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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Still-A-Live in my mind, 마스터플랜

title: [회원구입불가]Bluc2011.11.25 23:1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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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A-Live in my mind, 마스터플랜

 

11월 25일은 마스터플랜(Master Plan)이 문을 닫은 지 10년이 되는 날이라고 한다.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이 즈음이라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다가 마스터플랜에 관한 짧은 글 하나를 써보려고 한다. 기존에 내가 했던 얘기와 겹칠 수도, 모두가 아는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힙합을 처음 접했을 때의 나이를 지금 가지고 있는 이런 결과물들을 접해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조금이나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이 내용들을 꺼내보고자 짧게 글을 쓴다.

 


물론 나에게는 아주(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 일이다. 당시 대구에 살던 중학생인 나는 [Still-A-Live] 패키지 앨범을 시내 타워레코드에서 겨우 겨우 구입해서 돌려보고 또 돌려봤다. 나에게 있어 [MP Hiphop 2000]이라는 앨범은 엄청난 충격이었고 당시 활발한 커뮤니티 중 하나였던 mphiphop.com을 (집에 컴퓨터가 없었으니) 학교 컴퓨터로 겨우겨우 들락거리곤 했다. 그곳은 힙합 자체를 논하는 뜨거운 토론의 장이자, 각종 뒷담화와 디스들로 논란을 부추겼던 시장바닥이기도 했다. 랩퍼들이 써놓은 가사를 펴놓고 라임에 밑줄을 쳐가며 몇 음절이냐 아니냐, 이게 라임이 되냐 안되냐를 놓고 옥신각신 싸웠다. 진정한 힙합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며 그 장르를 우리가 만든 것도 아닌데 괜히 정의내리고 공부했다. 우스울 수도 있지만 그때만큼은 그 누구보다 진지했으니까. 그러한 분위기 속에 마스터플랜은 언더그라운드의 제 1의 장소였고, 성지와 다름없었다. 그만큼 내부의 자부심과 노력, 외부의 동경과 질투 아닌 질투도 있었겠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그때의 마스터플랜은 두말할 것 없이 최고였다.

 

지금 [Still-A-Live] 영상을 보면, 손발을 어찌해야 할 지 모르고 막 혀도 깨물어보고 그럴 수도 있겠다만, 이 영상을 처음 봤을 때 난 어느 종교의 의식을 보듯 무릎을 곱게 꿇고 단 1초도 눈을 떼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열심히 그들의 몸짓까지 따라했다. 사이드-비(Side-B) 테이크(T’ache)의 열혈 랩은 나의 우상이었고 그의 랩에 담긴 호흡과 강세까지 하나하나 따라해보곤 했다. 지금은 브랜뉴 뮤직의 대표인 라이머(Rhymer)의 불타는 라이브도 있고 일스킬즈(Ill Skillz) 세 명의 모습도 보인다. 약간은 날 것 그대로의, 약간은 미숙함이 있지만 그 대신 그들이 온몸으로 보여주는 힙합에 대한 사랑은 비디오로 보고만 있어도 절실히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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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곡이 담겨져 있는 CD 역시 압권이다. 데프콘(Defconn)이 <그 해 여름은 화끈하네> 중에서 “화끈하네” 를 외칠 때의 눈빛과 표정은 지금의 “이뻐~” 보다 더 충격적이다. 볼트릭스(Boltrix)와 45rpm 멤버들이 나와서 떼창 간지를 뽐내는 모습도 있다. 난 이 곡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나는 마스터플랜이 문을 닫은 지 10년이 지난, 아니 그보다 더 긴 시간동안 이 음악을 간직하고 있었다. 좀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나 자신의 과거의 일부이고 가볍게 말하자면 너무 오래 들었기 때문이다. 포장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척박했던 땅에, 모든 것이 서툴렀던 그때 저만큼의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수많은 뮤지션들이 생겨난 것이고 아직까지 음악을 하는 분들에게 정신적인 도움이자 모두의 뿌리이며 자양분인 것이다.

 

물론 그 당시 존재했던 것들 중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당시 '마스터플랜=성역' 이라는 느낌은 그만큼의 자부심도 있었지만 폐쇄적 마인드 역시 존재했다. 정작 자신들은 뮤지션이 아닌 그저 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이 진짜 힙합이고 나머지는 다 가짜야!' 라는 그릇된 인식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고 그걸 피부로 느낀 것도 몇 차례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만이 바른 의견임을 자청하고 나머지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나도 한때는 어린 마음에 그런 의견들을 동조했었지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물론 지금이야 한 나라의 대통령이 하루가 멀다하고 셀프그레이트빅엿을 제조하면서 소통의 중요성이 날마다 강조되고 있지만, 특히 음악을 접할 때 있어서 배타적 태도와 비타협적 아집은 리스너와 뮤지션 모두에게 무서운 것이다. 상대방이 좋은 뮤지션에 관심을 가질 때 '잘 모르면 듣지 마라'고 답하는 것은 아름다운 새를 새장 안에 가둬놓고 혼자 보겠다고 하는 것이다. 결과는 그 새도 자유롭게 날지 못할뿐더러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새를 볼 수 없다. 그런 건 피해야 하겠지만, 앞에서 얘기했던 순수한 열정, 힙합 자체에 대한 고민과 토론은 지금 우리에게는 많이 부족한 것들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2011년 11월 25일. 대거즈(Daggaz)의 멤버였던 예솔 누나가 굉장히 슬퍼하시는 걸 보고 지극히 부족한 나지만 몇 자 적어봤다. 제 아무리 순수하다 해도 그때의 마음과 분위기, 환경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지난 마스터 플랜 10주년 공연은 보는 나에게도 가슴 벅찬, 그 무대에 섰던 이들에게도 뜻 깊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진흙 속에 피는 꽃이라는 표현이 있다. 열악함에서 나왔던 마스터플랜이 딱 그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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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11.26 21:15

    저이거 한정판 아직도 소장하고있는데..ㅠㅠ 이사를 몇번와서 인지 박스랑 막 엄니가 맘대로 버릴라하고 그랬지만..꾿꾿히..ㅠㅠ 이때생각하면 아직도 아련아련 ㅋㅋㅋ 비디오도 있었는데.. 아 진짜 DVD가 판치는 2~3년전에도 이거 비디오로 보고그랬는데.. 아련하네요 ..

  • 11.26 23:06

    ㅇ ㅏ 이 앨범 생각나네요 진심 사고싶은 앨범이였는데 그땐 제가 고등학생이여서 사지는 못하고 MP풍류 파트원 파트투는 가지고 있네요  그리고 예전2003년도에 남해에서 올라와 신촌에서 본 데프콘 나홀로 공연이 생각이 그때 관객이 20명도 체안됐었는데 게스트로는 바스코 티비엔와이 본킴이렇게 온거 같은데 그리고 2명의 예쁜여성이 기억이 나네요 ㅋ 진짜 아련합니다..

  • srg
    11.26 23:10

    왠지 가슴이 찡하네요..

  • 11.27 04:09
    이젠 추억......
  • 11.27 16:43

    미국 90년대 골든에라를 다시 재현할수없는것처럼 마스터플랜의 음악들도 재현할수없을것 같네요 주옥같은 음악들이 많았는데

  • 1.15 21:47

    하아.. 이젠다 옛날얘기네요................ 예솔님 요즘근황궁금한데,,뭐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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