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 사전등급심의?
문화관광부, 뭐 문화도 맡고 관광도 맡고 고생이 많다. 근데 두 가지 일을 한 부서에서 하느라 그런지 어느 하나를 제대로 못 해내고 있다. 최근 문화관광부는 아주 깔끔한 스트레이트로 창작자들을 때리고 있다. 그리고 오늘 음악 창작자들을 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영상물 창작자들에게까지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렸다. 2012년 2월 17일 일부 개정된 법률 제 11314호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음악영상물도 앞으로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하며 이를 어길 시 징역 2년 혹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답답하다. 그러나 이는 여기서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1차적으로는 이 법으로 인해 음악, 영상 제작자들의 창작의 자유가 제한을 받는다. 타의에 의한 검열과 창작자 스스로 걸러내는 자체검열은 완전히 다르다. 미국에서 붙이는 [Parental Advisory]는 자체적으로 붙이는 것이지 당국 차원에서 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미 방송 3사에서는 자체 심의실을 통해 심의를 하고 있으며 여성가족부 역시 사후 심의를 하는 상태에서 굳이 번거롭고 거추장스럽게 사전심의에 대한 또 다른 법률을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 여기에 심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의비는 왜 존재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만약 이것이 인터넷을 포함한 나머지 매체의 컨트롤을 위한 것이라면 대단히 실수한 것이다. 우리 나라는 전체주의 국가가 아니다.
유투브를 포함한 인터넷에 올라가는 영상들도 다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놀라운 사실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높은 유투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를 기록하며 이런 매체들을 통해 우리 문화를 더 널리 알리고 있다. 이번 싸이의 '강남 스타일'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 싸이의 뮤직비디오는 유투브에서 UCC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미국 최고의 인기 뮤지션인 '티페인(T-Pain)'이 유투브 영상을 보고 스스로 홍보대사를 자청했을 정도로 그 힘은 대단하다. 비단 유투브 뿐만이 아니라 블로그, 카페 등 인터넷을 통해 올라가는 모든 음악영상물의 심의를 보겠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이어 인터넷의 자유를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국격 있는' 높은 조회수의 케이팝은 언제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사실 공중파에 나가는 뮤직비디오들은 사전 방송심의를 거치기 때문에 영상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이는 공중파를 통해 나가지 않는 나머지 뮤직비디오에 대한 심의가 아닐까.
절차에서도 문제점은 드러난다. 개인이 제작한 것은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이는 팬메이드 뮤직비디오를 의식한 문장이지만 만약 레이블이나 유통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인디 아티스트가 스스로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만든다면? 영상등급위원회가 발표한 법률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거기에 기존에 빠른 시일 내에 유투브와 같은 매체에 공개할 수 있었던 티저 및 메이킹 필름을 심의하는데 무려 7~10일이나 걸리고, 그렇게 모두를 기다리게 하는 그 시간동안도 쏟아져 나오는 많은 뮤직비디오들을 과연 얼마나 제대로 심의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더 믿을 수 없는 일은 영상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기 위해서는 영상등급위원회가 요구하는 규격에 맞춘 동영상을 필름이나 물리적 결과물로 들고 찾아가서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쓸데없는 소모인가. 이 복잡한 절차를 쓸데없이 겪어야 한다. 영상물등급위원회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쓰여진 소통의 광장이라는 문구가 무색하게도 그들이 이 법률에 관해 소통하고 있는 부분은 공지사항에 8월 2일자로 올라온 짧은 글과 첨부 파일이 전부다. 자신들은 이 법률에 이미 공지했으며, 그동안 왜 몰랐냐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뉘앙스마저 느껴진다.
MTV세대라는 말이 무색하다. 뮤직비디오는 영화나 방송영상과는 또 다른 장르의 예술이다. 뮤직비디오 역시 예외는 아니다. 뮤직비디오도 이제는 영화나 방송영상과는 또 다른 형태의 장르 예술로 봐야 한다. 기존의 영상 예술과는 노출 매체도, 노출하는 방식도 다 다르다. 비록 3,4분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지만 오히려 그 짧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함축해서 담기도 하고, 때로는 간결하고 담백하게 풀어내기도 한다. 또한 영상과 음악 간의 유기적인 상호 작용을 고려하여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작업은 좀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그 동안 내가 힙합엘이 내에서 소개했던 하이프 윌리엄스(Hype Williams)나 샘 브라운(Sam Brown), 모션 패밀리(Motion Family)를 포함한 많은 뮤직비디오 감독들은 모두 특유의 감각으로 끊임없이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그동안 뮤직비디오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대다수의 공중파 뮤직비디오는 천편일률적이다. 멋진 세트장에서 화려한 안무와 함께 가끔씩 멤버들 개인 샷이 들어가거나, 짧은 줄거리를 가지고 드라마를 찍거나. 반면에 인디 씬에서는 팬에 대한 애정의 보답으로, 자신의 색채를 구체적으로 알리는 수단으로, 또는 그 외의 다양한 이유들로 독특하고 창의적인, 다양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왔다. 문화관광부의 말도 안되는 규제로 인해 앞으로 세상밖으로 나올 수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개정 법률안을 철회해야 한다. 심의비 만 원씩 받아서 돈 벌 생각이었다면 그건 국가기관이 아니라 양아치 집단 수준의 사고이고, 설령 진심으로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만든 것이라 해도 지금의 개정안은 발전이 아닌 후퇴만을 낳을 것이다.
문화관광부는 개정 법률안을 철회해야 한다!
!!!
진심으로 하는 얘긴데 자꾸 심의 가지고 장난질하는 인간들은 걍 죽어버렸음 좋겠어요.
뭐 과격하다고 생각하시는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진짜 죽어도 하나도 죄책감 안들어요.
진짜 말같지도 않네요. 다음 아고라 서명합시다!
미국의 헌법학자 빅켈은 "형벌은 위축시키지만, 사전검열은 얼어붙게(freeze) 만든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뮤직비디오 산업은 이제 얼어붙겠군요.
처음 소식 듣자마자 어이가 없어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크나큰 오류입니다 이건. 대체 어떤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지 모르갰지만 나날이 '발전' 해나가는 행동들에 분노가 맞춰갈수 없네요.
미쳤지 진짜
인터넷 버전 뮤직비디오까지 심의를 받는다면서요?
영등위 바빠서 어떡해 밥은 잘 먹고 다니나 몰라ㅠㅠ ㅅㅂ
돈 받아쳐먹을라고 그러는거죠
이번정권 들어서 특히나 예술인들 더욱 못살게 하고있음.....
아직 우리나라는 뭐랄까 겉면은 선진국으로 발전햇지만 내면적인 면에서는 아직 선진화되잇지않은거같아요 이렇게 예술의 중요성을 모르고 이상한 제도 도입하고 부정부패도 심하고////......
zi.s님이 써놓은 사이트로 가셔서 다들 서명 운동 해여~ 제발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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