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행복한 일보다는 속 썩일 일이 더 많을거야. 안그래?
안그래도 험한 세상, 금이야 옥이야 하며 키운 애 걱정돼서
어디 유치원이나 보내겠어?
그렇게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 이름을
써보라던가 하는 수업에는 아빠 이름을 적고, 담임 선생님께서는
애가 아빠를 너무 좋아해요, 따위의 말을 할거야 아마. 아님 말고.
그때는 나도 아마 체력이 쌩쌩할테니 애를 데리고 이곳저곳 놀러갈거야. 산, 바다, 어디든 좋겠지.
애를 데리고 간다는 핑계로 친구들과 날 잡아서 몇일간 놀 수도 있어.
아침에는 애들과 놀아주다가 밤에는 아저씨들끼리 고기에 맥주파티, 끝내주는 조합이지.
애들은 가만히놔두기만해도 쑥쑥 자라서 눈 깜짝할사이에 교복을
입을 나이가 되지. 그러면 또래 남자애들이랑 눈이 맞고, 어디서
굴러먹다온 놈팽이같은 녀석을 별안간 데려오더니 하하호호 웃는거야.
생전 아빠 앞에선 보여준적도 없는 모습으로!
그 놈팽이가 영 못미더워도 뭐 어쩌겠어, 그렇게 한 해, 두 해, 지나고나면
녀석이 평소와는 다른 진지한 얼굴로 내게 찾아오겠지.
멘트는 아마 아버님! 딸을 제게 주십시오! 정도 될까?
이미 기분 팍 상해버렸지만 어색하게 미소 짓는 딸 애 얼굴 표정에 맞춰 바보같이 너털웃음 한번 지어주고 딸을 잘 부탁한다고 대답해.
그러면 이제 내 할 일은 끝나게되는거야. 아무것도 아닌게 되는거고, 안그래?
그렇게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더 흘러. 이젠 체력도 없고 즐거울 일도 없는 노년에, 간만에 딸이랑 만나.
허심탄회하게 술이나 기울이며, 어색한 분위기가 시작되려는 찰나 내 딸이 말해.
어렸을 때, 아빠와 같이 산이고, 바다고, 놀러다녔던 추억들, 너무 즐거웠다고. 지금의 남편과 결혼까지 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고맙다고,
항상 사랑해줘서, 아빠의 딸일 수 있어서 너무 고마웠다고.
그래, 그거면 된거야. 안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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