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설Hasal - 직각성애자

두 번째 믹스테입 [Imperfection]의 5번 트랙 '직각성애자'입니다.

우린 다 알아, 세상의 어떤 건 무가치들해
원리원칙, 말만 들어도 존나 숨 막히는데
속에 든 걸 똑바로 볼 줄 모르는 것들이 유난히 크게
키워놓은 덕분에 도덕에도 허례허식이라는 말이 붙네
그럼에도 난 내가 있던 사령부 단위 부대에서
연병장 가득 병사들 열이 늦겨울 벚꽃처럼 죽 잡히는 게
짜릿했던 적 있지, 이건 두바퀴수레
내게 형식과 내용의 크기는 반비례가 아냐, 난 둘 다 키울래

내 세상에선 작든 크든 용기가 자기만의 목소릴 내
맨날 관습을 엎기 위한 노력들만 미덕인데
섬세하게 다듬은 형식은 꼭 오명을 갖지, 겉치레
근데 또 두른 옷이 사람을 말해준다는 건 믿네
진짜 파괴를 꿈꾸면 필수품은 대상에 대한 선이해
허나 대부분 그저 일탈자란 칭호만 욕심내
사실 그냥 게으른 거지, 가장 알맞은 틀을 고민해보기엔
어딜 가든 둥근 원이 환영받으니까, 제일 손쉽게

각 딱 나와야 할 맛 나잖아
낱말 싹 다 잡아다
사각 상자마다 박아놔봐
세상 사람 말마따나 기왕이면 보기 좋은 떡
딱 들어도 지랄인 헛소린 더욱더
본능적인 변태성욕
판 깔렸을 때 편히 꺼내놓고
마음껏 터뜨리지, 한쪽에다
니들은 다음 번 포맷이나 정해봐

창작욕을 좌절시키지
딱 봐도 중간서 GG 칠
각 나오는 판 벌인 위인
한낱 허튼 방법, 미친 짓
한다고 누가 볼 일 있니
망상 혹은 자존심이지
한사코 그 가벼이 읽힐
한 단어를 찾고 지키지
앞만 번듯한 어린 치기
모음만 맞춰 끼워대니
난이도는 헬인데
정작 내용은 빈 껍데기
모두 형식은 구속이래도
내게 탐미적 재미의
핵심은 형식 속에 있기에 밟지
핀처의 뒤

직각 두 개를 맞붙여 직선으로 편 다음
또 한 쌍을 입 맞추게 이어주고 원 만들어
뭐든지 싹둑 벨 것처럼 눈 치켜뜨던 내 욕망들도
한 데 합칠 만큼의 노력만 있다면 더없이 너그러운 공간으로

내게 가사는 일차방정식들, 한 번 엑스값이
결정되면 나머지는 돌아볼 것도 없게끔 하지
그 계산엔 참, 거짓뿐, 부차적인 것들에게 줄 자린 없어
필요한 건 각도기 끝에 맞춰 펼쳐낼 줄자지
외곬마냥 고집스럽게 없앤 수학기호들은
벌스의 값어치를 키우는 곱셈을 맡지
당연히 문제가 있으면 풀어내는 방식
자기가 정한 원칙은 밀어붙이는 게 예술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