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TOMAMI』가 아스팔트 위를 질주하는 바이크의 굉음과 육체의 뜨거운 열기에 대한 앨범이었다면, ROSALÍA의 네 번째 앨범 『LUX』는 그 모든 속도의 세계를 떠나, 고요하고 거대한 대성당 안으로 들어서는 것과 같다. 이 앨범을 듣기 위해 필요한 것은 헤드폰이 아니라, 어쩌면 경건한 마음일지도 모른다. ROSALÍA는 팝스타의 왕좌를 스스로 걷어차고, 시대를 초월한 예술을 향해 떠나는 구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빛'을 의미하는 라틴어 제목 『LUX』는 이 앨범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이것은 신성함, 영적 초월, 그리고 여성 성인들의 삶에서 길어 올린 신비주의에 대한 장엄한 탐구다. 수녀의 베일을 쓴 앨범 커버는 단순한 도발이 아니다. 그것은 팝의 영역에서는 금기시되던 '성스러움'의 영역으로 들어가겠다는 그녀의 야심 찬 선언문이다.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앨범의 구조는 그 선언을 뒷받침하는 건축 양식과도 같다.
ROSALÍA는 이 거대한 성당을 짓기 위해 팝의 문법을 해체하고 클래식의 심장부를 찔러 넣는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은 이 앨범의 가장 대담하고 눈부신 성취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스트링 위로 Björk의 얼음 같은 목소리가 떠다니고, Yves Tumor의 뒤틀린 노이즈가 성가를 침범하는 리드 싱글 <Berghain>은 시작에 불과하다. 앨범 전체에 걸쳐 로살리아는 스페인어, 영어, 독일어, 라틴어 등 14개의 언어를 마치 악기처럼 다루며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가볍게 허물어 버린다.
물론 이 앨범은 결코 친절하지 않다. 대중적인 히트 싱글도, 따라 부르기 쉬운 훅도 이곳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트랙은 현대 음악 콘서트처럼 느껴지고, 어떤 트랙은 중세 시대의 미사곡처럼 들린다. 청자는 때로는 압도당하고, 때로는 길을 잃으며 이 거대한 건축물 안을 헤매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혼란과 경이의 여정이 끝났을 때, 우리는 깨닫게 된다. ROSALÍA가 『LUX』를 통해 지은 것은 단순한 앨범이 아니라, 소리만으로 체험할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공간이라는 것을. 『MOTOMAMI』가 육체의 앨범이었다면, 『LUX』는 단연코 영혼의 앨범이다. 이것은 음악 감상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성전에 참배하는 경험에 가깝다. 그리고 지금, 팝의 세계에서 이토록 장엄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아티스트는 오직 ROSALÍA뿐이다.
추천곡: Mio Cristo Piange Diamanti, Berghain, La Rumba Del Perdón
전곡해석: https://hiphople.com/album/3273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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