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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Red Bull RapPansori 2014

title: [회원구입불가]Beasel2014.11.28 04:09추천수 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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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Bull RapPansori 2014

예상치 못한 장르의 융합과 조화는 늘 새롭고 즐겁다. 흑인 젊은이들 사이에서 발생한 스트리트 댄스인 비보잉과 유럽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발레가 만난 무언극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대한민국의 민속 장단 판소리와 서양의 대표적인 공연 예술 오페라가 만난 판소리 오페라<수궁가> 등은 모두 각기 다른 장르의 결합으로 인해 새로운 색깔을 창조해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Live On The Road>, <BC One>, <Music Academy> 등의 각종 문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레드불(Redbull)에서 작년에 이어 또 한 번, 독특하고 신선한 장르 간의 연결고리를 선보였다. ‘랩’과 ‘판소리’라는 이미지부터 연고까지 다소 상반되는 장르를 결합함과 동시에, ‘배틀’이라는 참신한 요소를 버무린 <Redbull 랩판소리 2014>가 지난 21일 홍대 예스24 무브홀에서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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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리즈는 작년보다 더욱 탄탄해진 연출과 무대구성,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특히 돋보였다. 레드불 측에서는 좀 더 편안한 분위기의 관람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입장객을 대상으로 레드불 스미노프 보드카 칵테일을 제공하고, 우버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크레딧을 증정하는 등, 조금 더 관객에게 다가가는 커뮤니케이션을 선보였다. 이에 많은 이들이 조금 더 편안하고 릴렉스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롭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 구성도 각 장르에 대한 정통한 지식과 탄탄한 역량을 가진 이들을 섭외하여 공연 자체의 전문성을 끌어올렸다. 한국 힙합의 뿌리이자 “불한당가”를 통해 한국적인 멋을 선보인 가리온의 MC메타와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은 박칼린 음악 감독,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 감독인 원일 감독은 매 참가자마다 장, 단점을 짚어주고, 박자 감과 사운드적인 부분을 언급하는 등의 날카로운 심사평을 통해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부채 모양을 활용하여 멋들어지게 꾸며낸 스크린 이미지와 족자를 활용하여 승자를 알리는 방식 등의 무대연출도 인상적이었고 깔끔하였다. 전체적인 공연 진행은 작년에 이어 가수 김진표가 맡았으며,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 소속의 DJ 짱가가 전체적인 음악 플레잉을 담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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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연에 앞서 래퍼 데비(Debi)와 소리꾼 신동재의 오프닝 무대가 시작되었다. 이 둘은 하나의 비트에 맞추어 랩과 소리를 선보였고, 의외의 시너지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열광케 하였다. 사실 힙합과 판소리 자체의 박자 감과 그루브함이 상반되기 때문에 그 호흡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공연을 접한 이후로 인식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특히 소리꾼 신동재가 비트 위로 소리를 내뱉을 때는 마치 자메이카 특유의 레게 사운드를 듣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소리꾼 특유의 갈라지는 한 서린 목소리와 힙합의 거친 비트는 다듬어지지 않은 Raw한 에너지를 느끼게 하였다. 이외에도 8강전 직후 비보이와 비트박서, 소리꾼이 호흡을 맞춘 합동 공연도 인상적이었다. 비트박서가 구현해낸 덥스텝풍의 비트 위로 비보이들은 하회탈을 쓴 채 그루브한 몸짓을 뽐냈고, 소리꾼은 그 위에 강강술래 노래를 얹어내는 등,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는 무대를 선보였다.

본격적인 16강이 진행되면서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토너먼트로 이루어진 공연은, 예선을 통과해 선별된 래퍼 8명과 소리꾼 8명이 힙합 비트와 국악 장단에 맞추어 각각 45초씩 자신들이 준비해온 스토리를 풀어내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소리꾼들은 전모, 갓, 부채 등의 장신구들과 각양각색의 화려한 한복을 통해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였고, 힙합 비트에서도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선보였다. 트랩(Trap) 비트 위로 쾌지나칭칭나네와 같은 전통 민요가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모습은 생각 이상으로 멋들어졌고, 판소리가 고루하다는 편견을 깨게 하였다. 예선을 통과해서 올라온 브레이, 린나, 창케이, 김초랗다 등의 대학생 래퍼들 역시 깔끔한 랩과 자연스러운 무대 매너를 선보이며 기대에 부응하는 실력을 표출했다.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는 다양한 힙합 비트가 많이 사용되었다.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의 “Loyal", 와이지(YG)의 "My Nigga"와 같은 최근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유행하는 래챗(Ratchet)사운드 비트와, 맙 딥(Mobb Deep)의 "Shook Ones Pt. II", 나스(Nas) "Represent"와 같이 90년대의 투박한 향수가 느껴지는 비트를 적절히 활용하여 각 배틀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이끌어냈다. 이외에도 드레이크(Drake)의 "Pound Cake"/"Paris Morton Music2", “The Motto", 더 게임(The Game)의 “How We Do"가 사용되는 등, 비트 초이스에 있어 세심한 노력을 기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힙합 사운드가 제공된 것에 비해 판소리 장단은 다소 한정되었던 것이 아쉬웠다.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엇모리, 엇중모리 등 판소리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정겨운 장단이 많이 소개되지 않은 것은 분명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국악 장단이 양적인 측면에서 다소 부족했기 때문인지, 이번 공연은 작년과 다르게 래퍼들이 대체로 소리꾼들보다 좋은 평가를 얻어내며 매 무대 강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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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무대는 대회 취지에는 다소 안타깝지만 브레이와 창케이, 두 래퍼의 무대로 꾸며졌다. 브레이는 약간 취한 듯한 유려한 플로우, 재치 있는 워드 플레이, 여유 있는 무대 매너, 칼칼하게 박자를 짚어내는 보이스를 토대로 개성 있는 랩을 표현했다. 창케이 역시 정확한 발음과 몰아치는 래핑, 랩 자체의 기승전결을 가져가는 구조 면에서 강세를 보이며 결승전다운 무대를 선보였다. 결국, 우승은 심사위원 투표 결과 2:1로, 조금 더 자신의 색깔을 명확하게 보여 준 브레이가 차지하였고, 그는 MC메타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 기회를 제공받으며 2시간 동안의 공연은 막을 내렸다.

공연 자체는 굉장히 흥미로웠지만, 말미에 심사위원들이 언급한 것처럼 개선되어야 할 점도 분명 존재했다. 각 참가자가 국악과 랩 사운드에 맞게 좀 더 명확한 정체성을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장르의 융합이라는 측면이 주된 목적이었지만, 힙합과 판소리라는 각 갈래가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티를 뚜렷하게 선보이지 못했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이 기획 자체가 표현하고자 했던 의미를 명확히 전달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높은 수준의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흰색’과 ‘검은색’이 섞여 ‘회색’이라는 새로운 색깔이 탄생했듯이, 흑인문화로 대표되는 ‘힙합’과 백의민족의 전통적인 ‘판소리’가 만나 인상적인 지점을 구현해낼 수 있음을 선보였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글ㅣBeasel, GDB/ANBD
사진 제공 | 레드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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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11.28 20:20
    프리스타일인가요?
    무대 위에서 랩하신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진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저질이던데..

    PS - 힙합 비트위의 판소리는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 11.30 13:35
    신선한 시도 인 것 같네요 우왕 잘 읽었습니다!
  • 12.4 01:57
    짱 좋았음 :-) 메타 행님도 재밌어서 동영상 촬영하시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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