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메탈의 역사를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밴드인 주다스 프리스트 (Judas Priest).
인지도 면에서 아이언 메이든, 블랙 사바스에 비해 밀린다는 시각이 있지만 그들이 메탈 씬에 남긴 족적은 어마어마하다.

때는 바야흐로 비틀즈의 음악력이 정점에 있던 60년대 후반, 그들의 영향을 받은 일부 블루스, 하드 록 밴드들은 더욱 더 무거운 사운드를 추구한다.
그 대표가 바로 위의 메탈 1세대라 일컬어지는 블랙 사바스, 레드 제플린, 딥 퍼플로 이들의 사운드는 뒤이어 등장할 모든 메탈 밴드들의 초석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헤비메탈의 실질적 시조가 되는 블랙 사바스가 결성된 해인 1969년, 같은 영국에서 하나의 밴드가 더 결성되니 바로 주다스 프리스트이다.
이것이 바로 주다스 프리스트의 디스코그래피를 쫓는 것만으로도 헤비메탈의 역사를 알 수 있다 말하는 이유로, 그들은 헤비메탈의 시작부터 현대까지 항상 시대의 정석이면서도 자신들만의 멋을 드러낸 앨범들을 찍어내 왔던 것이다.
[70년대 시기]

(주다스 프리스트의 1~5집)
초기 주다스 프리스트는 그리 주목받는 밴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금과 달리 다채롭고 꽉 차있는 사운드와는 거리가 있던 70년대 헤비메탈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비교적 최근의 헤비메탈 곡들이나 스레시메탈 등 파생 장르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시기 곡들을 들으면 뭔가 소리가 비어있다거나, 허전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2집 Sad Wings of Destiny와 4집 Stained Class를 추천한다.
여담으로 주다스는 이 시기 '메탈 룩'이라 불리기도 하는 가죽 자켓과 가죽바지 패션을 선도했고, 5집 Killing Machine 즈음에는 80년대 4대 보컬로도 이야기되는 롭 헬포드, 기타리스트 글렌 팁튼 등 전성기 멤버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주다스의 6집 British Steel은 이러한 70년대 메탈의 정점과도 같은 작품이다 (80년도 발매이긴 하다).
평론가들에 의해 "헤비메탈의 스탠다드"라 극찬받은 바 있는 이 앨범의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인 드럼, 리프와 따라 부르기 쉬운 후렴들은 (수록곡들 중 가장 유명한 Breaking the Law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대중적으로도 성공하였고, 본작을 메탈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들 중 하나로 만들었다.
아마 올드스쿨 헤비메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곡 외에도 정석적인 드럼과 후렴의 멜로디가 돋보이는 Living After Midnight, 느린 템포에 묵직한 리프로 그들에게 '메탈 갓'이라는 이명을 선사해 준 Metal Gods 등이 유명하다.
이 이후에 7집을 냈는데 그건 들을 필요 없다.
[80년대 시기]
80년대는 헤비메탈이 음악적으로, 대중적으로 한 층 더 발전하게 되는 시기로 아이언 메이든, 모터헤드 등으로도 대표되는 NWOBHM의 시대이다.
이 시기 헤비메탈 밴드들에게는 더욱 더 날카롭고 정교한 기타에 더해 다양한 드럼의 연주 (때문에 프로그레시브적인 성격을 띄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혹은 송라이팅 그 자체의 발전이 요구되었는데,

주다스 프리스트의 8집 Screaming for Vengeance는 그 모든 변화를 완벽히 담아냈다.
인트로~Electric Eyes, Riding on the Wind로 이어지는 세련된 전반부의 시퀀스만을 들어봐도 그 발전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본작에서 주다스의 곡 설계 능력은 정점에 달했고, 후반 You've Got Another Thing Commin', Devil's Child등의 성공한 킬링트랙들이 그를 뒷받침한다. 이외에도 이전과는 달리 앨범의 유기적 흐름을 고려한 듯한 곡들의 배치를 확인할 수 있다.
Screaming for Vengeance는 본인들의 커리어 하이임은 물론, 주관을 더해 한 밴드의 역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시대를 대표할 대작이었다.

이어 발매된 9집 Defenders of the Faith은 그 흐름을 이어가는 작품으로, 공격적인 사운드를 자랑하며 역시나 주다스 프리스트 3대 명반 중 하나로 여겨진다.
하지만 뒤이어 발매된 두 장의 앨범은 대중적으로는 성공하였지만 자가복제, 당시 떠오르던 스레시메탈의 어설픈 수용이라는 평을 들으며 약 5년간의 침체기를 가지게 된다.
사실 이때 주다스는 이미 중견 밴드로 동년배인 블랙 사바스도 퇴물이 되었고, 서너장의 명반을 연달아 내놓았기에 여느 다른 밴드들처럼 자신들이 쌓아놓은 벽에 가로막히는 듯 했다 (이 시기가 아이언 메이든의 전성기로 같은 세대로 묶이지만 멤버들 모두 10살 이상 어리다).
그러나 대중음악사적으로 큰 변화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던 혼란기, 영광의 90년대, 그들은 다시한번 역사를 쓰게 되는데...
[Painkiller]

80년대에 들어 메탈 장르의 분화가 촉진되어, 80년대 후반에는 이미 헤비메탈의 전성기는 지나고 스레시메탈, 파워메탈, 데스메탈 등 하위 장르들의 씬이 활발해졌다.
스피드메탈의 영향을 받은 스레시메탈(특히 메탈리카와 메가데스)은 특유의 몰아치는 템포로 미국의 젊은 층들을 사로잡았고, 유럽에서는 파워메탈이 치고 올라오는 중이었다.
당시 메탈계의 고인물 주다스 프리스트는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후 젊은 드러머 스콧 트래비스(당시 주다스 프리스트 멤버들은 모두 40세가 넘었다)를 영입해 스레시 스타일의 드럼 등 하위 장르의 여러 사운드를 적극 도입하는데,
메탈의 등장 이후 20년간 갈라져 나온 수많은 가지들이 주다스 프리스트로 다시 한번 수렴한 결과가 바로-

설명이 필요없는 헤비메탈 불후의 명반 Painkiller이다.
1990년 발매된 이 앨범은 메탈 역사상 가장 폭발적인 사운드를 선보이며 엄청난 찬사를 얻어낸다.
그 수준이 어느정도냐면, 헤비메탈에 박하기로 소문난 RYM차트에서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블랙 사바스의 앨범을 제외하면 가장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이 글에 적혀있는 다른 앨범들은 몰라도 이 앨범은 꼭 들어보길 바란다. 본작에서는 서로 의지하며 곡을 이끄는 두 리드기타는 물론 롭 헬포드의 보컬까지도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었다.
이 앨범에서 들을 수 있는 꽉찬 사운드와 곡들의 설계, 유기성은 여러 장르들이 난립하며 분화와 융합이 계속되던 90년대의 포문을 여는 작품으로 평가하기에 손색이 없다.
[암흑기와 반등]

하지만 보컬 롭 헬포드의 탈퇴와 재합류, 계약 문제 등을 겪으며 주다스는 꽤 빨리 정상에서 내려와야 했다.
이 90년대 중반~10년대 까지를 팬들은 암흑기로 여긴다.

2018년 발매된 Firepower로 재기에 성공한 주다스는 지난 2024년 Invincible Shield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1집으로부터 정확히 50년이 되는 해였고 결성으로부터는 55년째였다.
현재 이들은 57년차 밴드로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메탈 팬들에게는 살아있는 전설로 여겨지는 바이다.
그냥 커뮤니티에 메탈 팬이 적길래 써본 글로, 이만 마친다.




멋진 정리네요
전에 찾아보다 결성 시기가 생각보다 훨씬 빨라서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Defenders of the Faith 못 들어본 거 같은데, 들어봐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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