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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던밀스 - 미래

Melo2016.07.12 17:27추천수 5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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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던밀스 - 미래

01. 미래
02. Ye I Need (Feat. 넉살, ODEE)
03. 2.0 (Feat. Bewhy)
04. 머리 안의 콩팥
05. 쌀 (Feat. JTONG)
06. 드렁큰 던밀스
07. E.D.L (Feat. VASCO)
08. All Age (Feat. Dok2, Deepflow)
09. That Shit
10. Fetish
11. 안겨줘 (Feat. 창모)
12. Air Canada


어쩌면 트랩은 테크닉에 좀 더 포커싱을 둔 게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90에서 100 사이를 오가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힙합이라고 해서 랩 디자인을 비롯한 테크닉이 덜 중요하다는 게 아니다. 다만, 템포가 느리게 들리는 만큼 공백이 많고, 그 공백을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 위에서 오히려 타이트하게 랩을 뱉기도 하고, 아니면 아예 극단적으로 천천히 뱉기도 한다. 혹은 발음을 흐리고 뭉개가면서 동물적인 감각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해내기도 한다. 그만큼 이 서브 장르는 감각적인 측면에서 래퍼가 얼마나 독창적으로 비트를 가로지를 수 있는지에 따라 가치 판단이 되는 경향이 있다. 또, 두 음절이나 세 음절로 끊어 뱉는 식의 소위 ‘트랩 플로우’를 얼마나 자기 식대로 표현하고, 그것들을 유기적으로 섞어낼 수 있느냐도 일종의 감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다 똑같이 느껴지는 듯하면서도 디자이너(Desiigner)의 “Panda” 같은 센세이셔널한 곡이 종종 나오는 건 그 때문이다. 던밀스(Don Mills)의 첫 정규 앨범 [미래]는 그 점에서 꽤나 쌈박한 작품이다.

[미래]에 [Young Don]의 “강백호”, “어깨깡패” 같은 무형의 관념이 확고하게 자리한 트랙은 없다. 다 듣고도 ‘그래서 노래 제목이 왜 이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곡도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던밀스를 트랩 위에서 제멋대로 뛰어놀게끔 한다. 그는 여덟 개의 트랩 넘버에서 특정한 컨셉과 그것을 표현하는 워딩에 갇히지 않은 채로 자유롭게 현재 자신의 목소리로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이전보다도 더 목소리를 굴곡 있게 꺾어대며 벌스와 훅을 모두 지루하지 않게끔도 하고(“미래”), 뽕끼 있는 보컬을 강조함과 동시에 같은 단어를 좌우 패닝을 준 채로 정신없이 반복하기도 한다(“2.0”). 그런가 하면, “쌀”, “All Age”에서는 누군가는 한참은 철 지났다고 할지도 모를 오토튠까지 써가며 기존과는 또 다른 ‘야마’를 만들어낸다(던밀스를 표현할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속어를 그대로 썼다). 더 극단적으로는 창모와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꽤나 세련된 싱랩 퍼포먼스를 발라놓은 “안겨줘”도 있다. 이 때문에 던밀스의 퍼포먼스만 따지면, 넉살, 오디(ODEE)와의 호흡이 좋은 “Ye I Need”가 깔끔하게 떨어지긴 해도 준수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 던밀스 - 머리 안의 콩팥


더불어 수록곡 중 바스코(Vasco)와 함께한 “E.D.L”은 앞서 언급한 던밀스가 가진 그 모든 테크닉들을 한데 모아 놓아 앨범을 상징하는 결정적인 트랙이다. 이는 곧 던밀스가 트랩 안에서 벌이는 일종의 게임에서 승리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독자적인 성취를 이뤄냈음을 의미한다. 물론, 목소리를 낮춰 읊조리듯 랩을 하거나 스퍼트를 달려야 할 때 좀 더 빠른 템포로 랩을 하는 등 몇 가지 전형을 섞어 쓰기에 그의 움직임이 전혀 예상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마지막 구절을 호통치듯 마무리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그것들이 튀어나와 줘야 할 때마다 제때 완벽하게 구현된 채로 튀어나오기에 청자가 받는 청각적 쾌감이 반감되진 않는다. 더욱 고무적인 건 [미래]에는 “인생은 돌고 돌아 김연아”, “갓 잡아 올린 참치처럼 팔팔해”만큼 가사적으로 한 번에 꽂히는 라인이 크게 없음에도 이러한 지점들이 흥미롭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그의 소리적, 형태적 ‘야마’가 비약적으로 커진 셈이다(다시 한 번 쓰게 되어 양해를 구한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긍정적인 감상을 늘어놨지만, 사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어쨌든 던밀스가 자기 식대로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영역은 현재로써는 트랩까지다. 트랩이 아닌 “드렁큰 던밀스”, “That Shit”, “Fetish”에서는 다소 딱딱한 패턴으로만 랩을 뱉어 약간의 루즈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마지막 트랙인 “Air Canada” 역시 던밀스 개인에게는 소중한 이야기이겠지만, 작품의 전반적인 톤앤매너에 잘 달라붙지는 않는다. 차라리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앞서 잘해온 걸 끝까지 과감하게 밀어 붙였으면 더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고도 [미래]는 던밀스라는 독특한 스타일의 뱅어가 100% 그 이상으로 역량을 발휘한 수준급의 작품이다. 그럴 수 있었던 건 그가 단순히 이 트랩이라는 게임에 접근할 때, 전략 없이 무조건 빡세게만 하려 들지 않고 자신의 방식을 포함한 기존의 전형을 어떻게 꼴 것이며, 또 그것을 어떻게 적절히 배치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트랙을 쌓아나갔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정석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잘 틀릴’ 수 있는 방법을 직감적으로 알아챈 덕일 것이다. 트랩에서 자기 식대로 잘 틀리는 게 뭔지 알고 싶다면 [미래]를 감상하는 걸 추천하는 바다.


♬ 던밀스 - 미래


글ㅣ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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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7.12 19:23
    트랩 하나는 맛깔나게 잘하는 황치!
  • 7.12 23:52
    너무 잘듣고있습니다 안좋은 곡이 없네요 계속 스트리밍중 !
    멋진리뷰 감사합니다~~!
  • 저는 패티쉬 에어 캐나다가 있어서 되게 좋았는데 ㅎ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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