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림 - 자취
beat by 톱밥 "비 올 것 같은날"
[Verse1]
발이 닿을까 잠깐 웅크려
또 작은 방이 나를 따라 살짝 움츠러든 것 같아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을
잊으려 난 그리운 무언가를 그려
신촌역 2번 출구
연대 학생들과 이른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에서
알라딘 중고서점 길목 지나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아도 익숙하던 길
고시원 가장 구석진 208호실
작은 창문만큼 주어진 햇빛을 보며
근근히 꿈들을 가꿔갔었지
닭가슴살 통조림과 새싹채소
어느샌가 시리얼이 아침으로 최선이란 걸
알게 되었던 그해 겨울
누구도 혼자인 나를 못 구해줘
[Chorus]
혼자 지내던 날의 작은 방
혼자 먹던 밥 혼자 잠든 밤
머물러있던 나의 작은 방
멈춰있던 밤 난 얼마나 왔는지
어느 곳에서 머물러있든
그건 내게 남아있는 자취
어느 곳에서 머물러갔든
나는 이미 지나쳐왔는데
[Verse2]
그리운 목소리를 들으려
술에 취한 핑계로 전화하는 것도 여러 번
어느날 늦은 밤에 무심결에 열어 본
냉장고엔 유통기한 지난 지가 여러 날
너무나도 심심했던지 팔굽혀펴기
차가운 벽엔 길게 뻗은 발끝이 닿지
옆방에서 들리는 철지난 발라드
듣기 싫지만 기분에 따라 가끔은 화음넣고
우리네 삶이란 솔로와 듀엣
때로는 중창단, 어쩌면 무대뒤에
있기도 한단걸 생각하고 쓴웃음 짓고
뜬눈으로 또 긴밤을 새웠어
지금은 이미 떠나온 그 작은 방안
기억의 손으로 힘껏 붙잡은 날
그 방이 내게 속삭이는 말
'나는 너의 삶에 영원히 살아'
[Chorus]
혼자 지내던 날의 작은 방
혼자 먹던 밥 혼자 잠든 밤
머물러있던 나의 작은 방
멈춰있던 밤 난 얼마나 왔는지
어느 곳에서 머물러있든
그건 내게 남아있는 자취
어느 곳에서 머물러갔든
나는 이미 지나쳐왔는데
*)
작년 1월부터 3월 초까지, 태어나서 군대를 빼고는 집에서 떠나 처음으로 신촌의 고시원에서 지냈습니다. 우연히 노래를 듣다가 그때 탔던 버스의 안내 방송이 나오더군요.
기분이 이상해졌습니다. 분명 저는 그곳 고시원에 머물렀는데, 그곳에는 제가 있었던 흔적이라곤 전혀 없을 것 같아서... 마치 그 시간과 경험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자취'라는 것 자체가 그런 거 같아요. 머문다는 건 세상에 남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남는 것. '자취'의 '자취'가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남는 것.
그 때의 경험으로 가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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