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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직전 스트리트 버블

MANGDI2018.12.03 20:31추천수 8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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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zi Manezi

망디의 객관성 제로

이제는 설득시켜야 할 때.


우리는 현재 스트리트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어떤 영역의 주된 소비층이자 대다수를 일컫는 대중이라는 단어는 신에 편입되어 잘 찾아볼 수 없는 정의가 되었다. 베트멍(Vetements)에서부터 오프 화이트(OFF-WHITE), 최근의 어 콜드 월(A-COLD-WALL*)까지. 브랜드 전반에 깔린 스트리트 무드는 사업적 성공의 필요조건으로 보였다. 이렇게 우리는 스트리트 브랜드와 하이앤드 디자이너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모호해지며 좀 더 다양한 의류를 손쉽게 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필자는 이번 화에서 최근 대두되고 있는 스트리트 버블 현상에 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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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브랜드는 복잡한 공정구조를 벗어나 생산하기 쉽고, 컷 앤 소싱보다는 그래픽과 스크린 프린팅에 크게 의존한다. 이렇듯 편하고 실용적이며 자신의 개성까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 형태는 맞춤 셔츠, 드레시 룩의 반대급부로 큰 인기몰이를 했다. 아무것도 없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이는 현재 전 세계인들에게 큰 위안을 가져다주는 발상이다. 스트리트 브랜드의 몸집이 점점 커진 것인지, 애초에 탄생부터 몸집을 불려 나타났는지는 몰라도,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스트리트'를 외치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시즌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드롭 방식의 성행과 복잡한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디자인 형식, 출시 가격에 또 다른 웃돈이 붙어 판매되는 리셀이 그것을 증명하는 몇 가지 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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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익히 보아왔다. 두려울 것 없이 부풀려지는 신의 쇠퇴기를. 피갈레(Pigalle), 후드 바이 에어(HOOD BY AIR), 피어 오브 갓(Fear of God)의 정체, 그리고 지속적인 판매량 감소를 보이는 베트멍의 하락세, 품절 대란의 주역이었던 이지(YEEZY)의 소매 판매, 세간에 떠도는 슈프림(SUPREME) 거품설 등이 그 예다. 없어서 못 팔았던 이 브랜드들의 변화는 과연 무슨 이유 때문일까? 나는 초심을 간과한 점이 가장 크다고 본다. 디자인과 생산 방식은 스트리트 브랜드에 중심을 두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가격과 판매 방식은 구매자들을 지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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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앤드 스트릿을 지향하는 이들을 비아냥거리는 것도 아니고 높은 가격에 배알 꼴려 하는 것도 아니다. 비싸다면 왜 비싼지, 럭셔리를 지향한다면 왜 그것이 럭셔리인지 우리를 이해시켜야 함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소비자들을 설득시켜야 할 때다. 그렇지 않다면, 대형 브랜드라도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구매자들 또한 꼼꼼하게 따져 사야 판매자들의 인식이 바뀐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에게도 책임이 아예 없다 할 수는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를 방해하고자 함이 아니다. 스트리트 브랜드는 탐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옷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주변 문화와 열정을 나누는 것이었다. 나는 버블이 터져 사사롭게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시대에 대한 통찰력 있는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이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이것은 가격의 문제 혹은 사회나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관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가치가 됐든, 재미가 됐든, 실용적 합리성이 됐든 우리를 설득시킬 무언가가 그것에 있냐는 말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것이 아닌 내실 있는 브랜드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90년대 후반의 닷컴 버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위기, 심지어 최근의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많은 경고 신호를 느끼고 있다. 이렇게 지속하다가는 우려한 그 끝을 보게 될 것이고, 다시 맞춤 셔츠의 시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CREDIT

Editor

MANG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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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 12.4 13:23

    오프와이투가 스트릿이었구나 래퍼들 가사에 자주 나오길래 고급 하이엔드인줄 알았네 좀 싸게 팔어 친구들아

  • 12.4 15:40
    @Chixandme

    ㅋㅋㅋㅋ 하이엔드 맞아요. 프라다 만드는 공장에서 나오는 재질의 옷으로 만들기 때문에 비싼값을 유지한다고 버질이 말했습니다.

  • 12.4 14:20

    요샌 그래픽 티셔츠 하나에 몇 십만원이니... 그렇다고 뭐 별반 다를 것도 없고. 설득시켜야 한다는 말이 인상깊네요

  • 12.4 16:12

    그쵸 품질 별로인 반팔티에 그래픽 하나 박아서 45,000원에 팔던데 버블이 확실히 있긴함

  • 12.4 16:48

    첫번째사진 맨왼쪽 여자 인스타에서 봤었는데 비싼거 많이입는걸로 걸리레오마냥

    이름이뭐였는지 기억이안남

  • 12.4 17:50
    @뭐먹을래?

    ifayfu...?였을 겁니다 예전에 전범기 박로입고 대차게 욕먹었죠 한국 좋아한다는게 그걸 입으니...

  • 12.5 08:33
    @김지용

    궁금한게 외국인이 한국 역사 잘 알지도 못하는게 대다수일텐데 전범기를 어케 알까...?

  • 12.7 10:09
    @whgksdhr

    아마 그사람들도 전범기에 어떤 내용이 포괄되어있는지 모를 확률이 높죠.

  • 12.4 18:10

    제발펑펑터지자!!

  • 12.4 19:34

    스트리트 버블 정말 공감가네요

  • 12.4 20:24

    점점 아 그들만의 세상이구나 라고 생각하게됨

  • 12.4 20:28
    @DigginWa

    옴마나 딱 이 말 쓸라 했는데... 진짜 가격 거품 너무 심함;;

  • 1 12.4 21:09

    좋은 글인거 같습니다.

     

    옷이 자기마음에 들면 돈을 비싸게 줘서라도 사는건

    좋다 생각합니다.

     

    근데 너무 브랜드빨을 세워서 옷을 걸치면

    부잣집 짱깨 같다는거 명심해야해요 ㅋㅋ


    좋은 옷이면 그에 걸맞게 멋있게 코디해서 입었음 좋겠어요 

  • 12.5 13:44
    @콘실리에리

    공감

  • 12.4 23:47

    정말 공감합니다. 물론 높은 가격은 옷의 가치를 부각시키지만 큰 개성이나 딱히 이쁘지도 않은 옷들을 브랜드네임만 앞세워서 너무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것 같아요. 어찌보면 모순적이게 스트릿문화가 상위 몇 %만의 문화가 된다는 게 아쉽기도 하구요.

  • 12.5 00:06

    오프화이트 빼곤 다 예전같지 않다는 게 느껴짐 그나저나 스트릿이 몰락한다면 어떤 스타일이 유행하게 될지 궁금하네요

  • 12.7 10:11
    @Antagonist

    어차피 유행은 돌고 돈댔으니.. ㅋㅋㅋ 지금 어글리 슈즈가 유행타는거랑 똑같은 이치 아닐까요

  • 12.5 09:23

    진짜루 무슨 명품샵으로 변해가고 있음

  • 12.5 13:46

    글 너무 좋습니다. 그 디자인 텍에 스베누라도 살건지 궁금. 요즘은 너무 네임드만 앞서서 만드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 12.6 12:16

    개인적으론 스트릿 스타일을 입지 않습니다

    왜냐면 저는 학교다니는 공돌이지 길거리에서 생활 하지 않으니까요

    사는 대로 입어야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스트릿 브랜드에 관한 생각은 왜 그렇게 비싸지? 몇개 없으니까?

    그렇지만 과연 그 가격에 걸 맞는 재질이나 공법, 디자이너로서의 고뇌가 들어 갔나 싶으면 딱히 잘 모르겠네요

     

  • 12.7 10:13
    @hopsin

    사실 몇개 없는걸 그아격 주고 산다는거 자체가 스트릿이라고 생강되네요 명품에 리미티드 에디션이였다면 훨씬 웃도는 가격이였겠죠


    물론 애초에 몇백만뭥 주고 스트릿 살바에 명품 하나 사는게 낫다고 생각되긴 합니다

  • 망디님 글 너무 좋아요! 자주 자주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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