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믹스테입 [Imperfection]의 8번 트랙 '재수생'입니다.
등 뒤로 닫힌 십대의 끝에 붙은 말이 실패
졸업과 함께 갈린 길의 뜻은
가진 기회가 아닌 대학 입지에 따라 나뉜 미래
친구들을 보면 무겁게 고민해야 할 일인 게 확실시돼
당장 주위의 눈길부터 바뀌기에
남은 생이 학력란에 얼마나 달렸을지 단정할 수가 없지
그 영향을 온전히 믿고 싶지도 않지만 부정하기도 불가능한 현실
뭐가 옳은 건지 모르겠는 선택지 사이엔 장사꾼만 설치고
결국 저항 아닌 순응을 택해, 더도 말고 남들 가는 딱 거기
내가 못마땅한 건 이 길도,
이 길을 선택하게끔 꼬드긴 잇속도 아냐
그 손이 가리킨 곳이 유일한 빛인 것처럼
편협함에 갇힌 신조
격려와 지지도 부담이 되는 기대와 압박의 틈 사이에서
다시 한 번 입시로 뛰어든 게 완전히 자기 선택이었던 애가 누가 있겠어
내겐 없어, 말해줄 게
끝나기 전까진 그저 매순간 위태한 애들에게
세상은 지키지 않을 약속을 담보 삼아 채근했고
한 번 더 기회를 준 걸로 생색을 냈어
부디 너희 주위의 누군가는 더 좋은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유일한 옳음이라 선 그어버리는 게 이기심이란 걸 알려주길
성공자만 쭉 나열한 현수막 앞에 섰을 때의 초라함은
한 단어만으론 말할 수 없는 거지
이제 이 시험에 매달리는 이유는
이뤄나갈 꿈이 아니라 절박함뿐
눈치 봐야 해, 남들은 얼마나 됐는지, 부모님의 눈치
원서는 어디에 쓸지
내 손에 들린 백분위는
내가 누군가를 밟는 걸 용납해주지
여기 모든 게 걸린 것 같고
결과만 좋으면 성공한 인생일 거란 희망
그 다음을 물을 겨를은 없어
다음이 없기만을 기도하니까
만점에 가깝기를 바라
첨탑처럼 깎아지른 하나는 소용없어
모든 분야의 최대치에 도달한 신을 찾아
갓 어른이 된 만 열아홉살한테
완벽을 요구하는 완벽하지 못한 사회
세상을 바꿀 의지도 높은 데서나 유효하다 자기위로를 해
세상이 그 의지를 바꾸는 곳이라는 건 모른 채
난 그저 운이 좋았다고밖에 말 못하겠어
내가 대학 이름으로 덕을 본 차고 찬 예들은 생각만으로도 민망해
지금 너희 세상의 전부인 일이
나중엔 아무것도 아닐 거라는 위로는 힘 잃길
너희가 이루고 잃은 건 성공도 실패도 아니었음을
그걸 성패로 규정한 실언들은
너희의 끝에 함께 할 말들이 아냐
겨울의 초입에서 결과와 상관없이 너희가 평안을 찾길 바랄게
너희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시작을 위한 힘만 남게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