움 템포의 알앤비 넘버 "Someday", 멤버 민이 직접 작곡에 참여한 "Mama" 등과 같은 멋진 트랙들도 빼놓을 수 없다. 본 작은 특히 데뷔 앨범에 비해 알앤비에 가까운 프로덕션과 더욱더 조화롭고 성숙해진 보컬이 담겨 있어 그들의 커리어 중 최고의 앨범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이번 리스트에서도 유일하게 선정된 여성 알앤비 듀오의 앨범임에 큰 의의를 둘 수 있을 듯하다. - Geda
유리 - [Just Like R&B] (2001.09)
18세의 고등학생 싱어송라이터가 전곡을 작사, 작곡하여 앨범을 발표한다는 건, 아마 2016년에 일어났어도 어느 정도 주목받을 것이다. 하지만 유리는 그러한 일을 2001년에 이미 해냈다. 사람들은 당시 우타다 히카루(宇多田ヒカル)와 그를 비교하는가 하면, 국내•외 여러 곳에서 주목하고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곡마다 편곡자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는 당시 알앤비 음악의 흐름을 빠르게 캐치하고 자신의 것처럼 선보이는 데에 성공했다. 앳된 느낌이 남아있는 예쁜 기교, 화려하게 쌓은 코러스,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에 가까운 틴 팝 디바의 느낌까지, 유리는 한 가지 방향에 충실하다. 지금이야 더욱 어린 사람들이 더욱 빨리 세계적인 흐름을 감지하고, 그 어떤 음악가 못지 않게 동시성과 완성도를 챙겨가며 음악을 발표하고 있지만, 당시 환경을 생각하면 아이디어나 출발점 자체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또한, 당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좋은 앨범임에는 분명하다. - bluc
박화요비 – [Nineteen Plus One] (2001.09)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레이블 신촌뮤직은 박효신, 양파 등의 아티스트들을 발굴했다는 점에서 국내 흑인 음악 팬들에게는 애증의 존재이기도 하다.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앨범의 주인공 박화요비 역시 이 레이블이 발굴해 낸 아티스트다. 그중 그의 2집은 팝-발라드에 가까웠던 전작과 달리 좀 더 리듬감을 강조한 프로덕션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박화요비가 직접 프로듀싱한 트랙 "운명"과 같은 트랙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그의 보컬이 완급조절을 통해 한층 성숙한 느낌을 주는데, "눈물", "아침이 온 것처럼…"을 들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앨범에는 그의 자작곡이 다수 실려 있어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세븐(Se7en)의 "와줘"를 작곡한 윤승환의 알앤비 넘버 "다짐", 정연준이 만들어준 힙합 소울 트랙 "자존심" "아틀란티스 소녀"의 작곡가 황성제가 선사한 업템포 트랙 "All For Your Love"로 최전성기 시절 박화요비의 보컬을 확인할 수 있는 건 덤이다. - Geda
하림 – [다중인격자] (2001.12)
한국 음악계에서 하림이라는 아티스트를 떠올리면, 어딘가 기이한 이미지가 있는 듯하다. 이런 이미지가 생긴 데에는 그의 외모와 제3세계의 악기와 작법을 적극적으로 채택한 점, 그리고 그의 2집 [Whistle In A Maze]에서 보여준 색깔 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데뷔 앨범인 그룹 벤(VEN)의 음악은 팝을 지향했었다. 그리고 그의 솔로 앨범 [다중인격자]는 알앤비 작법에 충실한 앨범이다. 하림이 가진 중저음의 목소리는 유사한 톤의 외국 알앤비 싱어들을 연상시키며, 이 느낌은 그의 자연스러운 애드립 때문에 더욱 극대화된다. 프로덕션에서도 그의 재능을 엿볼 수 있는데, 세련된 톤의 드럼 머신을 이용하여 곡을 만들고, 적재적소에 차임이나 퍼커션을 통해 분위기 조정이나 환기를 매우 능숙하게 해낸단 점에서 그렇다. 여기에 당시 성공보증수표와도 같았던 윤종신(크레딧 상으로는 탁영이라 적혀 있다)이 작사를 담당하며, 조금 이질적일 수 있을 외국 알앤비의 색을 한국인도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데에 일조했단 점도 하림의 성공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 GDB
얼바노 - [1집] (2002)
얼바노(Urbano)는 초등학교 동창이자 단짝 친구인 싱어송라이터 전영진과 <SNL 코리아>의 호스트밴드로 잘 알려진 커먼그라운드(Common Ground)의 리더 김중우가 뭉쳐 만든 프로젝트 듀오다. 엄밀하게 말해 이들의 데뷔 앨범은 알앤비의 범주로만 볼 수 없는 앨범이다. 인트로 곡의 제목이자 자신들의 음악적 장르 이름인 "New School Funk"가 알려주듯이 앨범에는 알앤비는 물론, 뉴 잭 스윙, 애시드 재즈, 힙합, 훵크까지 흑인 음악 내의 다양한 장르들이 담겨 있다. 이를 전곡 작사, 작곡하고, 홈레코딩으로 이루어진 세션에까지 직접 참여하여 구현했는데, 본 작은 그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높은 퀄리티의 사운드를 자랑한다. 짝사랑의 감정을 잘 살린 가사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내 탓이지 뭐"를 비롯해 앨범의 베스트 트랙 "I Got Everything But U", 알앤비 넘버 "불면", "너뿐이라고", 뉴 잭 스윙의 공식을 잘 살린 "후회 후회 또 후회" 등 어반한 느낌의 세련된 20여 트랙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보컬의 테크닉적인 면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지만, 그런 아쉬움을 상쇄할 만큼의 엄청난 음악들이 이 앨범에 담겨 있다. - Geda
플라이 투 더 스카이 - [Sea Of Love] (2002.04)
한국 알앤비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역시 서정적인 가사다. 한국 알앤비는 그 시작부터 성적인 내용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관계에서 받은 감정에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뤘으며, 이는 곧 하나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Fly To The Sky)는 그중에서도 이를 유려하게 표현하는 그룹이다. 그들의 가사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비롯된 감정을 도가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능숙히 과장한다(작사가에게 공을 돌려야 할 부분일 수도 있다). 이를 소화하는 환희와 브라이언의 목소리에서도 같은 표현을 덧붙일 수 있겠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하면서,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음악은 짙은 호소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훅에서의 진행감, 그리고 그루비함이다. 훅에서 곡이 확장되는 순간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박자감은 어느 순간보다 뇌리에 깊게 남는데, 이 점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곡이 "Sea Of Love"다. 그 외에도 "Future Tonight", "No More Games"와 같은 보이 그룹스러운 곡까지 소화 가능한 것도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매력이며,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일 것이다. - GDB
라디 – [My Name Is Ra.D] (2002.09)
조PD의 레이블이었던 스타덤(Stardom)/퓨처플로우(Future Flow)를 통해 발매한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라디(Ra.D)의 데뷔작이다. 그의 2집 [Realcollabo] 역시 달달한 알앤비들을 잘 담아낸 명반이지만, 이 앨범은 동시대의 앨범들과 비교했을 때, 앞서 나간 어반 사운드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매길 만하다. 본 작은 세련되고 차가운 금속 질감의 악기 소리들과 그루브함이 강조된 비트가 특징적인데, 여기에 얹혀진 라디의 보컬은 절제미가 있어 곡의 느낌을 한껏 살린다.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을 연결해 하나의 앨범으로 만들었던 앨범 구성 또한 훌륭하다. 본 작에는 미니멀한 악기 구성과 더불어 라디의 목소리가 그루브감을 한껏 살리는 "내게"를 비롯해 언어유희를 통해 리듬감을 만들어낸 타이틀곡 "소원(So One)", 따뜻하고 감각적인 투스텝 넘버 "넌 내게 했던 얘기를"과 같은 멋진 알앤비 트랙들이 실려 있다. 그중에서도 요술공주 세리의 주제가를 샘플링한 "요술공주 세리"는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앨범의 사운드는 여전히 세련미를 잃지 않고 있으며, 당시 이런 사운드가 흔치 않았음에 더욱더 주목해야 하는 앨범이다. - Geda
브라운 아이즈 – [Reason 4 Breathing?] (2002.11)
2000년대 중반 들어 꽃피던 미디엄 템포 알앤비의 시초는 "벌써 일년"의 브라운 아이즈(Brown Eyes)였다. 하지만 그들이 선보였던 담백함은 이후 박근태, 김도훈, 조영수와 같은 기성 작곡가에 의해 신파적이고 극적인 요소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변환된다. 이에 대한 가치 판단은 각기 다르겠지만, 확실한 건 브라운 아이즈와 브라운 아이즈가 만들어 낸 시류는 서로 완전히 달라 외려 그들을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셀프 타이틀 앨범에 이은 두 번째 앨범 [Reason 4 Breathing?]은 그 위치를 공고히 했던 웰메이드 앨범이다. 타이틀곡의 연주곡 버전이 중간에 끼어 있고, 미디엄 템포 알앤비 넘버와 발라드 넘버를 괴리감 없이 오가는 건 전작과 다르지 않다. 대신 "점점"을 포함해 "떠나지마", "…오후"에서 마이너스한 톤의 감정선이 심화되어 더 큰 울림을 준다. 각각 보사노바, 하우스와 트랜스를 적절히 차용한 "비오는 압구정"과 "환상"은 유려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만약 당시 기준으로 어떤 ‘신박함’을 찾는다면 데뷔작이 보다 가깝겠지만, 커버 아트워크만큼이나 잘 다듬어진 윤건과 나얼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 앨범이 좋을 것이다. - Melo
빅마마 – [Like The Bible] (2003.02)
누군가는 2000년대 초반이 한국에 알앤비 음악이 정착할 수 있었던 시기라고 말한다. 다양한 아티스트가 등장했고, 이와 함께 많은 앨범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YG 엔터테인먼트(YG Entertainment)와 협업한 엠보트(M-Boat)가 있었다. 그리고 빅마마(Big Mama)는 엠보트가 발굴한 가장 독특한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4인조 여성그룹이라는 구성과 실력파라는 칭호는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발매된 [Like The Bible]은 그 관심을 충분하게 채워냈다. 그 바탕에는 우선 각 멤버들의 탄탄한 보컬이 있다. 네 명의 멤버는 각자의 음역대를 충실히 채우면서도, 필요할 때는 부드럽게 자신의 목소리를 얹었다. 이렇게 쌓인 멜로디는 말 그대로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또한, 간과하기 쉽지만 프로덕션 역시 알앤비라는 장르가 가진 정석적인 흐름을 최대한 재현해냈다. 그 결과, 첫 앨범 [Like The Bible]은 그 관심을 뛰어넘는 상업적 성적을 올렸으며, "체념"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곡이 되었다. 마치 성경처럼 말이다. - GDB
앤드 – [AND] (2003.07)
당시 "Wish You’re My Girl"이라는 곡으로 사랑을 받았던 앤드(AND)의 정규 앨범은 가요의 느낌이 어느 정도 있지만, 리듬이나 창법 등 전반적으로는 알앤비 음악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스무 살 전후로 음악을 시작하여 영화 <연애소설> OST에 참여하는가 하면, 자신의 앨범을 발표하기 전 이미 제이워크(J-Walk), 차태현의 앨범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앨범 이후로도 그는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애즈원, 카라(KARA) 등 여러 가수의 곡도 꾸준히 썼다. 올해에는 신인 빅 브레인(Big Brain)의 곡을 쓰면서 여전히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커리어나 이 앨범에는 거목, 이규태, 조규찬과 같은 기성 작곡가가 많은 도움을 줬고, 앤드는 이 앨범에서 작사 및 작곡에 참여했다. 가요와 알앤비 사이에서 묘하게 균형을 잘 잡은 이 앨범은 ‘알앤비를 기반으로 한 한국 가요’의 흐름을 살필 때, 그 시기나 방향의 측면에서 중요한 지점으로 봐도 괜찮을 것 같다. - bluc
휘성 – [It's Real] (2003.08)
기억이 맞다면 엠보트 발 알앤비 아티스트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건 단연 휘성이었다. "안 되나요.."로 일찌감치 히트를 쳤던 그는 두 번째 정규 앨범 [It’s Real]을 통해 본격적으로 2000년대를 풍미한 알앤비 싱어로 대중들에게 각인된다. 데뷔 앨범과 차이가 있다면, 매 곡에 부제로 영화 제목을 달아 컨셉츄얼하게 전체 구성을 짰던 데에 비해 미디엄 템포 알앤비 넘버들을 중심으로 전형성을 더했다는 점이다. 본 작은 기본적으로 "Set Me Free", "Player", "Dilemma"와 같은 어쿠스틱한 악기 구성에 리드미컬하게 보컬을 얹는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알앤비를 잘 담아내고 있다. 그 정점이 바로 여전히 김도훈의 역대급으로 꼽히는 "With Me"다. 그 사이사이에서는 다소 상투적이어도 원숙한 발라드함으로 듣는 이를 사로잡는 "I’m Missing You", "사랑하지 않을 거라면", "미인" 같은 곡이 전반적인 분위기를 적절히 이완시킨다. 요즘 워낙 아무 데나 ‘K’를 붙이다 보니 조금 꺼려지긴 하지만, 그래도 [It’s Real]은 확실히 한국형 알앤비의 전형이라 해도 무방한 작품이다. - Melo
이정 – [Lee Jung] (2003.08)
댄스 팝 아티스트들에게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은 귀감이 되다 못해 존경을 보내는 존재일 것이다. 중절모를 쓴 이정이 "다신"으로 데뷔하던 무대를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가 보컬을 구사하는 방식이나 김창환과 오훈이 주도한 프로덕션은 다소 한국적인 구석이 있다 못해 넘쳐 흐르는 편이었다. "고백"을 들으면 김건모의 "핑계"가 자연스레 떠오르고, "안녕"의 후렴 멜로디는 구성지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데뷔작이 알앤비 음악으로서 나름의 가치를 지니는 건 특유의 비음 섞인 보이스로 꾸준히 리드미컬함을 뽐내기 때문이다. "널 가질게"에서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이정의 보컬은 짜릿하기까지 하다(도입부의 보코더 활용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힙합 기반의 "믿었어", "전별(轉別)" 역시 준수하며, 훵키한 스타일의 "봐봐 나야"는 이정의 역량이 결코 어수룩하지 않음을 증명한다. 구혜선과의 러브 라인을 형성했던 <논스톱> 시절, 그가 불렀던 "한숨만"을 좋아한다면 애틋하고 애절한 "내일 해"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앨범을 듣고 나면 그가 왜 세븐데이즈(7Dayz)의 멤버들과는 다른 노선을 선택했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 Melo
에이치 – [잊었니] (2003.10)
1999년, "Dream"이라는 세련된 업템포 트랙을 들고 나왔던 아티스트 현승민을 기억하는가? 그의 데뷔는 그다지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묻히게 되는데, 이후 이미지 변신을 꾀했는지 그는 에이치(H)라는 이름으로 활동명을 바꾼 뒤 본 작을 발매하게 된다. 얼마 전 <슈가맨>에 출연할 만큼 엄정화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잊었니"가 가장 유명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힙합 그룹 엑스틴(X-Teen)의 멤버이자 애즈원과 타샤니의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이강희가 대부분의 프로덕션을 맡아 당시의 트렌디한 힙합/알앤비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다. 1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련되게 들리는 트랙 "너를 원해"는 물론, 팀발랜드(Timbaland)의 프로덕션을 연상케 하는 "떠나가", 비트의 그루브감이 잘 살아난 "Remember You", 90년대 힙합 소울을 연상케 하는 "No More"과 같은 트랙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그 당시의 힙합/알앤비 사운드를 도입해 하나의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효리의 앨범에 비견할 수 있는데, 그의 인지도가 부족한 탓으로 그런 반응까지는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게 느껴지는 앨범이다. - Geda
아소토 유니온 – [Sound Renovates A Structure] (2003.11)
이 앨범을 리스트 안에 넣어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알앤비 혹은 소울을 이야기할 때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이나 마빈 게이(Marvin Gaye)와 같은 아티스트를 빼놓을 수 없기에 수록했다. 현재 김반장과 윈디시티로 활동 중인 김반장을 중심으로 뭉친 밴드, 아소토 유니온(Asoto Union)의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인 [Sound Renovates A Structure]는 한국에서도 훵크 기반의 소울이 팔릴 수 있음을 보여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신파적인 가사나 사운드적인 측면에서의 한국적인 감성을 전부 배제했음에도 말이다. 앨범은 내내 밴드 사운드와 훵크 리듬을 유지하고, 그 위에서 김반장의 보컬은 유려하게 흘러다닌다. 또, 김반장의 드럼 리듬 위에서 베이시스트 김문희, 기타리스트 윤갑열 그리고 키보디스트 림지훈이 얹은 각 소리에서도 역시나 흑인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엿볼 수 있다. 마치 흑백 TV 시절 훵크 뮤지션의 유튜브 클립 영상을 틀어놓은 기분을 듣는 이에게 준단 점에서, [Sound Renovates A Struture]는 한국 흑인 음악에 길이 남을 명반 중 하나로 회자될 것이다. - GDB
이정민 – [Never Mind] (2003.12)
2000년대 초반, 한국에 여성 솔로 아티스트가 많이 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역시 알리야(Aliyah)나 로린 힐(Lauryn Hill)의 거대한 성공이 있었을 것이다. 마치 최근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같은 아티스트의 성공이 걸그룹 아이돌의 솔로 데뷔로 이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정민 역시 알앤비를 메인으로 삼는 여성 솔로 아티스트였다. 앨범 안에서 이정민은 코러스나 세션의 도움 없이 작곡가가 제공한 음악과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모든 곡을 이끌어 나간다. 적절한 곳에서 애드립으로 치고 나올 줄도 알고, 목소리가 빠져야 할 때는 확실하게 빼며 곡과의 유기적인 흐름을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절대 놓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Never Mind"와 같은 곡에서 이러한 측면이 잘 드러난다. [Never Mind]의 또 다른 즐거움이라면, "Wrong, Wrong, Wrong"에서 피타입(P-Type)이 선보이는 풋풋한 벌스다. 한 편으로는 앨범에서 피타입을 사용하는 방식이 당시 미국 알앤비 씬이 래퍼를 사용하는 방식과 닮아있어 이정민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기도 하다. - GDB
솔플라워 – [10 Million Ways To Live] (2004.01)
비록 솔플라워(Sol' Flower)가 최근 발표한 "Saturday Night"는 어딘가 조잡한 일렉트로닉 팝 넘버지만, 이는 프로덕션의 문제지, 그의 역량 문제가 아니다. 그가 보컬리스트로, 장르 아티스트로서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데뷔 앨범 [10 Million Ways To Live]에서 이미 증명했다. 우선 [10 Million Ways To Live]에 수록된 곡들은 대부분 네오 소울에 가깝다. 실제로 2004년은 앨리샤 키스(Alicia Keys)나 뮤지끄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와 같은 네오 소울 아티스트가 힘을 얻고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재즈나 가스펠을 폭넓게 흡수한 네오 소울이란 장르는 곡뿐 아니라 가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 앨범 역시 마찬가지다. 솔플라워는 여성 버전의 우정 찬가 "끝까지 친구"나 "Mother" 등에서 여성성 위주의 신파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만약 한국의 여성 네오소울 아티스트를 굳이 꼽아야 한다면, 이 앨범을 추천하고 싶다. - GDB
앤 – [Phoenix Rising] (2004.03)
데뷔 이전, 박효신과 이문세 등 유수의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참여하며 가창력을 인정받은 앤(Ann)은 절제의 맛을 알고 있으며, 흡인력이 강한 음색을 지닌 알앤비/소울 보컬리스트이다. 이런 그의 데뷔 앨범은 아쉽게도 발라드 위주의 트랙들로 채워져 있어 여타 가수들과의 차별점을 찾기에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소포모어 앨범을 통해서 비로소 앤이 가진 보컬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는 앨범 대부분을 알앤비의 문법에 가까게 리듬감을 잘 살린 프로덕션으로 채우고 있음에서 기인한다. 그가 직접 작곡에 참여한 힙합 소울 "Triple X", 소울의 느낌에 충실한 "Tell Me Why" 등과 같은 트랙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앨범에 참여한 박효신, 윤도현, 윤미래, 김조한 등의 화려한 피처링 진에도 불구하고, 앤의 보컬은 앨범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진 발라드 트랙 "혼자하는 사랑"과 "기억만이라도" 역시 이러한 앨범의 결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후 앤이 더 이상의 솔로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더 아쉽게 느껴지는 앨범이기도 하다. - Geda
원티드 – [Like The First] (2004.06)
2004년은 ‘소몰이’라는 오명 아래 호소력 짙은 알앤비 음악들이 만개하던 시기였다. 그 스타트를 끊었던 건 알앤비라고 하기에는 다소 모호한 SG 워너비(SG Wannabe)이지만, 내실을 채웠던 건 엠보트(M-Boat)였다. 그중에서도 그룹 원티드(Wanted)는 보이즈 투 멘, 드루 힐(Dru Hill) 등 90년대 미국을 장악했던 남자 보컬 그룹 그 언저리에 놓인 음악을 그대로 혹은 보다 세련되게 선보였었다. 신통치 않은 성과를 거둔 세븐데이즈의 하동균, 서재호, 전상환은 팀의 기틀이 됐고, 4U의 김재석은 섬세한 보컬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냈다. 그 결과, 그 시절 특유의 코러스나 구성이 전체를 아우르는 첫 앨범 [Like The First]가 탄생한다. 인털루드를 기준으로 전반부에서는 끈적이는 미디엄 템포 알앤비와 슬로우잼 위에서 주로 이별을 노래하고, 후반부에서는 좀 더 스위트한 톤으로 전환하거나 콰이어를 부각하며 가스펠적 요소를 강조한다. 비록 서재호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해 완전체로 발표한 유일한 앨범이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목이 아파올 것만 같은 하동균의 허스키한 보이스만큼 강렬한 앨범이다. - Melo
세븐 – [Must Listen] (2004.07)
시대의 ‘잇템’이었던 휠리스를 타고 등장한, 경쟁사 JYP 엔터테인먼트(JYP Entertainment)의 대항마였던 스무 살의 청년을 기억하는가? 세븐은 당시 미국 알앤비 씬의 흐름으로 보면, 트렌드에 발을 잘 맞춰 간 존재였다. 특히, 강렬한 신스로 무장한 "열정"이 수록된 [Must Listen]은 어셔(Usher)가 "Yeah"로 초대박을 터뜨리고,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이 데뷔한 시기로부터 1년 뒤에 발표된 작품이었다. 본 작에서 그는 많은 음절을 빠르게 뱉는 구간에서든, 높고 강하게 내지르는 구간에서든 과잉되지 않은 채로 힘 있게 목소리를 낸다. 이는 데뷔작 [Just Listen…]과 차별화되고, 세븐이 뛰어난 알앤비 아티스트임을 입증하는 지점이다. "욕심", "알아"처럼 신파적인 곡도 있지만, 크게 늘어지지 않고 각 파트, 각 곡이 절도 있게 끊어지는 건 그 때문이다. 더욱 과감하게 신스를 쓰며 트렌드를 가져오려 한 테디(Teddy)와 페리(Perry)의 프로덕션과 슬로우잼, 발라드, "두 걸음" 같은 빠른 템포의 스타일까지 무리 없이 소화하는 세븐의 능숙함에 초점을 맞추고 들으면 흥미로울 것이다. 제목이 낯뜨겁지 않게 충분히 성장했음을 보여준 세븐의 최고작. - Melo
리치 - [Dream Hunter] (2004.07)
얼마 전 <슈가맨>에도 등장했던 리치(Rich)는 이글파이브(Eagle Five)로 활동을 시작한 뒤 솔로로 커리어를 이어갔으며, "사랑해 이 말 밖엔"이라는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물론 "힘들어"처럼 중간에 잠깐 사랑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리치는 공백도 많았고 힘든 시기도 많았다. 이 앨범은 리치가 커리어를 꾸준히 이어간 시기의 마지막에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그는 당시 가요계에 있는 작사, 작곡가들 중 좋은 작가들로만 라인업을 구성하였다. 현재 FNC 엔터테인먼트(FNC Entertainment) 대표인 한성호가 타이틀곡을 썼고, 외에도 세련된 곡 작업이 가능한 이들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다만 이때의 알앤비 음악은 이미 한국 내에서 구성되어 온 알앤비 음악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주력한 듯하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의 알앤비 음악이 가진 몇 패턴을 소화하지만, 그러면서도 댄서블한 느낌에만 집중하는 것이 어느 정도 공식에서의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장르 음악가로서, 솔로 음악가로서 이러한 앨범을 제작했다는 것은 그 나름의 욕심과 의의가 있다. - bluc
바비킴 – [Beats Within My soul] (2004.08)
"사랑… 그 놈"을 시작으로 수많은 OST를 소화한 스탠다드한 싱어와 닥터레게(Dr.Reggae), 부가 킹즈(Buga Kingz)의 멤버. [Beats Within My Soul]은 두 정체성 사이에 놓여 있는 바비킴(Bobby Kim)만의 앨범이다. 굳이 ‘바비킴만의’라고 한 건 이 앨범 직전과 직후의 커리어가 어떻게 보면 앞서 언급했던 성향들의 시작점 혹은 특정 장르, 스타일에 포섭된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본 작은 힙합적인 스타일의 조악한 듯하면서도 빈티지한 프로덕션을 기반으로 한결같이 삶의 애환을 담은 작품이다. 이는 감상 지점으로서 같은 해 발표된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의 [하나하면 너와나]이 가진 ‘구질구질함’과도 맞닿아 있다. 다르다면 바비킴은 비음 섞인 칠한 무드의 보컬과 소울, 훵크적 요소라 할 수 있는 브라스, 기타 리듬 등의 악기적 요소를 통해 여유로움과 고달픔을 동시에 드러내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마지막곡 "Let Me Say Goodbye"로 발라드의 끈 역시 놓치지 않는다. "고래의 꿈 (Falling In Love Again)" 속 바비킴의 아버지 김영근의 트럼펫 연주처럼 연륜에서 오는 소울이 담긴 앨범. - Melo
거미 – [It's Different] (2004.09)
휘성과 거미는 과거 스타일이나 지향점으로는 비례항으로, 성별로는 반대항으로 서로를 따라 다녔다. 다만, 거미는 데뷔 초 성대결절로 인해 활동을 크게 하지 못해 휘성보다 임팩트가 적은 편이었다. 그에서 온 반동이 있었던 건지, 거미의 2집 [It’s Different]의 위력은 대단했다. 상황적 맥락만이 작용했던 건 아니다. 전작에서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로 대변되는 발라드 넘버들이 많았던 것과 달리 본 작에는 거미의 소울풀한 보컬이 빛을 발하는 힙합, 알앤비 기반의 트랙이 대부분이다. "With Me"에 이어 또 한 번 끈적함을 뽐낸 김도훈의 곡 "기억상실"은 오히려 과잉된 편이다. 그보다 앞뒤로는 재지한 밴드 스코어의 "내 곁에 잠이 든 이 밤에", "It Don’t Matter No More" 같은 진득한 곡이 좋은 인상을 남긴다. 그 중간에는 페리(Perry), 마스타우(Masta Wu), 렉시(Lexy) 등 당시 YG 올스타 멤버들이 총출동한 댄서블한 힙합 넘버들이 놓여 있다. 빅마마의 이영현이 쓴 차분한 발라드 "날 그만 잊어요", "인연"까지 수록되며 훌륭한 밸런싱까지 갖춘 2000년대 중반의 YG 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또 다른 작품이다. - Melo
지플라 – [Groove Flamingo] (2004.11)
현재 시점으로 보면, 정인은 "장마", "미워요", "오르막길"을 부르고, 각종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누빌 만큼 유니크한 보이스를 소유한 디바 정도로 불리는 존재다. 시간을 되돌려봐도 리쌍의 객원 멤버로 "Rush", "리쌍부르쓰", "사랑은"을 부른 보컬리스트로 기억된다. 하지만 정인의 디스코그라피에는 지플라(G-Fla)가 있다. 정인은 솔로로 정식 데뷔하기 전에 이 밴드의 보컬로 영입되어 유일한 정규작 [Groove Flamingo]를 발표한 바 있다. [Groove Flamingo]의 프로덕션은 소울사이어티(Soulciety)의 프로듀서인 윤재경의 주도하에 소울, 훵크 밴드적 요소를 기반으로 다져져 있다. 다분히 타이틀곡스러운 "Love story"는 그렇지 않지만, 초반부의 "자연히", "City"를 비롯해 다수의 트랙은 그것을 세련된 톤으로 머금고 있다. 비음과 허스키함 섞인 정인의 보컬은 이를 능숙한 완급조절을 통해 마치 원래 제 것이었던 듯 휘어잡는다. 더불어 사랑에만 천착하지 않고 많은 이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가사도 편안함을 안긴다. 마지막으로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의 참여는 깨알 포인트. - Melo
소울사이어티 – [2 Colors] (2005.02)
2000년대 중반, 미친듯이 쏟아졌던 미디엄 템포 알앤비의 홍수 속에서도 보석 같은 앨범이 하나 있다. 엠브리카(Mbrica)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프로듀서 윤재경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 그룹 소울사이어티의 [2 Colors]다. 한국형 흑인음악이 아닌 한국인이 하는 흑인 음악을 추구했던 그들은 장르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주력했는데, 그 결과 소울을 바탕으로 한 어반 재즈, 트렌디한 알앤비, 블루스 등 다양한 흑인 음악 장르 범주의 곡들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트랙 "U Just", 재즈의 느낌을 간직한 트랙 "Mr. Player", 그루브감이 가득한 트랙 "Secret Love"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에 김중우, 샘 리를 비롯한 다양한 세션들이 참여해 사운드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으며, 박정은, 주아민(Amin J), 배현철 등의 보컬이 참여해 수록곡의 개성을 잘 살려내고 있기도 하다. 이런 많은 참여진에도 불구하고 앨범의 메인 프로듀서 엠브리카는 앨범의 결을 놓지 않는다. 이와 같은 점을 인정받아 본 작은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오르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 Geda
에디 – [Just My Way] (2005.05)
지금 ‘에디’하면 에디킴(Eddy Kim)이 먼저 떠오르고, 미국 시장을 겨냥했지만 결국 해체한 3인조 그룹 아지아틱스(Aziatix)로 봐도 <쇼미더머니>로 인해 플로우식(Flowsik)이 더 유명하다. 그래서 에디(Eddie)의 첫 앨범 [Just My Way]에 더 애정이 간다. 엠보트 출신의 다른 알앤비 아티스트들이 폭발적인 가창력을 터뜨릴 때, 그는 섬세한 미성으로 부드러운 선율을 있는 그대로 소화한다. 그만큼 본 작은 서정성이 강조되는 편이다. 가사도 그에 걸맞게 강한 집착이나 절규보다는 옅은 여운을 남기는 편이다. 한국형 알앤비의 중흥을 이끈 김도훈이 힘을 보탠 "그땐 왜 몰랐었는지…", "좋은 냄새도…"가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그가 혼자 만든 "Groovin’", "왜그래", "Music"은 그 시기 근방의 트렌디한 알앤비의 문법을 썩 완성도 있게 잘 따라간다. 여기에 중반부의 린(Lyn)과 콜라보한 "키스해주겠니" 같은 산뜻한 미드 템포 곡들과 불문을 전공한 빅마마의 멤버 신연아의 불어 나레이션이 들어간 피날레 "Paradise"까지 더해지며 에디가 앨범으로 보여주려 한 색은 완성된다. - Melo
김건모 – [Be Like] (2005.06)
김건모의 디스코그래피를 처음부터 쭉 훑어보면, 앨범마다 흑인 음악의 리듬이나 분위기를 빌려온 곡들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그를 수식하는 칭호는 대부분 흑인 음악 관련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잘못된 만남"이 테크노적 요소가 짙은 만큼, 다양한 장르에 욕심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의 음악들을 '알앤비 음악'이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Be Like]만큼은 알앤비 혹은 소울 앨범이라는 칭호를 붙이기에 손색이 없다. [Be Like]의 모든 곡은 재즈 밴드의 구성으로 훵크, 스윙, 블루스 등 다양한 흑인 음악 장르를 섭렵한다. 앨범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첫 곡 "남이야"에서부터 브라스 밴드 구성과 스윙 리듬, 그리고 스캣으로 강한 이미지를 남긴다는 게 이를 입증한다. 이후 이어지는 곡들 역시 20세기 중, 후반을 주름잡았던 흑인 음악 장르를 계속해서 선보인다. 보통 "어떤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받았다."라는 앨범 소개는 의심을 자아내지만, 적어도 [Be Like]는 레이 찰스(Ray Charles)에게 영향을 받았단 말이 수긍이 가는 앨범이다. - GDB
태완 – [A Love Confession] (2006.02)
태완(C-Luv)은 한국 흑인 음악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이다. 그의 음악 스타일은 알앤비의 본 고장인 미국의 그것에 가까웠는데, 일찌감치 언더그라운드 시절부터 이를 인정받아 이효리, 비 등의 음반 작업에 참여하는 등 그 실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렇듯 재능 넘치는 그의 데뷔 앨범은 오랜 준비 기간 끝에 브랜뉴뮤직(Brand New Music)의 전신인 IC 엔터테인먼트(IC Entertainment)를 통해 발매됐었다. 앨범의 프로덕션과 보컬은 모두 알앤비 본연의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다. 본 작에서는 특히 힙합에 대한 그의 사랑이 돋보이는 프로덕션들이 돋보인다. 그의 절친인 휘성과 함께 한 배틀보컬 형식의 트랙 "Watch Out"과 "My Shorty"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호소력 짙은 그의 보컬이 인상적인 타이틀곡 "나란 사람", 완급 조절을 통해 곡의 무드와 그루브 감을 잘 살리는 "Step By Step", "어쩌다" 등의 트랙 또한 주목할 만하다. 미디움 템포 알앤비라는 이름으로 감정과잉에 치우쳐 장르의 소중함을 잃고 있던 우울한 시기에 발매되었던 본 작이야말로 진정한 알앤비 앨범으로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 Geda
헤리티지 – [Acoustic & Vintage] (2006.09)
아마 헤리티지(Heritage)를 가장 널리 알린 건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의 "여러분"을 도와준 그 무대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 정도로 헤리티지란 그룹을 소비하기엔 그들의 음악이 너무나도 좋다. 그중에서도 [Acoustic & Vintage]는 한국 가스펠 앨범을 꼽을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앨범이다. 당시 헤리티지는 7명의 보컬과 5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밴드가 함께 모든 걸 자체적으로 해결했는데, 이 안에 다양한 흑인 음악 장르를 한곳에 모아놓았다는 게 매우 인상적이다. 이는 모든 멤버가 장르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 전작 [Heritage Of Faith]가 말 그대로 CCM 앨범이었다면, [Acoustic & Vintage]에서는 더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는 가사와 색을 담아내기도 했다. 이 두 가지 측면이 중요한 이유는 [Acoustic & Vintage]란 앨범이 헤리티지라는 흑인 음악 그룹의 정체성을 좀 더 공고히 하는 동시에, 한국에서도 가스펠 앨범이 상업적인 요소와 타협이 일정 부분 가능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GDB
러브 티케이오 – [Love Is Strong] (2007.02)
테디 팬더그래스(Teddy Pendergrass)의 히트곡 "LOVE TKO"에서 그 이름을 따온 러브 티케이오(Love TKO)는 소울사이어티의 프로듀서 윤재경과 파워 플라워(Power Flower)의 보컬 채영이 의기투합해 만든 알앤비 팀이다. 그들은 알켈리(R. Kelly)와 키스 스윗(Keith Sweat)의 앨범에서 확인할 수 있는 슬로우 잼(Slow Jam) 스타일의 음악을 표방한다. 윤재경은 본 작에서 그루브감을 한껏 살린 리듬은 물론, 다양한 악기 운용을 통해 90년대 알앤비의 느낌을 잘 살려 낸다. 그중에서도 토크 박스의 적절한 사용이 돋보인다. 이러한 달달한 멜로디에 여성의 사랑을 갈구하는 내용이 주가 되는 채영의 보컬이 얹히니 그야말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타이틀곡 "Love Is Strong"과 "오늘밤", "U&Me", "말해요" 등의 트랙들이 이런 무드를 잘 살려내었다고 보여진다. 물론, 채영 특유의 발음과 더불어 슬로우 잼 스타일로만 채운 앨범의 사운드가 다소 피로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당시 이런 사운드를 구현해 낸 앨범이 흔치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앨범이다. - Geda
윤미래 – [t 3 YOONMIRAE] (2007.02)
아티스트에게 진정성만을 강조하는 발상은 아이돌 산업이 융성한 현재로써는 다분히 시대착오적이다. 그럼에도 일종의 구조 속에 얽매여 있다가 뒤늦게나마 작품 안에 본연의 것을 온전히 담아내는 이의 모습은 괜히 뿌듯하기까지 하다. 윤미래의 디스코그라피를 살펴보며 고민했지만, 결국 세 번째 정규작 [t 3 YOONMIRAE]를 고른 것도 그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뒤 (As Time Goes By)", "선물" 같은 곡이 있긴 하나, 확실히 [As Time Goes By]는 박근태, [To My Love]은 바비킴(Bobby Kim)의 지분이 높았다. 그에 비해 [t 3 YOONMIRAE]에서 윤미래는 총괄 프로듀싱을 맡으며 그 어떤 기성 문법이나 특정 인물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다. 그래서 "Pay Day" 같은 앤썸이나 훵키한 "What’s Up! Mr. Good Stuff", "Gimme Gimme!!! (이기주의자)"가 나올 수 있었고, 전통적인 발라드곡인 "잊었니…", "시간은 눈물과 흐르고"가 더 진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고 본다. 랩 트랙이지만, "검은 행복"도 마찬가지다. 이후로 윤미래의 활동 반경, 노선이 완연히 달라져 더욱 아끼게 되는 작품. - Melo
에반 - [Hard To Breath] (2007.03)
클릭비(Click-B)의 멤버로 시작했던 유호석은 탈퇴 후 미국으로 건너가 음악 공부를 더 진행했다. 그리고 긴 시간 자신의 첫 앨범을 준비했고, 해외 스태프들과 함께 완성도 높은 작품 [Hard To Breath]를 만들어냈다. 사실 트랙 자체는 정갈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뿐, 앨범 전체가 가지고 있는 결이나 갈래가 깔끔한 편은 아니다. 그 대신 몇 가지 장르를 블렌딩하는 과정에서 흔히 찾기 힘든 세련된 결과가 나왔다. 알앤비, 어반, 팝, 재즈를 아우르는 교차점 내에서 에반(EVAN)은 자신의 음악을 알차게 꾸려나간다. 각 트랙에서 여러 장르의 문법이 차지하는 비중도 조금씩 다르며, 따라서 분위기는 물론 리듬 구성이나 여러 디테일도 함께 달라진다. 서로 다른 구조를 한 장의 정규 앨범에 착실하게 담아낸 것도 보컬의 방법론 몇 가지가 더해지면서 에반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좋은 음색, 가요 창법과 만나 독특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후 에반은 자신의 이름으로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고, 얼마 전에는 클릭비 재결합으로 얼굴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에반의 커리어가 꾸준히, 오래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 bluc
이민우 – [Explore M] (2007.07)
신화에서 가장 음악적으로 개성을 내비치려 했던 멤버는 누가 봐도 이민우다. 그 개성적인 방향 자체가 [Explore M]의 몇몇 수록곡이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와 팀발랜드(Timbaland)나 니요(Ne-Yo)라는 레퍼런스를 둔 것처럼 특정한 모델이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의 세 번째 정규 앨범 [Explore M]은 절반 이상의 곡을 본인이 직접 만들고, 그 방향은 앞서 언급했듯 매우 명확하게 팝과 알앤비, 혹은 그것을 결합한 팝-알앤비를 향하고 있다. 물론, 초반 네 곡을 넘어서면 다른 작곡가의 다른 스타일로 그 색이 다소 흐려지긴 하지만, "AM 07:05", "One Last Cry"에서처럼 슬로우잼을 애절하게 가져가기도 하고, "Play My Song"에서는 타이거 JK(Tiger JK), 윤미래와 자연스럽게 조우하기도 한다. 물론, 이 앨범의 미덕은 뭐니뭐니해도 ‘엠쌀로’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던 "The “M” Style"와 락킹한 사운드를 댄스 팝에 잘 섞은 "Showdown", "Stomp"다. 이 시기에 이만큼 자신의 카리스마를 극렬하게 뽐낸 이가 있었던가? 답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 Melo
태양 – [1st Mini Album 'Hot'] (2008.05)
태양의 첫 솔로 앨범 [Hot]이 나오던 2008년 당시, 미국 메인스트림 씬은 서던 힙합이 그 위상을 떨치고 있었다. 또한, 대부분 알다시피 태양의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는 트렌드에 매우 민감한 기획사다. 즉, [Hot]에 수록된 곡들에 진한 서던 사운드가 묻어있음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Hot]의 첫 번째 곡을 트는 순간, 역시나 서던 힙합 사운드가 듣는 이를 반긴다. 단순히 모방할 뿐만이 아니다. 오토튠을 바른 보컬을 사용한 "기도"나, 서던 튠과 알앤비를 적절히 조합한 "나만 바라봐" 등의 트랙은 모두 태양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다. '태양'하면 떠오르는 그림은 빅뱅(BIG BANG)의 멤버들과 함께하는 화려한 퍼포먼스이지만, [Hot]이란 앨범은 비주얼적인 요소 없이 음원만 놓고 봐도 매우 좋은, 잘 만들어진 알앤비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대중음악상>이 모든 걸 말해주진 않지만, [Hot]이 발매된 해,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부문과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을 모두 차지한 건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 GDB
에보니힐 - [We Are Ebonyhill] (2008.08)
제리케이(Jerry.K)의 라이브메이트로, 그리고 <슈퍼스타K>와 <트로트 엑스>를 거쳐간 장원기의 밴드로 알려진 에보니힐(Ebonyhill)은 알앤비/소울 혼성 밴드로 존재 자체가 흔치 않은 경우에 속한다. 두 명의 보컬, 그리고 키보드, 베이스, 드럼, 기타로 구성되어있는 밴드는 각자 다른 경험과 경력을 가진 이들이 모인 결과였고, 그만큼 독특한 분위기와 호흡을 자랑했다. 에보니힐은 좀 더 피부에 닿는 알앤비를 추구하는가 하면, 다양한 취향이 모였을 때의 장점을 음악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펑카프릭 부스터(Funkafric Booster)에 잠깐 있기도 했던 기타의 김지훈(임지훈 아님)은 당시 리드머(Rhythmer)와의 인터뷰에서 "보컬들이 어울리는 그루브한 면과 알앤비의 브레이크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또한, 에보니힐은 훵크, 소울보다는 알앤비, 네오 소울에 초점을 두고 작업하며 활동했다고 한다. 밴드라는 포맷 자체가 서로간의 호흡과 리듬이 맞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그리고 의미 있는 행보를 선보였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에보니힐은 여러모로 기록에 남았으면 하는 바람에 이 글을 쓴다. - bluc
김신일 - [Soul Soul Soul] (2008.11)
작곡가로서 그가 가진 커리어가 어떠하였는지를 차치하고, 이 앨범은 ‘소울’이라는 장르를 표현한다는 점에 집중한다. 그 결과 지나친 강박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로 장르 문법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가 하면, 보컬 역시 리듬감 자체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 다양한 음악 중에서도 연주 악기가 중심을 이루는 훵크/소울 계열에 걸쳐있는 음악을 주로 선보이는 앨범은 발라드 느낌이 짙은 곡도 포진되어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를 ‘꽉 채웠다’는 표현이 들어맞을 정도로 알찬 구성을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후반부로 들어갈수록 부담이나 피로도를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동시에 앨범을 접하고 있으면 음악가의 자신감이 전면에 드러나기도 한다. 뚜렷한 방향과 목적이 있으며 그것을 충실히 이행했지만, 그런데도 약간의 부족함이나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결국 장르의 매력 자체가 여유와 여백, 사랑을 느끼는 그 자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 bluc
어반 자카파 - [커피를 마시고] (2009.07)
커피를 파는 것과 동시에 분위기를 팔야아 하는 우리 시대의 학습•사무•여가 공간인 카페에서 음악은 공간 전체의 무드를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즉, 이전이라고 안 그랬다는 건 아니지만, 음악이 BGM 그 자체로 소비되는 경향이 늘어난 셈이다. 그 점에서 어반 혹은 어쿠스틱에 방점을 찍는 음악가들이 비슷한 시기에 인기를 끌었던 게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반 자카파(Urban Zakapa)의 데뷔작 [커피를 마시고]는 이러한 흐름을 대변하는 결과물이다. 의도한 건 아니더라도 제목부터 노골적인 "커피를 마시고"를 비롯해 "Love Is All Around", "Let Me Be The One"까지, 모두 세 멤버가 가진 부드러움, 허스키함, 파워풀함이라는 각기 다른 보컬적 매력을 어쿠스틱 기타, 피아노, 드럼 위에 얹어내며 편안함을 유도해낸다. 망가진 관계를 호소하는 "Inevitability"도 격앙되긴 해도 결코 과잉되지 않은 톤을 끝까지 유지하며 마무리된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고]는 2010년대에 호황을 누리는 셀링 포인트가 확실한 어반 알앤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그들이 음반만으로 꾸준히 인기를 누리는 건 그 때문이다. - Melo
글│힙합엘이
조규찬 3집 ㄹㅇ 명반 키모띠
듣지 못한 앨범이 더 많지만 국내 알앤비 씬이 파이가 작긴 작네요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옥 같이 멋진 앨범들이 참 많아 보여 다행입니다
저기 나온 앨범중 갖고있는건 3~4장 뿐이긴하지만...조금 아쉬운 앨범도 있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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