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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아이드 소울 정규 5집-Soul Tricycle

title: Late RegistrationAlonso20009시간 전조회 수 100댓글 1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4041455755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주기에, 삼각형은 가장 안정적인 형상이다. 이 안전함에 주목한 인류는 3이라는 요소를 여러 구조에 응용하고는 했다. 고금을 통틀어 아이들의 오랜 벗이 된 세발자전거는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하나의 평면을 완성하는 최소 기준인 세 개의 점이 바퀴를 통해 땅에 닿아 있는 만큼, 아이들에게 있어 세발자전거는 안전하게 새로운 세상으로 첫 모험을 떠날 수 있게 하는 좋은 동반자가 되어주고는 한다. 순진무구함에서 비롯된 호기심을 지닌 채 앞으로 나아가려는 그들에게 있어 작고 단단한, 세발 달린 전우는 더 강인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여기, 오랜 여정 끝에 새로운 구성으로 다시 출발선에 선 팀이 있다. 2019년, 하프 앨범 [It' Soul Right]을 내놓으며 새 정규를 예고한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여정은 상정 외의 변수들이 개입되며 상상 이상으로 길어졌다. 팬데믹으로 인하여 라이브에서의 활동이 어려웠던 것은 이들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 사이 성훈이 소속사와의 계약 만료로 인해 팀을 나오며 3인조로의 재편은 불가피했다. 원래도 다작보다는 공들인 소수의 명작으로 승부해 온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지만, 상술된 사안들이 겹치며 이들의 마지막 정규였던 [SOUL COOKIE]로부터의 기다림은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지연되어야 했다. 그럼에도, 3인조 그룹으로서의 첫 앨범이자 10년만의 정규작인 [Soul Tricycle]에는 여전히 그들다운 고전미와 향수, 순수한 애정으로 가득하다.

 

 

 

 

세발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이들의 행보가 늘 그렇듯 20세기 소울 음악의 전반을 아우르는 여정이다. 소울 음악이 현대적 형태로 자리잡기 시작한 60년대의 정경을 보자. "그대의 밤, 나의 아침"에서 6/8박자와 피아노 안에 담은 격정부터, 정엽의 밴드 프로젝트 코스믹 칩스의 도움으로 부드러움 이면에 생명이 약동하는 연주가 그득한 "러브 스캣"의 접근은 특히나 고전적이다. 블루스와 컨트리, 가스펠이 뒤섞이며 본능적인 서던 소울이 꿈틀거리던 남부의 모습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 특유의 짙은 하모니를 거쳐 활력을 띤다. 반면, 전통적으로 공업이 강세였던 북부의 소울은 한층 더 체계적이며 정돈된, 때로는 더욱 상업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특히 자동차 공업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에 세워진 Motown Records는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에 영감을 받은 체계적인 아티스트 양성을 통해 흑인 음악 스타들의 산실로 거듭났다. "Sing Your Song (Motown Lover)"의 경쾌한 리듬과 두터운 베이스, 흥겨운 화음과 편곡은 제목에서 말해주듯 그 시절의 향수에 대한 돈독한 애정이 물씬하다.

60년대의 성장을 기반으로 70년대에 이르러 소울은 양적, 질적으로의 확장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Motown Records의 대중적 접근은 비흑인 가수들의 소울로의 진입장벽을 낮추었으며, 사이키델릭 록이나 클래식을 접목하여 훵크, 필리 소울 등으로 발전하는 등 성공적인 장르적 실험도 잇달았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지난 세기 태평양 너머의 음악을 재해석하려는 여정을 나선다면 반드시 거쳐가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어쩌면 너는 이렇게도", "흐르는 밤의 도시"의 유려한 멜로디에는 물론 필리 소울의 영향도 적지 않겠으나. 이에는 뚜렷한 개성을 지닌 세 보컬리스트의 탁월한 역량에 힘입은 바가 컸다. 가령, "흐르는 밤의 도시"는 영준의 중저음이 앞장서면 그 위로 정엽과 나얼의 섬세한 팔세토가 겹쳐지며 한층 더 따스한 온기를 완성했다. 재즈 록 풍의 훵키한 리듬에 힘입어 대중 친화적인 방향으로 키를 돌린 블루 아이드 소울 풍 트랙 "Better Together"도 놓칠 수 없다. 이름도 낯선 외국 아티스트의 코러스와 랩을 더해, 원 장르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색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 점이 흥미롭다. 이러한 장르적 확장 외에도, 70년대 소울은 사회와 더욱 깊게 결합하며 새로운 깊이를 탐색했다. 민권 운동에 힘입어 향상된 흑인들의 문화적 영향력은 이내 이들에 대한 이야기의 수요를 낳았다. 자연스레 이들이 노출된 위험한 삶을 담은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들에는 그들에게 친숙한 훵크와 소울 음악이 오케스트라 편곡 등 영화적인 스케일을 거쳐 적극 활용되었다. "It' Soul Right"에는 이 시기 흑인 음악의 한 축을 이룬 강렬한 전형이 TST의 감각적인 브라스와 융스트링의 긴장감 넘치는 연주를 통해 충실히 구현되었다.

 

 

 

 

80-90년대 미국이 맞이한 정치·경제적 호황은 곧장 흑인 음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재지하고 서정적인, 때로는 관능적인 콰이어트 스톰은 모타운의 전통을 이어 흑인 이외의 대중들을 공략했으며, 이 시기를 기점으로 젊은 흑인들 사이에서 급성장한 힙합과의 교류도 적극 시도되어 장르의 외연을 넓혀갔다. 알앤비의 최전성기라 할 만한 이 호시절의 음악적 유전자는 [Soul Tricycle]의 곳곳에도 새겨졌다. 앨범 전체에서 제일 먼저 공개된 트랙을 재편곡한 "Right"를 예로 들어보자. 곡의 감각적인 신디사이저와 멜로우 키친의 여유로운 색소폰 솔로, 이제는 한국 알앤비 씬의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한 SOLE의 보컬과의 유기적인 호흡은 Quincy Jones의 지도를 거쳐 커리어 하이를 경신하던 그 시절의 Michael Jackson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 밤 우리는"이 뉴잭스윙의 자장 아래서 댄서블한 매력을 보여준다면, 인트로 트랙 "Soul Tricycle"은 전자 악기를 통해 네오 소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세련미가 돋보인다. 이 흐름들은, LaFace 사단의 짙은 감수성까지 흡수해 소화한 "우리들의 순간"으로 완성된다. 여기에서 시간을 아주 약간 거슬러 올라가면 콰이어트 스톰의 여유로운 그루브를 곁들인 세레나데 "매일 너를"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반세기를 아우르는 이 즐거운 여정의 종착역에 있는 두 개의 트랙들이 앨범에서 가장 한국적인 곡들이라는 사실은 퍽 흥미롭다. 최소한의 기타의 주도 하에 빼어난 보컬리스트들의 조화가 아름다운 "비가 그치면"을 지나면 앨범에서 가장 강한 폭발력을 지닌 브라운 아이드 소울 식 발라드 "익숙한 얘기"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나얼의 음악적 최측근이라 할만한 에코브릿지의 진두지휘 아래 뚜렷한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구성은 언제나처럼의 승리를 보장하는 가장 그들다운 전략이기도 하다. 이방의 과거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자기화해 온 이들의 길이 그들다움에 도착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재편된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세발은 이들의 미완의 과거 또한 지나와야 했고,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성훈의 보컬은 추억과 팬서비스 이상의 역할을 수행한다. 과거를 아울러 미래로 향하는 여행은 언제나처럼 장르 본연의 미학에서 노니는 즐거운 과정이지만, 지난 날까지 끌어안고 나아가는 이들의 세발자전거는 앞으로 어디를 향하든 결국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라는 새로운 목적지에 도착할 것임을 선언하고 있다. 언제나처럼 순수하고 해맑은 마음에 원숙함이 곁들여졌으니, 새로운 구성의 파티와 새로운 여행을 떠남에 무슨 두려움이 있으랴. 그렇게 이 영혼의 세발자전거는 또 다시 그들답게 나아가는 것이다.

Best Track: 우리들의 순간, Right (Feat. SOLE, Mellow Kitchen), 익숙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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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title: Late RegistrationAlonso2000글쓴이
    9시간 전

    본 리뷰는 HOM#29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hausofmatters.com/magazine/hom/#last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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